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104화 (104/255)

104. 살인의 기준

팀장은 성수안 사망 관련 사건 기록을 받아 해수에게 보여주었다.

“성수안씨도 토막 살해군요.”

조방희와 다른 것은 두 팔과 다리는 잘렸지만, 목은 잘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돌격아, 여긴 아직 눈치 못챘나보다. 이 정도면 우리가 사건 가져올 수 있겠네.”

피해자와 합의를 한 경우, 청소년 범죄는 보통 가해자 측에 범죄기록 없이 수사기록만 남는 선으로 종결된다.

사건이 터져도 형사들은 보통 피해자의 수사기록까지만 조회하다보니 성수안 거주지 관할 경찰들은, 그가 15년 전 그 사건의 가해자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해수와 팀장은 성수안 사건 관할 경찰서로 가서 강수대 이름을 앞세워 사건을 정식으로 넘겨받았고, 그의 휴대폰도 받았다.

강수대 본부.

막내가 휴대폰을 켜서 한 깨톡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삭제되었던 메시지인데, 복원해서 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상이 이상합니다.”

“봐.”

(알수없음)

[동영상]

해수는 그 동영상을 클릭해보았다.

-기절? 와씨 존나 웃기네, 나 사람 기절하는 거 처음 봄.

-야야 깨워봐, 영화에서는 얼음물같은 거 뿌리던데.

-이거? 이거? 붓는다?

-야 미친 얼음으로 얼굴을 때리면 어떡해 크큭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다수의 남녀 학생들이 낄낄거리면서 여학생을 폭행하는.

경찰들은 성수안을 15년 전 사건과 연관을 짓지 못했던 만큼, 이 영상 또한 별거 아닌 깨톡 중 하나로 생각하고 넘겼던 것이다.

팀장이 어금니를 물며 말했다.

“오갱, 이거 가해자들 졸업사진 보고 얼굴 대조해보고. 해수는 정보과에 어떤 아이디로, 누가 보낸 건지 아이디랑 아이피 추적 요청해, 조방희 휴대폰 복원 요청한 건 왔나?”

“아, 방금 문자 왔습니다. 제가 찾으러 가겠습니다.”

“오케이 막내가 갔다와.”

막내가 조방희의 휴대폰도 가져와서 깨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성수안과 동일한 동영상이 보내져 있다.

이걸로 거의 확실해졌다. 15년 전 그 끔찍했던 사건의 보복이 일어나고 있다.

“도대체 누가… 피해자 친구?”

“친구도, 남자친구도 없었다고 합니다. 따돌림 당하고 있었다고.”

“후, 일단, 중요한 건 보복 살인이 거의 확실시 되었으니까 범인보다는… 그 범죄 타깃이 되는 사람들 안전 먼저 확보하자, 그 년놈들이 아무리 죽어도 싼 쓰레기라도 우린 어쨌든, 경찰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맞습니다.”

씁쓸한 팀장의 말에 팀원들이 모두 짐을 챙기며 일어섰다.

“오케이, 오갱은 막내 데리고 여기 셋, 돌격이는 나랑 가자. 일단 관할서에 신변보호 요청 넣어, 말 긴 새끼들은 나중에 우리 청장한테 다 이른다고 해.”

“걱정 마십쇼 형님.”

경찰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해수가 자신의 차키를 꺼내어 잠금을 해제하며 말했다.

“팀장님, 운전 많이 할 거 같은데 제 차로 가죠.”

“어? 어 그러면 좋지, 오래 운전할 수록 승차감이 좋아야 하거든.”

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석 문을 열어주었다. 그 모습에 팀장이 멈칫했다.

“어? 왜, 아, 나보고 운전하라고? 그래서 니 차 타자고 했니?”

“예, 할 일이 많아서.”

“그래 뭐, 그러자꾸나.”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보복 살인. 타깃은 물론, 용의자도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는 만큼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타깃들의 신변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의자를 찾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해수는 정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해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뭔 일 있나?’

항상 전화를 빠르게 받던 그이기에 짜증보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정영수는 연락이 오길 기다려보기로 하고, 해수는 먼저 타깃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쉽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하나같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수는 일단 그들이 사는 거주지의 관할서에 신변 보호 요청 전화를 돌렸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 정영수다.

-신형님! 전화하셨습니까?

“그래, 바빴나?”

-영화보고 있었어요.

“영화? 혼자?”

-에이, 영화를 무슨 혼자 봐요? 아무튼 무슨 일이십니까? 급한 거 아니에요?

목소리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무래도 데이트를 한 듯했다. 해수는 상황을 대충 설명했다.

“…그래서 이 알수없음을 추적할 수 있나? 아이디가 뭔지, 사용하는 휴대폰 번호나 아이피까지.”

-아… 아이디 알아내는 것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그 뒤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음….”

-쉬운 방법이 있긴 한데, 저 아이디에 스팸 깨톡을 보내고, 클릭할 경우 싹 다 알아낼 수 있죠, 근데 저런 사람은 클릭시키는 거 거의 불가능해요. 아마 깨톡 새 아이디 팠을 거 같고, 깨톡은 보통 연락처 저장된 사람꺼 아니면 무조건 차단이라서.

“그건 방법이 있어.”

해수는 전화를 끊고 그 동영상의 앞부분 1초만 잘라서 영수에게 보냈다.

-이게 뭡니까?

“그 사람이 무조건 클릭할 수밖에 없는 영상.”

-무슨 내용입니까? 너무 짧아서 잘 모르겠는데.

“너는 모르는 게 좋아.”

-칫, 알겠어요. 이거 믿고 보냅니다.

해수가 영수와 전화를 끊자, 여지없이 팀장이 물었다.

“돌격아, 방금 정보과는 아닌 것 같은데, 통화 내용이 쪼까 좀 그렇다?”

“…죄송합니다. 불법에 이제 손 안 대는 놈인데, 급할 때는 가끔 씁니다.”

“변명도 안 하네, 할 말 없게시리. 대충 듣기는 들었는데… 돌격이 니 맘은 알겠는데 내 앞에서는 웬만하면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사이 가해자였던 타깃의 거주지인 복도식 아파트에 도착했다.

쿵쿵쿵

“양인강씨, 양인강씨 계십니까?”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이잉 지이이잉

때마침 진동이 울린다.

“예, 신해수입니다.”

-네, 경찰선데요. 양인강씨 신변보호 요청하신 형사님이시죠?

“맞습니다.”

-양인강씨 일주일 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서 신원조회록에 등록을 안 해놨나봐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수와 팀장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곧바로 사건을 맡고 있는 관할 경찰서로 향했다. 그곳에서 강수대 간판과 청장 빽으로 사건을 가져왔다.

이미 15년 전 사건과의 관계를 놓친 것부터 사건을 빼앗길 이유는 충분했다.

“얘는 목과 두 팔만 잘렸네요. 다리는 멀쩡했다고 합니다.”

“이거 뭔가 법칙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출발하기 전에 다른 놈들 신원조회 좀 제대로 해보자.”

그때, 무전기로 오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중조씨 네 달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

-김선함씨는… 한 달 전에 두 팔만 잘렸습니다. 현재 입원 중입니다.

“미친 씨… 그래서 김선함씨한테 가고 있어?”

-아, 근데 우리보다 팀장님이 병원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 알았어 주소 넘겨, 그럼 니네가 강진씨 신변보호 요청하고, 김중조씨 교통사고 사망 건 가해자 한 번 파봐.”

-알겠습니다.

팀장은 해수를 병원 앞에 내려주었다.

“팀장님은 안 내리십니까?

“어. 난 서 좀 들러서 사건 받아올게, 본인한테 듣는 건 니가 해.”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어이, 수고.”

해수는 유일하게 범인과 마주하고 살아남은 생존자 김선함을 찾아갔다.

그는 양 팔이 팔꿈치까지 잘려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나 얼굴은 이름처럼 선하고 순둥이같은 느낌이 풍겼다. 그 사건의 가해자라고는 생각도 못할 인상이다.

“…몰라요. 평소처럼 술 먹고 필름이 끊겼는데, 엄청 아파서 일어나보니까 그 모자에 마스크 쓴 사람이 내 팔을 썰고 있었어요. 한쪽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으.”

김선함은 말하면서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는 공포에 몸서리를 쳤다.

“잘린 팔은 그자가 가져갔습니까?”

“아니요. 내가 보는 앞에서 화장실로 가져가서 불에 태웠어요. 진짜 기분 묘하고 끔찍하더라고요.”

“범인이 무슨 말은 안 했습니까?”

“그래서 더 무서워요. 진짜, 아무런 말도 안 하고 그냥 내 팔만 잘라서 화장실에 태우고 갔… 크, 크, 커, 컥!”

얼마 안 된 일이기에 김선함은 충격이 컸는지 중간에 경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해수가 부른 간호사가 도착하기도 전에 금세 멈추었다. 그는 이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착잡한 얼굴을 했다.

“생각 많이 했어요. 어쩌면… 그때 일로 벌을 받는 거 아닌가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정말 그랬다니… 살아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네요.”

그는 자신의 두 팔이 눈앞에서 잘리는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래서 살려줬을까? 유일하게 죄를 뉘우치는 것 같아서? 그건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상대도 마땅히 잡혀서 벌을 받아야 하는 연쇄살인마입니다.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김선함의 눈빛에 망설임이 드러났다. 간신히 살아났는데 보복을 당할까 두려움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꾹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말을 이었다.

“정말 별거 없었어요. 저를 살려주기로 했다면 그만큼 자신이 누군지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쓴 것 같아요. 말 한 마디 안 하고… 눈빛이 매우 무섭고, 충혈되어 있었어요. 키는… 형사님보다 조금 작고, 그래도 180은 되는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때 일을 떠올리느라 힘드셨을텐데 협조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그때도 그랬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해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 사이, 팀장이 사건을 이관받고 병원 앞으로 해수를 데리러 왔다.

“뭐 좀 건졌어?”

“키가 180정도 되고, 남자고, 눈이 매섭고 충혈되었다는 정도입니다.”

“그 새끼 맞네, cctv.”

“네, 맞는 것 같습니다.”

해수와 팀장은 잠시 차를 세우고 수사기록들을 살피며 정보를 취합했다.

“지능범이네, 이 새끼.”

“네, 날짜를 보면 전과자들을 뒤로 미뤘는데 최대한 연결점을 늦게 발견하도록 노린 걸로 보입니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절반은 성공했지. 이제 세 명 남은 건가?”

“네, 강진은 오갱형님 팀이 맡았고, 나머지 둘은 전화를 안 받습니다.”

“답답하고만, 일단 그… 둘 중 가까운 애가 누구야.”

“박서영씨입니다.”

“거기로 먼저 가자, 주소 찍어.”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할게, 너는 사건 기록 좀 잘 봐봐.”

“알겠습니다.”

현재까지 죽은 사람이 네 명이나 된다. 이미 과반수 이상의 복수가 진행되었다.

살해방식도 모두 다르다.

조방희는 다 잘렸고.

성수안은 목만 안 잘렸고.

양인강은 다리만 안 잘렸고.

김중조는 짓눌려서 즉사했고.

김선함은 아직 살아있다.

모두 관할이 달라서 별개로 취급하고 있었던 사건들.

이들이 15년 전 사건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였고, 대부분은 전과기록도 없어서 연결점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수는 사건 기록을 살피다가 문득 무언가 떠올라 그들이 공통적으로 받은 동영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팀장님, 죽인 방식의 기준을 알 것 같습니다.”

팀장은 핸들을 잡은 채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며 대답했다.

“뭐? 기준?”

“예, 시기상 가장 먼저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중조는 일단 살인만 계획했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텀이 3개월인 걸 보면, 그 이후로 들키지 않을 자신감을 얻은 것 같고요.”

“그거야 뭐 사건기록 받으면 알 테고, 그리고?”

“이 동영상이 기준입니다. 다음으로 손발로 때리고 욕도 했던 조방희는 모두 잘리고, 욕을 하지 않은 성수안은 목이 잘리지 않았고, 양인강은 욕하고 손으로 때리기만 해서 목과 팔만 잘린 겁니다.”

“그럼 김선함씨는….”

“예, 손으로 밀치기만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잠깐.”

“이거 진짜 미친 싸이코 새끼구만, 지금 우리가 가는 그… 박서영씨는?”

해수는 동영상에서 박서영의 얼굴이 나와있는 장면에 멈춰놓고,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신입니다.”

“이런 젠장…!”

팀장은 풀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급히 타깃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전화를 돌리던 그때, 한 명이 전화를 받았다.

동영상에서 찍는 사람으로 추측되는 구광헌이라는 가해자다. 그의 목소리는 껄렁거리는 건달처럼 허세가 잔뜩 들어 있었다.

-뭐여.

“구광헌씨 되십니까? 충남 강수대 신해수 형사입니다.”

-니미 씨벌, 니가 형사면 나는 형사 애미다.

해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가 말을 이었다. 이런 취급은 자주 받아본다. 이럴 때는 전화를 끊기 전에 빠르게 본론부터 꺼내야 한다.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그 동영상, 받으셨죠?”

-……

해수의 말에 구광헌이 끊지도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하다.

“지금 동영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김선함씨는 생존했지만 양팔이 잘렸습니다.”

-…너 누구여, 걔네를 어떻게 알아.

“구광헌씨, 우리가 말해놓을 테니 가까운 경찰서 가서 신변보호 받으십시오.”

-지랄하지 마 시발, 누가 그 좃같은 일 또 동네방네 떠들 일 있어?

“범인이 구광헌씨를 노릴 겁니다. 보호받으세요. 목숨이 아깝다면.”

-닥쳐, 내 몸 지킬 정도는 되거든? 전화하지 마.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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