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99화 (99/255)

평택항으로 출동하는 길.

강수대는 중간에 강진서에 들러 말통과 그의 부하 둘을 인계하고 평택항으로 향했다.

두 시간 가까운 거리에다가 고속도로를 타기에 해수는 오토바이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이동했다.

“형님은 몸 좀 사리라니까?”

“야, 평소에 잘 사리잖아, 이럴 때 나서려고 사리는 거야, 진짜 위험할 때는 대장이 나서줘야 대장이지.”

“그늠으 대장 대장, 아무튼, 방검복 입고 왔죠?”

“내가 애냐, 막내는 입었어?”

팀장의 물음에 운전하는 막내가 땀이 가득 찬 가슴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특수방검복에 일반 방검복까지 겹쳐 입었습니다!”

“잘했다! 돌격이도?”

“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시내로 진입할 때쯤이었다. 고가도로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 돌연 한 빨간색 승용차가 튀어나왔다.

“어엇!”

“뭐야!”

막내가 뒤늦게 핸들을 돌렸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역주행 차량을 완벽히 피하지 못했다.

쿵-

빨간 차량이 봉고차 꼬리를 박았고, 봉고차는 앞으로 밀려 나가다가 1.5톤 트럭과 한 번 더 부딪혔다.

콰광!

트럭이 워낙 빠르게 달려왔기에 봉고차는 한 바퀴 반을 굴렀다가 그제야 멈추었다. 천장이 바닥을 향해 있는, 완벽히 뒤집어진 상태였다.

***

경기 북부 강력1팀 봉고차 안.

“팀장님 다리 좀 그만 떠십시오. 복 달아납니다.”

형사의 말에 조팀장이 휙 고개를 돌렸다.

“그거 다 미신이야, 다리 떨어야 혈액순환 잘 된대, 너도 떨어.”

“그렇습니까? 그래야지.”

조팀장의 말에 운전자를 제외한 형사들이 모두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달달 달달 달달

그러자 조팀장이 빽 소리를 질렀다.

“멈춰! 아우 정신 사나워, 그냥 떨지 마, 너, 총 챙겼어?”

“안 챙겼는데요.”

“저는 챙겼습니다.”

한 명은 뻔뻔하게 고개를 젓고, 한 명은 총을 들어 보이며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는 총을 안 챙긴 형사의 멱살을 확 움켜쥐었다.

“야이 새끼야! 이런 사건에 왜 안 챙겼어? 중국 놈들은 어차피 잡히면 무조건 사형이라 총구 들이대도 목 따러 덤빈다고!”

“아, 그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쳐서 엄청 위험한 거 같아도 총은 못 쏘겠더라고요. 거의 열에 아홉 경찰 과잉진압 아닙니까, 그래서 그냥...”

조팀장은 자신의 총을 그에게 쥐여주며 말을 이었다.

“이건 내가 쏘는 거니까 그딴 걱정 마, 니 죽으면 그게 내 탓이니까 방어 잘 해라.”

“티,팀장님은 어떻게 합니까?”

“사실 이거 니꺼임, 내가 챙겨옴, 이자식아!!”

“죄,죄송합니다!”

그때 다른 형사가 물었다.

“진짜로 쏩니까?”

“다리 쏴 다리, 허벅지 위주로”

“그거 맞추려다가 목 뚫리면”

“그럼 그냥 막 쏴! 내가 책임지고 카바해줄게.”

“오오 개멋있어.”

그 사이 경기 북부 강력1팀 포함 2,3팀 팀원들이 약속 위치인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에 도착하여 숨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근데 얘넨 언제 오는 거야?”

이제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경특대와 강수대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때, 무전이 울렸다.

-...여기 수하나, 돌발사고 발생... 3~40분 지연 예상.

“아... 송팔, 경특대는?”

-여기 경특대, 교통체증으로 1시간 지연 예상.

“이런 시팔 그러니까 미리미리 출발해야지! 니넨 안 그래도 멀리 있었잖아!”

-현재 송신자 신원 송부 바람.

“경기북부 강력1팀 팀장 조아라다 이 새끼야!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시팔 신원을 찾고 지랄이야 지랄이! 빨리 쳐 와!”

-...송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조팀장의 분노와 또라이본능을 눈치챈 경특대 대장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조팀장은 씩씩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하 씨, 일이 꼬이네, 불안한데.”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다시 무전이 울렸다.

-여기 수하나, 장소 변경 장소 변경, 평택 컨테이너 터미널 말고 서부두로!!

“이런 젠장!! 이럴 줄 알았어! 여기서 얼마나 걸리지?”

무전이 울리자마자 흩어져 있던 강력 1,2,3팀은 재빨리 각자 차량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최소 30분입니다!”

“빨리 출발해!”

부아아앙!

뒤늦게 서부두에 도착한 조팀장과 강력팀, 그들이 자리를 잡은 지 5분도 되지 않아 조폭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왔다 나왔다.”

“워 씨...”

그들과 거래를 하기로 한 배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딱 봐도 중국인으로 보이는 놈들 열댓 명이 배에서 슬금슬금 내렸다.

저들은 두 무리 다 합쳐서 대략 서른 명이 넘고, 조팀장과 강력팀은 딱 열 명이다.

총이 있다고 해도 열세인 상태에서 덮치면 피해가 커진다. 최대한 기다려본다.

머리에 커다란 도끼 자국 흉터가 있는 중국인과 조폭 사장이 서로 나와서 뭐라 뭐라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옆에 각자 한 명씩 통역사가 그것을 바쁘게 통역해주었다. 중간 중간에 가끔 사장이 통역사의 뒤통수를 때린다.

“...야이 새끼야! 그건 대충 걸러서 통역 해야지!”

“네,네 죄송합니다.”

“아무튼, 열 두 개, 요즘 경찰들이 빡세서 수는 점점 줄 거야, 그래도 특상품 있다.”

“열 두개다잉, 경찰빡쎄빡쎄 쩜쩜 쭌다잉, 특쌍품 이따낭”

“너 시발 제대로 통역하는 거 맞어?”

“네, 저 중국어과 수석 졸업입니다. 저쪽에서 알았다고 확인한다고 합니다.”

“후 그래, 곰치야, 열어줘라.”

사장의 말에 곰치가 한 컨테이너로 다가가 자물쇠를 풀고 철문을 열었다. 그러자 행동대장 격으로 보이는 중국인 한 명이 휴대폰 불빛으로 컨테이너 안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혀로 윗입술을 핥으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젊은 여자 한 명을 끌고 나왔다.

“아후, 좋네!”

그는 바로 그녀의 옷 안에 손을 넣어 희롱을 했다. 그러나 여자는 두려움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행동대장 중국인과 두목이 눈을 마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목이 턱짓하자 뒤에 있던 사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와 한국 조폭 사장에게 검은 가방 하나를 건네었다.

사장도 그를 따라 턱짓하자 곰치가 달려와 가방을 받았다.

“확인해봐라.”

“예 사장님.”

곰치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하얀 가루가 꽉꽉 들어차 있었다.

곰치는 칼로 그것을 찍어서 혓바닥에 대어 확인작업을 시작했다.

푹 냠냠 푹 냠냠 푹 냠냠

“그만 쳐먹어 새끼야.”

“죄송합니다. 맞습니다.”

“그려, 거래 끝, 가라 짱개야.”

사장이 손을 휘휘 젓자 옆에 통역가가 똑같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거래끝나따잉,얼릉꺼져라짱깨쌔끼야.”

“하하하.”

통역가의 말에 중국인 두목이 허허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한 달 뒤에 보자고, 그때는 니 혓바닥 잘라줄게.”

“사장님, 한 달 뒤에 보잡니다. 그때는 중국 별미를 준답니다.”

“그래? 새끼 생긴 거랑 다르게 정이 있다니까, 가 얼른.”

중국인 무리가 뒤돌아섰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지이이이잉-

동시에 기중기가 컨테이너를 들어 올렸다. 안에서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무려 사람을 태운 컨테이너다. 떨어트리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하기 무섭다.

컨테이너가 배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고 조팀장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저거 실으면 끝 아닙니까?”

“하 젠장, 경특대 강수대는 도대체 언제 와?!”

*

평택 서부두로 가는 도롯가, 헬멧을 야무지게 쓴 해수가 조아라의 무전에 급히 답했다. 그의 이마에는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다.

“10분, 아니 7분이면 됩니다.”

부르르릉-

그러고는 달달거리는 오토바이의 액셀을 강하게 당겼다. 오토바이 짐칸에는 배달 상자가 달려 있었다.

*

7분이면 늦는다. 무조건 늦는다. 경특대 개새끼들은 아예 대답도 없다. 조팀장은 습관적으로 다리를 덜덜 떨며 초조해했다.

“젠장, 젠장, 어쩌지.”

“배,배 움직이려고 하는데, 쟤네 타면 끝입니다. 어떡합니까아?!”

“총, 총 있지?”

“나 진짜 총 쏘기 싫은데”

“그럼 뒤지든가, 간다 시팔, 가자!”

조팀장이 그제야 처음으로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 모습에 다른 팀원들도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가즈아!!”

타다다닥

조팀장은 내일이 없는 여자처럼 한중 조폭 서른 명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나가며 총구를 하늘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탕 탕!!

“경찰이다! 모두 제자리 섯!!”

조팀장의 굵고 날카로운 복식호흡 외침이 부둣가에 크게 울려 퍼졌다.

총 소리에 배에 타려던 중국인들도,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욕으로 배웅하던 조폭들도 고개를 돌려 조팀장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열 명, 그 중에 대부분이 총을 벌써부터 꺼내 들고 있다.

사장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이죽거렸다.

“어매, 요즘 경찰은 얼굴 보고 뽑는갑네, 아가씨가 팀장이요?”

“공포탄 방금 쐈다. 지금부터 실탄이야.”

“알겠소, 잡아가소.”

그 찰나에 사장이 중국 놈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바닥에 엎드려! 머리 위에 손 올리고!”

“엎드려 이 새끼야!!”

“빨리 빨리 엎드려!”

“에헤, 이거 새양복인디...”

조폭들이 천천히 바닥에 엎드리고, 형사들이 다가와 수갑을 막 채울 때였다.

중국인 두목이 자신의 부하에게 말했다.

“배 대기하라 해라, 곧 간다고.”

“예 보스”

사장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려던 조팀장이 불길한 예감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뭐라는 거야?”

“아,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요. 이쁜 형사님.”

탁!

“다 죽여버려!!”

사장이 조팀장의 손을 날카롭게 뿌리치며 외쳤다. 동시에 중국인 두목도 자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던 형사를 밀치며 소리쳤다.

“죽여!!”

둘의 외침에 조폭들의 발작 버튼이 눌렸다. 그들은 총을 들이대는데도 눈을 희번덕거리며 회칼을 들고 덤벼들었다.

“우아악!!”

“죽어 죽어 죽어!!”

탕 탕! 타탕!

“오,오지마 이 새끼들아!”

순식간에 피가 흩뿌려지는 난전이 되었다. 형사들 몇 명은 총을 쏘는 것을 망설이다가 덮쳐지고 총까지 빼앗기는 사태가 일어났다.

탕 탕!!

체포하느라 산개해 있던 형사들이 쪽수로 인해 상당히 불리한 상황, 특히나 중국 놈들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기가 느껴졌다.

“아악!”

“끄윽!”

한 형사의 어깨에 회칼이 깊게 박혔다. 다른 형사는 빼앗긴 총으로 복부와 팔에 총을 맞았다. 그 모습에 조팀장은 눈이 돌아갔다.

모두 자신의 실수인 것 같다. 차라리 경특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던가, 배를 그냥 보냈어야 했다. 오늘만 날이 아니었는데, 이대로는 경특대가 오기 전에 형사들이 모두 살해당할 위기다.

“젠장, 젠장!! 그만 해 이 새끼들아!!”

탕 탕-!

조팀장이 거리를 두며 총을 쏘다가 다시 장전을 할 때, 한 중국인이 뒤에서 재빨리 다가와 그녀를 덮쳤다.

“헙!”

캉! 타닥 탁-

반사적으로 총을 들고 그의 칼을 막았지만, 보통 실력이 아니다. 손을 몇 번 나누다가 조팀장이 그에게 업어치기를 당했다.

“꺄악!”

쿵!

조팀장은 아스팔트 바닥에 등을 강하게 찍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총도 떨어트려 저 멀리 미끄러졌다. 다시 총을 짚으려는데 놈이 그것을 발로 찼다.

중국놈이 조팀장 앞에 쪼그려 앉아 회칼의 칼날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물었다.

“야, 무서워?”

지직 지직

조팀장은 누운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이상하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의 감정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독한 살기, 조팀장은 처음 느껴보는 죽음의 공포에 발이 덜덜 떨렸다.

다다닥 푹-!

“끄윽!”

놈이 짐승처럼 네 발로 튀어와 조팀장의 허벅지를 칼로 내리찍었다. 그러고는 고통에 신음하는 그녀를 보며 혀로 윗입술을 핥았다.

“고통은 잠깐이야.”

그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칼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때.

달달 달달 부아아앙!

돌연 어디선가 나타난 배달 오토바이 하나가 놈에게 돌진해왔다.

“합!”

한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리며 놈을 덮쳤다. 두 남자가 뒤엉켜 몇 바퀴 구르고는 일어섰다.

일어선 사람은 그 중국놈이 아닌 신해수였다.

해수는 그놈의 목을 팔뚝에 단단히 끼우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칼과 총에 상처를 입은 형사들에게 가 있다. 그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건조하여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작게 열린다.

“과한, 과잉진압을 해야겠군.”

우드득!

끔찍한 소리가 일었고, 해수의 팔뚝에 목이 끼어 있던 사내의 몸이 축 늘어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