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97화 (97/255)

곰치는 강쇠파가 와해된 후에 바닥판을 전전긍긍하다가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는 눈치가 빠르고 상황판단이 적절하여 금세 사장의 눈에 들었고, 최단기간에 ‘사장단’이라고 불리는 무리의 말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인생의 기로를 다시 결정해야 할 일이 생겨버렸다.

‘시발, 물리치료사다. 분명해, 머리 깎고 살을 태워서 더 무섭게 생겼어.’

곰치가 알아보자 물리치료사도 바로 알아보고 손짓으로 자신에게 협박을 했다.

그것을 보고 물리치료사의 쌍둥이 형인가 미세먼지만큼 의심하던 곰치는 확신하게 되었다.

‘저,저,저거 분명 말하면 내 허리를 접는다는 표현이다. 아니 시발 어떻게 그렇게 악명을 떨치고도 위장으로 조직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미친 건가? 들키면 어쩌려고... 아.’

곰치는 지금 바로 사장에게 물리치료사의 정체를 밝히는 상상을 해보았다. 말함과 동시에 먼저 자신의 허리가 접히고, 이곳은 피바다가 된다.

다잉나이트에서 그는 사신이었다. 그가 지나가는 족족 적이고 아군이고 바닥에 쓰러져 거품을 물었다.

아래층에 전력이 한꺼번에 덤비면? 이곳 입구는 두 명 들어오기도 좁다. 저기 옆에 헬창같은 덩치까지 같은 편이라고 치면...

‘무조건 접힌다. 내 허리가.’

곰치가 상황판단을 빠르게 하고 노선을 결정하던 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장이 약을 빼돌렸어, 너는 모르는 일이지?”

말통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대한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크게 저었다.

“모르는 일입니다! 맹세코 모르는 일입니다. 정말입니다!”

“그렇지?”

“네, 정말 몰랐습니다.”

말통의 확신에 찬 대답에 사장이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문제야.”

사장은 피 묻은 재떨이로 그의 아구창을 후려쳤다.

뻐억!

“알았어야지.”

뻑!

“알아서 나한테 보고를 했어야지.”

퍼석!

“그러라고 니가 있는 건데.”

쿠당탕!

말통이 순간 몸에 힘이 빠지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는 금세 자세를 다잡고 고개를 숙였다.

“죄,죄송합니다...”

말통의 얼굴은 이미 점장처럼 피떡이 되어 있었다.

그때, 해수가 곰치와 눈을 마주하고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그에게 말을 전달했다.

‘말.려.’

해수의 발음을 단번에 알아챈 곰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 턱을 검지로 가리켰다.

‘나?’

해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곰치는 벽 쪽 손을 소심하게 들고 손사래를 치며 고개도 미세하게 도리도리 저었다.

해수는 자신의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잡고 꺾는 시늉을 했다.

‘목을 꺾어줄까?’

곰치는 울상이 되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사장이 다시 말통의 얼굴을 후려치기 직전, 고개를 들었다.

“에, 에취! 에취! 에취!! 우뢋차!!”

갑작스레 침을 분무기처럼 내뱉는 곰치의 재채기에 사장이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저 새끼 왜 저래?”

“죄,죄송합니- 우웩치!”

이번에는 아예 가래침 비슷한 것이 사장의 팔뚝이 붙었다.

“앗! 아 드러워 진짜, 야, 나가 이 새끼야!”

“괜찮습니- 으악취!!”

“내가 안 괜찮아 이 새끼야! 저거 끌어내!”

사장의 명령에 양쪽에 기립해 있던 두 덩치가 곰치를 끌고 나갔다.

곰치는 나가서까지도 재채기를 멈추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사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휴지로 팔뚝을 닦고는, 피를 뚝뚝 흘리는 말통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아무튼, 이제부터라도 잘하란 말이야, 오늘부터 니가 점장이니까.”

사장의 말에 바짝 쫄아 있던 말통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바로 바닥에 넙쭉 엎드렸다.

“목,목숨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이 바닥에 목숨 안 거는 애들은 뒤져야지, 저것들은 뭐야?”

사장이 그제야 해수와 막내를 보았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입니다.”

“신입? 얼굴은 연식이 좀 있는데? 몸은 좋네.”

“제가 직접 스카웃 했습니다.”

“잘했어, 저런 애들 좀 많이 건져와, 요즘 새끼들은 다 비리비리해서 쓸모가 없어.”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은 말통이 건네준 물티슈로 피 묻은 손을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지나가나 싶더니 해수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해수의 볼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아가들아, 열심히 해, 이 자리 올라와야지,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새끼 눈빛 좋네.”

사장은 마지막으로 해수의 목과 턱 사이를 손바닥으로 철썩 때리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사장님 들어가십시오!”

말통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사장이 멀어지자 말통이 피를 닦으며 해수에게 말했다.

“니네는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하나, 좋은 거지 뭐, 이제부터 점장님이라고 불러라.”

“예 점장님.”

곧 사장과 같이 왔던 덩치 둘이 들어와 피떡된 전 점장을 데리고 갔다.

“저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새끼가... 첫째.”

“묻지 않는다.”

“그래, 내가 기분이 좆같고 좋으니까 특별히 알려줄게, 그냥 묻어버리면 손해가 크잖아, 중국에 팔아먹을 거야, 사실 쌔끈한 여자보다 건장한 남자가 더 비싸다.”

“그렇군요.”

며칠 내로 중국으로 팔린다는 뜻이다. 조직원으로 쓰이거나, 아니면 장기가 털리는 것이다.

곧이어 오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휴 양아치 새끼 가오 잡기는, 고생했다 우리 해수 근육몬이, 저새끼 미행 붙는다. 2팀도 지원 왔다. 놓치지 않는다잉

-나는 모니터, 다들 화이팅

말통과 헤어지고, 해수는 막내와 함께 그 건물을 나왔다.

-이놈 어딜 이렇게 들르냐, 여긴 또 뭐하는 덴데, 졸라 바쁘네.

해수와 막내가 팀장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임시 본부로 걸어가는 길.

-놓쳤어 젠장, 2팀, 2팀은? 놓쳤어? 아니 이 새끼 갑자기 어딜 간 거야, 눈치 깐 거 아니야?

-이런 시펄...

2팀은 강진서로 복귀하고, 오갱은 임시본부로 복귀했다.

말이 임시본부지 그놈들 사무실 근처에 작은 모텔방이다.

오갱이 들어오자마자 팀장이 그를 채근했다.

“아니 어쩌다가 놓친 거야?”

“미행 들키면 나가리 되니까 엄청 떨어져서 따라갔는데 그게 문제였어, 눈치를 채고 도망쳤다기에는 애매한 상황에서 놓쳤어, 차가 많고 신호 끊겨서, 근데 다른 놈들도 놓쳤다네 아우 씨.”

“들켰으면 어떡하나? 내일.”

해수에게 팀장과 오갱의 시선이 모였다. 해수가 말을 받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까 사장하고 같이 왔던 붕어눈 사내, 강쇠파 놈입니다. 저를 알아봤습니다.”

“뭐,뭐?”

“이런 시팔,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냐, 근데 거기서 왜 안 밝혔지?”

“앞으로도 말 안 할 것 같습니다.”

“엉? 왜?”

“그 자리에서 안 한 거 보니까, 안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곧 판이 뒤집힐 거 생각해서 지 몸 챙기겠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확신 아닙니다. 그러길 바라는 겁니다.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미행을 눈치 챘어도 우리를 의심은 해도 확신은 못할 것이다.”

오갱이 해수를 말렸다.

“하지 마 하지 마, 너무 위험하다.”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한 일도 아깝고...”

해수는 막내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습니다.”

해수의 말에 막내가 자신의 이두를 쥐어짜며 소리쳤다.

“맞습니다! 선배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위험하지 않습니다!”

“팀장님과 오갱 형님은 그놈을 추적해주십시오, 이미 침묵한 걸 보면 잡아서 조지면 저희에게 협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잡아서 조지면 누구든 협조적이지 않을까?”

“그래, 사장놈보다는 쫓기 쉽겠지.”

*

다음날, 해수와 막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곳에서 해수에게 따귀를 맞았던 놈이 그들을 맞이했다.

“왔냐? 타.”

그가 해수와 막내를 태우고 탑차가 있는 주류창고 공장에 데려다 주었다. 아무 말 없는 걸 보면 아무런 일도 없는 듯했다.

“이거 장부대로, 어제 해서 알지? 현금 꼬불치면 죽...”

그는 거친 말을 하려다가 해수의 팔뚝을 보고는 정신을 번뜩 차렸다.

“아무튼, 성실하게, 그리고 웬만하면 차 한 대 구해라, 계약금도 받았을 거 아니여.”

“예 알겠습니다.”

계약금 대포통장은 추적에 맡겼다.

이제 드디어 오롯이 해수와 막내만이 남았다. 막내가 운전하여 배달지가 아닌 한 낡은 창고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오갱과 팀장, 그리고 강력2팀 팀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짝짝-!

“자 도착했다! 10분 안에 여기 안에 있는 거 싹 다 뒤집니다. 실시!”

“실시!!”

“형님도 빨리 거들어!”

“나는 허리 아퍼, 잘 보고 있을게.”

형사들은 차 안에 있는 맥주를 싹 다 뒤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오 이거 그냥 진짜로 맥주 배달 시키는 거야?”

오갱이 투덜거릴 때, 팀장이 눈을 가자미처럼 가늘게 뜨며 한 맥주를 가리켰다.

“어, 여기 좀 이상한데? 이거 두 번 찝었네.”

“엉? 어디요?”

그의 말에 형사들이 모였다. 정말로 맥주 뚜껑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마치 풀었다가 다시 닫은 것처럼.

“이런 거 또 있나 뒤져봐!”

다른 것도 있다. 정확히 한 박스에 한 병씩.

팀장은 딱 한 병만 챙겼다. 그리고 똑같은 맥주로 자리를 채워넣었다.

“이거 성분 검사 맡기고.”

“오케이.”

“저 그럼 배달 다시 가겠습니다.”

“액션 잘 하고! 나는 막내가 걱정돼.”

“잘 하겠습니다!”

해수와 막내는 다시 배달을 나갔다. 배달지에 도착하여 구르마로 끌고 가다가 노래방 사장이 보는 앞에서 맥주 박스를 쓰러트렸다.

“어어어!”

와장창창!

맥주 수십 명이 깨졌고, 사장은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이런 시팔!!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는 다급히 깨진 맥주들의 뚜껑을 확인하며 소리쳤다.

“이게 얼마짜린데!! 아우 씨팔 진짜!”

“죄송합니다. 다시 갖다 드리겠습니다.”

“당연하지! 오늘 당장 가져와! 예약 손님 차질 없게!”

‘예약?’

-예약 손님까지 쇠고랑 접수 오케이.

해수는 사장이 하는 짓을 보고 성분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마약임을 확신했다.

다른 집을 배달하던 중, 팀장에게 무전이 왔다.

-맥주에 마약 희석시킨 거 맞네, 증거 확보다. 수고했어, 이제 인신매매가 문젠데.

“수고하셨습니다. 천천히 알아봐야죠.”

그렇게 순조롭게 배달하던 중, 한 거래처에 그놈이 다시 찾아왔다.

“야, 니네 둘, 그만 하고 이거 타.”

“배달이 아직 남았습니다.”

“닥... 아무튼 타, 점장님이 급하게 좀 보잔다.”

“예.”

“들어가, 둘 다.”

그는 뒷좌석을 유도하듯이 뒷문을 열어주었다. 해수와 막내가 뒷좌석에 타고, 탑차는 다른 놈이 끌고 갔다.

해수는 이동하는 동안 놈의 얼굴을 조심스레 살폈다. 20분 동안 침을 네 번이나 삼켰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긴장한 것이다.

해수는 물론 막내도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눈을 마주했다.

오갱과 팀장은 아무 말이 없다. 성분 검사니 곰치 추적이니 여러가지로 바쁜 것이다.

놈은 둘을 어떤 후미진 곳 폐창고로 데리고 갔다.

끼이익-

차를 보자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들이 창고 문을 열어주었고, 차째로 창고로 들어섰다.

“내려.”

“예.”

폐창고 안에는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폐자재 위에 신 점장 말통이 앉아있었다. 그는 볼트로 바닥에 끄적대다가 해수와 막내를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어, 왔어? 오늘 어때, 힘들었어?”

“아닙니다.”

“그래, 그렇구나, 나는 힘들었는데, 이 마음이”

어둠 속에서 사내들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낸다. 한 손에 다들 무언가를 쥐고 있다. 쇠파이프, 못 박은 각목이다.

대략 열 다섯 명, 스무 명은 넘지 않는다. 그들은 천천히 해수와 막내를 포위했다.

말통이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이 어제 여기서 나가자마자 어떤 새끼들이 미행이 붙었대, 이게 니네가 들어온 타이밍이랑 딱 겹치네? 그래서 내가 수소문을 좀 해봤는데, 저 놈 친구놈이 알아봤더라고.”

그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놈이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보여주었다. 신해수의 사진이었다.

“현재 강진서 강수대 팀원 신해수, 그리고 우강철.”

“허허 시발...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놈들 들어왔다 했더니, 짭새였네? 마음이 아프겠어 안 아프겠어.”

빼도박도 못한다. 정확하게 들켰다.

해수는 고개를 숙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웃어?”

말통의 말에 해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부하로 위장했을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그 싸늘한 눈빛에 말통이 움찔했다.

“사장한테 말했어?”

“미친놈이, 정체 들켰다고 바로 말을 까네? 내 실수인데 말하면 좆되지, 그래서 그냥 니네 묻어버리고 그만 뒀다고 하게.”

해수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그 모습에 말통은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만 조용히 하면 모르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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