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맞춤법 검사기로 오탈자, 띄어쓰기, 외래어의
강진시 외곽, 낙후된 지역.
길거리에 사람이 적고 벽이 갈라진 단층 건물들이 즐비했다.
그곳에서 그나마 차가 돌아다니는 큰길가라고 불리는 곳 근처에 작은 포장마차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근손실 포장마차]
“어서 오십시오!!”
“꺄웁!”
젊은 여성 둘이 포장마차에 들어섰다가 기합 넘치는 인사에 화들짝 놀랐다.
“작게 말해, 손님분 놀라시잖아.”
“아 네, 죄,죄송합니다.”
안에는 근육남 두 명이 작은 주방을 꽉 채우고 있다. 해수와 막내다.
“아,아니에요... 떠,떡볶이 1인분만 주세요.”
“떡볶이 1인분!”
해수는 반사적으로 주문을 복창하며 떡볶이를 접시에 담아주었다.
여성 두 명은 떡볶이를 먹다가 둘이 눈을 마주치고는 2인분을 더 시켜서 먹었다.
“맛있어요. 또 올게요. 수고하세요!”
그녀들이 나가자 구석에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어묵 꼬치를 깨작거리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곽팀장이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무 꼬치를 흔들며 말했다.
“우리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글쎄 말입니다. 찾으러 다니는 것만 하다가 찾아오게 하려니 힘듭니다.”
“요리는 막내가 다 하잖아, 니가 뭐가 힘들어?”
“음, 주방에 같이 있는 게?”
팀장이 목을 길게 빼고 주방을 보았다. 근육 덩어리들이라서 좁긴 좁다.
“그렇다고 나와서 서빙하기에는 너무 위협적이야, 그냥 거기 있어.”
“네.”
-해수야 나 어묵국물 좀 갖다 줘라, 이거 중독성 있네.
“알겠습니다.”
해수는 종이컵에 어묵국물을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밖에 길 건너에는 봉고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고, 그곳에는 오갱이 잠복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강진시도 범죄도시로 불리는데 그중에서도 이곳은 시시티비도 거의 없는 강진시의 치안 사각지대로 유명하다.
이곳이 올해 들어 실종 건이 세 배, 마약 거래 포착이 두 배가 넘었다. 게다가 험악한 인상에 덩치 좋고 인생 막장인 남성에게 말을 거는 무리가 있다는 소문도 있다.
서장은 보고를 받고 이 세 개가 연결되어있을 가능성을 두고 유추했다.
실종은 납치하여 중국으로 사람을 팔고, 중국산 마약을 들여오는 것으로 추측했다.
마약을 들여와서 돈은 많고, 납치는 손이 많이 가는데 인원은 적으니 새로운 인재를 구하러 다니는 것이다.
이미 이 소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몇 개 있기에 서장은 청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고 강수대에게 사건을 맡긴 것이다.
일이 큰 만큼 워낙 신출귀몰한 놈들이기에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첫 목표다.
그러나 며칠째 일반인들 손님만 늘어나고 조폭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잔치국수 두 개! 여기 떡볶이도 2인분!”
“네! 아, 국수 면 떨어졌습니다 선, 혀,형님!”
“이런, 손님 죄송합니다.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 때가 되면 해수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왔다.
그때, 귓가로 오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다. 왔다. 검은 세단, 검은 정장에 덩치 좋은 놈들 둘! 느낌이 온다.
오갱의 무전에 막내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해수는 멈칫했다가 서빙을 마저 하고, 팀장은 손님인 척 자연스럽게 떡볶이를 먹었다.
오갱의 말대로 덩치 두 명이 비닐문을 열며 들어왔다.
“이야, 냄새 좋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조폭 냄새 풀풀 풍기며 들어온 덩치는 구석 자리에 앉으려다가 한 명이 멈칫했다.
“해수?”
낯익은 목소리에 해수가 고개를 홱 돌렸다. 황장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수는 그를 봤다가 시선을 확 피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저 놈이 여긴 왜 왔지? 실종 마약과 관계가 있나? 아니야, 놈은 마약을 극히 혐오한다. 하지만... 배제할 순 없어.’
그때, 해수가 난감해하는 얼굴을 본 장수가 먼저 말을 이었다.
“아아 아니구만, 미안합니다. 비슷한 사람이라서, 여기 떡볶에 4인분만 주십쇼, 오뎅은 꺼내 먹으면 되나?”
“예, 계산할 때 어묵 꼬치 수대로 계산하시면 됩니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떡볶이를 받아서 먹었다.
“이거 찾아온 보람이 있네.”
“그러게 말입니다. 달고 짜고 맵습니다. 형님”
“다음은 어디지?”
“용수동 뜨끔떡볶이입니다. 형님.”
“그래, 가자.”
해수는 그들이 나가는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니기를 바라며.
손님들이 빠지자 팀장이 해수에게 물었다.
“돌격아, 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
조폭은 ‘조폭’ 또는 ‘그새끼’라고 칭하는 팀장이 호칭부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해수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일수 찍고 있고... 지금도 아침마다 같이 운동합니다.”
“아... 그렇구만, 일수 찍는 분 치고 인상이 좋으시구만.”
황장수는 인상 더럽기로 유명하다.
막내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모두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해수와 보통 친한 것이 아닌 것 같기에 말을 아꼈다.
그날 밤, 황장수에게 전화가 왔다.
“어.”
-거기서 뭐하는 거냐? 너 요즘 좀 나아졌다고 하더니, 그게 경찰 그만두고 포차 하는 거였어? 그러면 나한테 말을 하지.
“하... 말해서 뭐하게, 너는 거기 왜 왔는데.”
해수는 그에게서 그 근처에 볼일이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포차에 먹을 거 먹으러 가지, 뭐하러 갔겠냐?
“니 구역 거기서 멀잖아.”
-구역은 무슨... 나 사실.
“사실 뭐.”
-요즘 삶이 무료해서 맛집 찾아다닌다. 니네 포차 이 근처 소문이 좀 났어, 떡볶이가 맛있다고, 그래서 가봤지, 내가 그 동네 갈 일이 있겠냐?
“하...씨”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아까 장수가 그의 부하와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이들은 순수하게 맛집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그렇게 유명해졌냐?”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이름이 특이해서 약간 소문난 정도? 내가 소문에 민감하거든.
“그럼... 그 동네에 실종이랑 마약 건 요즘 많이 일어나는 소문은 들어봤어?”
-실종? 마약?
해수는 은근히 바랐었고, 맛집 얘기를 들은 후부터는 아예 장수를 믿고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그래도 같은 지하세계에 발 담고 있는 놈이니 작은 정보라도 알고 있을까 싶어서다.
-실종은 모르겠고 약 영업하려는 놈들이 많다는 소문은 들었다. 아니 아무튼 그런 거면 니네 장사가 잘되면 안 되지.
“그런가?”
-당연하지, 니 말대로 인생 막장인 놈들을 데리고 오려고 할 텐데, 장사가 잘돼서 미래가 희망찬 놈들한테 접근하겠냐? 좀 불친절하고, 몸에 문신도 하고, 그래야지.
듣고보니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들에게 영업 당하려면 미래가 없어야 한다.
“참고할게.”
-고분고분하니까 내가 다 이상하네, 약은 내가 영업하는 놈들 누군가 한 번 슬쩍 알아볼게.
“간접적으로만, 너무 깊숙이 개입하지 마.”
-알았다. 알았어.
*
다음날, 해수는 팀장에게 황장수의 조언을 전달했다.
딱
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극히 동감했다.
“그거네, 맞네 맞아, 니가 임마 너무 맛있게 해서 문제잖아! 소문 듣고 강진시 저 반대편에서 찾아왔잖아!”
“죄송합니다.”
팀장이 막내의 팔뚝을 찰싹찰싹 때렸다. 근육이 우람하여 티도 안 난다.
“이제 아예 메뉴를 바꿔, 떡볶이랑 어묵 잔치국수 이거 세 개 다 너무 무난한데 무난해서 평타 이상인 거야.”
“하지만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음... 그래! 이렇게 하자, 포장마차면 튀김이지, 어묵도 튀기고 떡볶이도 튀겨! 다 튀겨버려! 양념은 그냥 초고추장 써!”
“예 알겠습니다!”
“메뉴도 없애, 그거 딱 두 개만 해, 니네 둘 다 문신도 좀 하고, 그거 잘 지워지는 거 있던데, 오갱 니가 사와.”
-헤나? 맞나? 아무튼 접수
헤나는 용문신같은 것은 구하기가 쉽지 않아 뱀이나 장미 따위를 인터넷으로 구매하여 붙였다.
팀장 말을 따라 메뉴도 깔끔하게 튀김떡볶이와 튀김 어묵 두 개만 걸어놓았다.
전에 막내의 인사를 받고 깜짝 놀랐던 여성 두 명이 또 찾아왔다.
“어, 여기 떡볶이 맛있어서 왔는데... 안 팔아요?”
“안 팝니다.”
“에이... 그럼 튀김떢볶이 주세요.”
튀김떡볶이에 초고추장 양념을 따로 종지 그릇에 담아 주자, 그녀들이 그것을 찍어 먹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무슨 맛이지?”
“트,특이하네.”
팀장의 뜻대로 메뉴가 바뀌자 손님이 확 줄었다. 해수도 막내도 그제야 한시름 놓고 제대로 된 걱정을 했다.
“선배님, 언제까지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2주, 2주 동안 안 오면 그만 둬야지.”
해수의 말에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한 달, 한 달만 버티자, 그 새끼들 이거 아니면 잡을 도리가 없다잖아, 지금 강력 3팀도 얘네 조사 중인데 뭐 걸리는 게 없대.”
“음... 알겠습니다.”
손님이 너무 없어서 지루할 때쯤, 한 여인과 아이가 들어왔다.
“어서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여기 앉자.”
“웅, 떡볶이... 어? 떡볶이 없어요?”
열 살 남짓한 남자아이가 묻자 막내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없어, 튀김떡볶이 있어.”
“애들이 여기 떡볶이 맛있다고 해서 온 건데...”
“엄마가 해준다니까, 가자.”
“엄마가 해준 거 말고 여기꺼 먹고 싶단 말이야, 친구들은 다 여기서 먹어봤다는데...”
아이가 시무룩해하자 해수와 막내의 눈이 마주쳤다. 해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막내가 마주 끄덕이고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아저씨가 해줄 테니까.”
“정말요? 아싸 신난다!”
“아이고, 안 그래주셔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한가해서.”
튀김으로 종목 변경하자는 팀장도 구석에서 피식 웃으며 그 훈훈한 광경을 보았다.
막내가 금세 떡볶이를 해서 주었고, 아이는 한 입 먹고는 엄지를 추켜올리며 좋아했다.
“진짜진짜 맛있어요!”
“하하”
그때, 오갱의 무전이 들려왔다.
-덩치 셋, 덩치 셋, 이번엔 진짜 심상치 않다. 들어간다.
오갱의 무전이 들리기가 무섭게 덩치 사내 세 명이 비닐문을 찢듯이 거칠게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왔다.
카악- 퉤!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다. 해수는 물론 막내도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은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그 중에 막내로 보이는 사내가 턱을 들고 해수와 막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야, 여기서 제일 잘하는 거 하나 가져와봐라.”
“튀김떡볶이 3인분 드리겠습니다.”
“형님, 튀김떡볶이랍니다.”
“저기 애새끼는 떡볶이 먹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아야, 저 애새끼가 먹는 그냥 떡볶이 내와라.”
“...예.”
애새끼라는 말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러나 엄마도 아이도 그들의 무서운 기운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
떡볶이를 내어줬는데 그들은 먹는둥 마는둥하면서 해수와 막내를 관찰했다.
“엄마도 먹어, 엄마꺼 남겨놨어.”
그때 아이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덩치들이 무서워 작은 목소리지만 포차가 조용했기에 잘 들렸다.
고작 떡볶이 두 개를 남겨놓고 먹으라고 한 것이다. 그래도 그 정성이 갸륵하여 엄마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냐, 엄마는 안 먹어도 돼.”
“엄마도 떡볶이 좋아하잖아.”
“괜찮아, 승후 다 먹어.”
“아싸.”
아이는 두 개를 금세 먹어치우고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나 이거 또 먹으면 안 돼?”
“오늘 1인분만 먹기로 했잖아, 이제 그만 가자.”
“아... 또 언제 먹을 수 있어?”
엄마는 조용히 손가락을 세며 계산했다.
“열 밤만 자고, 그때는 엄마도 승후도 마음껏 먹자.”
“힝, 열 밤을 어떻게 기다려!”
아이가 약간 칭얼대었고, 그 소리에 덩치들 중에 가장 무게를 잡던 놈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땅그랑!
떡볶이 접시가 한 바퀴 돌아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씨팔! 진짜! 밥맛 떨어지게 겁나게 칭얼대는 구만, 그지 새끼들도 아니고, 어?!”
엄마와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다급히 숙였다.
“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후에엥...”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것도 무서워서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울었다.
하지만 덩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면 다여? 기분 드럽게 만들어놨으면 기분 좋게 바꿔야지, 아야, 그렇게 쳐먹고 싶으면 이거 먹어, 그럼 아저씨가 니 엄마 봐줄게.”
“흡, 흐응, 흡...”
애가 무서워서 뒷걸음질만 치자 덩치가 더욱 인상을 사납게 쓰며 엄마를 쳐다보았다.
“아니면 엄마가 쳐먹든지, 그지새끼답게 기어와서, 아님 뒤지게 맞든가.”
엄마가 아이와 바닥에 떨어진 떡볶이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고민하는 눈빛, 그러다가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었을 때쯤.
철썩-!
어디선가 걸레가 날아와 덩치의 얼굴에 딱 붙었다. 그 모습에 부하가 덜덜거리며 걸레를 그의 얼굴에서 떼내었다.
덩치가 분노에 입술을 떨며 뭐라 말하려는 순간, 다른 중저음의 목소리가 그의 말을 막았다.
“어,어떤-”
“닦아.”
“뭐, 뭐?”
“닦아,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