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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89화 (89/255)

삽시간에 창문이 깨지고 사람이 들어왔지만 혼란은 잠시 뿐, 이들은 프로였다.

창문가에 앉아있던 여자가 칼을 들어 하루에게 뻗었다.

하루는 살짝 고개를 틀어 칼을 피하고 여자의 팔을 반대로 꺾어 자기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쇄골에 칼을 찌르게 만들었다.

푹 끄득-

“아악!”

조수석에 있던 남자가 칼을 들고 넘어온다. 가장 안쪽에 안서은 옆에 있는 남자도 하루에게 다가왔다.

우드득

“꺄윽”

하루는 여자의 새끼 손가락을 꺾어 칼 손잡이를 놓게 하고 그 칼을 뽑으며 그녀를 조수석 쪽으로 밀었다.

그러고는 안쪽으로 한 바퀴 구르며 다른 남자에게 다가가 칼로 발등을 찍었다.

콱!

그 찰나에 발을 뒤로 빼서 발끝만 찔렀다. 남자는 신음도 내지 않고 하루의 어깨를 찔러왔다.

슥 슥 캉 캉

하루가 남자의 칼질을 두 번 피하고 두 번은 칼날을 부딪혔다. 그 사이 뒤에서 다른 남자가 지척에 다다랐다. 양쪽에서 협공을 당할 위기.

남자가 다시 칼을 뻗었을 때 하루도 반 박자 느리게 칼을 뻗었다.

츠즈즈즈-

남자의 칼과 하루의 팔이 아슬아슬하게 교차한다. 하루의 옷이 찢기며 팔이 길게 베였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고 칼을 계속 뻗었다.

푹-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하루의 칼 끝이 남자의 겨드랑이를 정확히 찌르고, 경직된 사이 뒤로 넘어가며 옆구리를 베고 목을 두 번 찔렀다.

슥 픽 픽-

“커,컥”

치이이익-

남자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옆 창문에 길게 뿌려졌다.

하루가 그의 등을 발로 차 가까이 오는 남자에게 보냈다. 남자는 이미 전투능력을 상실한 동료를 귀찮은 듯이 거칠게 옆으로 치우고 하루에게 무섭게 덤벼들었다.

훙- 팍 팍!

하루와 남자는 의자를 사이에 두고 칼을 교환했다. 하루가 아래로 살짝 몸을 숙이자 그가 더욱 가까이 다가오며 팔을 쭉 뻗어 의자 아래로 칼을 휘둘렀다.

푹!

“끄읍!”

아래로 향한 칼은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손목에는 하루의 칼이 관통해 있었다.

우득

하루는 칼을 뽑지 않고, 남자의 손가락을 꺾어 그가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그의 팔을 길게 그었다.

츠즈즈즈-

살이 쩍 벌어지며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남자가 다른 손을 휘두르자 그 손마저 잡아 교묘하게 꺾고 칼로 손등을 마구 찔렀다.

푹푹 푹!

손등에 세 번, 팔꿈치에 한 번, 마지막에는 턱에 칼을 꽂았다.

비명을 지르려고 벌리고 있는 입 안에 칼날이 관통된 것이 보였다.

그러나 목 신경이 끊어지거나 뇌가 관통당하지 않았으니 아직 움직임이 남아있다. 칼을 뽑아 마무리를 하려는데 운전석 쪽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하루는 다급하게 칼로 그것을 쳐냈다.

탱-!

송곳처럼 생긴 암기다. 또 하나를 던지자 하루가 몸을 틀어 피하고 앞으로 쏘아지듯이 튀어나갔다.

그렇게 운전석에 거의 다다랐을 때.

끼이이익-!

운전하는 남자, 그들의 조장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미 생각했던 수였는지 안전벨트까지 단단히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매우 빨리 달리고 있었기에 가벼운 하루의 몸은 힘없이 앞유리를 깨부수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콰장창!!

하루는 밖으로 튕겨나가 도로를 수십 바퀴 구르고 나서야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봉고차와 마주 섰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여전히 피 묻은 칼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부아아앙!!

조장은 액셀을 최대치로 밟으며 무서운 속도로 하루에게 달려들었다. 하루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오히려 차를 향해 마주 달렸다.

“미친 년이, 뒤지려고 환장을 했구나!”

조장은 속도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하루 역시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대로 맞부딪히면 하루의 몸만 산산조각이 날 게 뻔했다.

서로 충돌하기 직전, 하루가 바닥을 강하게 박찼다.

후웅-

그녀의 몸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정확히 깨진 창문 안으로 몸이 쏙 들어가며 깨진 유리가 그녀의 레깅스를 길게 찢는다.

스걱-

동시에 하루의 손에 들려있는 칼이 조장의 검지 손가락을 자르고 경동맥을 정확히 베었다.

쿠우웅!

하루의 몸은 그대로 빠르게 날아가 뒷좌석에 강하게 부딪혔다.

“컥, 커억”

차가 달리는 속도와 하루가 달려오는 속도가 더해진 강력한 베기다. 조장의 목은 아가미처럼 쩍 벌어져 피를 울컥울컥 쏟아냈다.

그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돌아보려다가 쓰러졌다. 동시에 핸들이 확 꺾였다.

끼이이익-

차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한다. 반대편에서 커다란 트럭이 다가온다.

하루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간다. 그녀는 뒤쪽에 안서은을 보았다가 앞에 마주 오는 트럭을 보고는 한계를 넘어선 몸을 이끌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간신히 손을 뻗어 핸들을 다시 반대편으로 확 꺾었다.

끼이익- 쾅!

정면충돌은 막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뒤꽁무니를 트럭이 박은 것이다. 차체가 크게 흔들리며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쿠당탕탕!

봉고차가 뒤집히며 두 바퀴를 구르고 반대편 가드레일을 박고 나서야 멈추어 섰다.

끼이이익- 끼이익

빠아앙 빠앙 빠앙!

큰 사고에 양쪽에서 오던 차들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경적소리가 도로에 시끄럽게 울렸다.

위잉 위잉 위잉!

거의 동시에 검은 승용차 몇 대와 순찰차 몇 대가 도착하여 사람들이 내려섰다. 경호원들과 경찰들이다.

그들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봉고차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쿵 쿵 콰직-

그때, 봉고차 트렁크가 열리며 가느다란 발이 튀어나왔다.

끼긱 끼긱

그곳에서 엉망이 된 하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뚝거리며 걸어 나오는 그녀의 두 손에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서은이 들려 있었다.

“대표님!”

“대표님!!”

경호원들은 앞다투어 달려가 하루에게서 서은을 빼앗았다. 하루는 복잡미묘한 눈으로 눈을 감고 있는 서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 누군가가 다가와 섰다.

그 그림자와 익숙한 향에 하루는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다쳤잖아.”

하루가 고개를 돌려 그 무거운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괜찮습니다.”

해수는 속상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나한테 전화부터 해.”

하루는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

경찰들이 봉고차 안을 확인했을 때, 남자 세 명은 이미 시체가 되었고, 맨 처음에 쇄골에 칼이 박힌 여자는 팔다리가 부러진 채 숨을 옅게 쉬고 있었다.

한 명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해수는 하루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온 몸에 타박상을 입고, 팔과 갈비뼈가 부러지고 발목도 인대가 늘어났다.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다행히 촌각을 다투는 심각한 상처는 없었다.

한 발짝 멀리서 상처를 치료 받는 하루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그때, 병원 안쪽이 시끌시끌해졌다.

검은 정장을 입은 무리 가운데에 환자복을 입은 안서은이 살짝 비쳤다.

그녀는 병원 슬리퍼를 신고, 응급실 안을 정신없이 둘러보다가 한 번에 눈에 띄는 해수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그 앞에 있는 하루를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왔다.

“하루씨!!”

경호원 무리를 뿌리치며 다가와 하루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는 그녀의 눈시울은 붉게 변해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내가 칠칠치 못해서...”

“아닙니다. 제 탓입니다.”

“아니에요. 제가 더...”

“아닙니다. 정말로 제 탓...”

그녀들은 서로 자기 탓을 하며 서로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보듬었다.

*

강진서 강수대 본부.

팀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병원 시시티비를 확인 중이다.

청소부로 위장한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경호원 김실장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계단에서 돌려차기로 강실장을 기절시키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날라다니네 아주, 뭐 무협이야? 이런 애들 네 명을 그... 제수씨가 혼자 싹 다 처리한 거야?”

해수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정정했다.

“제수가 아니라 하루입니다.”

“그거나 그거나, 돌격이랑 같이 살면 원래 이렇게 되는 건가? 나도 거기서 며칠 살아도 돼?”

“안 됩니다.”

“쳇, 이쁜 여자는 되고, 배 나온 아저씨는 안 되고?”

팀장의 말에 오갱이 끼어들었다.

“형님 당연한 거 아니야,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그때 혼자 동떨어져 있던 막내가 외쳤다.

“이 사람들 다 등록된 회사에 전화 돌렸는데 이름은 등록되어있는데 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들 모두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서 조회해봤는데, 각자 직업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달랐다. 가짜신분인 것이다.

하나같이 지문은 다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전문가들이네.”

“느낌이 쎄하네, 이거 뭔가 그때가 떠오르는데.”

“레드문.”

“그래! 레드문 그 실장 새끼들!”

해수는 미간을 좁히며 그들을 신원조회한 모니터를 보았다.

‘11호가 있던 그 회사 출신이라는 건데, 그들이 안서은을 왜? 하루 때문에?’

해수는 겉옷을 낚아채며 몸을 돌렸다.

“잠시 병원 다녀오겠습니다.”

“제수씨 보러 가냐?”

막내가 벌떡 일어섰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넌 빠져, 일루와, 바빠 죽겠구만.”

막내가 따라나서려다가 오갱에게 뒷덜미를 붙잡혔다.

*

삐 삐 삐 삐-

1인 중환자실, 핏기가 하나도 없는 여자가 가만히 누워있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있는 형사를 힐끔거리다가 한 손을 간신히 움직여보였다.

“왜, 왜, 할 말 있어요? 여기, 이거 쥐고, 여기에 써요. 쓸 수 있겠지?”

형사가 재빨리 그녀의 손에 볼펜을 쥐여주고, 각티슈를 들이댔다. 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움직였다.

-안서은

“아... 이 분을 불러달라고? 음, 일단 알겠어요. 잠시만요.”

형사가 안서은의 경호팀에게 전달하려고 나오다가 하루와 마주쳤다.

“아, 그, 엄청난 경호원님... 어, 몸은 괜찮아요?”

“네, 저 잠시 저 여자와 말 좀 나눠도 될까요?”

“네, 그래요. 말씀 나누세요.”

형사의 허락을 받고 하루와 여자 단 둘이서만 대면하게 되었다.

하루는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회사에서 안서은님을 왜 노리는 거지?”

하루의 말에 여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각티슈에 글씨를 썼다.

-너 누구야

하루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의 존재를 아직 모른다. 자신 때문에 안서은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안서은 자체를 노린 것이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11호가 실패한 것을 보고도 진행한 것을 보면, VIP의 명령이었나?”

11호에 이어서 VIP라는 호칭까지 나오자 여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하루를 보았다.

-너도 회사 출신이구나

“너희같은 쓰레기들 취급 하지 마, 난 너희를 오랫동안 쫓고 있는 사람이야.”

여자의 눈동자가 하루에게 고정된 채 가만히 있다. 마치 지금 말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라도 하듯이.

그러다가 가슴을 한 번 들썩이며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다시 글을 썼다.

-안서은, 그 경찰 돕지 마, 경고.

하루는 그 문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각티슈를 들고 일어섰다.

이 이유였다. 이들은 경고가 목적이기에 자신에게 순순히 알려준 것이다. 납치는 실패했어도 VIP의 경고가 절반은 먹힌 거니까.

“여기서 뭐해.”

“집주인님.”

하루는 병실에서 나오다가 해수와 마주쳤다. 하루는 잘 됐다 싶어 그에게 방금 알아낸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회사가 신해수와 안서은을 눈여겨 본다는 것, 이렇게 물리적인 위협도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안서은에게 경고를 하려 했다는 것을.

하루는 해수에게 알려주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아서 이런 이야기도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그럼... 적어도 나와 안서은씨의 행보가 그 VIP라는 놈인지 놈들인지에게 거슬린다는 뜻이네.”

해수의 눈이 반짝였다.

오래전에 유마담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목줄이 끊어졌으니 주인이 나서겠지.’

그들이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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