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84화 (84/255)

고통에 신음하던 그가 신해수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날 잡는다고 멈출 수 있을 것-”

해수는 주먹으로 그의 턱을 가격하여 기절시키고, 뒤돌아서 피해자부터 살폈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에 미래시로 봤을 때 놈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 아마도 다량의 수면제를 먹였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서은씨, 정신이 드십니까?”

“아...”

해수는 그녀의 팔과 발목을 묶은 줄을 풀어주고 최대한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

“경찰입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눈동자를 움직여 해수를 보았다가 눈꺼풀을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해수는 그녀를 재빨리 받았다.

┗개이득?

┗시바 경찰 나쁜손 보소

┗존나 부럽네

┗나도 경찰할까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공포는 남아있는 듯했다.

해수는 그녀를 두 팔로 들고 보일러실 문을 열었다. 앞에는 방금 도착한 오갱이 있었다.

“너 뭐야, 어떻게 먼저 와 있어?”

“이서은씨입니다. 구급대원에게 넘겨주십시오.”

“어, 그,그래.”

“저는 잠시 할 일이 남아서.”

“그래, 살살... 아니, 쎄게 해라.”

오갱이 다시 돌아가는 사이, 막내가 헐레벌떡 옥상 문을 열고 왔다. 옥상 문을 보니 아예 용접을 해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해수는 막내와 눈을 마주치고는 돌아서서 보일러실 문을 닫았다.

옆으로 쓰러진 휴대폰에는 여전히 실시간으로 채팅이 수십 개씩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해수가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와 마주했다.

┗와ㅅㅂ 깜짝이야

┗면상 보소

┗ㅅㅂ 면상만 봐도 지리겠네

┗아 좀 부담스러운데

┗잠깐, 이 사람 경찰이라며,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되냐?

해수는 그들과 얼굴을 마주한 채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정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여기 들어와 있냐”

-예, 싹 다 체크 중입니다.

“그래, 이서은씨 살인미수 방조한 사람들을 가만 두면 안 되지, 이 사람들도 잠재적 살인마다.”

┗어?

┗응?

┗아니 나는

-야불로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진상선수님이 퇴장하였습니다.

-붕신을보면짖는게님이 퇴장하였습니다.

┗아쉬팔 타이밍 놓쳤다

-타이밍모르는타자님이 퇴장하였습니다.

“이제 꺼도 되나”

-예, 싹 다 저장했습니다.

“그래.”

해수는 방송을 종료하고 돌아섰다. 기절했던 놈이 어느새 눈을 뜨고 벽에 등을 기댄 채 씨익 웃고 있다.

“헤,헤헤헿, 나도 알고 있었어, 언젠가는 나도 심판당할 거라는 걸...”

해수는 쪼그려 앉아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물었다.

“다른 피해자들은 어떻게 했지?”

“알고싶어? 역시, 경찰이건 뭐건 인간은 인간이야, 궁금하지?”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는커녕 알려주고 싶어 안달인 얼굴이다.

“궁금해.”

“그래, 알려줄게, 먼저 그 더러운 타자를 친 손목을 잘라냈어, 손가락 하나씩 자르려고 했는데, 그건 이미 어떤 새끼가 했더라고, 겹치면 별로잖아, 그래서 손톱 뽑기도 해봤는데 그건 너무 약해서 손목 자르기로 했지.”

그의 표정이 연신 즐겁다.

“그리고”

“그리고 뭐, 익명성에 숨어서 하는 짓이니, 평생 익명 되라고 얼굴가죽을 벗겨버렸지, 의미 좋지 않아?”

“좋네.”

해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손으로 그의 두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얼떨결에 깍지를 낀 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나 이런 취향 아닌데?”

우드득

“끄아아악!!”

그의 손가락을 모두 손목이 닿을 때까지 뒤로 꺾고, 깍지를 풀어 놈의 손가락을 빨래 짜듯이 비틀었다.

으드드득-!

“어,끄이어어-”

놈의 손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뼈가 다 으스러지고, 살가죽을 찢고 튀어나온 뼈도 보였다.

“이 다음에 뭐였더라.”

“아,아,사,살려...”

“그래, 얼굴가죽”

해수는 그의 뒷목을 단단히 붙잡고 서슴없이 얼굴을 콘크리트 벽에 박았다. 그러고는 벽에 붓칠하듯이 위 아래로 얼굴을 갈았다.

으즈즈즈-

*

보일러실 문 앞, 덩치 큰 근육몬 막내가 팔짱을 껴고 우뚝 서 있다. 다른 형사들과 대치 중이다.

-아아악!! 끄어억!!

“야야! 뭐하는 거야? 안에 뭔 일인데?”

“검거 중입니다.”

“검거면 우리가 도와야지!”

“여기 계시는게 돕는 겁니다.”

“아니, 좀 비키라고! 야 이거 무슨 바위도 아니고”

끼익-

그때, 해수가 보일러실 문을 열고 나왔다. 한 손에는 얼굴이 너덜너덜해진 범인이 붙들려 있었다.

“아잇 깜짝이야!”

“허,헐...”

“얼굴이 완전 갈렸네, 저게 얼굴이야 뒤통수야”

해수는 말없이 그를 끌고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막내가 따라갔다.

*

놈은 자신이 살해한 것이 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박혀 있기 때문에 편리한 점도 있었다. 취조할 때 자랑하듯이 나머지 피해자들의 시체가 있는 장소를 술술 불었던 것이다.

[공개 처형 너튜버. 희대의 관종 검거되다.]

-....현재까지 6명을 살해하고 녹화한 것으로 확인되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와 미친 ㅅㅍ... 그게 진짜였다고?

┗나는 노이즈 마케팅 영화인줄

┗나 저거 친구가 보내줘서 봤었는데 ㅡㅡ

┗존나 소름끼친다

┗살다살다 저런 사패는 처음 보네

┗그래서 또 누가 잡았다?

┗이정도면 코난 수준 아니냐? 어떻게 이렇게 큰 사건들을 달고 사냐? 딱 말해 신형사

┗형사 얼굴은 나오고 범죄자 얼굴은 가리는 인권보호 ㅈ되는 개한민국 므찌다!!!

너튜브, 요즘은 TV보다 너튜브를 더 많이 본다고 할 만큼 대중적인 매체에서 생방송을 했던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사람들에게도 큰 이슈가 되었다.

경찰서에서 구치소로 인계될 때,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놈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도 너튜브에 떠돌게 되었다.

-여섯 명을 잔혹하게 살해하셨는데, 반성은 하십니까?

-저로 인해서,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조금 더 아름다운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인터넷 문화를 깔끔하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닌가요?

퍼벅 퍽 퍽!

그는 그 발언 후에 달걀 세례를 받았다.

이서은씨의 본명이 거론됐음에도 ‘빨리 죽여라.’,‘너를 응원한다.’ 따위의 채팅을 친 사람들은 사이좋게 강진경찰서 강수대 본부에서 정모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서은씨는 자신이 악플을 달다가 표적이 된 이유때문인지, 그들과 합의로 원만하게 끝을 맺었다.

모든 일을 끝마치고, 해수는 이번 사건의 숨은 MVP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뭔 일 터진 건 아니죠?

“아니야.”

-휴... 그렇군요. 신형님한테 전화 오면 항상 급박한 건 뿐이라서

“미안하게 됐다.”

-에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하죠, 제가 얼마나 뿌듯한데, 이번 그 미친 사이코패스 관종놈은 좀 빡셋지만, 그래서 더 뿌듯했어요. 저 이번에 일 많이 했잖아요.

“맞아, 네 덕분이 크다. 의뢰비 보냈으니까 어머니랑 같이 소고기라도 사 먹어라.”

-오... 얼마나 보내셨길래 소고기 얘기를 하실까? 아무튼 감사합니다.

“세금신고 잘 하고.”

-예예 알겠습니다아~

정영수는 해수를 무서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고등학생이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맞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오히려 하루를 더 무서워한다.

***

충남지방경찰정, 청장실.

청장은 추진력 하나로 이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전국 현장에 간이 방검복 보급 제안안을 불같이 밀어붙였다.

그러나 시원한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일단 현재 지방청 예산으로 자체 제작하여 강진시에 먼저 보급 후, 2년간 경찰 부상률이 얼마나 줄어드나 보고 위에서 예산안을 국회에 올리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아후... 아니 경찰 살리겠다는데, 생명과 직결되는 일인데 그렇게 돈 아낄 일이야? 하여튼 돈이 돈 낳거나 표 낳는 일 아니면 예산 받아내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니까, 이참에 국회로 나가?”

청장이 바나나 우유를 한 손에 들고 벌떡 일어나 당장이라도 국회로 뛰어갈 것처럼 행동을 취했다.

자주 보았는지 이실장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 잠시...”

이실장이 휴대폰을 보이며 허락을 구했고, 청장은 여전히 뛰쳐나가기 직전의 자세 그대로 손을 휘휘 저었다.

이실장이 전화를 받으며 청장실 밖으로 나갔다가 금세 밝은 얼굴로 들어왔다.

“청장님!”

“뭐야 뭐야, 무슨 일이야? 그렇게 당당한 목소리로 날 부른 거면 엄청 좋은 일인데?”

“맞습니다! 국회에서 오성주 의원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답니다. 최소 충남 보급은 금세 통과될 것 같습니다.”

“어? 오성주 의원? 왜 그러지? 나랑 말 한 마디 안 섞어본 사람인데...”

“딸이 경찰 지원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그것때문 아닐까요?”

“아... 그런가보네, 이야, 그 딸 누군지 몰라도 큰 일 하네.”

*

기업은 세상 돌아가는 길에 기민해야 한다.

안서은은 오늘도 사무실에서 기사를 둘러보며 강실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충남경찰청장이 직접 나서서 추진 중이고, 오성주 의원을 필두로 청장의 제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신해수씨가 제작 의뢰해서 같은 서 형사들한테 보급까지 했다고요? 그것도 사비로.”

“네.”

서은은 다리를 꼬고 검지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해수씨는 정말... 이럴 때 써먹으라고 계약 맺은 사이인데, 이거 우리가 만들죠.”

“간이 방검복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아니, 그 인간 말고, 우리가 직접, 적당한 공장 인수해서,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되잖아요.”

대성물산을 가지고 있는 배다른 오빠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빚을 지우기는 싫었다. 빚이 있으면 언젠가 두 배 세 배로 받아내는 것이 기업인이다.

“예, 공장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해수씨를 만나서 자세히 얘기를 해봐야겠군요.”

“뭐를 말씀이십니까?”

“방검복 어떻게 제작하게 됐는지, 어디에 제작 의뢰를 맡겼었는지.”

“그건 전화로 물어봐도 되지 않습니까?”

강실장의 당연한 말에 서은의 눈빛이 사납게 돌변했다.

“이렇게 중요하고 복잡한 일을 어떻게 전화로 물어봐요? 당연히 만나야죠.”

“...네, 맞습니다.”

*

한적한 카페, 신해수와 안서은 단 둘이서 마주보고 앉아 있다. 하루는 대성 가드로 출근했고, 강실장은 다른 테이블에서 대기 중이다.

서은은 간단하게 하얀색 블라우스에 바이올렛 스커트를 입었는데도 특유의 여배우 포스에 카페 내에 있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둘이서만 본 건 처음이네요?”

해수가 검지를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대성병원에서도 보았습니다.”

“에이, 그건 잠깐이고, 약속 따로 잡고 본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방검복에 대해 관심이 있으십니까?”

서은이 은근한 눈빛으로 해수를 바라보며 작게 입술을 열었다.

“네, 관심 있어요.”

“그렇군요. 최근에 청장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좋은 소식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해수의 진지한 눈빛에 서은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네 들었어요. 근데 그런 거 도와준다고 저희 써먹으라는 건데, 왜 사비로 만들었어요?”

“돈 많은 사람 협박할 때 대성의 이름을 써먹는 건 도움이 되지만, 무언가를 받거나 합의금을 치르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음... 그래요. 그렇네요. 여차하면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쌓아올린 해수씨와 경찰이 이미지가 대성과 함께 나락으로 갈 수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네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적들이 없는 얘기 지어내기 딱 좋은 관계이기도 합니다. 우리 관계.”

서은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해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싫어요?”

“싫지는 않습니다. 안서은씨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파트너... 그래요. 고마워요.”

“그런데, 제작 관련해서는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구실장 번호를 드릴테니 그와 말씀을 나눠보시지요.”

해수는 그녀에게 구세주 실장의 번호를 넘겼고, 그 자리에서는 얼마 있지 않아 일어났다.

안서은은 해수와 작별인사를 하고 차를 탔다.

“구실장에게 갈까요?”

서은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화로 물어보면 되죠.”

“네? 이건 왜?”

“구실장님도 바쁘실 테니까, 배려 차원이죠.”

“네, 그렇군요.”

강실장은 그러려니 하고 차를 몰았다.

*

빌딩숲이 내려다보이는 회의실.

깔끔한 인상의 중년인은 통유리너머 짙게 깔린 어둠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때 얘기 나왔던 그 형사의 뒤를 기업이 봐준다고요?”

“대성 E&M의 안서은 대표이사입니다.”

뒤에 있는 사내의 대답에 중년인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내가 그걸 몰라서 묻는 걸로 보이나봐요?”

“죄송합니다. 관리하겠습니다.”

< #84. 관종의 최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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