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83화 (83/255)

신해수는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3시간, 영상을 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조회수가 정말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해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무전기를 들었다.

“일단... 12시 전에 놈을 찾아야겠네요.”

-그야 그렇긴 한데...

해수도 팀장도 알고 있다. 지금 상태로 3시간 안에 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래도 해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피해자 김헤은씨 시체 찾았습니다.”

-시체... 그래, 알았다. 일단 놈부터 찾자.

“예.”

해수는 전화를 끊고, 이 안에 무슨 단서가 있을지 몰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때 전화가 다시 울렸다. 정영수다.

-보셨습니까?

“방금 봤다.”

-얘 진짜 관종이네요. 동영상은 막았죠?

“곧 막힐 거야.”

-막으면 분명 다른 계정을 파겠죠, 이미 만들어놓은 계정으로 올리거나, 얘 우회 아이피 파보면 수백 개로 나뉘는데, 그중에 놈이 동일한 곳에서 또 올린다는 가정하에 두 개의 계정 아이피가 중복되는 곳이 그놈의 위치거든요.

“놈을 찾을 수 있다고?”

-그놈이 지금 동영상 올린 곳이랑 생방송이랑 둘 다 같은 장소라면요.

“그러면 생방송이 뜨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건가?”

-...일단 최대한 찾아봐야죠.

“그래.”

생방송을 시작했을 때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너무 늦다. 그 전에 찾아야 한다.

이미 시간이 예고되어 있기에 이보다 더 급박한 사건은 없었다.

강수대는 강진서 형사들과 순마의 지원을 받아 지정동에 이서은 실종자와 관련된 곳은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김헤은씨는 다니던 독서실 지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로 미루어보아 이서은씨가 자주 들르는 곳에서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해수의 말을 토대로 이서은의 생활반경에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동영상은 사이트의 협조를 받아 진작에 내렸지만, 화젯거리 전문 너튜버들이 마치 기자들처럼 득달같이 달려들어 놈이 올린 영상들의 진위여부를 분석하는 영상을 올렸다.

사람들은 마치 12시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는 것만 같았다.

강수대는 이서은이 집에서 회사로 가는 루트에 있는 시시티비를 수거하여 분석했다.

해수는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8배속으로 분석 중이다.

해수가 스페이스를 눌러 멈춘 화면에는 몇 시간 전에 한 남자가 이서은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뿔테, 통통한 얼굴, 입술은...”

마스크를 써서 입은 안 보이지만, 정영수가 보내준 사진과 외관이 매우 비슷했다.

“7번에 이 사람 지나갔는지 확인해봐, 19시30분”

“예 선배님!”

해수의 말에 막내가 재빨리 7번 시시티비 파일을 켜서 확인했다.

“26시 편의점에서 역전 방향으로 꺾었습니다.”

“그럼, 11번인가?”

“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해수는 막내와 함께 남자의 행방을 추적했다. 그는 시시티비를 의식하지 않는 건지 추적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의 마지막 목적지는 지하철이었다.

“음...”

지하철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하철 시시티비도 확인했지만 타는 모습은 보이고, 다시 내리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이 사람이 아닌가...’

얼굴 윤곽이 비슷한 정도이니 아닐 수도 있다. 가능성은 항상 열어놓는 거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서은은 집으로 가는 방향에 그 남자와 스친 뒤에 집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녀의 집 근처는 하필 시시티비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다.

주변에 세워진 차 몇 대가 있었는데 시동이 꺼지면 블랙박스도 꺼지게 만들어놔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예 나가지 않았을 수도, 다른 길로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너무 많고, 좁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해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미치겠군.”

해수의 반응에 팀장이 고개를 들었다.

“너도 그렇냐? 나도, 넌 진짜 신기하다. 8배속으로 뭐가 보여?”

“급하니까, 대충 확인해보는 겁니다.”

“그렇긴 하지, 아 젠장, 이제 두 시간도 안 남았다. 빨리 특정해서 집중적으로 뒤져봐야 해, 다들 30분만 보고 장소 특정해봐.”

“예 알겠습니다.”

그때 오갱이 어딘가와 통화를 하다가 전화를 끊고 손을 들었다.

“친구랑 연락 닿았다! 이서은씨 행동반경에 코인노래방 추가!”

그녀는 꽤 단순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회사, 집, 회사, 집, 가끔 혼자서 코인노래방이 다였다. 친구도 만나는 일이 거의 일년에 한 번밖에 없다고 한다.

“오케이, 여기 강수대, 실종자 탐색지 코인노래방 추가”

순찰차와 형사들은 코인노래방과 그녀의 집 근처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우리도 나가자.”

“옙!”

“나도, 형님 부탁해.”

“이새끼 꼭 잡아라.”

해수와 막내, 오갱도 강수대 본부에서 나와 탐색을 나섰다. 팀장은 본부에 남아 상황실 역할을 했다.

오갱은 강력팀 형사 한 명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갔고, 해수는 막내와 함께 가장 먼저 이서은의 집으로 갔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원룸이다. 그녀의 성격이 보이는 듯하다.

“방이랑 어울리지 않게 담배는 피나봅니다.”

막내가 담배 케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게.”

“근데 집에서는 안 피웠나 봅니다. 냄새가 하나도 안 납니다.”

“밖에서 폈나보지, 후... 나가자.”

“옙.”

뭐라도 나오기를 바랐지만 아무런 힌트도 얻지 못했다.

이제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해수는 더욱 초조해졌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보는 미래시가 보이기를 바랐지만 되지 않았다. 어쩌면 한 시간 후에 죽지 않아서 안 보인 걸 수도 있다는 헛된 희망도 떠올렸지만, 가능성은 적다.

-순넷 없습니다.

-순 열하나 없습니다.

-이백하나 없습니다.

-이백셋도 허탕...

경찰들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탐색을 마쳤지만, 허탕이고, 시간은 촉박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해수도 막내와 함께 탐색을 하다가 도로 중앙에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언가 놓친 것이 있다.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놈은 피해자를 옮기지 않는다. 아직 지표가 한 명밖에 없지만, 시간이 없으니 가능성이 높은 쪽에 도박을 걸 수밖에 없다.

주변에는 없다. 집에도 없고, 코인노래방도, 집 밖으로 나간 모습은 확인되지 않는다.

시간은 거의 다 되었다. 답답하다.

“선배님, 어떡합니까?”

“집, 집이 가장 유력한데...”

그때 팀장의 무전이 들려왔다.

-떴어, 라이브 켰다. 이 새끼

해수는 재빨리 휴대폰으로 너튜브를 켰다. 용의자가 정영수의 말대로 다른 계정으로 라이브를 올렸는데, 어떻게 알고 사람들이 벌써부터 엄청나게 찾아오고 있다.

주변은 매우 깜깜하고, 작은 LED 불빛 하나만이 그 장소를 밝히고 있다.

이서은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눈을 가린 채로 의자에 묶여있다. 몸이 축 처져 있는 것이 기절한 듯 보였다.

[안녕하세요. 집행자입니다. 계정이 막혀서 새로운 계정으로 라이브를 시작합니다. 이 여자는 이서은이라는 젊고 예쁜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아주 추악하고 더럽죠, 먼저 이 년이 최근에 올린 댓글들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신을 집행자라 소개한 용의자는 전처럼 우는 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가 화면에 이서은이 썼던 댓글들을 띄웠다.

사람들의 실시간 접속 수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누가 접속했다는 알림이 도저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와 미친, 저 댓글이 저 년이 쓴 거라고?

┗존나 나도 ㅁㅈ커뮤에서 상주중인 게이인데 저 지랄은 안 한다

┗뒤져도 싼 년이네

┗미쳐따...

사람들은 그가 띄운 댓글을 보고는 진위여부도 판단하지 않고 잡혀있는 이서은을 죽어도 되는 사람으로 판결했다.

해수는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이이잉

정영수 전화다. 해수는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눌렀다.

-찾았습니다! 꽃님원룸 근방 50미터에요! 꽃님원룸에 있을 것 같아요. 위치 뜬 거 보낼게요!

“알았다.”

꽃님원룸은 이서은의 자택이다. 해수가 마지막에 생각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미 충분히 뒤졌다고 생각했지만, 뒤지지 않았던 곳도 있을 것이다.

해수는 바로 무전기를 들었다.

“용의자 위치 떴습니다. 꽃님원룸 근방 50미터”

-오케이, 순마는 주변으로, 형사들이랑 강수대는 꽃님원룸 싹 뒤져!

“우리도 가자.”

“예 선배님!”

막내가 운전석으로 뛰어가고, 해수가 조수석으로 가는 중이었다. 해수는 돌연 비틀거리며 보닛을 손으로 짚었다. 동시에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

짜악-!

볼이 불에 덴 것처럼 후끈거린다.

눈을 떠보니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앞에는 작은 LED 등이 하나 켜져 있다.

“아, 드디어 일어났네, 약에 얼마나 취해 있었던 거야?”

“어러, 르러...”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지 뒤질 줄 모르고, 여러분, 축하해주세요. 드디어 이서은씨가 일어났습니다.”

그는 칼을 들어 카메라에 비추고는 이서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제가 원래는 다른 것부터 하고 죽이는데, 오늘은 특별히 라이브 방송이니까 절차를 바꿀게요. 잘 봐요. 이게 이 여자 여기, 하얀 목에 들어갑니다.”

푹 푸슉-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가 목 안에 깊게 들어왔다.

남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목에 칼을 깊게 찔러 넣었다가 뺐다.

울컥울컥 울컥

목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는 그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비추며 설명을 이었다.

“진짜죠? 아까 구라라고 쇼라는 새끼 다 나와, 이것도 CG같냐?”

┗ㅇㅇ CG ㄴ잼

┗그럼 진짜겠냐?

┗주작새끼 부들부들거리는거 보소, 어그로는 인정

┗존나 징그럽네...

“에휴 병신들,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튼 이거 피 한참 나와, 생각보다 사람 몸에 피가 많거든, 6리터? 아무튼 존나 많음, 이제 그 더러운 짓 했던 손목 자르고 얼굴가죽 포 뜰 건데, 이런 거 잘 못 보는 사람은... 이참에 봐봐, 어차피 잘릴 건데 이럴 때 봐, 생각보다 재밌어, 아 이제 끝난다.”

그가 말함과 동시에 이서은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축 처졌다.

*

“허억! 헉”

“괜찮으십니까?!!”

해수가 숨을 가쁘게 쉬었다. 막내는 놀라서 운전석에서 다시 튀어나왔다. 해수는 그를 밀치며 소리쳤다.

“얼른 타! 꽃님 원룸으로!!”

“네? 네! 네!!”

이제 알았다. 기절한 상태였기 때문에 빙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시계는 없었지만 체감상 깨어나자마자 거의 바로 죽었다.

고로 현재로도 몇 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약속대로 12시에 죽인 것이다. 이제 3분 남았다.

가는 길에 해수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굴려보았다.

주변은 새까맣고, 추웠고, 시끄러웠다. 퀴퀴한 냄새도...

해수는 다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꽃님원룸에 보일러실이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 순둘, 그것까지는 확인을 못 했습니다.

-여기 오갱, 지금 도착했는데 지하에는 없어, 옥상으로 가본다!

-나머지는 다른 집도 다 뒤져봐! 일단 협조 구하고!

멀지 않은 곳이기에 차는 금세 꽃님원룸 앞에 도착했다. 해수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무전이 들려왔다.

-이런 시팔 옥상 문이 안 열려! 문고리 부숴도 꼼짝도 안 해, 이상해!

오갱은 몸이 좋지만 보이는 것보다 더 힘이 장사다. 그가 열지 못하면 웬만해서는 못 여는 것이다.

-야야 지금 1분 남았어! 이 새끼 진짜 죽이려고 각 잡는다!

-아우으으!!

해수는 고개를 돌려 그 옆에 건물을 보았다. 꽃님원룸보다 조금 높다. 해수는 그쪽으로 뛰어 올라가며 무전으로 소리쳤다.

“어떻게든 시간 끌어요! 총이라도 쏴!!”

-에잇 시팔!

오갱이 허공에 총구를 올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

어두컴컴한 방, 가면남이 칼을 들고, 이서은의 안대를 풀었다.

┗오우야

┗예뻐

┗죽이지 마 아깝다

┗일단 재미 좀 보자

┗힘들어보인다. 옷부터 벗겨주자

가면남은 피식 실소를 흘리고는 거침없이 이서은의 따귀를 때렸다.

짝 짝 짜악!

“일어나세요. 일어나, 일어나!”

가면남의 무자비한 따귀에 이서은이 퉁퉁 부은 얼굴로 눈을 떴다.

“아, 드디어 일어났네, 약에 얼마나 취해 있었던 거야?”

“어러, 르러...”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지 뒤질 줄...”

탕 탕 탕!!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가면남이 어깨를 흠칫 떨며 칼을 놓쳤다.

“뭐야 시팔, 총이야?”

┗밖에 뭐임? 총소리?

┗미쳤따리 이거 진짜 레알이었어?

┗경찰이 찾았나봐

┗존나 쫄리겠다ㅋㅋㅋㅋㅋㅋ

┗아존나 왜 응원하게 되냐, 잡히지 마라

┗얼른 심판부터 하라고

┗잡히면 탄원서 써줄게.

┗야 빨리 죽여 잡히기 전에

“에이, 경찰한테 쫄아서 일찍 죽인다고? 그건 하수들이나 그러는 거지, 나는 약속대로 밀어붙인다. 뭐가 무서워서?”

그는 다시 칼을 들었다.

“...라기에는 벌써 시간이 다 됐네? 잘 봐요. 여기 이 하얀 목에 칼이 들어갑니다.”

그가 칼을 이서은의 목에 찔러넣기 직전.

쾅!!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가면남은 다시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콰지직-!

까만 벽이 찢어지며 커다란 손이 튀어나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옥상에 보일러실 안에 암막커튼을 씌운 사각형 텐트를 쳐놓고 방송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컥,커, 커컥!”

해수는 그의 목을 움켜쥐고 위로 들어 올렸다. 그가 칼을 든 손을 움직이려 하자, 그의 손을 잡고 비틀었다.

우드드득

“꺼어어억!”

해수가 그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동안 쓰러진 휴대폰이 여전히 이서은을 찍고 있었다.

┗뭐야, 경찰 온 거임?

┗그런 듯, 경찰 피지컬 미쳤네

┗타이밍 봐라 ㅅㅂ 주작이네

┗아... 아깝네.

< #83. 방송과 시청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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