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82화 (82/255)

강수대는 삼삼오오 모여서 용의자가 올린 너튜브 영상을 확인해보았다.

그는 목장갑을 끼고 카메라로 실종자의 옷, 소지품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이광수씨가 입었던 옷, 으 드러워, 이건 이광수씨가 가지고 있었던 담배, 라이터, 그리고... 아, 가족사진, 크큭

그는 성별도 알 수 없게 목소리를 변조하고 말했다. 목장갑을 낀 손 외에는 그의 모습이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양수봉씨 옷, 토 자국, 흐...

그가 올린 영상은 총 여섯 개, 처음에 소개 영상 이외에는 모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실종자를 거론하며 올린 영상이다.

영상에서 핏자국은 보였지만 실종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어그로를 끄는 관종이라며 욕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지막 영상에서는 실종자의 옷과 소지품을 소개하고는 끝날 타이밍에 끝내지 않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의 숨소리가 들린다. 휴대폰을 매우 가까이 댄 것이다.

-후우, 후우, 이거 보고, 이런 것들도 가족이라고 분명 알아보는 유가족들이 생길 텐데, 헛된 기대는 품지 마.

그의 마지막 말은 매우 단호했다.

영상이 끝나고, 강수대 본부는 잠시 적막이 흘렀다. 몇 초간의 정적 후, 팀장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선전포고지?”

“예, 경찰을 개무시하고 잡아보라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죠, 수많은 국민들 앞에서 경찰을 우롱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해수의 말에 오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놈 말이 뻥이고 실종자가 살아있을 확률은...”

“아마도 1프로 미만입니다.”

“후... 일단 실종자들 신원부터 조회해봐, 가족들한테 연락 돌려보고, 막내는 정보과에 지원 요청하고, 영상 업로드한 거 아이피랑 아이디 분석해달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예 팀장님!”

해수는 다섯 명이 모두 작년부터 두 달 전까지 10개월에 걸쳐 실종된 자들임을 확인하고는 전화기를 들고 본부 밖으로 나갔다.

-예 신형님, 오랜만입니다.

“영수야, 이번 건은 좀 골치 아파.

-골치 아픈 거 처리하는 게 제 몫 아닙니까? 보너스만 두둑이 주십시오.

“내가 영상 하나 보낼 테니까, 그 너튜버가 어디 있을지 찾아봐.”

-아하... 벌써 머리가 아파오네요. 알겠습니다. 언제까지...는, 최대한 빨리죠?

“나머지 정보도 추가되는 대로 다 보내마.”

-옙썰!

해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경찰에게 보이는 자신감, 너튜브에 업로드하는 대담함, 피해자를 하나하나 알려주는 또라이 정신까지, 이번 건은 왠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해수는 처음부터 고딩해커 정영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정보과에서 아이피 분석을 기다리는 사이, 강수대는 영상을 세세히 파헤치고, 실종자의 집과 가족과 삶을 분석해보았다.

“으아, 모르겠다!”

오갱은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영상으로 보이는 장소, 실종자가 사는 지역과 실종자의 정보를 모두 취합하여 보았지만, 공통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부터 머리 희긋한 중년인까지, 나이, 연령, 성별도 제각각이었다.

원한 살인이 아닌 자들은 다음 살인을 분명히 할 것이기에 피해자를 미리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작은 동기나 공통점이라도 확인되어야 탐색 범위를 좁힐 수 있는데, 이 자는 아무것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정보과에서 연락 왔는데, 아이피가 모두 베트남이나 필리핀, 중국 거라고 합니다. 아이디도 외국에서 생성된 계정이라고 하네요.”

“젠장, 뻔한 이야기 말고 좀 더 희망적인 말은 없어?”

“더 찾아보겠답니다.”

오리무중이다.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다면 경찰이, 강수대가 아니다. 이럴 걸 알고 놈이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뭐라도 찾아야 한다. 뭐든 일단 뒤져본다.

“이 새끼 우리가 무조건 잡는다. 일단 실종자들 실종 시점 시시티비 싹 다 뒤지자.”

“마지막 실종자만 가능하겠는데요. 나머지는 시시티비 다 밀려서.”

“아 맞네 시펄.”

마지막 피해자는 실종된 날이 한 달 전으로, 운이 좋으면 시시티비 기록이 밀리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다.

가족이 신고했지만 단순 실종으로 마무리가 된 사건이다.

해수는 실종자들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휴대폰 실물은 찾지 못하고 해당 번호로 캐톡과 문자 기록만 협조를 구해서 확인했다.

그런데 캐톡 기록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광수야 안녕?

-누구냐?

-얼굴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그랬어

-누구냐고 시팔놈아

-역시나, 찾은 보람이 넘치게 처음부터 욕 박아주시고~!

-욕말고 ㅈ박아줄까?

-광수야, 대한민국은 좁아, 착하게 살자, 알았지?

-ㅈ까세요. 차단한다.

해수는 이 캐톡 대화를 보고 스산한 감이 스쳤다. 그래서 다른 실종자들의 캐톡도 살펴보니 이런 비슷한 대화가 공통적으로 있었다.

지금은 발로 현장을 뛰는 것보다 앉아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해수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저 정보과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같이 갈까?”

“괜찮습니다.”

퉁 퉁 쾅-

해수는 예의상 노크를 하고 바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보과 직원들이 해수의 비주얼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실내에서만 근무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얼굴이 다들 하얗고 곱상한 이미지다.

그 중 가장 가까이에 앉아있는 여경이 물었다.

“무슨 일... 아, 강수대에서 오셨군요.”

“예, 요청할 게 많아서, 여기 좀 있어도 되겠습니까?”

해수는 여경의 옆자리에 간이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네? 아... 네.”

부담이 팍팍 가는 표정이었지만, 차마 해수를 대놓고 쫓아내지는 못했다.

“제가 캐톡 대화를 살피다가 이상한 걸 봤습니다. 이 대화한 상대방 아이피 좀 먼저 추적해주십시오.”

“네, 네.”

그때 당시의 아이피를 추적해보니 역시나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으로 떴다. 용의자일 가능성이 크다.

해수가 미간을 좁히며 턱을 매만졌다.

“실종자들의 캐톡 아이디를 어떻게 찾아낸 거지?”

해수의 혼잣말에 여경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이디 알아내는 건 쉬워요. 번호를 검색해도 되고, 보통 설정 안 건드렸으면 검색엔진에 댓글 달면 타고 블로그 들어갈 수 있거든요. 블로그 아이디를 캐톡 아이디로 검색하면 일치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아하”

여경은 키보드를 투닥투닥거리더니 금세 해수에게 고개를 돌리며 모니터를 가리켰다.

“다섯 명 모두 검색엔진 아이디랑 캐톡 아이디랑 일치하네요.”

“그렇게 찾아서 경고를 남겼던 거군요. 감사합니다.”

해수가 일어나려고 할 때, 여경이 마우스를 클릭해대며 말을 이었다.

“대화를 보니까 의심가는 게 있기는 한데... 잠시만요.”

“어떤 의심 말씀이십니까?”

“악플이요. 보통 원한관계가 아니라면 사람을 죽일 이유를 찾잖아요. 그게 자기한테는 정당할 이유일 경우가 크고요.”

“그렇죠.”

“경고하는 루트를 보니까 실종자가 검색엔진 아이디로 악플을 달고 다녔을 확률이 크다고 보는 거죠.”

여경은 말을 하면서도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실종자의 아이디로 여기저기 블로그나 기사, 동영상에 단 댓글 기록이 쫘르륵 나온다.

┗광광: 와씨 성괴년 졸라 토나온다. 왜사냐? 나가 뒤져라

┗광광: 저런 놈은 평소에도 개민폐끼쳤을 확률이 큼, 그냥 사형만이 답

┗광광: ㅋㅋㅋ생전에는듣보잡이뒤졌을때는조회수폭발,어그로 죽이네

┗광광: 응나도님이제발뒤졌으면좋겠음

┗광광: 니네엄마잘계시냐? 어제 내 밑...

┗광광: 믿거연옌 등장,아직도 살아있음?

기록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이 나열되었다. 잠깐이나마 그놈의 행동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음... 심하긴 했네요.”

해수도 미간을 좁혔다. 그 또라이의 행동을 보고 불특정 다수가 정의구현이라고 생각할까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해수의 뒷말을 여경이 이었다.

“어떤 이유로도 납치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죠, 또라이는 또라이일 뿐입니다.”

해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말한 여경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습니다.”

해수가 힐끗 그녀의 명찰을 보았다. 그녀가 그것을 눈치채고는 명찰을 잡고 앞으로 들이밀며 먼저 말했다.

“경장 김시민입니다. 신형사님 팬이에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예, 화이팅!”

그녀가 조그마한 두 주먹을 쥐고 아래로 내리며 화이팅을 외쳤다. 해수도 그에 응하여 그녀에게 오른손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순간 두려움으로 흔들렸다.

*

“악플입니다!”

해수는 강수대 본부를 박차고 들어가자마자 외쳤다.

“악플?”

“납치 살인 동기, 악플입니다. 여기저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납치 살인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 사이 정보과 김시민이 해수에게 메신저로 실종자들의 악플 기록을 보내주었다. 다섯 명 모두 형사들도 눈쌀 찌푸리게 하는 악독한 악플을 습관처럼 달고 다녔다.

오갱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수고했어, 어쩐지 들어올 때부터 겁나 당당한 표정이더라, 그런데 어쩌냐, 동기를 알아도 수사에 진척이 없는데.”

오갱의 말에 팀장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어쩌긴, 이제 발로 뛸 차례지, 원래 이렇게 공개하고 선전포고를 했으면 당분간은 몸을 사릴 거야, 살인 동기대로라면 이 새끼가 다음에 어떤 놈을 죽일지는 너무 광범위하니까 멈추고, 실종자들부터 찾아보자, 각기 장소가 달랐으니까 실종자들 숨기기가 쉽지 않았을 거야.”

팀장이 단어는 실종자라고 했지만 이미 시체로 가정하고 수사를 지시하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해수와 막내는 마지막 실종자, 팀장과 오갱은 마지막에서 두 번째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을 나섰다.

실종자가 살던 집부터 그녀가 자주 갔던 곳을 무작정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정영수다. 해수는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재빨리 받았다.

“뭐 찾았어?”

-아,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는 도통 모르겠고요.

“아... 그래, 수고했다.”

해수의 기대 어린 목소리에 힘이 쫙 빠졌다. 그러자 영수가 반대로 톤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범인 뿔테 안경, 통통한 편이고, 입이 큰 편이에요. 창문이 있는 반지하고요.

“뭐??”

-실종자 옷 단추에 비친 모습 각도별로 모아서 겹쳐봤어요. 사진 보낼게요.

“단추?”

곧이어 영수가 보낸 사진이 휴대폰에 도착했다. 단추를 수십 수백 배로 확대해서 윤곽을 잡은 사진이다. 정말 사람의 얼굴 형태가 보이고, 위쪽으로 작은 창문이 보인다.

반지하로 의심된다.

‘이 자식... 능력자잖아.’

정영수가 기대보다 훨씬 큰 활약을 해주었다. 해수는 반지하 창문을 보고는 문득 무언가 스쳤다.

“독서실!”

“네?”

실종자가 다니던 독서실이 2층이었고, 해당 건물에 반지하가 있었다.

가보니 자물쇠가 달렸지만 문틀과 고정이 되어있지 않아 쓸모가 없었다. 그대로 문을 열자 지독한 악취가 새어나왔다.

들어가보니 마지막 피해자의 동영상에 나왔던 그 공간이 드러났다. 그 가운데에는 커다란 무언가가 비닐로 씌워져 있었다.

해수는 천천히 비닐을 걷어냈다.

“흠...”

“으...”

나무의자에 묶여있는 여성의 시체다. 얼굴가죽이 다 도려나 있고 손목이 잘려 있다. 바닥에는 피로 글씨가 쓰여 있었다.

-김헤은씨를 찾은 것을 축하합니다.

“이런 미친새끼가...”

해수와 막내가 경악하며 무전을 치려던 그때, 팀장에게 먼저 무전이 울렸다.

-야 시팔! 이 미친 또라이가 너튜브 또 올렸어! 지금 봐봐!

팀장의 말에 휴대폰을 꺼내어 그의 너튜브를 확인해보았다.

뒤에 배경이 온통 새까만 장소에 우는 얼굴의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왔다. 얼굴로 화면이 꽉 찰 정도다.

그가 변조된 기괴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29일 밤 12시에 강진시 지정동에 거주하는 이서은씨를 심판하겠습니다. 11시 50분에 라이브 방송을 켜겠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람설정까지.

< #82. 선전포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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