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칼부림 때, 돌격대의 활약은 조폭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그들은 신해수를 단번에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돌격대다! 저 새끼부터 담궈!!”
“와아아!!”
으득
해수는 어금니를 악물며 허리를 틀고 어깨를 뒤로 젖혔다.
그때 한 번 맞닥뜨렸음에도 이렇게 덤빌 용기가 있다는 것은 그때 공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쾅!!
해수의 수갑너클을 낀 주먹이 한 사내의 얼굴에 꽂혔다.
사내의 얼굴 가죽이 수갑 모양으로 찢기고 안면 뼈가 함몰되며 공중에서 한 바퀴 휙 돌고 바닥에 꽂혔다.
쿠웅-!
“내가 누군지 친절하게 알려줄게.”
“오늘 죽을 놈이겠지!”
뒤에서 한 사내가 망치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해수는 바로 뒤돌아서 공격을 어깨로 받아내며 팔꿈치로 그의 관자놀이를 찍었다.
퍽!
호기롭게 외쳤던 그는 줄 끊어진 인형처럼 옆으로 픽 쓰러져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 사이 다른 사내가 회칼로 옆구리를 노린다. 해수는 몸을 틀어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놈의 턱을 후려쳤다.
“엑!”
놈은 개구리처럼 바닥에 대짜로 뻗었다. 회칼이 해수의 허리를 스쳤지만, 옷만 찢어지고 안에 특수방검복은 멀쩡했다.
쾅 쾅!
수갑 너클로 얼굴을 가격당한 조폭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원샷 원킬, 한 방이지만 놈들의 얼굴은 징그럽게 찢겨 있었다.
“아악, 아윽!”
한 경찰관이 어깨에 손도끼가 박혔다. 조폭은 눈에 살기를 번뜩이며 그것을 뽑고 다시 경찰관의 발목을 내려치려 했다.
퍼억-!
그때, 워커발이 놈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놈은 옆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놈이 다시 일어나려 할 때, 해수가 바로 따라붙어 금세 일어나려는 놈의 턱을 무릎으로 찍었다.
콰직!
해수는 그가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끄으...”
어깨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하지만 아직도 뒤에서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다. 해수는 그의 멀쩡한 손에 휴대폰을 쥐여주고는 말했다.
“112와 119에 전화해주십시오. 그럼”
“네,네.”
경찰관은 112에 먼저 전화하려다가 해수의 뒷모습을 보며 119에 전화했다.
저 남자가 있는 이상, 지원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상황이 정리될 것이다.
푹 푹!
“꺄윽, 아으윽!”
“이 시팔 죽어 죽어!!”
한 사내가 여경이 쏜 테이저건을 왼손에 맞고는 눈이 돌아가서 그녀의 배에 회칼을 쑤셔 넣었다.
그가 다시 칼을 뽑으려는데 여경이 두 손으로 필사적으로 칼날을 쥐었다. 그녀의 손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거 안 놔 시발년아!!”
턱
그때, 옆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내가 오싹함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두터운 손이 그의 손가락을 잡았다.
우드드득-
“끄아아악!”
사내의 손가락 두 개가 완전히 으스러지며 칼을 놓았다.
해수는 사내의 목을 움켜쥐고 달려가 벽에 꽂았다.
콰앙!
그러고는 수갑너클을 그의 얼굴에 꽂았다.
쾅! 쾅!! 콰직!!
사내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이 뭉개진 채 스르르 흘러내렸다.
해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뒤돌아서 여경에게 다가갔다.
“임경장! 임경장!!”
“아윽, 끄, 시,신경사님...”
“말하지 말고, 정신은 똑바로 차리십시오. 이 칼 잘 붙잡고 있고, 곧 구급차가 도착할 겁니다. 여기에 가만히 계십시오. 다 괜찮을 겁니다.”
해수가 평소와는 다르게 말을 다다다다 내뱉었다. 임경장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수는 창백한 임경장의 얼굴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다시 일어섰다. 치료해줄 수 없으니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해수는 또 다른 조폭 사내에게 달려나갔다.
위-용 위-용!
순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복잡하게 울려 퍼진다. 구급차 세 대가 도착하고 나서 순찰차 네 대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그 뒤로 간발의 차이로 강진서 형사들이 탄 봉고차도 도착했다.
“여기! 이쪽으로!!”
모두 제압하고 손목에 케이블 타이를 채우던 해수는 구급차를 보자마자 달려나가 들것을 챙기라고 하고 임경장에게 데리고 갔다.
그녀가 부상당한 경찰들 중에 가장 심각한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타다다닥!
차에서 내리는 경찰들 중에 걸어서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압봉을 꺼내 들고 달려오는 그들의 발걸음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 개새끼들이!!”
“감히 지구대를 습격해? 미쳤구나! 미쳤어!”
“성식아! 성식이 어딨어!!”
경찰들은 하나같이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형사들은 더욱 심했다.
이미 제압당한 조폭들을 발로 무자비하게 밟는 형사들도 보였다.
“여기가! 어디라고! 이 미친 새끼들아!!”
그럴만도 하다. 경찰을, 공권력을 개무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기사로 나가고, 경찰의 권위는 저 밑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근무 중이던 순마들이 하던 일도 버려두고 달려온 덕분에 스무 명이 넘는 조폭들을 금세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조폭들을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는 경찰들의 인상을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이런 것들도 사람이라고 치료를 해줘야 하네, 아오 진짜.”
“거기, 거기 의사 선생님, 이 새끼들 대충 해줘요.”
“이 새끼 말고 저기 경찰들 먼저 봐줘요.”
“예? 아니 상처가 심각한데...”
“기다리다 뒤져도 되니까 경찰 먼저 봐주십시오. 얘네 뒤져도 쌉니다.”
“예, 예...”
모두 퇴근했던 강수대 팀원들도 뒤늦게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왔다. 응급실은 본의 아니게 조폭과 경찰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형사들이 조폭들에게 한 명씩 붙어 바쁘게 조서를 작성하고 있다. 해수는 그들을 지나쳐 곽팀장에게 다가갔다.
“어, 돌격이, 하... 니가 가서 얼마나 다행이냐 진짜, 신이 도왔다. 신이 도왔어, 넌 어디 다친 데 없어? 없지?”
해수는 조금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것보다, 지구대에서 파트너였던 경장이 다쳐서...”
“어 임경장? 그래 그래, 얼른 가 봐, 아우 진짜 이 새끼들... 가서 괜찮으신지 나중에 우리한테도 전달 좀 해주고.”
“알겠습니다.”
해수는 위층 수술실로 올라갔다. 긴급수술이라고 적혀있는 문구 앞에는 정장을 입고 넥타이가 흐트러져 있는 남자와 조그마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임경장에게 예전에 세 살이라고 들었으니, 지금은 네 살인 것이다.
아이가 아빠를 올려다보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빠, 엄마 저기 왜 들어갔어?”
아빠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어, 어, 그게...”
“나도 들어가고 싶어.”
“안 돼, 그런 말 하지 마...”
아빠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던 아이가 다시 물었다.
“엄마 아파?”
아빠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 아파, 안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웅.”
해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다가갔다. 임경장의 남편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임경장 파트너였던 신해수 경사입니다.”
“아, 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구해주셨다고...”
해수는 입을 다물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칼에 깊숙하게 찔렸지만 폐는 피해 갔고, 장기가 살짝 찢어졌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충분히 치료 가능한 부분입니다. 수술 잘 받고 푹 쉬면 완전히 회복될 겁니다.”
“아, 예...”
임경장 남편은 해수를 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알고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신뢰가 들었다.
‘잘 될거다’ ‘괜찮을 거다’라는 막연한 말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서 크게 위로가 되었다.
수술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나와서는 남편에게 말했다.
“상처가 깊었지만 폐는 피해갔고, 장기가 조금 상했지만, 많이 벌어지지 않아 잘 꿰매었습니다. 수술도 잘되었고, 푹 쉬면 금방 회복되실 겁니다.”
“예? 아, 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남편은 해수의 말과 의사의 말이 거의 동일해서 놀랐다. 그는 해수를 보고는 목례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이곳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 해수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휴대폰을 들었다.
-예 신사장님! 먼저 전화를 다 주시고, 무슨 일이십니까?
“돈은 달라는 대로 다 줄 테니 조끼처럼 상체만이라도 보호하는 특수방검복을 최대한 많이 제작해주십시오.”
-아... 그거 신소재가 없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라고 했어요.
“방금 동부지구대가 습격당했습니다. 경찰관 열한 명이 다쳤어요. 제 파트너였던 임경장은 배에 칼을 두 방 찔렸습니다.”
해수의 말에 구실장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조용하지만 분노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이,이,이런 나쁜 사람들이!! 하, 예, 일단 제가 다방면으로 찾아보겠습니다. 그 소재로 불가능하면 다른 소재로라도 만들어달라고 하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예, 부탁합니다.”
*
놈들은 시내 한복판에서 싸웠던 조폭 무리 중에서 패기 넘치는 젊은 조폭들이었다.
그들은 조직원들을 동부지구대에서 데려간 것만 확인하고, 조직원들을 구하고 경찰을 응징하기 위해 쳐들어왔던 것이다.
“그럴 땐 경찰서로 오는 거다. 앞으로 그럴 일도 없겠지만.”
해수는 그들 주동자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말했다.
“니네는 싹 살인미수로 쳐넣을 거다. 형량 최대로, 무기도 들었으니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교도소에서 평생 썩으면서 지구대를 습격한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다.”
*
흉기를 든 조폭들의 지구대 습격은 여러 의미로 전국에 화제가 되었다.
기자들은 이보다 더한 이슈는 없다며 너도나도 자극적인 기사로 퍼 날랐고, 검경에게 제대로 뚜드려 맞던 기업들은 옳다구나 싶어 더욱 화제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처럼 경찰의 무능함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흉기를 든 조폭들 수십 명이 지구대를 습격!]
┗요약) 지네 조직원 잡아간 경찰들 복수하려다가 역관광
┗요약) 쳐들어간 지 30초 만에 신형사 도착해서 참교육 시켰다고 함.
┗또 신형사야? 이 정도면 짜고 치는 거 아닌가 싶다. 경찰이 지네 이미지 세탁할려고 미는 히어로 캐릭터 아님? 합리적인 의심이 드네
┗개소리 길게 써놓고 합리적 의심 ㅇㅈㄹㅋㅋㅋ
┗진짜 토나온다. 이 빠가사리 어떡하지? 너는 이미지 만들려고 경찰 열 한 명을 칼받이로 쓰냐?
┗신형사님 믿고 있었습니다.
┗와 진짜 존나 무서운 세상이다. 강진시로 이사가려고 했는데 못 가겠다.
┗와라! 살아남을 수 있다면! 너는 강해질 것이다!
┗ㅁㅊ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찰 그래도 습격인데 한 명도 안 죽어서 다행입니다. 대한민국 경찰분들 화이팅입니다!!
같은 시각, 낯에는 푸르르지만 밤에는 그저 새까만 전경이 펼쳐져 있는 집무실.
쾅!!
“이 개,호로잡놈으 새끼들이 뭐? 지구대를 습격해? 경찰을 아주 개 호구로 봤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청장은 눈에 불을 켜고는 실장을 보며 외쳤다.
“반성의 기미고뭐고 무조건 형량 최대로 때리라고 그래!! 아니다. 내가 참석해야겠어, 참석해서 두 눈으로 판사 놈이 어떻게 하는지 똑바로 봐야겠어.”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청장은 벌떡 일어났다가 검지를 들며 말했다.
“아 그리고, 방검복 좀 알아봐요. 지금처럼 부담스러운 거 말고, 평소에도 좀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을만한 거로, 방검 장갑 같은 걸 조끼로 만들면 되려나.”
“알아보겠습니다.”
< #80. 지구대 습격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