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66화 (66/255)

“끄으아악!”

치이익-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뼈가 정장을 찢고 튀어나오며 핏줄기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잔인한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눈을 질끈 감는 이도 있었고 가리는 이도 있었다.

피를 보고 눈을 희번덕 뜨며 좋아하는 이도 있었다.

장내가 순간 조용해졌다. 그때, 고용주가 떠밀지 않았는데도 몸이 좋은 경호원들이 몇 명 나섰다.

“나도 여기서 이러는 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데, 너무 건방져, 좀 혼나야겠어.”

“왈왈”

신해수가 개 짖는 소리로 대답하자 사내가 발끈하며 덤벼들었다.

훙 팍-

해수가 그의 주먹을 피하고 잽을 날렸다. 그가 어느새 가드를 들어 해수의 주먹을 막았다.

격투기 혹은 복싱 선수 출신이다. 귀가 다 갈려 말린 만두 귀가 돋보인다.

“왜, 당황했어? 좁밥 하나 잡고 거만 떨다가, 이제 좀 뭔가 잘못됐다는-”

탁 퍽-

말하는 틈을 타서 연이어 날린 잽이 사내의 코에 꽂혔다. 사내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사이 해수가 무섭게 달려들어 그를 넘어트렸다.

쿠웅!

해수는 그의 배에 올라타 주먹을 미친 듯이 꽂았다.

팍 팍 퍽 퍽 쿵쿵쿵 쿵!!

살짝 열린 가드 사이로 주먹이 들어가자 가드가 완전히 풀렸고, 이후에는 사내의 얼굴에 주먹이 무자비하게 꽂혔다.

사내는 이미 정신을 잃고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맞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이상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해수는 여지없이 축 처진 그의 팔을 잡아 들어 올리고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도발이 아니라, 경고다.”

우드득-!

이제 두 명 당했지만,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 경호원은 이 사이에서도 유명한 실력자였다.

같이 나왔던 경호원들은 해수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움찔 소심하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해수를 보며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혜성그룹 차남이 손을 살짝 들었다.

“1억 더”

-어, 어, 1억 더...

이제 해수를 이기면 2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럼에도 장내는 적막했다.

그때, 해수와 그의 뒤에서 걱정스러운 눈을 한 안서은을 번갈아 보던 건영물산 사장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모두가 정지화면처럼 멈춰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매우 눈에 띄었다.

“어디 주인들 노는데 개새끼가 고춧가루를 뿌리나? 저거 내 앞에 무릎 꿇리면 10억 준다."

총 12억, 경호원들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그 정도면 목숨을 걸 만하다.

한 명이 움직이자, 그에게 빼앗길까 다른 경호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제야 건영물산 사장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열 명이 넘는 경호원이 해수와 대치하게 되었다.

“그만!”

그때, 안서은이 다급히 나와 해수 앞에서 두 손을 펼치고 막았다.

오늘따라 더 가녀린 그 몸으로 해수의 방어막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 나서는 경호원의 고용주는 앞으로 대성과 끝을 보겠다고 해석하겠어요.”

처음 보는 서은의 표독스러운 목소리, 경호원들은 발을 멈추고 움찔했지만 이내 다시 머리를 굴렸다.

지금 고용주와는 상관없이 자신에게 돈이 오는 거다. 그 돈을 받으면 고용주에게 잘려도 상관없다.

계산을 마친 경호원들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안서은의 얼굴이 점점 공포로 물들었다.

그때, 해수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는 날카롭게 어깨를 털었다. 무서워도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묻어난다.

해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나도 다 계획이 있습니다. 수사 방해하지 마십시오.”

“...네?”

해수는 고개를 들어 건영물산 사장을 보며 말했다.

“내가 얻는 건 뭐지?”

그가 미간을 좁히며 턱을 들었다.

“개새끼 주제에 주인한데 딜을 하네, 같잖은 새끼가... 이기면 이 상금 니가 가져.”

“그건 수지타산이 안 맞지, 내가 목숨을 거는데, 그쪽도 그 정도는 걸어야지.”

“뭐?”

“왜, 뒤에서 돈만 던질 줄 알지, 자기 머리카락 하나 못 거는 겁쟁이인가?”

사장은 발끈했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재벌가 자제들이 자신만을 주목하고 있다. 오늘 파티의 주인공다운 기개와 배짱을 보여야 한다.

“한번 말해봐.”

“니 자리.”

“...뭐?”

“니 자리, 오늘 거하게 파티를 연 니 자리, 내가 이기면 너는 건영 물산 사장 자리를 자진해서 사퇴해라, 그 정도는 되어야지.”

“이 미친 새끼가...”

“쫄리면 하지 말고.”

해수가 뒤돌아서자 그가 외쳤다.

“해! 한다!! 대신 그에 맞게 판돈을 키워야지!”

그는 검지로 해수를 가리키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저 새끼 모가지 비틀어오면 100억! 건영 그룹 장남 장강천의 이름을 걸고! 바로 시작해!!”

이제 이건 게임이 아니다. 장난이 아니다. 수십 명의 인생이 걸린 판이 되었다.

장강천의 헛소리로 인해 장내에 광기와 살기가 폭발했다.

서은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파악이 되지 않아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어머멋!”

해수는 서은의 두 어깨를 잡아 번쩍 들어 올려 뒤로 옮겨놓았다.

“구경하고 있어요. 내 계획”

“이,이게 무슨 계획이에요. 대체...”

해수는 뒤돌아서 자신에게 몰려오고 있는 경호원 무리를 보며 말했다.

“다 때려잡는 계획”

쾅!!

해수는 가장 가까이 온 사내의 턱에 주먹을 꽂아주고, 돌연 뒤돌아서 도망쳤다.

돈에 홀린 경호원들은 해수의 뒤를 미친 듯이 쫓았다.

해수가 자리 잡은 곳은 왼쪽에는 벽, 오른쪽에는 뷔페 음식들이 나열된 좁은 통로였다.

퍽 퍽!

그곳에서 다가오는 놈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렸지만, 실력자들만 모인 곳이다 보니 금세 포위되었다.

돈에 홀려 오던 경호원 중 절반은 그 모습에 현실을 자각하더니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섰다.

그러나 나머지는 악독한 표정을 지으며 해수에게 달려들었다.

“덮쳐!”

“잡아!!”

“니 팔도 부러트려 주마!”

여러 명이 타격이 아닌 몸으로 밀고 들어오자 해수도 속수무책으로 밀려 바닥에 엎어졌다.

그들은 해수의 몸을 짓누르고, 몇 명은 팔과 다리를 붙잡고 부러트리려고 했다.

“끄윽”

그때, 해수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포크 하나가 보였다. 그는 포크를 들어 자신의 목을 뒤에서 조르고 있는 팔뚝을 찍었다.

푹 치이익-

“아악!”

푹 푹-!

그 다음에는 왼쪽 팔을 잡고 있는 놈의 겨드랑이, 다음은 배를 짓누르고 있는 놈의 발등.

“아윽!”

몇 명이 떨어지고 두 손이 자유로워지자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득

발목을 꺾으려는 놈의 목을 먼저 잡아 꺾고, 보이는 대로 손가락 위주로 꺾었다.

으득 으득 까드득

“끄으악!”

손가락, 팔, 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인 사내들이 신음을 지르며 바닥을 기었다. 해수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한 명 한 명씩 얼굴에 주먹을 꽂아 기절시켰다.

그렇게 쓰러트린 경호원이 총 열세 명, 이제 해수에게 덤벼드는 자살희망자는 없었다.

해수도 정상은 아니었다. 왼쪽 손가락 두 개가 반대로 꺾여 있고, 얼굴에는 피멍이 들었고, 눈썹 위쪽은 찢어져 피가 줄줄 흘렀다.

해수의 양손에는 타인의 피가 흠뻑 묻어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해수가 살기 가득한 기운을 품고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그의 발끝이 건영그룹 장남이자 이번 파티의 주인공, 장강천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사람들이 장강천에게서 슬금슬금 떨어졌다. 강천은 해수가 가까워지자 얼굴이 파랗게 질려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뒤에는 상석 의자가 있어 더는 물러날 수가 없었다.

해수가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뭘 그렇게 겁내시나.”

해수는 피 묻은 손으로 그의 넥타이를 바로 고쳐주었다.

“내일, 사직서 제출해.”

툭 툭

해수는 그의 어깨를 두 번 치고는 뒤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안서은은 재빨리 달라붙어 그를 부축해주었다. 그러나 해수가 힘을 빼고 기대면 그녀는 속절없이 휘청거렸다.

해수가 나가는 길, 바닥에 누워 신음을 흘리는 경호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에 눈을 피한다.

이건 링 위에 올라가 룰을 지키며 싸우는 격투기와는 다르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짓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장은 말을 멈추게 했지만, 말을 움직이는 주인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은 지속될 것이다.

해수는 연회장 문을 나서기 전에 멈추어 재벌 3세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기듯이.

그들은 대부분 해수의 시선을 피했다.

-목줄이 끊어졌으니, 주인이 직접 움직이겠지.

해수는 이들을 보며 유마담의 말이 떠올랐다.

저벅 저벅.

해수가 멀어지자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압도적인 기운이 사라졌고, 장강천은 그제야 숨을 내쉬며 그의 뒷모습을 보고 이를 갈았다.

“감히, 감히 개미만도 못한 쓰레기 새끼가 내 얼굴에 똥칠을... 이, 이런 시팔!!”

쿠당탕!!

그는 분을 못 이겨 의자를 발로 찼다가 발을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

*

적막한 엘리베이터.

눈썹 위에 찢어진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눈을 가렸다. 해수는 피 묻은 손으로 스윽 문질렀다. 피가 더 묻어 기괴한 얼굴이 되었다.

톡 톡

안서은이 말없이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해수의 피를 닦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미안해요. 제 판단 오류였어요. 해수씨에게 직접 보여주면 안 됐어요...”

서은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진다.

해수는 꺾인 손가락을 매만지다가 놔두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잘 보여주셨습니다. 서은씨가 그때 말했던 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대성 병원으로 가죠.”

*

병원 응급실에서 간단한 치료 후, 손가락뼈를 맞추고 깁스를 했다.

3주 입원을 해야 하지만 해수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자 하루가 해수의 꼴을 보고는 얼어붙었다.

해수는 깁스한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툭툭 쓸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집주인님을 다치게 한 원인이 누굽니까? 안서은입니까?”

“그랬다면 어쩔건데?”

하루가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서 스멀스멀 살기가 피어오른다.

“죽이기라도 할 기세네, 걱정 마, 이렇게 만든 놈들은 다 병원에 있어.”

해수는 한 손으로 대충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좀 피곤하군.’

***

그날 파티에서 있었던 일은 어떤 것도 외부로 발설되지 않았다. 유추할 수 있는 기사 하나 뜨지 않았다.

그저 주변 병원에 단체로 환자들이 입원했을 뿐이다.

수많은 경쟁자가 보고 있었지만, 건영물산 사장 장강천은 당연하게도 사장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장님, 유진유통, 상화유통, 레베트 유통에서 계약을 다시 생각해본다고 합니다.”

“이런 시팔... 이런 일로 떨어질 거면 어차피 언젠가 떨어질 놈들이야, 버려!”

“네... 사장님, 그리고 회장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늙은이는 집구석에 처박혀있는데 뭘 다 아는 거야, 니가 일러바쳤어?”

“...비서직이 가장 중요시하는 게 신뢰입니다.”

“하... 이런 젠장! 이게 다 그 경찰 새끼 때문이야! 두고 봐!!”

강천은 눈에 불을 켜고 씩씩거렸다.

그 파티에 참석한 재벌 3세들은 해수의 충격적인 행동에 절반은 감탄했고, 절반은 모욕감을 느꼈다.

그들은 각기 지니고 있는 인맥으로 해수를 압박하려 힘썼다.

*

충남경찰청, 청장 사무실.

쯉 쯉

청장은 바나나 우유를 먹고 있고, 그 앞에는 실장이 휴대폰을 들고 무언가를 읽고 있다.

“...그룹, JL그룹, 혜성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요청했다고 합니다.”

청장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우리 신경사는 대체 뭔 일을 터트렸길래 난리지? 뭐가 됐든 정의구현을 한 건 확실해, 딱 내가 아니꼽게 봤던 애들이잖아?"

"맞습니다."

"그래, 걔네가 요청한 애들은 걔네한테 돈이든 뭐든 먹었을 거야, 그... 검사 있잖아? 황시목?”

“강지태 검사 말입니까? 황시목은 별명입니다.”

“그래 그래, 걔한테 다 넘겨요. 우리 강수대 일하는데 방해되지 않게.”

“예, 청장님.”

“사람이 깨끗하게 살아야 해, 깨끗하게...”

청장은 바나나 우유 뚜껑 부분을 깔끔하게 제거하여 쓰레기통에 버렸다.

< #66. 파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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