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65화 (65/255)

금요일, 약속 날이 되자 안서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건은 아직 없나요? 가실 수 있죠?

“사건은 항상 있는데, 퇴근을 못하는 사건은 아닙니다.”

-다행이네요. 오늘 서로 제가 데리러 가도 될까요?

“상관없습니다만, 약속시간은 8시 아닙니까?”

-파티장 가는데 파티복을 입어야죠.

하긴 서은의 말대로 딱히 재벌들 파티에 입고 갈 옷은 없었다. 경찰 정복을 입고 갈 것도 아니고.

퇴근 시간이 되자 오갱이 신해수와 막내에게 어깨동무했다.

“어묵에 떡볶이 콜?”

“콜입니다!”

“저는 약속이 있어서”

“엇, 저도 여자친구 만나기로 했습니다.”

막내의 돌변에 오갱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이 자식 해튼, 해수 바라기 아주 그냥, 다 필요 없어! 팀장님이랑 갈 거다!”

“팀장 말고 대장이다 대장, 나 강수대 대장 곽수철이시다. 가자, 니가 사.”

“아이 그런 게 어딨어? 상급자가 진짜...”

오갱이 투덜거리며 퇴근 준비를 했다. 그렇게 강수대대원 네 명이 사이좋게 경찰서를 나섰다.

경찰서 입구에 번쩍인 검은색 세단이 정차되어 있다. 그곳에 검은색 시스루 원피스에 하얀 재킷을 걸친 안서은이 차에 기대어 서 있었다.

“뭐,뭐냐, 오늘 서에서 뭐 촬영 있나?”

“그러게 말입니다. 연예인 누구지... 생각날 것 같은데.”

범상치 않은 외모에 대원들이 움찔할 때, 서은이 해수를 발견하고는 차에서 등을 떼고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웃는데? 나한테?”

“저 보고 있습니다.”

“한심한 놈들, 나잖아.”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해수의 말에 팀장과 오갱, 막내의 눈이 휙 돌아갔다. 안서은이 대원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가슴에 손을 대고 허리를 살며시 숙였다.

“안녕하세요. 해수씨 친구, 안서은입니다.”

“아, 아, 해,해수 친구”

오갱이 말을 더듬는 사이 막내가 팔을 구부려 불끈 이두를 보여주며 말했다.

“저는 선배님의 영원한 오른팔! 우강철입니다!”

그때 팀장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며 서은에게 손을 내밀었다.

“돌격, 아니 해수 이놈 데리고 있는 강력범죄수사대 대장 곽수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에, 반갑습니다. 해수씨는 좋겠네요. 동료분들이 정말 든든해 보여요.”

대원들이 헤실헤실 웃으며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해수가 먼저 뒷좌석을 열었다.

“가죠,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주말에는 보지 맙시다.”

“아니 왜 벌써 가, 서은씨 어묵 드시고 가실래요?”

“아유 바쁘신 분을 왜 이렇게 잡어, 멋없게.”

“선배님 들어가십시오!”

서은이 인사를 마치고 차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자, 그제야 시끄러운 대원들의 목소리가 끊기며 조용해졌다.

서은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차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대원들을 보며 피식 미소를 흘렸다.

“재미있는 분들이네요.”

“능력있는 형사들이죠.”

“해수씨가 능력자인 줄 알았는데, 팀을 잘 만난 거였군요?”

농담어린 서은의 말에 해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가 능력자인 것도 맞습니다.”

서은이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눈이 부드럽게 휘어 기다란 속눈썹이 돋보였다.

“가요. 강실장님, 먼저 헤어부터.”

“예, 이사님.”

*

안서은이 데리고 간 헤어숍은 분위기부터 정적인 것이 해수가 다니는 동네 미용실과는 달랐다.

입구에서부터 깔끔한 정장을 입은 스텝이 문을 열어주고 VIP실로 안내를 해주었다.

VIP실은 마치 명품 가방 매장을 연상케 했다.

반짝거리는 긴 수정이 천장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인테리어가 샹들리에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웬만한 사람은 머리 다듬으러 와서 기에 눌러 말 한마디 못하고 나갈 것 같다.

그러나 안서은은 마치 제집처럼 편하게 앉아 헤어디자이너에게 뭐라뭐라 말을 했다.

“그럼, 커트 시작하겠습니다.”

“예.”

해수는 생전 처음으로 머리 다듬는데 세 명이 달라붙은 경험을 했다.

여인들이 울적할 때나 자존감이 내려갈 때, 대우받는 느낌을 받기 위해 헤어숍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어렴풋이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해수는 머리를 다듬고 메이크업 실로 이동하여 메이크업까지 하고 나오는 길에 통로에서 안서은과 마주쳤다.

그녀가 길을 비켜서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멍하니 해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예전 병원 일이 떠올라 해수는 헛기침했다.

“흠, 흉터도 가려주니 좋군요.”

“아, 네, 그러게요. 감쪽같네요. 나가요.”

옷 역시 처음 보는 휘황찬란한 매장에서 짙은 남색에 검은색 스트라이프 더블 슈트를 골라 입었다.

“시간이 없어서 맞춤은 못 해드렸네요.”

“이 정도면 맞춤입니다. 어깨가 맞는 게 있다니 반갑군요.”

“지금도 그렇게 맞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해수는 서은의 말을 부정해 보이려 팔을 들어 돌리다가 멈추었다. 조금만 더 돌리면 뜯어질 가능성 백퍼센트다.

아까 서은 몰래 직원에게 가격을 물었는데 이 옷만 중형차 한 대 값이었다.

비싼 건 비싼 값어치를 하는지, 똑같은 색에 똑같은 무늬라도 왠지 모르게 태가 다르다. 옷만 바꿔 입었는데 원래도 넘치는 자신감이 하늘을 뚫고 나갈 것만 같다.

해수가 전신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체크하는데, 서은이 다가와 거울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멋있네요.”

해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서은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제대로 해보았다.

*

건영 물산 사장 취임 파티는 건영 호텔 최상층 연회장에서 이루어졌다.

강실장은 퇴근을 시키고, 서은은 엘리베이터에서 해수의 팔에 손을 살포시 올렸다. 해수와 눈이 마주치자 서은이 눈을 찡긋거렸다.

“원래 다 이러는 거예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결혼식장 같은 거대한 양문형 문이 보였다. 그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초대장을 받고 있다.

서은이 검은색에 금빛 스티커가 붙은 초대장을 건네자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층고가 3층 높이는 되는 연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빨간 카펫이 바닥에 넓게 깔렸고, 스텐드 테이블이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다. 그 위에는 와인과 과일이 올려져 있었다.

양쪽 끝에는 뷔페식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고, 종업원들이 쟁반을 들고 조심스레 돌아다니고 있다.

눈에 보이는 남자들은 모두 건장했고 여자들은 늘씬했다. 선남선녀들의 모임이 따로 없다.

해수는 드라마나 영화도 거의 보지 않기에 이런 곳은 매우 낯설었다.

“이상하군요.”

“눈치채셨나요?”

“하나같이 경호원을 데리고 있네요. 무슨 위험한 곳 온 것도 아닌데.”

“맞아요. 기다리시면 이들이 얼마나...”

그때, 서은에게 정열의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다가왔다.

“어머, 대성 엔터 안서은 이사?”

숨 넘어갈 것 같은 하이톤의 목소리, 그녀의 등장에 서은이 살짝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말을 걸자 힐끗거리기만 하던 다른 사람들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진짜 안서은이네.”

“도도한 공주님이 웬일로 철없는 애들 파티에 참석하셨대.”

“쟤는 늙지도 않아...”

안서은은 주변에 술렁거리는 소리를 무시하며 빨간색 원피스녀에게 말했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나한테 몸 파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라고 했던 때가 4년 전인가?”

“3년”

“지 잘난 맛에 사는 애가 여긴 웬일이야? 끗발 떨어지셨나? 아, 안기준씨가 대성전자 이사 됐다며? 축하한다고 전해주렴, 딸은 어렸을 때나 우쭈쭈 해주는 거지, 이제 딸 약빨 떨어질 때가 됐지.”

서은은 해수를 힐끔 보았다가 미간을 확 좁히며 그 여인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주둥이도 몸처럼 싸구려인 건 여전하네, 너 내년이면 달걀 한 판이지? 얼른 아무 남자나 자빠트려서 시집이나 가, 니가 제일 잘하는 짓이잖아, 능력도 없는데 나이만 들어서야 팔리겠니?”

서은의 조근조근 한 도발에 원피스녀의 입술이 덜덜 떨린다. 그녀는 결국 눈을 부릅뜨며 손을 추켜 들었다.

“뭐, 뭐? 이런 썅년이!!”

짜악-!

선빵필승.

그녀의 발끈을 예상했던 서은이 먼저 따귀를 때려 공격을 막았다.

그러자 원피스녀 옆에 있던 경호원이 인상을 쓰며 앞으로 나와 서은에게 손을 뻗었고, 해수가 경호원의 손목을 중간에 잡아챘다.

타닥-

경호원이 바로 뿌리치려다가 실패하자 해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안 놔?”

해수는 차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악력을 더욱 가했다.

쁘드득-

“아,안...”

경호원의 얼굴이 삽시간에 빨개지더니, 아예 고개를 떨구고 허리를 숙였다. 소리 없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뭐해? 뭐하는 거야! 지금 내가 저년한테 따귀를 맞았는데!”

옆에서 원피스녀가 참새처럼 짹짹거리지만, 경호원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서은이 해수의 등에 손을 살짝 대었다. 그제야 해수가 경호원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자유의 몸이 된 경호원이 얼굴에 피가 솟구칠 정도로 빨개져서는 해수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이새끼 죽여버리겠어!”

짝 짝 짝!!

그때, 와인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손뼉을 치며 나타났다. 그는 한 손에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아아 그만 그만! 안녕하십니까! 분위기가 벌써 무르익고 있네요! 오늘도 불러주신 신사숙녀 여러분, 그리고 건영 물산 사장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변호사 용지웅입니다. 용변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풀네임 불러주세요!

용변의 말에 사람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등장하자 종업원들이 연회장 가운데에 있는 스텐드 테이블을 구석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구석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멋진 경호원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벌써부터 제 가슴이 끓어오릅니다. 파티의 꽃은 뭐?

그가 귀에 손을 대고 반응을 유도하자, 객들이 외쳤다.

“파이트!”

“파이트!!”

그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렇죠, 바로 파이트!! 각설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첫 경기 후원을 장식하실 분 손들어주세요! 아아 오늘 파티의 주인공! 건영 물산의 사장님!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파란 슈트를 입고 있는 젊은 남자가 와인잔을 들고 거만한 눈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작은 가볍게 천만 원”

-천만 원! 역시 건영의 미래! 시작부터 묵직합니다! 도전하실 선수 입장!

연회장에 있는 재벌가 자제들은 오십 명 내외, 그러니 경호원들도 오십 명쯤 된다. 그중에 대여섯 명이 앞으로 나왔다.

해수가 빠르게 경호원들의 얼굴을 살펴보니 살짝 표정이 굳은 자들도 적지 않았다.

몇 명이 고용주의 명령에 뒤늦게 나와 열 명이 채워졌다.

그들은 가위바위보로 싸울 두 명을 정하였고, 나머지는 스테이지에서 조금 물러났다.

사회자가 스테이지에 남은 두 명을 한 테이블로 데려가 어떤 용지에 지장을 찍게 했다. 그러고는 다시 중앙에 서게 하고 외쳤다.

-오늘의 첫 파이트가 시작됩니다! 오른쪽은 유강유통! 왼쪽은 혜성마트! 파이트!!

동시에 경호원 두 명이 맞붙었다. 보호장비 하나 없이, 비싸 보이는 정장이 찢어지고,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날아다녔다.

한 사내가 피를 뚝뚝 흘리며 손을 들고 항복을 외치자 그제야 경기가 멈추었다.

-천 만원의 주인공이 탄생하였습니다! 유강유통 승!

“와아!! 잘 싸웠다!”

“시시하다, 시시해.”

“빨리 다음 붙여라!”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열광한다.

재벌 3세들은 경호원을 투견처럼 부리고 있었다.

해수가 신선한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서 안서은이 작게 말했다.

“언젠가부터 이런 문화가 생겼습니다. 경호원이 투견이 돼서, 얼마나 경호를 잘하느냐보다는, 이때 이길 수 있느냐로 뽑기 시작했죠.”

“보여준다는 게... 이거였습니까?”

서은은 해수를 바라보며 침묵으로 긍정했다. 그 사이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재벌들은 너도나도 수표를 던져가며 판돈을 키워 경호원들을 자극했다.

“저기 파란 정장은 건영 그룹 장남, 저기는 혜성그룹 차남, 저기 입 가리고 웃는 애는 JL그룹 막내딸...”

서은은 지금 이 놀이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지금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당신은... 이런 사람들을, 모두 벌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요.”

해수의 대답은 즉각 나왔다. 서은이 꽤 놀란 얼굴이다. 실망은 아니지만, 은근히 기대했던 눈빛이 사그라졌다.

“그렇겠죠, 아무리 해수씨라도 대한민국을 이루는 자들을...”

“그런 건 모르겠고, 지금 당장 저 짓거리는 멈추게 해야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그때, 안서은이 잡을 새도 없이 해수가 스테이지로 튀어 나갔다. 방금 경기가 끝나 종업원들이 바닥에 있는 피를 닦는 중이었다.

해수의 등장에 사회자가 반색하며 물었다.

“오 다음 도전자! 어디에 누구십니까?”

“대한민국 경찰”

“예?”

해수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으며 스테이지 정중앙에 섰다.

해수는 자신의 돌발 행동을 재미있는 듯이 바라보는 수많은 눈을 천천히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나는 평생 불구가 돼도 괜찮다, 똥오줌 못 가리는 병신이 될지라도 옆에 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서 싸우는 개새끼다 라는 분만 나오십시오.

-피유유 피유우!!

“와우!!”

“찢었다!!”

“패기 미쳤다!”

해수의 말은 장내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별로 나갈 생각이 없던 경호원들도 발끈하여 쳐다볼 정도였다.

한편, 안서은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해수가 아무리 난다긴다해도 수사하기 바쁜 형사다. 온종일 싸움을 연구하는 격투기 선수 출신, 혹은 특수부대 출신 경호원들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각 또각

그녀는 결국 치마를 걷어 올리고 성큼성큼 스테이지 중앙으로 나와 해수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이건 아니에요. 이러지 마세요. 내려가요.”

해수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그 싸늘한 눈빛에 서은은 얼음 가시로 심장이 관통당한 듯했다.

“가 계십시오. 날 이곳에 데려온 대가입니다.”

해수의 눈빛에는 꺾을 수 없는 단호함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서은은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이 남자는 애초에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때, 안서은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던 한 남자가 손을 살짝 들었다.

“1억”

-1억 나왔습니다! 이 패기 넘치는 도전자와 싸우실 분!

사회자는 걱정과 후회 가득한 눈빛을 한 안서은을 천천히 잡아끌어 스테이지에서 밀어냈다.

1억이라는 말에 해수의 말은 깡그리 무시한 경호원들이 우르르 나왔고, 그중 한 명이 해수와 마주 서게 되었다.

시작 전, 사회자가 둘을 데려가 한 계약서에 지장을 찍게 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상대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 지장 찍으시고, 변호사인 제가 공증하는 거고요. 됐습니다. 파이트!

안서은은 알지 못했다. 해수는 재능이라는 범접하지 못할 영역에 있다는 것을.

쾅!

시작과 동시에 경호원이 해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해수의 손바닥이 그의 턱에 정확히 꽂혔다. 그는 한 뼘 정도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단 한 방이다. 한 방에 게임이 끝나자 장내에 순간 지독한 적막이 찾아왔다.

그러나, 해수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눈알이 뒤집혀 쓰러져 있는 경호원에게 다가가 팔 한쪽을 들어 올리고,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내 말은, 도발이 아니라 경고다.”

우드득!

< #65. 도발이 아니라 경고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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