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63화 (63/255)

신해수는 비쩍 마른 중년인의 목을 움켜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

하얀 가운을 걸치고, 한 손에는 수술용 칼을 들고 있는 것이 이 자가 양선생인 듯했다.

“끼익, 키헥!”

양선생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두 손과 발을 버둥거렸다. 해수는 목을 부러트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옆으로 던졌다.

쿠당탕탕!!

양선생은 수술 도구들과 함께 나뒹굴었다. 수술용 가위 하나가 그의 볼에 박혔다.

“아으, 으어어.”

그가 입을 벌리자 안쪽에 가위 앞부분이 보였다. 일어나려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다시 넘어진다. 코도 빨갛고 동공도 약간 풀린 것이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야이, 야이 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고...”

“알지, 맞을 놈.”

뻐억! 우당탕!

해수의 따귀에 양선생은 다시 옆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쩌억-! 쿠당탕!

몸이 앙상하니 따귀 한 대에도 몇 미터씩 날아가는 양선생이었다.

그렇게 세 번 따귀를 갈기자 양선생이 완전히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잃었다. 해수는 그에게 다가가 팔뚝을 확인했다.

환공포증이 일어날 정도로 주삿자국이 많이 있다.

“이 미친놈...”

지독한 마약쟁이다. 지금 상태도 보니 약에 취한 상태로 수술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수는 그의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우고, 수술대에 얌전히 누워있는 김동동에게 다가갔다.

“야, 동동, 정신 차려.”

그가 해수를 보고는 반갑다는 듯이 눈알을 양옆으로 굴리고 마구 깜빡였다.

“마취? 시간 지나면 풀리겠지.”

동동이 입을 벌리려다가 포기하고 눈알을 옆으로 굴렸다. 그 방향에는 다른 사내가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얘가 영식이냐?”

동동의 눈알이 위아래로 왔다갔다한다. 그러고는 다시 옆을 봤다.

“쟤 살아있냐고?”

해수가 영식에게 다가가 코에 손가락을 대었다. 미세하지만 숨이 새어나오고 있다. 흉부도 천천히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살아있어.”

동동은 그 말에 울컥 눈가에 물기가 스며들더니, 그제야 눈을 꾹 감았다.

“꼴에 의리는,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나 먼저 찾아와, 알았어?”

동동이 촉촉해진 눈으로 해수를 보며 눈알을 열심히 위아래로 왔다갔다했다.

“동동이 눈알 대화를 잘하네, 혀는 뽑아도 되겠다. 그렇지?”

해수의 말에 동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동자를 마구 양쪽으로 흔들었다.

“농담이야, 곧 구급대원 올 거니까 영식이랑 얌전히 누워있어.”

해수는 양선생의 목덜미를 잡아끌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위에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아응, 오빠, 살살 좀 묶어요. 그렇게 세게 묶고 싶어? 이런 거 좋아해?”

“아이 정말! 내가 여기에 10억 꼬라박았다니까! 저거 다 내 돈이야!”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납치당했다니까??”

조폭들 서른 명에 종업원 여자들과 도박쟁이들을 합하면 이곳에 거의 이백여 명이 있다.

이들 모두 검거 대상이다. 일단 조사를 해서 풀어줄 사람을 가리는 것은 서로 데려가고 나서의 일이다.

별천지 주변에 있는 서에 모두 연락을 돌려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순마를 불러도 모자라서 기동대 기대마까지 동원되었다.

산 속 깊이 틀어박혀 있어서 차가 들어오기도 쉽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한 경특대는 바닥에 널브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는 조폭들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뭐지...”

“어떻게 된 거야...”

그때, 경특대 대장이 해수와 막내를 알아봤다.

“아, 또 저 형사들이구만,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아무튼, 우리는 안 다쳐서 좋아해야겠지, 연행해.”

*

도박쟁이들은 해당 지역 서에 넘기고, 조폭과 여자들은 강진서로 데리고 왔다.

“...그러니까, 팔려왔다? 거기 팔뚝에는 뭐에요.”

형사의 물음에 여자가 팔뚝을 다급히 가렸다.

“아 이건, 저 새끼들이 강제로 주입한 거에요. 그래야 도망 못 간다고...”

“그래요. 아무튼, 그러면 돈 빌린 대부업자들은 누군지 알고 있고?”

“당연하죠, 그 씹어먹을 새끼들...”

그곳에서 종업원으로 있던 여자들은 사채를 썼다가 채무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자 이들에게 팔려온 것이다.

별천지 조폭들이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주고 여자를 사온 꼴이다.

“...여기서 일해서 빚을 다 갚으면 보내준다고 했는데, 이자에 약값 때문에 하루 2차까지 뛰면서 빡세게 벌어도 빚만 더 늘어났어요.”

“...몸 망가지면 중국 사람들한테 넘겼어요.”

이름은 별천지였지만, 여자들에게는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이었다. 이들은 졸지에 김동동으로 인해 구원을 받은 것이다.

몇몇 여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몇 번이고 숙였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예, 예, 우리가 그 말을 믿기는 하는데, 아무튼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여기 좀 지내셔야 해요. 사채업자도 잡아야 하고.”

“네,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죠.”

*

한편, 강력1팀은 병원에 실려간 중환자를 제외한 조폭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빚 장부와 여러 사람의 신체 포기각서가 예쁘게 쌓여있다.

팀장이 그것들을 쓰다듬었다.

“얘넨 멍청한 거야, 착한 거야? 이런 거 다 효력 없어 인마, 아무튼 이거 덕분에 실종자들 꽤 찾겠네.”

팀장의 말에 민머리 사내가 어눌하게 대답했다.

“모 차즐 검니다.”

치아가 여섯 개밖에 안 빠졌는데 발음이 많이 샌다.

“자신만만하네?”

“우리가 안 주겨씀니다.”

“장기는 어디에 넘겼어?”

“장기 안 파라씀니다. 증거 이씀니까?”

민머리가 눈을 똑바로 뜨자 팀장이 그때 생각이 나며 울컥하여 벌떡 일어났다.

“하 이 새끼... 안 되겠다. 돌격아”

“예.”

팀장의 부름에 뒤쪽에서 다른 조폭들 조서를 쓰던 해수가 다가왔다.

그러자 민머리 사내가 동공 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니가 이 친구랑 진지하게 상담 좀 하고 와라.”

“예, 팀장님.”

해수는 그의 승모근을 누르며 은근하게 말했다.

“우리 저기로 가서 비밀얘기 좀 할까?”

“예? 아,아니 왜 자리를 옮김니까? 아니, 형님? 형님!”

해수는 민머리의 머리채를 잡으려다가 헛손질을 하고, 그의 멱살을 잡아 끌고 빈 취조실로 들어갔다.

쿵 쿠궁 쾅!

“어이구 위층에서 누가 뛰나.”

팀장은 슬그머니 취조실 녹음장치를 껐다.

끼익

해수가 다시 나오기까지는 5분이 넘지 않았다. 그의 흰 셔츠에는 방금 튄 피가 묻어 있었다.

“별천지에서 뒤쪽으로 200미터 쯤 가면 소각장이 있답니다.”

“그래? 못 봤네, 젠장... 이 새끼들 태웠구만, 장기는?”

“중국 애들한테 넘겼다는데, 장기 이동 시간 따져보면 중국 애들이 한국 와서 수술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 더 캐 봐, 어떻게 연락하고 돈 주고받는지.”

“예.”

해수가 다시 취조실로 들어갔다.

“끄아악!”

최조실의 살짝 열린 문틈으로 민머리의 처절한 비명이 새어나왔다.

팀장은 슬그머니 문을 닫아주었다.

*

별천지 뒤쪽에 수풀로 제대로 위장한 철판 소각장이 발견되었다. 그곳에서는 사람의 것으로 추측되는 다량의 뼈와 뼛가루를 발견했다.

시체를 찾을 수는 없지만, 정황이 확실하고, 신체포기각서와 빚 장부에 적힌 사람들, 그리고 실종자들이 일치하기 때문에 강력팀은 민머리 외 조폭들 서른 명을 살인죄로 기소했다.

장기 밀매 브로커는 만나는 장소에서 얼굴과 신원을 확보하여 중국에 넘겼다.

나중에 들리기로 브로커는 금방 잡혀서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이번 건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면 ‘별천지’ 불법 도박에 마약, 장기밀매까지, 조직폭력배 서른 명 검거]

┗이거 중국 얘기가 한글로 번역된 건가?

┗한국 맞음 ㅄ아 전북이라고 써있는 거 안 보여?

┗존나 소름돋는다 개무섭다 다 사형해라

┗저런 새끼들

┗어휴 장기터는 것들은 정글도로 목이건 팔다리건 썰어버려야 하는데

┗저런 폐기물 쓰레기들은 현장에서 죽이고 소각시켜라!

┗그러니까, 내 혈세 아깝다!

┗또 강진서 강력팀이야?

┗헐 그렇네, 대한민국 나쁜 새끼들 강진서가 다 잡는 거냐? 강진시에 대한민국 나쁜 새끼들이 다 모여있는 거냐?

┗레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신형사님 사랑합니다! 덕분에 인생 다시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세상, 다른 나라 일처럼 반응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워낙 비현실적인 사건이었다.

*

푸르른 전경이 보기 좋은 사무실.

한 중년인이 바나나 단지우유를 빨대로 빨아 먹고 있다.

쯉 쯉 코로록

그는 한 번에 다 마시고는 고개를 들어 앞에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를 보았다.

“이번 건도 강진서 강력팀이라고?”

“예”

“거기가 그...”

“요즘 인터넷에 많이 회자되는 신해수 경사가 있는 팀입니다.”

중년인은 빨대를 빼고 위에 뚜껑을 깨끗하게 제거하며 말을 이었다.

“그 형사가 능력이 좋은 거야, 아니면 사건을 몰고 다니는 거야?”

“둘 다 아니겠습니까?”

사내의 말에 중년인이 고개를 두 번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요즘처럼 국민들 관심이 경찰에 쏠린 적이 없잖아, 경찰의 권위가 바로 서야 치안도 좋아지는 거야.”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참에 거기 강력팀, 아니 그 형사를 좀 팍팍 밀어주자고, 거기 서장이랑 약속 좀 잡아봐.”

“예, 청장님.”

*

며칠 뒤, 강진서 서장실.

강력1팀 전원이 서장 앞에 나열해 있다.

“강수대요?”

“어, 강수대, 청남 최초 강력범죄수사대, 범위가 전국구라 청장 직할대라고 보면 되는데, 여기서 지내면서 그냥 지금처럼 하면 돼.”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거같은데... 아니, 일하기 좀 더 편하고 뒤에 빽이 좀 더 든든해졌다고 보면 됩니까?”

“내 빽은 안 든든했나보다?”

서장의 말에 오갱이 엄지를 추켜 들었다.

“겁나게 든든했습니다!”

“서장님 최고! 강수대 안 할겁니다!”

“오바하지 말고, 니네가 여기서 강수대 맡으면 강진서는 더 빛나는 거다. 닥치고 해, 인원 얼마나 더 붙여줄까? 둘?”

팀장과 팀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뜻을 읽기에는 충분한 표정이었다.

“아직은, 필요하면 강력팀한테 지원 요청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지금 사무실 쓰고 있어, 사무실 하나 따로 만들어줄 테니까, 청장님 지시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가봐요. 강수대 지금처럼만 하세요. 아, 신경사는 남고.”

팀원들이 나가고, 신해수는 영문을 몰라 살짝 불안해했다.

내주서에서 서장과 독대를 했던 기억은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실 말씀이라도?”

“신경사가 오고 나서 내가 아주 든든해.”

“팀을 잘 만난 덕분입니다.”

“그래, 겸손은 미덕이지, 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좀 비워요.”

서장이 시간을 비우라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건이 없는 이상 별일은 없습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서장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청장님이 식사 한 끼 먹자고 하시네, 나랑, 신경사랑, 같이.”

< #63. 강수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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