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검지로 돈 가방을 옮기는 사내들을 가리켰다. 팀장의 소란에도 도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선도 주지 않았다.
사내들이 다가온다. 팀장은 뒷걸음질을 치며 더 크게 소리쳤다.
“야이 도박쟁이들아!! 이놈들이 우리 돈 갖고 튄다고!!”
그제야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팀장을 보았다. 사내 중에 민머리 사내가 손을 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아, 하던 일 하세요. 별일 아닙니다. 이 사람이 돈 잃고 돈 달라고 꼬장부리는 겁니다.”
“에이 뭐여.”
“한 두번 잃나.”
“신포서나 써.”
무릎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현실을 부정하는 눈동자, 상대적으로 숫자가 우세인 노름꾼들을 선동하는 방법은 틀렸다.
이들은 이 조직원들에게 대항할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한다.
“내 돈 내놔!!”
팀장은 가까운 사내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뭐야 이 아저씨! 아저씨 뒤지게 맞고... 어, 어!”
사내는 후줄근한 중년인이 생각보다 힘이 강하여 그대로 고꾸라졌다.
팀장은 사내와 드잡이질을 하면서 휴대폰을 간신히 빼앗고, 도망치면서 112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다 신고할 거야 이 사기꾼 새끼들아!! 여기요! 경찰서죠!”
“이런 미친놈이!”
“야! 저 새끼 잡아!”
우당탕!
팀장은 금세 발목을 잡혀 한 테이블 위에서 고꾸라졌다. 그는 휴대폰을 빼앗기고 사내들에게 밟히기 시작했다.
그때 들려오는 해수의 목소리.
-위치 땄습니다. 네비로 20분 걸립니다.
“이런, 시팔... 윽, 으”
팀장은 몸을 웅크린 채 계속 밟혔다. 팀원들이 먼저 올지, 자신이 먼저 밟혀 죽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때, 민머리 사내가 나타나 소리쳤다.
“야! 그만 하고 옮겨.”
“예.”
“예 사장님.”
그들이 다시 돈을 옮기기 시작했다. 돈은 물론 장부까지...
‘하 젠장, 지금 더 맞으면 진짜 죽을 거 같은데...’
-10분 남았습니다.
“내 돈 달라고!!”
팀장은 벌떡 일어나 돈 가방을 하나 빼앗아 들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방이 매우 무거워 고민도 하지 않고 안에 있는 돈을 여기저기 뿌려댔다.
“와아아! 돈이다!”
“뭐야! 뭐여!”
“내 돈! 내 돈이야!!”
도박쟁이들이 지금까지 중 가장 큰 반응을 보였다. 순간 장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장 민머리 사내가 그 상황을 지켜보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
“안 되겠다. 저 새끼 잡아서 양선생한테 보내라.”
“예, 사장님.”
양선생은 장기를 꺼내는 의사다. 사내 열댓 명이 팀장을 포위하며 다가갔다.
민머리 사내는 품에서 칼을 꺼내어 한 테이블에 내리찍었다.
콱!
“멈춰!! 지금 돈 줍는 사람 손모가지 잘립니다!”
그의 협박에 거짓말처럼 사람들의 손이 멈추었다. 이들은 팀장처럼 처음 온 자들이 아닌, 저 민머리 사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익히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우악! 이놈들이 사람 잡는다!!”
그 사이 팀장은 다시 잡혀서, 돈 가방을 안은 상태로 놈들에게 밟혔다.
퍼벅 퍽퍽!
“으윽, 으으으!”
양선생에게 보낸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사내들의 발길질이 더욱 거칠어졌다. 팀장은 갈비뼈가 적어도 세 개는 부러졌을 것을 예상했다.
“야, 비켜.”
민머리 사내의 싸늘한 말에 사내들이 발길질을 멈추었다.
그는 앞에 쪼그려 앉아 손으로 팀장의 턱을 들어 올렸다.
“아저씨, 우리가 그렇게 착해 보였어? 여기 도박쟁이들 다 죽여도 아무도 못 찾아.”
팀장이 흠칫 놀라며 눈을 피했다. 그 모습에 민머리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이제 상황파악이 좀 돼? 그런데 늦었어.”
-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도착했습니다.
“존나게 기다렸다.”
“...뭐?”
팀장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품고 있던 돈 가방을 민머리 사내에게 내던지고, 벌떡 일어나 뒤로 빠졌다.
팀장이 어두컴컴한 입구를 등지고 멈추어 섰다.
민머리 사내는 돈 가방에 맞은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하... 이 아저씨 근성 하나는 끝내주네, 목숨이 아홉 개쯤 되나?”
저벅 저벅 저벅
민머리 사내를 따라 조폭들 수십 명이 팀장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새까만 조폭들 수십 명이 팀장과 마주 보고 있는 모양새다.
팀장은 주먹을 꽉 쥐고 그들에게 소리쳤다.
“다 덤벼 이 새끼들아! 내가 대한민국 경찰이야!”
팀장의 외침에 민머리가 귀를 후비며 이죽거렸다.
“뭐라냐, 저 아저씨? 아이고 경찰이셨어요? 그럼 그냥 지금 죽여야겠네, 죽여.”
사내들이 품에서 칼을 꺼내 들자 팀장이 다급히 외쳤다.
“돌격대!!”
팀장의 외침에 사내들이 움찔했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 쫄았잖아.”
“크, 돌격대는 무슨, 미친...”
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디야 어디야 어디야 젠장, 다 왔다면서...”
그때,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깁니다.”
무전이 아니다. 어둠을 헤치며 신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윽
그 뒤로 근육몬, 오갱이 어둠 속에서 스르르 나타나 팀장 옆에 섰다.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는 강력팀 팀원의 흉기 같은 근육을 보고는 민머리 사내의 비릿한 미소가 점점 내려갔다.
“어떻게 온 거야...?”
“뭐,뭐야.”
팀장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퉁퉁 부은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긴 뭐야, 이 새끼들아, 이제 반격의 시간이라는 거지!”
팀장은 손으로 총 모양을 하고 앞으로 쭉 뻗으며 소리쳤다.
“돌격대!! 밀어붙여!!”
오글거릴 수 있는 뜨거운 명령에 근육몬이 감응했다. 그가 맹수와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나갔다.
“아아아악!!”
오갱과 해수는 그의 전투적인 포효에 자극을 받아 그에 질세라 더욱 크게 함성을 지르며 뒤쫓았다.
“으아아악!!”
“아으악!!”
고작 세 명이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세와 함성은 조폭들을 위축되게 만들었다.
민머리는 얼이 빠진 부하들을 보고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소리쳤다.
“뭐해 이 새끼들아!! 죽여!!”
“이야아아!”
“죽여!!”
무섭게 달려오는 돌격대에게 조폭들이 마주 달려나갔다. 그러나 이미 타이밍도, 기세도 꺾여 있다.
퍼벅 퍽 퍽 퍽!!
돌격대는 마치 기마대처럼 조폭들을 몸으로 밀어붙였다. 그들에게 부딪힌 자들은 교통사고라도 난 것처럼 우수수 튕겨 나갔다.
그렇게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어가서야 돌격이 멈추어 서고, 제대로 난전이 펼쳐졌다.
촤라락-
오갱은 그제야 삼단봉을 펼쳐 조폭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잡으며 소리쳤다.
“이놈들 다 칼 가지고 있어! 벽으로 붙어!”
“벽으로!!”
돌격대는 서로 등을 봐주며 벽 쪽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해수는 오갱과 막내가 방검복을 입기는 했지만, 자신의 것처럼 특수방검복이 아닌 것이 매우 아쉬웠다.
팀장은 방검복도 입지 않았고 부상이 심하여 소극적으로 삐져나온 조폭들만 상대하고 있다.
놈들 중에 모창귀나 실장급으로 날뛰는 놈들은 없고, 칼은 누가 들어도 위험하다.
해수는 자신이 조금 더 과격하게 움직여 빠르게 놈들을 처리하기로 각을 잡았다.
“버텨! 내가 잡는다!”
“뭐?”
오갱은 의문을 표했지만, 막내에게는 해수의 말이 곧 법이다.
“알겠습니다!”
막내는 벽을 등에 지고 조폭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태세를 취했다.
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틀었다. 바로 칼날이 가슴을 스쳤다. 가슴을 가로지른 팔을 잡아 확 돌리고 팔꿈치를 올려쳤다.
우드득 꽈득!!
“아아악!!”
팔꿈치가 완전히 반대로 접혀 살이 찢기고 뼈가 툭 튀어나오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 잔인한 모습에 몇 명이 멈칫하는 사이 해수는 다음 사냥감을 골랐다.
우득 으드득!
“끄으악!”
“아윽!”
끔찍한 비명이 장내에 쉴 새 없이 울려 퍼진다.
해수가 지나가는 길에는 멀쩡히 서 있는 자들이 없다. 한 번 잡히면 전투불능이 된다. 적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 모습에 민머리가 해수를 칼끝으로 가리켰다.
“저 새끼, 저 관절 박사 같은 새끼 먼저 잡아!!”
“예, 예!”
그를 잡으라는 목소리가 꽤 커서, 해수에게도 들렸다.
꽈득
해수는 잡아 꺾기 위해 펴고 있던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몰려오는 놈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쾅! 쾅! 쾅!!
해수는 공격 스텟에 올인을 한 것처럼 방어를 도외시하고 오로지 상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공격으로 해수의 공격을 끊으려고 했던 사내들은 속수무책으로 해수의 주먹이 얼굴에 꽂혔다.
콰앙!!
민머리 사내는 자신이 지금 뭘 보고 있는 것인지, 이길 수 있을 것인지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분명히 자신의 부하들은 서른 명이 넘는데다가 칼을 들고 있고, 저쪽은 한 명만 삼단봉이고 나머지 둘은 맨 손이니 이기는 것은 당연히 우리 쪽이다.
당연한 계산인데, 부하들은 초 단위로 한 명씩 나가떨어지는데 저들은 한 명도 쓰러지지 않았다. 게다가 치명상을 입지도 않았다.
이쯤되니 계산이 된다. 이들은 이길 수 없다. 특히 저기 애들 뼈 다 부숴놓고 이제는 턱을 부수고 있는 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도망가야 한다.
척
그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왜, 도망가시게?”
“에...”
뻐억-!
해수의 주먹이 민머리 사내의 코에 꽂혔다. 민머리는 코뼈가 얼굴 안쪽으로 파고들어 오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짜악! 짜악!
괴롭다. 얼굴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인 것처럼 뜨겁고 고통스럽다.
“안 일어나네, 주먹으로 때려야 하나.”
스윽
“에,에엑! 이,일어났어 일어났어!”
민머리가 손을 휘적거리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동시에 해수의 손이 날아왔다.
쩌억!
“커헉”
“반말하면 맞고, 또 묻게 하면 맞고, 김동동이랑 장영식 어디 있어.”
“...예?”
해수가 손을 들자 그가 기겁하며 빠르게 소리쳤다.
“아,알거같습니다. 알 거 같아요! 그, 그 덩어리들 말입니까? 그거 아마 작업 들어갔을 건데...”
“작업?”
“그, 통나무 작업...”
해수가 그의 멱살을 잡아 가까이 끌어당겼다.
“거기가 어디야.”
“그...”
민머리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지하다. 예상했던 대로 이곳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었다.
*
김동동은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 영식이 옆에서 편안히 눈을 감고 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슴이 올라오는지 보고 싶지만, 그쪽까지는 보이지가 않는다.
“니가 얘 구하러 온 형님이라며?”
코가 빨갛고 하얀 가운을 걸친 중년인이 킬킬거리며 소름 돋는 웃음을 흘렸다.
“아주그냥 덩어리 양아치 새끼들이 의리 의리 하는 거 말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무식할 줄이야, 내가 너는 특별히 나중에 머리도 열어줄게,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어.”
비쩍 마른 중년인은 손만 뻗으면 모가지를 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눈동자 외에는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묶여있는 게 문제가 아니다. 온몸에 마취를 한 것처럼 감각이 무디다.
“자 일단, 재미삼아서 니 팔부터 하나 잘라서 보여줄게, 니가 니 팔 들고 있어봐, 크히힉”
“니 목부터 꺾어줄게.”
“어?”
중년인이 반사적으로 동동을 보았다가 소리가 다른 곳에서 들렸다는 것을 깨닫고 뒤돌아섰다.
동시에 비닐 사이로 두꺼운 손이 날아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허억!”
< #62. 돌격!!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