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56화 (56/255)

다음날, 신해수는 늦잠을 자고 있는 하루를 보다가 뒤돌아서 휴대폰을 들었다.

-백만년만입니다. 신사장님!

“집을 구하고 싶습니다. 경비원도 있고 안전하고 넓은 집으로요.”

-사장님은 저 안 반가우십니까?

“반갑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에이... 안전한 집이면 아무래도 아파트를... 아! 마침 조건에 부합되는 곳이 있네요. 사장님 소유의 리드 빌딩 최상층 펜트하우스가 한 달 전부터 비어있어요.

리드 빌딩은 주상복합으로 1층 로비에 경비원도 있고 CCTV도 있고, 사람들도 많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7~10층이 주거지로 입주자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고, 10층은 단독 층이기 때문에 거주자 외에 올라올 일이 없다.

“좋습니다. 거기로 들어가겠습니다. 당장”

-당장이요? 청소해야 하는데, 업체 불러서 내일 바로 청소 맡길게요. 그리고 특수방검복이요. 그 신소재는 구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비슷한 소재로 만들 수는 있다고, 16명치 제작 가능한 원단이 있다고 해요. 가격은 개당 5천만 원 정도.

“많이 저렴해졌네요. 그렇게 하죠.”

-그런데 이게 내구성 때문에 신축성이 좋지는 않아서, 사이즈를 맞춤 제작해야 합니다.

“아...”

-어차피 같은 서 형사님들 꺼 만드는 거 아닙니까? 제가 이쪽에서 보내주는 전문 재단사랑 한 번 들르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주십시오.”

-아참, 수수료율 변경한 거 이메일 안 읽으셨죠?

“네, 죄송합니다.”

-뭐, 믿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위안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알아서 잘해야겠죠, 아무튼 자산 가치가 250이 넘어가서 수수료율이 11프로에서 9프로로 낮췄습니다.

“13프로 아니었습니까?”

-허허허, 11프로로 낮춘 지 6개월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제가 자산관리사 잘 뒀네요.”

-그 정도로는 안 됩니다. 나중에 소고기 사주세요.

“알겠습니다.”

해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전화를 끊었다.

*

비번날, 황장수의 체육관.

링 위에 해수와 하루가 마주 보고 있다. 황장수는 링 로프에 팔을 걸치고 구경꾼 모드가 되었다.

“최선을 다해서 덤벼봐.”

“...네.”

하루는 입을 앙 다물고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안전한 곳으로 이사한다고 해도, 형사 생활을 하는 이상 언제 어디서 위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실력이 뛰어난 하루라고 해도 더 단련을 시키고, 제압술도 가르칠 생각이다.

스슥 턱, 쉭 쉭 턱-

해수와 하루의 손발이 빠르게 뒤섞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황장수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탁 척, 탁 척-

그때, 해수가 먼저 하루의 두 손목을 잡아채어 멈추었다.

“잠깐, 잠깐만.”

“친구야... 어디서 이런 아가씨를 데리고 왔냐?”

해수도 놀랄 따름이다. 팔꿈치 안쪽, 손목, 손등, 옆구리, 무릎, 정강이, 온몸이 욱신거린다.

하루는 힘이 그렇게 쎄지도, 근육량이 많지도 않고, 빠르긴 하지만 모창귀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공격을 하는 타이밍, 피하는 타이밍, 공격 위치 등 본능적으로 최적의 행동을 취한다.

이건 훈련도 훈련이지만 타고나야 한다. 하루는 여자의 몸으로 전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이다.

하루의 주 전투법은 천성적인 여자라는 약점을 보완한 철저히 반격형이다. 상대가 공격하면 그때 타이밍 맞춰 움직여서 반격한다.

주먹을 휘두르면 팔꿈치 안쪽, 발을 휘두르면 정강이나 발등.

상대의 운동에너지가 더해져 힘이 딸려도 치명상을 입히며 공격까지 끊는 것이다.

대신 잡기에 취약하다. 애매한 상대라면 몰라도 해수나 황장수 같은 실력자에게 잡히면 끝이다.

“우선 제압술부터, 내가 이 고무 단검을 들고 덤비면 반격하면 돼, 천천히, 천천히.”

하루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녀는 체력이 모자라 말을 아꼈다.

탁-

“아니, 이렇게 하면 상대가 즉사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해봐.”

“아니, 그렇게 해도 상대가 즉사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아니 그것도 즉사.”

“그것도 즉사.”

“즉사”

“꽥”

그녀가 쓰는 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살수다. 현피 사건 때는 어떻게 조절해서 죽이지 않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해수는 열심히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법을 조금 변환하여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하루의 장점을 살리면서 제압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는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닌, 하루의 정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녀는 살인을 하고 난 후에 며칠 밤을 괴로워했었다.

“헉, 허억”

하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럼에도 주저앉거나 그만 한다는 말 없이 자세를 잡는다.

지하세계에서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지 체력이 많이 약하다.

해수는 그녀를 붙잡고 기둥에 등을 대게 하여 앉히고 물을 주었다.

“쉬자, 급할 거 없어, 이제 매일 같이 나와서 이렇게 할 거니까.”

하루는 물도 못 마시고 가만히 들고 숨을 고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입니까? 정말 진짜 좋습니다!!”

그녀의 기쁨에 진심이 가득 느껴진다. 전에 제압술 알려줄 때도 그랬고, 탈진할 정도로 힘들어하면서 훈련하는 건 참 좋아한다.

***

[강진 경찰서]

“여긴가?”

강진서 정문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담벼락, 우락부락한 사내 다섯 명이 모여있다.

소짜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대답했다.

“예 행님, 홈피 들어가서 신해수 형사 이름 확인했습니다.”

“사전답사한다며?”

“아, 그게 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래, 기다리면 나오겠지.”

“구름 행님하고 카페라도 들어가 계십시오, 제가 기다리다가 나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콧수염 사내의 말에 구름 행님이라 불린 가장 근육이 우락부락한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기다리죠, 전투는 기선제압이 중요합니다. 나오자마자 눈싸움부터 해야죠.”

“역시...”

“역시 고수의 싸움은 다르구나, 또 한 번 배웁니다. 행님.”

그들이 경찰서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을 때, 신해수가 나왔다.

“어, 저 사람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몸이 확실합니다.”

“갑시다.”

“여기 앞에서 잡을 텐데.”

그의 말에 구름이 정문에 서 있는 경찰을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누가 누굴 잡습니까?”

“오오”

구름을 필두로 사내들이 우르르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본관에서 키는 작지만, 해수 못지않은 오갱과 해수보다 더 큰 근육을 지닌 막내가 나왔다.

사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로 턴을 하여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매너가 있지, 경찰서를 쳐들어가는 건 아니지.”

“맞습니다. 싸움은 좋아해도 정의를 수호하지 않습니까?”

“원래 형사들 몸이 다 저런가?”

“대한민국이 안전하겠어.”

“쉿, 목소리 낮춰, 쳐다본다 쳐다본다...”

그들이 다시 담벼락에 붙어 경찰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차 타고 퇴근하면 끝이잖아.”

“아, 제가 가서 대충 꼬셔서 데려오겠습니다. 결전 장소로 가 계시죠.”

“결전 장소?”

“예, 아까 다 같이 갔던...”

콧수염 사내는 말을 하다 말았다. 낯선 목소리다. 섬뜩한 기운에 천천히 뒤돌아섰다.

“허읍”

뒤에는 신해수가 미간을 살짝 좁히고 그들을 보고 있었다.

“니넨 누구세요.”

해수의 갑작스런 등장에 사내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근육도 근육이지만 가까이에서 그를 제대로 마주하자 그에게서 풍겨오는 강인한 기운이 그들을 얼어붙게 하였다.

‘뭐야 시팔, 장난 아니잖아?’

‘아니 무슨... 굶주린 호랑이 마주한 느낌인데’

‘머,멋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콧수염 사내였다. 그는 얼어 붙어있는 행님들이 해수와 기 싸움을 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소문 듣고 왔습니다. 우리 행님들은 맞짱 카페 회원들로, 전국에 내로라하는 싸움짱들이 지금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소문이 과장된 것 같아서 우리가 직접 당신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실력?”

해수가 한 걸음 다가오자 콧수염 사내가 흠칫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가까워지니 풍기는 기운이 더욱 숨을 막히게 했다.

“어떻게?”

“제가 봐둔 결전 장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픈핑거 글러브를 끼고 남자 대 남자로서 겨루는...”

해수는 더욱 인상을 쓰며 다른 사내들을 둘러보다가 손을 휘휘 저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해체하세요. 경찰 앞에서 큰일 날 소리 하지 말고.”

해수가 뒤돌아서자 가만히 지켜보던 구름이 입을 열었다.

“겁나나 봐?”

해수가 우뚝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천천히 돌아서서 구름을 보았다.

“갑시다. 결전 장소.”

해수의 대답에 콧수염 사내가 손뼉을 치고는 셀카 봉에 휴대폰을 달았다.

“오! 드디어 핫한 소문의 경찰과 맞짱 매칭되었습니다!”

“그거, 얼굴 안 나오게 해요.”

“예, 예.”

구름을 필두로 해수 포함 우락부락한 사내 여섯 명이 결전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이 멀리서부터 그들을 보고는 길을 건너거나 다급히 다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결전 장소는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

“자, 여기 각서에 싸인하시고, 길거리 맞짱답게 룰은 없지만, 상대가 패배를 선언하면 멈추는 겁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깽 값은 각자 부담입니다.”

“그럴싸하네.”

해수는 그들이 준비한 오픈핑거 글러브를 끼면서 말했다.

“하나 둘 셋 넷... 시간 없으니까 한 번에 오세요.”

“하 참, 어이가 없어서... 그 코부터 납작하게 해줘야겠네!”

구름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

해수는 그의 주먹을 한 손으로 받았다. 그러고는 손목을 잡아 뒤로 확 꺾었다.

“아악!”

연이어 다른 손도 뒤로 꺾고 오금을 발로 차 두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케이블타이를 꺼내어 그의 두 손목을 묶었다.

“이,이게 뭐하는 짓이야!”

팍!

해수는 그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갈기고는 다른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한 번에 들어오라고 했지, 안 오면 내가 간다.”

“이,이익!”

“이야아!!”

해수는 달려드는 사내 두 명의 주먹을 여유 있게 피하고, 양손으로 두 사내의 팔을 잡아 꺾었다.

“아아악!”

“끄윽! 해,행님 놔,놔주십시오!”

“가만 있어, 안 그러면 부러진다.”

해수는 둘의 손목을 교차시켜 함께 묶고, 반대 손도 같이 묶었다. 졸지에 남자 둘이 등을 맞대고 두 손목이 묶인 처지다.

나머지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너도 일로와.”

“저,저는 안 덤볐는데요.”

“와.”

“아악!”

해수는 마지막 남은 사내의 손목마저 케이블타이로 묶었다. 그 모습에 휴대폰 카메라로 찍던 콧수염 사내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이,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역시 대한민국 경찰은 강력했습니다! 주먹 한 번 휘두르지 않고...”

“넌 뭐하냐.”

“예? 어윽!”

콧수염 사내마저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해수에게 잡혀 손이 뒤로 묶였다.

해수는 그들을 일렬로 세우고 오리걸음을 시켰다. 등을 맞대고 있는 사내들은 게걸음+오리걸음을 시켰다.

“한 자도 빠짐없이 귀에 잘 담아 듣는다. 오늘부로 맞짱 카페는 해체한다. 내 귀에 지금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맞짱 뜨는 제보 들리면 니네부터 잡는다. 알겠습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작다. 축구 골대 찍고 옵니다.”

“겨,경찰 행님 시간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넌 한 바퀴 더 돌고 와.”

“죄송합니다!”

휴대폰은 바닥에 떨어져도 세워져 있어 현재 상황이 찍히고 있었다.

< #56. 맞짱 참교육 > 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