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44화 (44/255)

유마담은 살짝 놀랐다. 전에 레드문 내에서 가드 셋과 드잡이질을 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에.

‘힘을 숨긴 채로 가드 셋을 제압했었다?’

어쨌든 조폭들 상대하는 형사이니 어느정도 실력은 예상범위 안이다.

과정만 다를 뿐, 옆에 하실장이 있는 이상 결과는 동일하다.

“하나 잡고 폼을 너무 잡는 거 아니야? 죽여.”

흉기를 든 사내들은 주춤했다가 다시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해수와 막내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반대쪽 벽으로 달려갔다.

포위되었기에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에도 사내들이 있었다. 사내들은 근육이 흉기인 해수와 막내의 돌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어-”

터덕

해수와 막내의 손에 각각 사내 한 명씩 얼굴이 잡혔다. 그들은 그대로 끝까지 달려가 잡고 있는 사내를 벽에 동시에 꽂았다.

콰광!!

뒤통수와 등이 부딪혔는데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해수와 막내는 쓰러져내리는 이들을 버려두고 왼쪽으로 달렸다.

자재들이 쌓여있어 폭이 좁은 곳이다.

그곳에 자리를 잡자마자 바짝 뒤따라온 사내들이 덤벼들었다.

“죽어 이 새끼야!”

“어딜 튀어!”

해수는 가장 먼저 달려오며 사시미칼을 뻗는 사내에게 마주 손을 뻗었다. 아직 실험해보지 않았지만 구실장이 주문제작한 특수방검장갑이 자신감을 더했다.

터덕-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손끝을 스치며 사내의 손목을 잡아채고, 다른 손으로 팔뚝을 잡아 사내를 막내에게 휘둘렀다.

사내가 원심력에 의해 빙글 반 바퀴 돌다가 막내가 타이밍에 맞춰서 뻗은 주먹이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뻐억!

사내는 공중에 붕 떠올라 한 바퀴 돌고 바닥에 떨어졌다.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부들부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해수는 막내를 힐끔 보았다. 막내의 이력 중에 이종격투기 아마추어 우승도 있어서 전투 센스가 어떤지 보고 싶었는데, 손발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좋네, 빨리 쓸고 저 여자 잡자.”

“예 알겠습니다!!”

막내는 해수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르는 것이기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사시미, 쇠파이프, 망치, 모두 길이도 공격면적도 다르니 대처가 쉽지 않다. 한 번만 허용해도 치명상이다.

이럴 때는 아쉽지만 관절꺾기보다는 입식타격이 효율적이다.

쾅!

해수는 팔뚝으로 쇠파이프를 막으며 들어가 주먹을 뻗었다. 턱에 주먹이 제대로 꽂힌 사내는 눈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피하면 동작이 길어지고 합격을 허용할 수 있다. 쇠파이프나 망치는 웬만하면 몸으로 떼우며 처리한다.

왼쪽에서 망치가 들어온다. 허리를 틀어 공격을 흘리며 어깨로 사내의 몸을 툭 밀어 막내에게 보냈다.

퍼억!

막내가 잡고 있던 사내와 머리를 부딪히게 하여 한 번에 두 명을 잡았다.

쾅 쾅!

짧게 끊어 치는 해수의 주먹에 사내들이 풀썩 풀썩 쓰러진다.

피지컬이 흉기인 막내는 사내들을 양손에 붙잡고 방패막이겸 무기로 쓰면서 싸웠다.

“멍청한...”

쓰러진 인원이 절반이 넘어가자 유마담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그동안 봐온 게 있어서 눈 앞에 형사 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실장, 저 돼지부터 처리해.”

“예.”

하실장은 품에서 칼날이 초승달 모양인 카람빗을 꺼내며 달려나갔다.

타다다 타닥-

하실장은 자재를 밟고 높이 뛰어올라 단숨에 막내의 어깨를 칼로 찍고, 뒤로 넘어갔다.

“큭”

막내는 어깨에 느껴지는 통증과 이 타이밍에 더 거세게 덤비는 사내들과 뒤로 넘어간 하실장을 생각하느라 잠시 당황했다.

이런 현장은 이 찰나가 목숨을 앗아간다.

하실장은 몸을 낮추며 막내에게 바짝 달라붙어 칼로 무릎 뒤 오금을 베고,

핏-

솟아오르며 겨드랑이를 베고,

슥-

마지막으로 경동맥을 찍으려고 할 때, 한 사내의 몸이 날아와 그를 덮쳤다.

퍽!

하실장은 마무리를 하지 못하여 신경질적으로 사내의 몸을 옆으로 치웠다. 동시에 커다란 주먹이 그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실장의 눈동자가 커졌다.

콰직!

하실장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어 주먹을 피했다. 주먹이 그의 귀를 스치고 뒤에 있는 나무 자재를 부쉈다.

쾅 쾅 콰직!

하실장은 정신없이 벽에 붙어 옆으로 몸을 돌리며 이 말도 안 되는 폭발력을 지닌 주먹을 피했다.

양쪽이 벽인 구석에 몰렸다. 하실장은 몰린 것을 깨닫자마자 발로 벽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가며 해수와 몸을 부딪혀 공간을 벌리고, 옆구리를 칼로 찔렀다.

팍 팍!

“?!”

칼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감촉이 방검복은 아닌데 무언가 이상하다 싶은 의문이 들 때, 무릎이 하실장의 얼굴로 날아왔다. 그는 재빨리 가드를 들어 얼굴을 가렸다.

퍽 퍽!

가드를 들었는데도 충격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그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충격을 감수하며 해수의 무릎을 두 손으로 껴안고, 오금을 베려고 할 때였다.

콰직!

등에 마치 낙뢰가 내리찍은 것 같은 충격이 울려 퍼졌다.

해수가 팔꿈치로 그의 등을 찍은 것이다.

“커헉!”

이번 공격으로 하실장의 자세가 살짝 풀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해수가 그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려 주먹을 꽂았다.

퍼억!

“감히!”

퍽!

“막내를!”

쾅!!

“건드려?!”

해수의 주먹이 정통으로 세 방이 꽂히자, 하실장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함몰되었다.

그는 독하게도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와, 들어와 이 새끼들아!”

막내는 한쪽 다리를 절고 한쪽 팔은 축 늘어트린 채, 사내 한 명을 인질로 붙잡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해수가 무조건 하실장을 처리하고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

해수는 바닥에 떨어진 망치 하나를 그들에게 던지며 달려나갔다.

퍽 퍽 쾅!

하실장이 금세 제압되며 기세가 꺾였으니 싸움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도망치는 사내 둘을 처리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철커덩-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던 유마담이 뒷문을 열고 도망쳤다. 막내가 눈에 불을 켜고 절뚝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어딜 튀어!!”

"멈춰!"

그 모습에 해수가 전속력으로 달려나가 막내를 옆으로 밀쳤다.

타앙!

동시에 총성과 함께 해수의 어깨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선배님!!”

해수는 벽에 바짝 붙으며 막내에게 손짓했다.

“스쳤어, 거기 가만 있어.”

“하,하지만...”

해수는 열린 뒷문에 살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탕!

금세 총알이 날아와 철문에 튕겼다. 조준력은 영 별로다.

“막내, 뒤에 판자 하나 빼서 밖에 던져.”

“예? 예!”

막내가 길이 2미터에 폭 1미터짜리 나무판을 꺼내는 동안, 해수는 바닥에 떨어진 망치 하나를 집어들었다.

“지금.”

휙- 탕!

나무판이 던져지자마자 총성이 울린다. 해수는 자세를 낮추고 재빨리 튀어나가 바로 보이는 유마담에게 망치를 던졌다.

그녀는 자동차 보닛을 방패삼아 그 뒤에 서서 권총으로 이곳을 조준하고 있었다.

“꺄악!”

유마담이 날아오는 망치를 보고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숙였다.

훙-

망치가 허공을 가르자 그녀가 다시 벌떡 일어섰다. 동시에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남녀평등 킥!”

뻑!

해수의 발 끝이 유마담의 턱을 정확히 후려쳤다. 그녀의 입에서 하얀 옥수수가 후두둑 떨어져 나가며 뒤로 자빠졌다.

*

경찰 특공대는 관제센터의 도움을 받아 해수가 도착한 지 10분쯤 지나서 창고에 도착했다.

끼익-

창고를 지키는 사내들을 제압하고, 창고 문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뭐야...”

사내들 수십 명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고, 형사 둘이 그들의 팔을 등 뒤로 당겨 각자의 옷으로 묶고 있었다.

바닥에는 사내들이 들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소대장이 얼이 빠져 가만히 있다가 해수와 눈이 마주쳤다.

“경특대?”

“아...”

“나머지 묶으면 됩니다.”

“네,네.”

목숨을 건 싸움을 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해수의 눈빛은 살벌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소대장은 그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원들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

부상이 꽤 심각한 막내는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 해수 역시 자잘한 부상이 있지만 응급처치만 하고 경찰서로 복귀했다.

오갱과 팀장은 유마담과 하실장이 빠진 레드문을 탈탈 털었다.

그쪽에도 실장급 한 명이 있어서 경특대 세 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총은 이기지 못했다.

실장은 두 다리와 옆구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레드문 금고에서는 다량의 현금과 마약을 발견했다. 그러나 장부는 없었다.

경찰들은 그곳에서 사용하는 차, 모든 휴대폰을 추적하여 연결된 장소들을 뒤졌고, 유마담의 거처를 찾았다.

그곳의 금고에 장부와 수백 개의 USB가 보관되어 있었다.

해수는 검거 즉시 하실장의 지문을 채취하여 신이라의 집에서 발견한 문드러진 지문과 비교분석을 맡겼다. 지문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이것만으로는 살해 증거가 턱없이 부족했다.

하실장과 유마담은 말 한 마디나 눈짓 하나 교환할 수 없게 지상과 지하 유치장으로 나뉘어 갇혀 있었다.

지상 취조실.

해수가 들어오자 유마담이 먼저 질문을 했다.

“넌 어떻게 레드문에 접근한 거야?”

“신이라는 왜 죽였지?”

해수의 질문이 유마담은 답이 되었다는 듯이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김상태 그 새끼구나.”

“신이라, 왜 죽였어.”

“지 혼자 죽은 걸 왜 나한테 묻지?”

“알았다.”

해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마담은 생각보다 순순하여 오히려 당황했다.

어차피 하실장에게 시킨 증거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둘이 거의 붙어있으니 통화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

지하 취조실.

1팀장과 하실장이 마주앉아 있다. 하실장의 얼굴은 붓기가 빠졌어도 많이 망가져 있었다.

“아니, 우리가 도와주겠다니까 그러네? 당신이 혼자 뒤집어쓸거야? 유마담이 다 시킨 거잖아?”

“...”

“와, 진짜 입에 본드를 바르셨네.”

하실장은 잡혀온 이후로 마치 말을 못하는 사람처럼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팀장은 답답해 죽으려고 했다.

똑똑

“아, 돌격이.”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래라, 이러다 화병으로 죽겠다.”

해수와 팀장이 교대하자 하실장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해수는 그와 마주앉아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자를 창고에서 상대했을 때의 눈빛은 13년 전 엘리베이터 남자의 눈빛, 그리고 하루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눈빛과 비슷했다.

유마담과 하실장의 행동을 떠올려보았다. 그는 이상하리만치 지나치게 충성심이 강했다.

“너한테... 유마담은 뭐지?”

하실장의 그 석상같은 얼굴 근육에 균열이 일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넌 옆에서 다 봤으니까 알 거야, 유마담은 최소 20년형이야, 여기서 신이라 살해 건이 추가되면 무기징역 확정이지.”

예상은 했지만 마음이 안 좋은지 살포시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살짝 떨린다.

해수가 일어나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은밀한 말을 하듯이 속삭였다.

“신이라 살인, 니가 단독으로 했어? 유마담이 다 시킨 거야?”

그가 다시 눈을 뜨고 해수와 눈을 마주했다. 해수는 다시 자리에 앉아 아쉬운 거 없다는 듯이 툭 말을 내뱉었다.

“시체가 없을 때나 증거에 목 매지, 시체가 있으면 정황과 동기만으로 살인죄 걸기 쉬워, 네가 누구보다 잘 알 거야, 유마담이 신이라를 죽여야 할 정황은 넘쳐난다. 다 드러날 때까지 그렇게 입 꾹 닫고 있던가.”

해수를 씹어먹을 듯이 노려보던 하실장이 결국 눈을 내리깔며 처음으로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내일 합시다.”

“그래”

해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까지 갈 것 없이 몇 시간 뒤에 하실장이 해수를 찾았다.

“신이라, 제가 죽였습니다.”

“알아, 증거는.”

“사장님은 관계 없습니다.”

“알겠어, 증거는.”

“733 차량 트렁크 밑을 뜯으면 그때 입었던 옷이 있습니다.”

취조실 밖에서 보고 있던 팀장이 손가락을 튕기며 밖으로 나갔다.

*

같은 시각, 오갱은 사무실에서 2팀의 지원을 받으며 USB를 분석하고 있었다.

USB에는 친절하게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고, 이름 옆에 ‘합’, 또는 ‘약’이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합은 성관계 동영상이고, 약은 말 그대로 약하는 걸 찍은 동영상이네, 이 새끼들 지네가 권유하고 상대가 수락하는 순간도 찍어놨다. 강제성이 없다 이거지.”

“치밀한 나쁜 새끼들이네요.”

“그렇지, 그나저나 우리나라 높으신 쓰레기들 참 많네.”

“어.”

2팀 막내가 한 동영상을 확인하다가 얼어붙었다.

오갱이 일어나 그의 모니터를 확인했다. 오갱의 미간이 확 찌푸려진다.

“왜? 어... 우리 청장이네.”

< #44. 남녀평등 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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