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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너무 강함-42화 (42/255)

잭슨은 퀸 클럽에서 일한 지 6년째 되는 베테랑 웨이터다. 그는 저 멀리서부터 페라리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끼이이익-!

그는 차주가 4억짜리 차를 개같이 모는 모습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마티즈를 몰 때보다 더 거칠게 싸구려 차를 모는 것 같다.

“키 받아라-!”

가드건 발렛이건 상관하지 않고 차키를 던지는, 저 뼛속까지 깃들어 있는 갑의 성향을 보고 확신했다.

‘월척이다!’

차주는 당연하다는 듯이 줄 서있는 사람들 가운데로 일행과 함께 성큼성큼 올라왔다. 대기줄이 아니라 그들이 지나가기 위해 홍해처럼 갈라져 있는 길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가드들 역시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는 그들을 잡기는커녕 손으로 안내했다.

잭슨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잭슨입니...”

아니나다를까 차주는 잭슨을 딱 알아보고 바로 어깨를 걸치며 끌고 들어갔다.

‘뭐,뭐가 이렇게 힘이 쎄...’

“여기 물 좋다며?”

“제주도 청정수보다 깨끗하고 잘 빠졌습니다. 마음이 열린 여성분들도 아주 넘쳐납니다!”

“그래, 오늘 잭슨 실력 한 번 보자.”

신해수는 잭슨의 베스트 포켓에 수표 하나를 끼워주었다. 잭슨은 그 짧은 순간 눈을 돌리며 금액을 확인했다. 10만원이 아니다. 공이 하나 더 붙었다.

“이 잭슨, 오늘 목숨을 바쳐 형님을 모시겠습니다!”

“오바하지 마라.”

“옙!”

2층, 스테이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통유리로 된 룸.

빨간 수트를 입은 해수는 양쪽에 여성들을 앉히고 양팔을 쇼파에 거만하게 걸치고 있다.

“오빠, 저 오빠랑 친구야?”

“난 친구 없어, 쟨 경호원.”

“에이, 거짓말, 완전 인싸일거같은데?”

“다 싸구려밖에 안 보여서.”

“아...”

막내는 그 큰 몸을 안쪽으로 한껏 구기고 어색해했다.

“오빠 클럽 처음이야? 왜이렇게 수줍어해?”

“볼 빨개진 것 봐, 아 귀여워, 곰탱이같애!”

“마,만지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서 왜 손은 가만히 있대~”

-막내 신났는데? 여친한테 이른다?

-막내 개 좋아하네, 개부럽다.

-형님 개 좀 그만 찾으쇼.

그렇게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였다.

쾅!

해수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발을 살짝 들어올렸다가 발 뒤꿈치로 테이블을 내리찍었다. 여자들은 화들짝 놀라며 순간 장내가 적막해졌다.

“아이 씨...”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품에서 무언가 꺼내었다.

최라락-

흰색 종이가 공중에 휘날린다. 대한은행에서 발행된 수표다.

“꺄아악~”

여자들이 돌고래처럼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수표를 줍기 시작했다. 몇 명은 자존심에 다리를 꼬고 가만히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주웠다.

“가자, 재미 없다.”

“예, 사장님”

여자들이 수표를 줍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해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내는 반사적으로 같이 일어나 룸을 빠져나왔다.

그 모습에 잭슨은 식겁하며 해수에게 달라붙었다.

“혀,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잭슨, 이게 최선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훨씬 더 쌔근한 애들로...”

“됐다. 흥이 꺼졌어.”

“형님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해수는 뒤도 안 돌아보고 클럽을 빠져나갔다. 잭슨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워했다.

-너무 자연스러운데?

-돌격이 의심된다. 이게 진짜 모습 아니야?

-내가 형님이랑 마음이 같은 날이 올 줄이야.

다음날, 해수와 막내는 또 다시 퀸 클럽을 입장했다. 잭슨은 헐레벌떡 나와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그때 제가 얼마나 죄송스럽던지...”

“오늘도 그러면 뒤져.”

또 수표를 꽂아준다. 이번에는 두 장이다. 잭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전과 같은 룸,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최라락-!

마치 데자뷰처럼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얀 수표가 룸 안에 날아다닌다.

“까르르!”

동시에 해수와 막내가 룸을 빠져나왔다. 화난 얼굴에 잭슨은 식은땀을 흘리며 해수에게 붙었다.

“잭슨, 이게 최선이야?”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게...”

“됐어.”

해수는 미련없이 나갔다. 그러나 다음날 또 들렀다. 이번에는 다른 차를 끌고.

잭슨은 마치 출석표처럼 오늘은 수표 세 장을 받았다. 그저 좋지만은 않았다. 돈이 커진 만큼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잭슨은 정말 A급 여자들을 잡아서 넣어줬다. 그러나.

촤라락-!

그날도 똑같은 엔딩이었다.

“잭슨, 이게 최선이야?”

“제가... 오늘 온 애들 중에 정말 최고를...”

“쉿, 변명은 안 들어.”

해수가 나가고, 다음날 다시 오기를 반복하며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은 잭슨은 한 장을 받았다.

‘다시 줄어들었나? 하긴...’

그렇게 자리를 안내하고 수표를 확인했는데, 공이 하나 더 붙어있었다.

‘미친, 이 사람은... 내가 감당할 수 없다.’

욕심 부리다가 가랑이 찢어질 수 있다. 그는 결국 매니저에게 말했다.

“그래, 일주일째 VIP룸에 전세 낸 사람 말하는 거지?”

“...네, 맞습니다. 일주일동안 억 단위로 썼을 겁니다.”

“알아, 애초에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손님이었다. 나가봐.”

“네.”

‘강산유통 사장의 망나니 아들 이태수...’

매니저는 여자들을 통해 해수의 가짜 신원을 파악한 상태였다.

강산유통은 대성그룹의 하청업체로, 안서은의 도움으로 가짜 신분을 이미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오늘도 해수가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돈을 뿌리고 나가는 길에 매니저가 붙었다.

“고객님, 불편하신 부분이 있으셨습니까?”

“넌 뭐야? 잭슨은?”

“매니저 정석승입니다.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됐다!

-드디어?

“더 좋은 곳? 그럼 진작 말을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워낙 폐쇄적인 곳이라...”

“죄송하다 한 마디로 퉁 치려고? 지금까지 날 개 호구새끼로 봤다는 거네? 잭슨 불러.”

“그,그게 아닙니다. 그동안 소비하신 금액은 저희가...”

쾅!

“컥!”

해수는 매니저의 가슴팍을 밀어 벽에 쎄게 부딪히게 했다. 매니저는 예상보다 더 거친 행동에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해했다.

작은 소란에 가드들이 올라왔지만 막내에게 가로막혔다. 매니저 역시 손을 들어 가드들을 물렸다.

“내가 그깟 돈 때문에 그래? 고작 클럽 따위가 감히 날 간 봤다는 거잖아?”

“죄,죄송합니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그때, 소란을 본 잭슨이 올라와 넙쭉 엎드렸다.

“형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그래, 우리 잭슨이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었어, 니 잘못이지.”

싸늘한 음성에 잭슨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묵직한 무게가 그의 등을 짓눌렀다.

“끄윽”

해수는 잭슨을 밟고 지나가며 말했다.

“내가 마음이 바다같이 넓어서 이걸로 끝낸다. 야, 앞장서.”

“예! 알겠습니다.”

매니저는 맨 처음에 도도한 자세는 온데간데 없고 재빨리 달려가 안내했다.

-해,해수야 왜 그래? 무서워.

-돌격이 돈 많이 써서 빡쳤나보다.

해수는 매니저와 살짝 거리를 두며 단추를 들고 작게 말했다.

“또라이 빌드업입니다.”

-아하, 더 또라이짓을 하겠다?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 매니저가 매우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그... 정말 죄송합니다만, 경호원 분은 대동이 불가능합니다.”

“상관없어, 철아, 넌 가봐.”

“예, 사장님.”

막내가 나가고, 해수 혼자 매니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에 멈추어 서자, 바로 앞에 차 한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길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게 바짝 붙어 있었다.

-어, 돌격이 혼자서 좀 위험하지 않나?

-위험하겠지, 쟤네가.

-뭔 소리야?

-아 형님 알면서 왜 그래? 막내는 액셀이 아니라 브레이크야.

해수는 오갱의 말에 피식 웃으며 차에 탔다.

김상태의 설명대로 앞이 막혀있고 양옆에 썬팅이 진했다. 자세히 보니 썬팅이 양쪽에 이중으로 되어 있었다.

“지랄을 한다, 아주.”

“죄송합니다. 말씀드렸듯이 폐쇄적인 곳이라.”

“가서 별로면 끝이야.”

“마음에 드실 겁니다.”

차는 꽤 오래 달렸다. 한 시간 이상 달리다가 드디어 멈추었다.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차량 엘리베이터에 탄 것이다.

철컥

매니저가 문을 열어주며 웃는 낯으로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오케이 위치 땄다.

-해수야 우리 말 들리냐?

해수는 매니저를 따라 걸어가며 마이크가 달린 윗단추를 두드렸다.

톡톡

-전자파 차단 방해는 없나보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넓은 복도가 펼쳐졌다. 바닥에는 빨간 카펫이 쫙 깔려있고,

양옆은 통유리로 되어있어 안을 볼 수 있었다. 오른쪽에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와인, 양주, 맥주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고, 반대편은 주방으로 요리를 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해수는 몸을 틀어가며 안에 있는 것들을 영상으로 담아가려 애를 썼다.

“이쪽입니다.”

중앙 계단을 내려가자 양쪽으로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고, 수십 개의 방이 보였다. 방마다 호수가 달려있고 매우 조용하다.

가끔 쿵쿵 소리 들리는 걸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말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 방음이 잘 되어있는 듯했다.

“여기입니다.”

“머네.”

방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과일과 술 셋팅이 완료되어 있었다.

“드시고 싶은 주류가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이거면 됐어.”

“네, 그러면 잠시만 대기해주시겠습니까? 나가실 때는 이 벨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호텔방같은 모양새다. 한쪽은 술을 마시는 바, 반대편에는 쇼파와 쇼파테이블, 욕실은 대리석과 금테를 둘렀고, 침대는 킹 사이즈였다.

특이한 점은 창문이 모두 막혀 있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똑똑

5분도 안 되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여자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총 일곱 명, 여자에 크게 관심이 없는 해수의 동공도 살짝 커졌다.

-와...

-대한민국 미인들 다 저기 모아뒀구만.

마치 연예인들을 데리고 온 것만 같다.

“안녕하십니까? KAS 아나운서 유리입니다.”

“산삼물산 비서 서희입니다.”

“아시바라 항공 승무원 지연입니다.”

“안녕하세요오. 레드문 막내 승미에요.”

“포경병원 간호사 미소입니다.”

각자 컨셉이 있는, 아나운서, 비서, 승무원, 아이돌, 간호사 등등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를 모아놓은 것이다.

화장과 복장도 그에 맞춰서 입었다. 치마가 과하게 짧거나 가슴이 깊게 파이지 않고, 정말 본래 복장 그대로 가지고 온 듯 보였다.

소개가 끝나자 해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여기 재밌네.”

“마음에 드셨습니까?”

“니가 자신만만해한 이유가 있었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해수는 여자들을 쭉 둘러보았다. 서른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아직 젊더라도 스물이 넘었으면 얼굴에 성격이 보인다.

그는 가장 머리가 비어보이는 여자를 선택했다.

“너, 남고 다 나가.”

“지연이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무원 복장을 한 여자가 눈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매니저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나머지 여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해수는 지연과 함께 바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지연은 옆에 바짝 붙어 해수의 팔뚝을 은근히 만졌다.

“승객님, 운동 많이 하셨나봐요. 엄청 단단하신데...”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손의 온기가 은밀한 곳에 느껴질 때쯤, 해수가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채었다.

“어멋”

해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가 손을 놓아주었다. 얼마나 쎄게 잡았는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이 붉게 손자국이 나 있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술이나 따라.”

“앗, 아아...”

술잔을 내미는 해수의 눈동자가 슬픔에 젖어 있다. 그 모습에 어떤 사정 못할 말인지 눈치 챈 지연이 동정 가득한 눈빛을 보내었다.

-아! 비운의 망나니 컨셉!

-고자여서 망나니가 되었다! 신해수 의문의 1패!

< #42. 비운의 망나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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