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 중학교 2학년3반.
커다란 어른이 커다란 중학생의 주먹에 맞아 쓰러진다.
우당탕!
신해수가 옆으로 넘어지며 의자와 책상도 같이 쓰러져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정필은 조금 겁났던 해수의 외형에 비해 한 방에 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주먹을 들어 힐끔 보았다.
‘씨발, 내 주먹 존나 쎄.’
해수는 쓰러진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백정필에게 말했다.
“너 이거 경찰 폭행이야.”
“뭐? 경찰?”
경찰이라는 말에 백정필이 발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반 학생들을 슬쩍 살펴보았다.
“조까 시발!”
퍽!
백정필이 해수를 발로 차자, 해수가 뒤로 한 바퀴 굴렀다. 정필은 신이 나서 따라붙으며 책상을 들어 해수에게 내리찍었다.
쿠당탕!!
해수는 백정필의 폭행을 묵묵히 당하며 교실 밖으로 기어갔고, 정필의 일당들은 그를 보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와 시발 백정필 진짜 노빠꾸, 경찰도 빌빌 기네.”
“간지 뒤진다 시발, 경찰을 존나 패네.”
그의 무지막지함에 다른 학생들은 공포에 떨며 아무도 말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빠각!
“일로와 씨팔!”
백정필은 똘마니들의 격한 반응에 더욱 흥분하여 구석에 걸려 있는 대걸레를 부러트려 대를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척
그렇게 교실 밖으로 한 걸음 내딛자마자, 목에 두툼한 손이 얹혀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세상이 빙글 돌았다.
콰앙!!
뭐가 어떻게 된 건 지 모르겠다. 어느새 복도 바닥이었고, 자신에게 구질구질하게 쳐맞던 경찰이 목을 발로 밟고 있었다.
“이,익! 컥!”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목을 밟고 있는 힘이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숨을 못쉴 뿐더러 목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경찰은 소름 끼치도록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청소년, 잘 찍혔다. 목 씻고 기다리고 있어.”
해수는 백정필에게서 발을 떼고 방송실로 향했다. 정필은 그가 왜 방송실 방향으로 향하는지 예상했지만, 감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
신해수는 백정필 외 2명을 이경준 특수폭행 및 갈취로 기소를 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추가 기소를 했다.
백정필의 집, 그의 어머니는 공소장을 보다가 정필이 들어오자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필아... 이건 도대체...”
“뭐, 뭔데?!”
해수가 다녀간 날 이후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정필은 눈에 불을 켜고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그의 어머니는 흠칫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식당에서 일을 하며 홀로 키웠지만 어머니에게도 폭력을 자주 행사하는 정필이었다.
정필은 어머니에게서 공소장을 빼앗아 살펴보며 점점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발... 그 형사 새끼때문에 좆된 거야? 하... 씨.”
“정필아,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닥쳐 씨팔!”
어머니를 거칠게 밀친 정필의 눈은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
브르르릉-
퇴근길. 신해수는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현관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주차되어 있는 차 사이사이에서 숨어있던 괴한 세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자에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손에는 쇠파이프나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두 명은 체구가 작고 한 명은 크다. 게다가 모두 흉기를 든 손을 덜덜 떨고 있다.
해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누군지 도무지 모르겠는데, 반갑네.”
해수의 말에 덩치 큰 괴한이 욱하여 소리쳤다.
“죽여!”
그의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한 놈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해수는 몸을 살짝 틀어 손쉽게 피하고는 괴한의 가느다란 팔목을 잡아 꺾었다.
“아아악!”
그 사이 다른 괴한이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해수는 팔을 꺾은 괴한을 앞으로 내밀어 방패막이로 썼다.
퍽!
“억!”
자기 친구를 때리자 한 괴한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저,정선아!”
“시발놈아! 이름 부르지-”
우드득
“아윽! 엄마아! 시팔! 아 존나 아파!”
해수는 자신이 잡고 있는 정선이라는 괴한의 팔을 완전히 꺾어 부러트리고는 옆으로 버리고, 당황하여 뒷걸음질을 치는 괴한도 잡아서 얼굴을 콘크리트 기둥에 찍었다.
퍼석-
그는 콘크리트 기둥에 피를 주르륵 그리며 쓰러져 내렸다.
“커허...”
이제 덩치가 유독 큰 백정필같은 놈 한 명만 남았다. 그 역시 겁 먹은 눈이었지만 도망치지 않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이런 시팔! 죽어!!”
훙-
공포에 질린 공격은 눈 먼 공격이다. 해수는 어깨만 살짝 틀어 피하고는 그의 정강이를 발 끝으로 찍었다.
“악!”
그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해수는 천천히 다가가 쇠파이프를 든 그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끄!”
“너는 특별대우 해줘야지.”
투둑-!
“끄아악!!”
팔꿈치가 반대로 꺾이자 뼈가 살을 찢으며 툭 튀어나왔다.
해수는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등을 무릎으로 누르며 반대쪽 팔을 들어 올렸다.
“어어억! 아,안 돼, 안 돼, 안 돼! 자,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해수는 잠시 멈추고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줄 알아?”
“사,살려주세...”
“교화.”
까드득!
“까아악!!”
백정필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도의 고통에 바닥을 굴러다니며 괴로워했다. 모자는 물론 마스크도 벗겨졌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 살벌한 손속에 다른 괴한들은 팔이 부러진 것도 까먹고 공포에 몸을 떨고 있었다.
띡띡띡-
해수는 일어나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예, 3인조 강도 신고하려고 합니다. 흉기 들었고요. 제압은 했습니다.”
***
재판일.
법원에 백정필과 그의 일당 둘, 이경준과 그의 아버지, 신해수가 참석했다.
꽤 기간이 지났음에도 백정필은 두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들에게는 인생을 뒤흔들만 한 큰 사건이지만, 판사에게 학교폭력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김정선군과 박성식군은 보호처분 7호, 주도자인 백정필 군은 보호처분 8호를 선고합니다.”
7호는 2년 보호관찰이고, 8호는 1개월 소년원 송치였다.
“뭐,뭐요?”
“아니 이게 무슨!”
사람들은 벌떡 일어나 격분했다. 경준의 아버지는 충격에 입만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백정필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단!”
판사가 크게 외치자 장내가 급격히 조용해지고 시선이 집중되었다.
“피고 백정필 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미행 및 집단특수폭행 미수 건을 형사처분으로 징역 2년 형, 집단특수폭행에 가담한 김정선 군과 박성식 군은 징역 6개월을 선고합니다.”
“어?”
“어!”
“네?!!”
“아,아니...”
탕 탕 탕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아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전부터 인터넷으로 해당 관련 판례를 검색해본 백정필은 입을 쩍 벌린 채 절망했다.
소년원에서 나오면 소년교도소로 또 가야하는 것이다. 형량 역시 이례적인 판결이다.
대성 그룹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키워낸 판사의 일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 안돼, 안 돼! 이 씨발놈아!!!”
이성을 잃은 백정필은 이경준이 아닌 해수에게 덤벼들었다.
해수는 남들이 말리기 전에 한 걸음 마중나가며 다리를 걸고, 멱살을 잡아 의자에 내리찍었다.
콰직!!
의자가 부서지며 바닥에 강하게 부딪힌 정필은 켁켁거리며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해수는 그에게 얼굴 가까이 하고 그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입을 열었다.
“아직 선물 남았어, 기대해라.”
정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 해수가 무슨 말만 해도 공포스러운 백정필이었다.
*
며칠 후, 신해수는 누군가의 사무실에서 중년인과 마주앉아 있다.
“신형사 오랜만이네? 여전히 몸은 좋네, 아니, 더 좋아졌나?”
“소장님, 요즘도 7번방 운영 중입니까?
중년인은 소년교도소의 소장이다. 내주서 형사 때 해수가 소장의 아들이 괴롭힘을 당했던 사건을 담당한 연이 있었다.
“7번방? 당연하지, 쓰레기가 워낙 많아야지, 왜, 넣을 애 있어?”
“예, 한 달 후에 들어올 텐데... 2년을 20년처럼 느껴지게 부탁드립니다.”
“신형사가 직접 와서 부탁할 정도면 어마어마한 쓰레기인갑네, 알았어, 내 특별대우 해줄게, 20년이 아니라 200년처럼 느껴지게.”
“혹시나...”
“아아, 거긴 자살 걱정할 필요도 없어, 애들이 워낙 자살시도를 많이 해서 그거 막는데 도가 튼 애들이야.”
“다행입니다. 교도소는 지옥이어야지... 낭만적이면 안 되니까요.”
해수는 흐뭇한 얼굴로 녹차를 한 잔 마셨다.
돈도 명예도 쫓지 않고 오로지 범인만 쫓는 정의로운 경찰이라고 불리는 신해수.
사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피해자들에게 감사인사를 받을 때보다, 범죄자를 제대로 응징했을 때였다.
*
이경준 학생은 6개월 간 입원하며 어디 하나 고장난 곳 없이 퇴원하였고, 타 학교로 전학을 결정했다.
경준 아버지 역시 바쁜 회사에서 비교적 한가한 회사로 이직하고 경준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전념했다.
그는 가끔 음료를 들고 강진서 강력과로 찾아왔다.
“신형사님, 그... 비 오는 날에는...”
해수는 그의 말을 끊었다.
“잘 참으셨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해수의 말에 경준 아버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고개를 떨구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신해수의 집, 해수는 요리를 하고 있고 하루는 구석에서 휴대폰을 마구 두드리고 있다.
탁탁탁 탁탁
“아 어쩔티비 저쩔티비, 지가 트롤링하고 왜저럼?”
국자로 국을 푸던 해수의 손이 멈추었다. 그는 하루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력팀 형사 특성상 바빠서 신경을 못 썼더니, 인터넷으로만 한글을 배워 이상한 말을 자꾸 쓴다.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하루야.”
“하루 여깃음, 아, 네, 네?”
하루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가 다급히 휴대폰을 내던지고 일어나 손을 모았다.
집은 편해졌지만 해수에게는 여전히 높디높은 집주인님 모드다.
“학원 다닐래?”
“네? 어떤...”
“한국어학원.”
*
[프랜즈 한국어학원]
해수는 하루가 걸어서 다닐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곳을 택했다.
“아, 외모는 한국분이신 것 같은데, 어디서 살다 오신 건가요?”
“아... 이스라엘입니다.”
“아하...”
하루는 보고 듣고 쓰고 말하기 모두 되지만, 제대로 된 한국어가 아니었다.
해수는 그가 한국어를 배우기보다는, 올바른 한국어를 쓰는 곳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회를 배우기를 바랐다.
하루를 학원에 놓고 가기 전, 해수는 그녀와 마주했다.
“하루, 혼자 잘할 수 있지?”
혼자서 이제는 분리수거는 물론 게임도 하고 장도 볼 줄 아는 하루였다. 이제는 업그레이드 할 때다.
점점 단계를 밟아가며, 나중에는 일자리를 구해주고 독립을 시킬 것이다.
“네, 걱정노노”
‘걱정된다...’
*
그렇게 한국어학원에 보낸 지 일주일째 되었을 때였다.
사무실에서 주폭 조서를 쓰고 있는데,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해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네, 하루씨가...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해수는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 #39. 보람찬 응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