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37화 (37/255)

고성아파트 101동 현관.

교복을 입은 학생이 들 것에 실려 구급차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신해수는 뒤늦게 도착한 2팀 막내와 함께 구급차에 탔다. 누군가가 경준이 차에 떨어졌을 때를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다.

숨이 붙어있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11층 높이에서 한 번 떨어졌으니 몸이 엉망진창일 것이다.

“헤엑, 헤엑, 헥,헥-”

이동하는 동안 경준의 숨이 더욱 가늘어졌다. 구급대원은 산소 호흡기를 끼우고 셔츠를 벗겨 배를 살폈다.

“복수가 차오르는 것 같은데... 얼마나 남았어요?!”

대원이 앞쪽에 대고 소리치자 운전자가 대답했다.

“1분 안입니다!”

“끄르르륵-”

그때 경준이 몸을 부르르 떨며 피거품을 물었다.

“학생! 학생 정신 잘 붙잡고 있어요! 곧 병원 도착해요!”

끼익-

차가 멈춰서고, 뒷문이 열리자 의사와 레지던트가 달라붙어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 내 스크레치에 옮기고 빠르게 이동했다.

얼마나 시급한지 곧바로 긴급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앞, 해수와 석훈이 그제야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스윽

해수가 고개를 돌리자 석훈이 뜨끔하여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김석훈, 자세히... 말해봐.”

석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해수가 어떻게 먼저 도착했는지 의문이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에게서 지금 뿜어져 나오는 무서운 기운 때문이다.

“그... 경준이는 이번에 맡은 폭행 건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쌍방으로 들어왔지만 경준이 일방적으로 맞은 흔적이 많고, 행동을 보아 괴롭힘으로 의심되었거든요. 조금 더 자세히 파보려고 했는데, 살인사건이...”

막내는 경준이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모든 것을 실토했다.

그때,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중년인이 달려왔다. 그는 석훈을 붙잡고 물었다.

“어,어떻게 된 겁니까? 경준이가 어디를 다친 거죠?”

“그게...”

석훈이 죄책감에 쉽게 말을 잇지 못할 때, 해수가 대신 대답했다.

“투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예, 예?”

해수의 건조한 말에 경준 아버지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두 무릎을 꿇었다.

“경준, 경준아, 우,우리 아들이...”

해수와 석훈은 섣불리 위로를 하지 못했다. 수술실을 들어갈 때에도 상태가 매우 안 좋았기에.

경준 아버지는 충격에 몸을 잘 가누지 못했다. 해수는 석훈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넌 여기 있어, 나는 서에 좀 가야겠다.”

“예, 예 알겠습니다...”

막내는 해수의 눈에서 나오는 살기를 보았지만 차마 무서워서 막지 못했다. 강진서의 괴물이라 불리는 형사를 말릴 자신이 없었다.

*

쾅!!

강력반 사무실 문이 부서질 듯이 열렸다.

책상에 비스듬히 다리를 올려놓고 모니터 보던 동남철이 화들짝 놀라 일어나 소리쳤다.

“야이 새끼야! 깜짝 놀랐잖...아, 어?”

저벅 저벅 저벅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해수는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은 표정이었다.

“뭐, 왜에-악!”

퍼억!

해수의 발이 동남철의 배에 꽂혔다. 남철은 억 소리를 내며 다시 의자에 강제로 앉혀졌다.

“니가 사람이야?”

해수는 손바닥을 추켜올리고 허리를 비틀며 동남철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쩌억!

“니가 사람 새끼야!”

쩍!

“형사가 사건을 짬 시켜?!”

퍼억!!

후두둑-

혓바닥인지 핏덩어리인지 모를 것과 함께 하얀 이빨이 몇 개 바닥에 떨어졌다.

동남철은 정신이 혼미하여 눈을 반쯤 뜬 채 생존본능으로 두 손을 들어올렸다.

“끄어어... 자,자깐,자...”

그는 의자에 앉은 상태로 뒤로 점점 밀려나 창문 끝에 닿아 있었다.

“해수, 해수, 해수야!”

“뭐,뭐야 갑자기!”

형사들은 그제야 달려들어 해수에게 달라붙어 말렸다.

그러나 해수는 이번에는 그들의 손에 마지못해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잡고 있는 손가락을 잡아 뒤로 확 꺾었다.

우득 끄드득-!

“아악!”

“어윽!”

“서,선배님!”

손가락이나 팔을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꺾어 다 물리치고는 동남철에게 맹수처럼 다시 달려들었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휩쓸릴 것 같은 그 살벌한 기운에 감히 아무도 쉽게 말리지 못했다.

쩍 쩍! 쾅!

따귀를 연속으로 갈기다가 마지막에는 손바닥이 동남철의 턱을 후려쳤다. 의자가 옆으로 넘어가며 남철도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눈은 이미 풀려 있었다.

해수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가까운 내선 전화기를 뽑아서 동남철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으려 했다.

“선배님!”

묵직한 외침과 동시에 해수의 몸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정신 차리십시오!!”

해수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비틀며 자신의 몸을 붙잡고 있는 막내의 얼굴을 팔꿈치로 찍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렇게 몇 초간 가만히 있다가,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막내의 두꺼운 팔뚝을 툭 쳤다.

“놔, 숨 안 쉬어진다.”

“앗, 네, 죄송합니다.”

막내는 차분해진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폭주가 끝났다 생각하여 내려놓았다.

바닥에 발이 닿기가 무섭게 해수는 결국 전화기로 동남철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콰직!

전화기가 부서지며 사무실 바닥에 피가 스멀스멀 퍼졌다. 해수는 동남철을 쓰레기 보듯이 내려다보다가 휙 돌아섰다.

*

수십 분 뒤, 동남철을 병원으로 보내고 1,2팀 팀원들은 해수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2팀은 얼굴을 들지 못했고, 1팀 팀장은 점점 들을수록 얼굴이 벌개졌다.

“니넨 이 개새끼들아!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야지! 애 아직 수술 중이라며, 애 못 살리면 니네 다 옷 벗을 준비 해! 알았어?!”

“예...”

“예, 죄송합니다.”

순둥순둥한 동네아저씨같은 1팀장이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보기에 해수도 당황스러웠다.

2팀원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살인사건은 광수대에 보내고, 폭행 건은 우리랑 합동수사 해, 2팀장 이 새끼는... 경찰 할 놈이 아니다. 이번 건 책임 제대로 물어야겠다.”

1팀장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른다.

“돌격이는 나 좀 봐.”

해수는 뜨끔했다. 원래 순둥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서운 법이다.

팀장은 믹스커피 두 잔을 뽑아 해수에게 한 잔을 주고는 옥상으로 올라왔다.

“어떡할 거냐? 아무리 그럴만 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렇게 피떡으로 만들어 놨는데 그냥 넘어가겠냐? 걔 빽도 좋다며, 잘못하면 콩밥 먹을 수도 있어.”

“걔는 저 콩밥 못 먹입니다.”

해수의 확신에 찬 표정에 팀장이 검지로 그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이거,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랬구만?”

“못 참아서 팬 건 맞습니다.”

“그,그래? 아무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테니 말하고, 잘 해봐, 난 너랑 오래 일하고 싶어.”

“걱정 마십시오.”

***

며칠 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가로운 오후, 성덕병원 VIP실에는 동남철이 코를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아이 씨, 어떤 새끼가... 네,아버지.”

-야이 개새끼야!!

돌연 들이닥치는 샤우팅에 동남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귀에서 떨어트렸다.

“아,아버지?”

-니가 니 아비를 죽이려고 작정했지 아주? 뭐? 맡은 사건을 짬 시켜? 그것도 광수대가 조사 중인 살인사건을 공유도 안 하고 몰래 조사해?

“아뇨, 그게, 저도 저희 팀을 위해서...”

-야이 천둥벌거숭이같은 새끼야, 니가 그 신해수라는 놈한테 쳐맞은 것도 그 이유라며, 맞아?

“...”

-너 이거 소송이고 뭐고 할 생각 하지 말고 죽은 듯이 조용히 있어, 기자들 눈에 띄지 말고, 알았어?

아버지의 말에 동남철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평소에 아버지의 말이면 껌뻑 죽지만 이건 양보할 수 없다.

“예? 아니 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조또 없는 놈한테 두들겨 맞아서 머리도 열 바늘 꿰매고 이빨이 세 개나 나갔다니까요? 사건 방치는 방치고 폭행은 폭행이죠, 그 새끼 콩밥 먹여야죠!”

-사건이 안 엮여도 국민은 엮어서 봐, 이 새끼야! 너 두들겨 팬 신해수는 불의에 맞서는 정의의 경찰이라고 받든다고!

“...네? 그게 무슨 개같은...”

-이 놈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내가 너때문에 당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아들 새끼 잘못 둬서! 경찰 출신이 의원 되기 얼마나 힘든 지 알아 이 새끼야! 니가 감히 내가 이뤄놓은 걸 무너트려?!!

“네? 아니...”

-닥치고 어디 박혀서 나오지 마! 알았어?

“아버지, 아버지?!”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겼다. 동남철은 미간을 좁히며 기사를 살펴보았다.

해당 사건 관련으로 기사를 검색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거의 도배가 되어 있었다.

[강진서 강력과 동00 경감, 사건 방치, 팀원들의 양심 고백]

[중학생 투신자살시도 건, 동00 경감, 경찰 출신 국회의원 동00의 외동아들로 밝혀져]

[경찰의 사건 방치가 부른 참사, 이모군 34시간 째 혼수상태]

┗이러니까 견찰 소리 듣지

┗미쳤다 진짜, 빼박 살인죄다

┗죽지도 않았는데 무슨 살인죄?

┗혼수상태가 드라마처럼 졸라 잘 깨어나는 줄 암? 90퍼 죽은 거나 마찬가지

┗도대체 90퍼라는 저 통계는 어디서 봄?

┗강진서 조직도 봄, 동씨 하나임(링크)

┗와 ㅈ같은짓하더니 ㅈ같이 생겼다

┗됐고 관련자 다 짜르고 다 콩밥 먹여라

┗저 국회의원부터 내려라, 씨발

┗마즘, 보통 자식이 쓰레기면 부모는 개쓰레기임.

┗다른 팀에 저 쓰레기 동기가 존나 팼다고 함, 지금 병원행

┗그래도 그나마 양심 있는 견찰이네.

기사와 댓글을 읽어가는 남철이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하루아침에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런 시팔!”

동남철이 휴대폰을 집어던지자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 그러고는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을 열었다.

눈은 날카롭고 입은 웃는 전형적인 비즈니스 미소, 안경, 녹음기, 탭, 기자다.

“안녕하세요. 동남철 경감님? 조청일보 주석진 기자입니다. 잠시 말씀 가능하실까요?”

“아뇨, 할 말 없으니까 나가세요.”

“한 마디만 해주시죠, 1팀한테 내려온 살인사건을 가져오신 게 맞습니까? 아버지께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뭐라고 하셨죠?”

“어떤 새끼가 말했... 가요! 가라고!”

“이경준 학생 폭행 건을 일시적 보류 명령을 하신 건 맞습니까? 네 아니오라고만이라도 대답해주시죠!”

“몰라 시팔!”

동남철은 얼굴만 다쳤지 몸은 멀쩡하기에 슬리퍼를 신고 기자를 피해 밖으로 도망쳤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기자들도 그를 알아보고는 뒤쫓았다.

***

한편, 이경준 학생이 다니는 용수 중학교, 점심 시간.

백정필은 교실 창문가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휴대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다.

“정필아, 아 나 쫄려 죽겠다. 경찰이 우리 학교 찾아오겠지?”

친구의 말에 정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담배를 털었다.

“쫄지마 병신아, 잘 들어봐, 견찰이 견찰하느라고 이경준 방치했지?”

“응”

“이경준 그 쪼다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서 혼수상태 빠졌지?”

“응”

“그럼 걔한테 뭘 들을 수나 있겠냐? 아니면 지금까지 잘만 지켜보던 방관자 새끼들이 이제야 이경준 위한답시고 양심고백을 하겠냐? 이경준은 누워있고, 난 이렇게 교실에 있는데, 엉?”

친구는 정필에게 두 손을 들어 쌍따봉을 날리며 감탄해 했다.

“와... 역시 백정필이다. 역시는 역시, 멋있어.”

탁-

백정필은 담배 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겨 교실 바닥에 버리고는 교실 내에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친구는 재빨리 꽁초 불을 끄고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니까... 니 새끼들 전부 다 공범이니까 헛소리할 생각 말라고, 알아들어?! 이 새끼들아!!”

백정필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움찔거리며 작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중학교 2학년에 키가 180에 몸무게도 90키로가 넘는 미친 피지컬의 백정필은 2학년 3반 학생들에게 공포 그 자체로 군림해 있었다.

< #37. 무서운 중학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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