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36화 (36/255)

강력과 사무실.

열 명 가까운 형사들에 한데 뒤엉켜 있다.

신해수가 못이기는 척 손을 놓고 떨어지자, 얼굴이 벌개진 동남철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야, 놔봐, 놔 씨발! 야이 개새끼야!!”

퍽!

그가 휘두른 주먹이 해수의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그 순간 정지화면처럼 형사들이 멈추었다.

'이걸 왜 맞어...?’

동남철 역시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연히 피할 줄 알았고, 닿는 거리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해수만이 차분하게 볼을 매만지고 사무실을 나갔다.

“어, 어디가, 이 새끼야!!”

동남철은 말만 찢어 죽일 것처럼 내뱉고, 정작 해수의 뒤를 따라가지 못했다.

1팀은 파티션 뒤에 숨어 남몰래 따봉을 날리고 있었다.

‘우리 돌격이가 확실히 쩌네.’

‘아주 시원했죠, 그런데 징계 먹으면 어떡하지.’

‘해수 선배님 정말 멋있습니다!’

*

그날 점심시간, 동남철은 바로 서장실로 쳐들어갔다. 서장은 삐딱하게 그를 맞이했다.

“...그러니까 신해수 경사가 팀장님 어깨를 잡았다?”

“아니 잡기만 한 게 아니라 꽉 눌렀다니까요?”

“그러니까, 어깨를 꽉 눌렀고, 그게 기분 나빠서 주먹으로 아구창을 깠다?”

“그냥 눌러서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졸라 아프게 눌렀다니까요? 하극상이라고요 하극상!”

동남철이 소리치자 서장이 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고 중얼거렸다.

“하, 진짜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별 그지같은게 꽂히더니 징징대기나 하고...”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가봐, 신해수 경사 부르고.”

“제대로 혼쭐 내주셔야 합니다. 감봉에 인사고과에도 올리고...”

서장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야, 동남철이”

“...예?”

“니네 아빠가 내 상사지 니가 상사냐? 뭘 그렇게 감놔라 배놔라 지랄이야 지랄이? 니 맘대로 다 할 꺼면 니가 서장 하든가!”

“...지금 이러시는 거 후회하실 텐데요. 서장에서 멈추실 겁니까?”

“후회 안해 안하니까 얼른 꺼져!”

서장이 들고 있던 볼펜을 그에게 던졌다. 동남철은 서장실에서 쫓겨나 복도에서 이를 갈았다.

“시팔... 감히 서장 주제에...”

그는 바로 복도를 거닐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신해수의 하극상과 서장의 대우를 일러바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얌마, 너 나이가 몇이야? 철좀 들어, 평생 청에만 있던 놈이 그 빡센 강진서 간다고 할 때 알아봤다. 강진서가 청인 줄 아냐? 산 채로 사람 껍데기 벗기는 연쇄살인범 상대하던 놈들이야, 내 얼굴에 먹칠 그만하고 좋은 말로 할 때 청으로 와!

“아,아버지...”

뚝-

아버지의 전화마저 일방적으로 끊기자 동남철의 눈에 독기가 피어올랐다.

“시팔 진짜! 여긴 왜 이따위인 거야, 서장이나 신해수나...”

*

서장의 태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신해수에게 아무런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다. 어깨가 조금 빨간 것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고, 오히려 해수의 얼굴에는 멍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남철이 눈에 불을 켜고 해수를 엿먹일 방법을 찾던 중, 1팀의 내선전화가 울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1팀은 외근 중이라서 전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2팀 팀원이 일어나 대신 받으려고 할 때, 동남철이 재빨리 받았다. 내선으로 울리는 경우 열에 아홉은 사건 접수다.

“예 2팀 동남철 팀장입니다.”

-상황실입니다. 살인 아... 1팀 없으신가요?

“뭔데? 말해.”

-네 고암동 살인사건인데요. 원룸촌에 30대 여성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1팀에 전달 부탁드립니다.

“내가 2팀장인데 무슨 1팀에 전달이야, 2팀 무전에 사건 전송해.”

-아... 2팀은 사건 맡은 거 있지 않나요? 그리고 살인사건이나 특수폭행 건은 1팀이 주로...

“주로는 무슨, 앞으로 그딴 거 없으니까 살인사건도 2팀에 배정해, 상황실 팀장한테도 내가 얘기했다고 전달하고, 알아들어?”

-네, 네...

“아가씨 이름 뭐야.”

-경장! 김선영입니다.

“목소리는 예쁘네, 이름 기억한다.”

-예... 알겠습니다.

동남철은 코를 한 번 찡긋하고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새 사건 왔다. 살인사건.”

그러자 한 팀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1팀 현장에서 바로 이동 가능할 텐데, 제가 전달할까요?”

“이러니까 시발 1팀한테 주구장창 밀리는 거 아니야? 노예근성이야 뭐야? 살인사건 못 맡아?”

“아,아닙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미 맡은 사건도 있고...”

“고작 애들 싸움이 살인사건보다 급해? 그딴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야! 뭐해! 출동 준비 안 하고?!”

동남철의 닥달에 2팀은 다급히 살인사건 현장으로 출동했다.

원룸촌, 피해자는 컴퓨터 의자에 앉은 상태로 숨이 끊어져 있었다.

목은 청테이프로 목받침과 같이 둘러져 있고, 양쪽 손목도 팔받이에 청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날카로운 흉기로 목에 두 방, 가슴과 옆구리, 배까지 일곱 방, 강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우웁, 우욱”

어디 신체부위가 따로 노는 것도 아니고, 피만 방바닥에 많이 흘린 상태인데 동남철은 다급히 밖으로 나가 구역질을 했다.

2팀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 이거 손가락이 없네요.”

“뭐?”

한 팀원이 여성의 손 부분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완전히 잘린 것은 아니고, 딱 한 마디만큼만 열 손가락이 잘린 상태였다.

“이거 그... 평택에 살인 건도 이거 아니었어?”

“아? 그렇네요? 청테이프로 의자에 묶어둔 것도 그렇고.”

“연쇄살인범이네!”

어느새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들어온 동남철이 소리쳤다.

“이거 지금 조사 중인 팀에 안 넘긴다. 우리가 잡는다. 걔네 지금 세 번째 피해자 나올 때까지 못 잡고 있잖아? 곧 해체될 지도 모르는 새끼들한테 넘길 순 없지, 안 그래?”

“...그래도, 공유는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팍!

동남철은 주임급 팀원의 머리통을 손으로 후려갈겼다.

“아까부터 팀장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를 아주... 닥치고 공유고 나발이고 무조건 잡아, 오늘부터 밤 샐 생각 하고 있어!”

“팀장님 그러면 경준이 건은 3팀에 넘깁니까?”

“야, 너 대가리에 똥만 찼어? 넘기면 사건 가리는 팀으로 알 거 아니야! 그건 일시 보류하고 연쇄살인범 먼저 잡자 이거야, 우선순위를 모르겠어?”

“...알겠습니다.”

*

2팀은 동남철의 명에 의해 고암동 살인사건에 인력을 총동원하여 파헤치기 시작했다. 타 팀에게는 최대한 비밀로 진행하기에 수사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 와중에도 막내는 주임급의 당부에 집단폭행 피해자 경준이에게 연락을 주기적으로 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광수대가 직접 나섰는데도 잡히지 않았던 살인범인 만큼, 2팀도 진척이 거의 없었다.

막내가 오늘도 블랙박스를 눈알 빠지게 분석하던 중, 내선 전화가 울렸다.

“이백둘 김석훈 경장입니다.”

-상황실입니다. 용수동 고성아파트 투신자살 건입니다. 나이 열다섯, 이름 이경준...

쿠당탕!

막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넘어가 시끄러운 소리를 냈지만 그는 인지하지 못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던 해수가 2팀 막내의 상태를 보고 심상치 않은 건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바, 바로, 바로 가겠습니다.”

그가 넋놓고 같은 팀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나가려고 하자, 해수가 그를 뒤따라가 어깨를 잡고 돌려세웠다.

“어떤 사건이야.”

“제가, 제 잘못입니다. 제 잘못으로... 빨리”

“정신 차려! 어떤 사건이야.”

해수가 크게 호통치자, 그제야 정신이 든 막내가 말했다.

“용수동 투신자살 건입니다... 고성아파트 101동...”

해수는 더 듣지 않고 바로 나가서 오토바이를 타고 액셀을 당겼다.

브아아앙-!

해수의 행동에 얼떨떨해하던 막내도 머리를 털고는 차로 향했다.

*

고성아파트 101동,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아직 현장 통제 순찰차는 도착하지 않았다.

해수는 달려가 먼저 상황을 확인했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 머리가 터져 즉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리가 부러져 있고, 몸에 방금 생긴 상처가 많다.

투신 위치에서 10미터 떨어진 곳에 자동차도 하나 박살이 나 있다. 이상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떨어져 죽은 위치에서 다른 누군가가 옮겼나?’

시시티비를 살펴볼 시간은 없다.

“첫 발견자가 누구시죠?”

해수의 질문에 경비아저씨가 손을 들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저요. 저입니다... 에구 불쌍한 놈...”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대략 시간은 기억하십니까?”

해수는 빠르게 질문을 던지며 온도를 체크했다. 여름이기에 사망시간 추정에는 어려움이 있다.

“큰 소리가 울려서 왔다가, 떨어지는 걸 직접 봤어요. 한 이십 분 쯤 전인데...”

해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리셋을 외쳤다. 능력이 타인의 시선 예지로 바뀌어 리셋이 되지 않나 불안했는데, 다행히도 해수의 장면이 휙 바뀌었다.

*

한가로운 오후, 조용한 아파트 단지.

쾅!!

하늘에서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한 자동차 위에 떨어졌다.

빠앙! 빠앙! 빠앙! 빠앙!

시끄러운 경보음 소리에 차 위에 대짜로 누워있는 남학생, 경준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는 다른 사람이 올까봐 망가진 몸을 이끌고 비척비척 일어났다.

“큽, 쿨럭!”

그는 피를 한 움쿰 토해내고는, 다리를 쩔뚝이며 다시 아파트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 묻은 손으로 마지막 층을 눌렀다.

뱃속에서, 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괜찮다. 어차피 곧 끝날 것이다. 세상 고통이 모두.

척.

계단을 올라가 옥상 문고리를 잡았다. 그런데 옥상 문이 수십 톤이라도 된 것처럼 무겁다. 그는 문을 한참을 잡고 있었다.

뚝, 뚜둑, 뚝.

떨어지면서 혈관이 터져 피눈물이 흘렀다. 자신을 괴롭히던 애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들의 존재가 이 빌어먹을 문을 열 용기를 준다.

끼이익-

경준은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며 차가 없고,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을 정했다. 그리고 난간에 올라섰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지 않다.

“아빠... 미안해.”

경준의 몸이 앞으로 점점 기울어졌다. 머리부터 떨어져 방금과 같은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스으으으- 척!

경준의 몸이 45도정도 기울어졌을 때, 다리를 잡아채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털썩-

경준은 빙글 돌아 옥상 바닥에 엎어졌다. 그의 눈 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

경준과 눈이 마주친 해수는 그를 위로할 수도, 나무랄 수도 없었다.

세상에 고작 열다섯 살이,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길래 자살시도 하였다가 실패하자 망가진 몸을 이끌고 다시 올라갈까? 다시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까?

해수는 단 하나밖에 말해줄 수 없었다.

“내가, 내가 부숴줄게, 널 이렇게 만든 놈들, 널 이렇게 방치한 경찰... 모조리 부숴줄게.”

< #36. 똥남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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