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상사 사무실.
해원상사 사무실.
사체업자 사장은 넝마가 된 얼굴로 신해수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사체업자 사장은 넝마가 된 얼굴로 신해수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당연히 우리가 데리고 있지는 않고...요.”
“...당연히 우리가 데리고 있지는 않고...요.”
부업으로 대포폰을 팔기도 하는데, 가끔 와서 대포폰을 대량으로 사가는 무리가 있다고 한다.
부업으로 대포폰을 팔기도 하는데, 가끔 와서 대포폰을 대량으로 사가는 무리가 있다고 한다.
그들이 해원상사와 약 거래도 틀려고 했던 적이 있어서, 이것저것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해보니 아이를 받는다고 하여 팔았다고 한다.
그들이 해원상사와 약 거래도 틀려고 했던 적이 있어서, 이것저것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해보니 아이를 받는다고 하여 팔았다고 한다.
“걔네는 어디 있는데”
“걔네는 어디 있는데”
“모르죠?”
“모르죠?”
해수가 다시 마수를 뻗자 사장이 움찔하며 다급히 대답했다.
“저,정말 몰라요! 거래할 때도 다리 밑에서 차로 만나서 하고, 연락도 대포폰으로만 합니다...”
“걔네들에 대해 아는 거 다 말해봐, 생김새부터 옷차림까지, 세세하게.”
사장은 해수에게 자세히 털어놓고, 경찰서에 잡혀가며 애를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을 수십 번 반복하며 후회했다.
그러나 골치는 아파졌지만 그가 이렇게 멍청해서 아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안 받았다면 그 부부가 아이를 죽였을 것이다.
사장이 말한 바를 토대로 접근해보니 그 암흑조직은 점조직이었다.
점조직의 뿌리를 찾으려면 그들을 잡지 않고 오래 지켜보는 것이 기본이다. 즉.
“...잠복 노가다 시작이네, 보낸다는 신입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야 2팀! 헬프!”
1팀장의 투덜거림에 2팀장이 손을 휘휘 저었다.
“우리도 바빠, 연예인 마약 건 터져서.”
“아씨...”
그렇게 가끔 2,3팀의 도움을 받으며 잠복을 오랫동안 한 끝에, 점조직의 점이 선으로 연결되는 곳이 어디인지 가락이 잡히기 시작했다.
잠복 근무를 한 지 한 달, 아린이 부모의 속이 썩어 문드러질 때쯤, 오갱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에서 울렸다.
-찾았다. 개미굴.
***
겨우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엄마 아빠의 따뜻한 미소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놀던 때가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꿈처럼 느껴졌다.
아린은 오늘도 하얀 가루를 담는 일을 마치고 TV에서 보던 교도소보다 더 더러운 숙소로 돌아왔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고 바닥에는 쥐와 벌레가 기어 다니지만, 지옥같은 하루 중에 이곳으로 오는 길을 걸을 때처럼 기쁜 때도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흐윽...”
도착하면 차디찬 방 구석에 쪼그려 앉아 희미해지는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며 내일 또 있을 지옥을 기다리는 것이 다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지옥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어떡하지? 걔 방밖에 안 남았는데.”
“그냥 쳐넣어, 뭘 그년만 특별대우야 시발, 경찰들이 쟤 존나 찾는다잖아.”
아린은 매우 비좁은 곳에서 또래 아이들과 좁게 지내다가 다른 장소로 이동 되었다. 원래 있던 곳보다는 훨씬 넓고 화장실도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한쪽 벽면은 뻥뻥 뚫린 쇠창살이고, 바닥은 차갑고 바퀴벌레와 쥐는 잘 때마다 몸을 기어 다녔다.
그 방에서 처음으로 성인으로 보이는 언니를 보았다. 무섭게 생겼고 인상을 쓰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다.
하루 종일 독한 하얀색 가루가 넘치는 방에 들어가서 마스크 하나 끼고 일을 했다.
16시간을 일하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가게 했다. 식사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 단 한 끼.
아린은 너무 힘들었다. 내일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방 구석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 보고 싶어...”
쓰으으으
그때, 옷이 질질 끌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 무서운 언니가 두 사내의 손에 끌려오고 있었다.
툭-
사내들은 그녀를 방에 물건 버리듯이 던졌다. 그녀는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사내 한 명이 주머니에서 동그란 쇠로 된 무언가를 아린에게 던졌다.
“니가 발라.”
아린은 고개를 내려 그 약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새살이 솔솔] 까지만 적혀있고 그 뒤는 지워져 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무섭지만 죽을까 봐 약을 묻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이 그 언니의 피부에 닿는 순간.
짜악-!
“꺄악-”
챙그랑
언니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뒤돌아서며 아린의 따귀를 갈겼다.
아린은 이렇게 아픈 따귀는 생전 처음이었다. 얼굴에 피가 나는 것처럼 화끈거리고 쓰라렸다.
그러나 언니는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는 듯이 신경도 쓰지 않고 일어나 약을 발랐다.
“끄, 끄흐”
그러다가 조금 깊은 상처가 있는 등에 바르려는데 닿지 않아 낑낑거렸다.
아린은 입이 댓발 튀어나와 몰래 언니를 째려보며 도와주지 않았다.
“헉...허억”
언니는 어디가 또 아픈 건지 바르는 걸 포기하고 몸을 쭈그린 채 식은땀을 흘렸다.
아린은 아직도 뺨이 쓰라리지만 꼬물꼬물 다가가 그녀에게 물었다.
“또 때릴 꺼에요?”
언니는 말없이 약을 아린에게 건넸다.
아린은 약을 받아 그녀의 등에 발라주었다. 거칠게.
“읍.”
“언니는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맨날 다쳐요?”
그녀는 말없이 등을 보이며 누워 잠을 청했다.
말을 무시하여 또 화가 나려 했지만, 그녀의 등을 보자 그 마음을 잊었다.
등에는 이미 깊은 흉터가 되어버린 상처들이 아주 많았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 상처만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린은 아주 천천히 이불을 더 위로 덮어주었다.
아린의 손이 그녀의 살에 닿자 움찔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어느날.
콜록, 콜록 켈렉!
너무 힘든 날이었다.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쓰러지거나 울면 무서운 아저씨들이 어디론가 데려가고 다시는 보이지 않는다. 쓰러지면 안 된다.
이를 악물며 일을 끝마치고 아린은 방에서 한참을 울었다.
“엄마, 엄마아...”
뒤늦게 언니가 도착했다. 그녀는 또 피를 뒤집어쓰고 헉헉거리며 가만히 앉아있다가 아린에게 다가왔다.
“니 입 찢어줄까.”
위로의 말을 건네줄 줄 알았기에 더욱 무섭고 싸늘하게 다가왔다.
아린은 간신히 울음을 삼키며 끅끅대었다.
언니는 돌아서서 누운 채 한참을 있다가, 미안한지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엄마 없어, 아빠 없어.”
“흐윽...”
아린은 돌연 언니가 더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맨날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 오는데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
아린은 눈물을 닦고 언니에게 다가갔다.
“언니는 이름이 뭐야? 나는 아린이”
“이름... 야.”
“야?”
“야, 너, 이년아, 썅년아, 시발년아.”
“그만 그만.”
없다는 뜻이다. 있어도 기억이 안 나는 거다. 그만큼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다.
“그럼 내가 언니 이름 지어줄게.”
“지어...줘?”
아린의 말에 처음으로 그 건조한 눈에 잠깐이나마 생기가 돌았다.
“응, 언니 이름은...”
아린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중한 무언가를 건네듯이 조심스레 귓속말을 했다.
콜록, 콜록!
다음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끌려갈 수 없다. 살아서 엄마 아빠를 봐야 한다. 정말 정말 힘들게 간신히 참다가 일이 끝났다.
아린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졌다.
털썩.
*
저벅 저벅
여자가 방에 돌아왔다. 그녀는 아린이 문 앞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런데 무언가 자세도 이상하고 호흡도 얕다. 몸이 이상하리만치 차갑다.
일으켜보니 코피를 흘린 자국이 매말라 있고, 눈을 까뒤집고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여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꼬옥 안고 체온을 나눠주는 수밖에 없었다.
“아린, 아린!”
그때, 지나가던 관리자가 아린을 발견했다.
“어, 저거 간당간당하더니 갔네, 야야, 저거 가져가서 작업 쳐라.”
“예? 쟤 너무 어린데?”
“이새끼가 작업 한 두 번 치나, 눈알만 빼면 되잖아!”
“아 예에.”
관리자의 말에 사내 둘이 안으로 들어와 아린을 데려가려고 했다. 여자는 필사적으로 아린의 몸을 끌어안았다.
“좋아 아니야, 좋아 아니야!”
여자는 ‘안 돼’ 라는 말을 배우지 못했다. 아니 강제로 삭제되었다. ‘안돼, 싫어’라는 단어를 쓰면 그날은 죽도록 맞았다.
퍽퍽 퍽!
여자는 철봉으로 등을 맞고 발로 차이고 나서야 떨어져 나갔다.
사내들은 아린을 짐짝처럼 한쪽 다리씩 잡고 질질 끌고 갔다.
아린의 팔과 머리가 바닥에 쓸린다. 팔이 돌바닥에 쓸려 피가 나지만 여자는 잡을 수 없었다.
저들의 말을 거역하면 안 된다. 거역하면 죽도록 맞고 또 맞는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까닥
끌려가던 아린의 손가락 하나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것은 여자에게 신호다.
‘구해줘.’
스윽.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그지도 않은 문을 나서 그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이씨 또 쳐맞아야...”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뒤돌아섰다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평소 눈이 아니다.
사내는 여자의 이 눈을 잘 알고 있다. 마치 모드 변환하듯이 링 위에서만 보이는 그 살기어린 눈빛.
여자가 이 눈빛을 자신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코끼리가 말뚝 박힌 올가미를 뽑아버리는 것과 같다.
“이,이런 씨팔-”
사내는 허리춤에서 사시미 칼 꺼내려 했다.
그때 여자가 그의 엄지손가락 잡아 꺾고 칼을 빼앗아 허공에 휘둘렀다.
핏, 치이익-
그의 목에 가로로 혈선이 생기더니, 피가 분무기로 뿌리듯이 흩뿌려졌다.
여자는 그 피를 얼굴에 그대로 맞으며 서 있었다.
사내의 뒤에 아린의 발 한 쪽을 들고 있는 사내가 보인다. 그도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려고 한다.
여자는 목에 혈선이 생긴 사내를 돌려세우고 머리를 뒤로 확 꺾었다.
츄아아악-
혈선이 생긴 목이 아가미처럼 쩍 벌어지며 피가 뿜어져 나와 사내를 덮쳤다.
상대방의 시야가 가려진 사이 여자는 그 옆으로 다가가 칼을 옆구리에 두 방, 경동맥에 한 방 찔러넣었다.
푸북 푹-
그 손놀림은 마치 하나의 선을 그리듯이 부드럽고 빨랐다.
사내가 쓰러지며 자연스레 아린의 발을 놓았다.
아린의 발이 바닥에 닿기 직전, 여자는 손으로 발목을 받치고, 아린의 몸을 조심스레 안아들어 벽에 기대어 앉혔다.
그리고 창백해진 얼굴을 살피려던 그때.
“야! 무슨 일이야?”
아까 일을 시켰던 관리자다.
그가 현장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타이밍에 맞춰 관리자 뒤로 네다섯 명의 경호원이 우르르 나왔다.
몸을 움츠리고 있던 관리자가 제 뒤에 선 사내들을 보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저,저 년이 어떻게... 야 시팔 죽여!!”
“죽여!”
“와아아아!!”
우락부락한 장정들은 각자 장도리와 사시미칼, 손도끼, 철곤봉을 들고 무섭게 돌진했다.
여자는 피 묻은 칼 하나를 입에 물고, 방금 얻은 또 하나의 칼은 역수로 쥐고 그들에게 마주 튀어나갔다.
***
끼이이익-
철문이 열리고, 지독한 피비린내가 코를 확 찔렀다.
팀장은 얼굴을 확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음...”
팀장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갱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른 조직하고 다툼이라도 있었나...”
꽤 넓은 복도에는 생전에 한 덩치 했을 사내들 열댓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얕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모두 사망했음을 알 수 있었다.
쿵
“아윽! 아우 씨팔!”
팀장은 잘린 손가락을 밟고 미끄러져 등과 뒤통수가 피로 흠뻑 젖었다. 형사 활동복은 방수가 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를 뒤로 하고 오갱과 해수가 시체를 넘어가는 중이었다. 저 중간에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한 여인과 여자아이가 보였다. 그 모습에 해수와 오갱의 눈이 마주쳤다.
타다다닥
그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갔다.
쉬익 쉬익
숨소리가 들린다. 피투성이 여인의 심장에는 칼이 꽂혀 있었다. 그녀가 소중히 안고 있는 아이는 사진으로 보았던 아린이 분명했다.
“숨을 안 쉬어, 외상은 없는데...”
숨소리는 아린의 것이 아니라 여인이었다. 그녀는 점점 죽어가는 중이었다.
반대로 아린은 맥박이 아주 희미하게 잡힌다. 이전에 털었던 곳이 마약공장, 마약중독으로 인한 쇼크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면 될 일이다. 해수는 속으로 리셋을 외쳤다.
*
암흑 조직의 본거지로 진입하는 중, 해수는 마약제조공장 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발끝을 돌렸다.
“저는 이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뭐? 아니 왜?”
해수는 팀장의 말을 무시하며 달렸다. 그리고 아까 아린을 발견했던 곳에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쾅-!
그곳에는 여전히 지옥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달랐다. 아까 심장에 칼이 박혀있던 그 여자가 다른 사내의 심장에 칼을 박고 있었다.
푹, 끄득-
‘뭐야, 저 여자가 다 죽였을 리는 없고, 아린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놈만 죽인 건가?’
“경찰이다!”
해수는 혼란스러운 정신을 다잡으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바닥에 아린이 널브러져 있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다가 해수의 심장이 순간 얼어붙었다.
자신과 마주친 여자의 눈, 서슬퍼런 살기가 넘실거리는 저 눈빛은, 분명 13년 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했던 그 눈빛이다.
< #25. 개미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