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24화 (24/255)

세중 아파트 1003호.

뚝-

유괴범의 전화가 끊겼다.

남편과 아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 때, 정보과 직원이 외쳤다.

“위치 떴습니다. 구 신성은행 맞은편 공중전화박스, 관제 센터에 추적 관찰 요청했습니다.”

직원의 말에 강력1팀 형사들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팀장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방금 통화 파일 우리한테 싹 다 보내고, 오갱은 2,3팀 지원요청하고, 가자.”

“저는 오토바이 타고 가겠습니다.”

“오케이, 무전 잘 듣고.”

“예!”

며칠동안 이 아파트에서 먹고 자기에 아파트 1층 주차장에는 신해수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었다.

지금처럼 추적을 하기에는 한 차보다는 한 대라도 더 많은 것이 유리했다.

브르르릉-

공중전화박스로 가는 길, 1팀 망으로 정보과 직원의 무전이 들려왔다.

-회색 후드티 용의자 추정, 매일시장 방향으로 이동 중.

관제 센터에서 연락을 받고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용의자 새섬 여관 끼고 우회전.

해수는 막 공중전화박스 위치에 도달했다. 그리고 무전으로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는 길.

-연재 마트에서부터 끊겼어요! 그 안으로는 관제센터로 확인 불가하답니다!

해수가 연재 마트에서 길이 꺾이는 방향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차 한 대가 그곳에서 나왔다.

해수는 그 안에 운전자를 보았다. 여성이다. 뒤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

척.

해수는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추더니 뒤돌아섰다. 그때 팀장의 무전이 들려왔다.

-없네 없어, 새미로 호텔쪽에는 안 보여, 막내는 어때?

정보과 직원은 더 이상 보고할 게 없는지 조용하다.

해수는 문득 예전에 CCTV를 분석할 때가 떠올랐다. 놀이터, 공원, 그 얼굴과 흡사하다. 그는 무전기를 들어올렸다.

“팀장님, 현장에서 같은 사람이 세 번 보였습니다. 용의자 남성 말고.”

-같은 사람? 두 번은 우연이어도, 세 번이면 범인이지.

해수는 오토바이를 돌려 그 차를 따라 이동했다.

“미행하겠습니다.”

-오케이, 불러.

“ 27나비 나 3301, 검은색 아반떼, 역전 방향으로 가는 중.”

-잘 붙고 있어, 바로 따라갈게.

“예”

차량이 빠르게 가는 편이 아니라 해수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도착지는, 세중 아파트...”

-...뭐?

세중 아파트, 유괴당한 아린이 사는 곳이다. 세 번에나 보았던 그 임산부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수는 차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지상에 오토바이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임산부가 혼자 타고 있다. 8층이 눌러져 있다. 해수는 아린이 집이 있는 10층을 눌렀다.

-딩동 8층입니다.

문이 열리고 해수는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려고 바로 닫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기에 확인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팀장님 지하주차장에서 잠시만 대기해주세요.”

-어? 어 그래 알았어.

해수는 10층 아린이의 집으로 향했다. 문도 살짝 열려있고 안에는 큰 소리가 나고 있었다.

“내가, 내가 신고하지 말자고 했잖아! 어떡해, 우리 아린이 어떡해!!”

“이제 잡힐 거야, 아린이 괜찮을 거야, 여보 제발 진정...”

그때 해수가 들어오자 남편이 먼저 달려와 매달렸다.

“형사님! 어떻게 됐어요? 우리 아린이는...!”

해수가 홀로 들어오자 눈빛에 실망감이 가득하다. 그들의 감정을 받아줄 시간이 없다. 해수는 남편을 떼어내고 두 어깨를 붙잡고 눈을 마주했다.

“통화로 아린이 목소리 들었을 때 어땠습니까? 뭐라고 했죠?”

해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서운 기운에 남편은 살짝 주눅이 들어 대답했다.

“그,그때 말씀드린대로, 아빠 언제 오냐고, 보고 싶다고...”

“목소리 톤은 어땠나요? 겁에 질려 있었나요?”

“그야 당연히... 아? 그랬던 것 같지는 않아요.”

아이가 아홉 살인데 겁에 질린 목소리가 아닌 것은 납치당한 줄 몰랐던 것이다. 면식범이다. 그것도 자주 봤던.

해수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놀이터에서 봤던 그 임산부 몇 호에 사는 지 아십니까?”

“8층 끝이요. 810호.”

“가죠.”

해수는 부부와 함께 810호로 향했다. 아내가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묵묵부답이다. 문에 귀를 대보니 다급히 움직이는 인기척이 들린다. 해수가 손가락을 휘적거리며 계속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쿵쿵쿵

“새댁, 안 계세요? 물어볼 게 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시끄럽게 두드리니 부담스러웠는지 그제야 문이 열리며 임산부가 얼굴을 드러냈다. 짜증보다는 불안감 가득한 눈빛.

“...무슨 일이세요.”

문을 조금 열었다가 해수가 얼굴을 내밀자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자 다급히 그녀가 문을 닫으려고 했다.

턱-

해수는 문을 억지로 열고는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수사에 협조 바랍니다.”

그녀가 눈에 띄게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집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고, 빈 소주병이 한쪽 구석에 한가득 있었다.

그 중에 작은 방에는 청테이프와 커터칼이 있었다.

“왜, 왜 이러세요? 당장 나가세요!”

해수와 부부는 집안을 빠르게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해수는 거실에 걸려있는 결혼사진을 보았다. 임산부와 키 차이를 보니 175정도, 체격도 마른 것이 용의자와 부합된다.

털썩

그때, 아내의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에는 분홍색 체리 장식의 머리끈이 들려 있었다.

“우리 아린이, 아린이꺼...”

결정적 증거다. 임산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며 자연스럽게 해수를 보았다.

믿기 힘들지만 같은 아파트에 딸이 감금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눈동자가 금세 젖더니 돌연 표독스럽게 변했다.

“우리 아린이 어디 있어!!”

그녀가 죽일듯이 다가가자 임산부가 뒷걸음질을 치며 손사래를 쳤다.

“나는, 나는 정말 잘못 없어요. 죽이자고 하는 거 몇 번이나 말렸고, 꺄악!”

아내가 임산부의 머리채를 잡고 따귀를 마구 때렸다. 그 모습에 해수가 그녀를 말렸다. 잘못해서 유산이라도 시키면 그녀에게도 죄가 생긴다.

“어머님, 이러시면 아린이 못 찾아요. 얘기 들어봐야죠.”

간신히 둘을 떼어 놓던 그때.

타다닥-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급격히 멀어지는 소리.

해수는 남편을 한 번 보았다가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여자 잡고 있어요!”

밖으로 나가니 회색 후드를 눌러 쓰고 있는 사내가 아파트 복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해수는 그의 뒤를 쫓으며 무전을 쳤다.

“용의자 발견! 8층 중앙 계단으로 도주 중!”

-어 오케이 올라갈게!

해수가 범인을 쫓으며 5층으로 내려가는 길, 팀장과 강석이 올라오는 것을 범인이 발견하고 중간에 4층으로 빠졌다.

그 모습에 해수는 놈이 간 곳보다 한 층 위에 비상문을 열고 들어갔고, 팀장은 아래층을, 오갱은 범인의 뒤를 쫓았다.

타다다닥-

-올라간다!

턱!

복도식 아파트는 비상계단이 두 곳에 있다. 1호 옆과 엘리베이터 옆, 범인은 엘리베이터 계단에서 나와 1호 옆에 난 계단으로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해수와 딱 마주쳤다.

“이런 씨팔!”

범인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더니 해수에게 거침없이 뻗었다.

해수는 상체를 틀어 칼을 흘리며 손목을 잡아 채어 꺾고, 그의 머리채를 잡아 계단 벽에 얼굴을 박았다.

퍽!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박히자 그의 코가 깨지고 벽에 피가 묻어 났다. 해수가 그의 머리채를 뒤로 확 젖히며 말했다.

“고대 법에 유괴범은”

퍽-

“아이를 팔아도 사형.”

“아이를 무사히 데리고 있어도 사형이다.”

“지금 널 죽여도 된다는 뜻이야.”

퍽!

“사 살려듀세...”

“싫어.”

퍼석-

그는 결국 기절하여 스르르 쓰러져 내렸다. 계단 벽에는 길게 붉은 피가 그려졌다.

해수는 발을 들어 그의 머리를 밟으려다 멈칫했다.

임산부라서 여자를 응징하지 못하는 분풀이를 더 하고 싶었지만 진짜로 죽을 것 같아 멈추었다.

***

유괴 부부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남편이 도박까지 하여 사채 빚까지 있었다. 그러는 중에 아내가 하혈을 심하게 하여 일을 그만두게 되자 사채업자들이 아내를 사창가에 판다는 말에 유괴 계획했다고 한다.

감금이 길어져 아린이가 울 때마다 남편은 불안해 하며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임산부 아내가 적극적으로 말렸고, 세 번째 죽이려고 했을 때 아내가 그냥 그 사채업자한테 팔자고 하여 빚 2천만 원을 탕감하는 방법으로 팔았다고 한다.

작성된 조서를 보던 오갱이 중얼거렸다.

“이건 불행이라고 해야하나 행운이라고 해야하나?”

“지금까지는 행운이지 행운, 범죄자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때까지 살아있던 건 그 여자 덕분이니까.”

해수가 고개를 끄덕여 동감을 표했다.

“맞습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나 필리핀에 팔아 넘기더라도 13세 미만은 장기밀매도 안 되니 죽을 가능성은 당장은 사라진 것이다.

해수는 앞니 여덟 개가 나간 사내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켰다.

“이제 사채 털러 가시죠.”

팀장은 해수에게 애원하듯이 매달렸다. 그의 앞에는 볶음밥이 있었다.

“막내야, 이것만 먹고 가자, 배고프면 힘도 못 써, 이제 또 언제 밥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예.”

*

낡은 4층 건물 앞, 꼭대기 층에 해원상사라는 간판이 보인다.

“여기라고?”

“에, 에 맞슴니다.”

유괴범이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이가 없으니 발음이 샌다.

해수는 팀장과 오갱을 보며 말했다.

“정문이랑 뒷문 맡아주십시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막내 패기 봐라, 몇 명이나 있을 지도 모르는데 들어가기 전부터 지원이 아니라 도망칠 애들이나 잡으란다. 이거 잘 치는 애가 오갱 말고 또 있으니까 참 좋네, 가라 돌격대장!”

팀장이 손모양으로 총을 쏘듯이 입구를 가리키자, 해수가 유괴범의 뒷덜미를 잡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건물 4층 해원상사 사무실.

쿵-!

철문이 거칠게 열렸다. 안에는 딱 봐도 ‘나는 깡패요.’라고 얼굴에 써놓은 사내 네 명이 앉아있었다.

해수는 책상 앞 상석에 앉아있는 자에게 유괴범을 들이밀며 물었다.

“얘가 데려온 아이 어디 있어.”

“아이?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찾아야지 여기선 왜 찾아?”

사장의 말에 다른 사내들이 킥킥거렸다.

해수는 유괴범을 옆으로 치우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래, 맞다보면 생각 날 거야.”

“미친놈... 꿇려.”

사장의 명령에 사내 세 명이 위협적인 문신을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민머리에 가장 덩치가 큰 놈이 먼저 해수의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여기가 어디... 아악!”

우드득!

해수는 덩치의 손목을 잡아 위로 확 꺾으며 발목을 걸었다. 그 육중한 몸이 공중에서 반바퀴 휙 돌더니 장테이블에 머리가 쳐 박혔다.

콰지직!!

장테이블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반으로 쩍 갈라졌다. 그 모습에 다른 사내들이 움찔했다. 해수는 그들을 보며 덩치의 목을 발로 잘근 밟았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덤벼."

“이 개-”

퍽 뻑-

신해수는 욱하여 달려드는 사내의 코에 주먹을 짧게 끊어치고, 물러서는 그에게 다시 주먹을 길게 뻗어 턱을 때렸다.

사내는 만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가 뒤로 자빠졌다.

그 사이 해수가 상체를 물리자 빈 공간에 다른 사내의 주먹이 가로질렀다.

해수는 그의 손목을 잡아 손바닥으로 그의 팔꿈치를 올려치고.

우득!

“끄악!”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아 벽에 밀쳤다.

퍽!

해수는 벽에 혈선을 긋는 그를 뒤로 하고 마지막 남은 사장에게 다가갔다. 사장의 입은 여유로운 척 웃고 있지만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 말로 할...”

해수는 그의 머리채를 잡아 책상 앞 유리 재떨이에 내리 찍었다.

퍽!

그러고는 코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그를 다시 일으키고 눈을 마주했다.

“생각났어?”

“아니, 나는 아이는 정말 무슨 말인지-”

퍽, 퍽!

“생각났어?”

“서,선생님, 잠깐만-”

해수가 다시 그의 얼굴을 유리 재떨이에 찍으려 하자 그가 필사적으로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말할게! 말할게!”

그제야 해수의 손이 멈추었다.

< #24. 잡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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