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20화 (20/255)

강쇠파 여섯 명이 비장한 표정으로 병원 복도를 막았다.

나머지 모창귀를 업은 사내와 다른 무리는 다급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신해수의 길을 막은 사내들이 둔기를 들어올렸다.

“죄송합니다. 형사님.”

“괜찮아.”

해수는 철봉을 가로로 들고 그들에게 돌격했다. 예상 외의 공격에 사내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일 때 해수의 봉이 들이닥쳤다.

퍼벅 퍽!

“어어어!”

맨 앞에 있던 사내 둘은 봉에 맞아 그대로 뒤로 자빠지고, 나머지는 봉에 상체가 걸린 채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났다.

쿠궁 쿵!

순식간에 여섯 명을 쓰러트리고 그들을 넘어가려 하는데 사내 한 명이 필사적으로 해수의 발을 잡았다.

해수는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철봉으로 그의 손등을 내려찍었다.

콱!

“끄악!”

손쉽게 손을 뿌리치고 모창귀를 업은 사내를 뒤따라갔다. 그러나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반 이상 닫히고 있다.

지이잉 턱

뒤늦게 도착하여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열리지 않았다. 입원실은 6층, 해수는 그 옆에 비상계단으로 거의 날다시피 내려갔다.

넘어진 놈들이 재빨리 일어나 따라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

문 닫힌 엘리베이터 안.

덩치 사내에게 죽은듯이 업혀있는 모창귀가 슬며시 눈을 떴다. 뒤에 서서 그를 보고 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까꿍.”

모창귀는 두 손을 뻗어 사내의 목을 잡고 휙 꺾었다.

*

터덕 터더덕 터덕-

예상대로 1층이 아니라 주차장이 있는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섰다.

해수는 철봉으로 비상계단 문에 걸어 잠궜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봉고차 두 대가 대기하고 있고 그 안에는 운전수가 각각 한 명씩 남아있는데, 해수를 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푹 숙이며 몸을 숨겼다.

-딩동 지하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지이이잉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며 머리가 함몰된 사내가 흘러나와 쓰러졌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피가 낭자해 있고, 사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 중앙에는 피에 젖은 환자복을 입은 사내만이 우뚝 서 있었다.

‘이 병신들...’

어떤 상황에서도 모창귀의 두 손을 자유롭게 둬서는 안 되었다. 해수는 미간을 좁히며 속으로 리셋을 외쳤다.

그러나, 리셋이 되지 않는다. 해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 상대는 작은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가 해수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으며 이죽거렸다.

“이번엔 총이 없어서 어떡하나?”

“너도 칼이 없네.”

모창귀의 손에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주로 쓰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 오른팔은 한 번 부러졌다가 제대로 붙지 않은 상태고, 왼팔도 총에 맞아 멀쩡하지 않다.

“키햐!”

그가 이빨을 드러내며 해수에게 덤벼들었다.

훙 훙-

무서운 기세로 휘둘러지는 망치를 상체를 뒤로 물려 피하고 스프링처럼 탄력을 받아 앞으로 나가며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모창귀도 상체를 살짝 물려 해수의 주먹을 완벽하게 피했다. 리치의 차이, 맨 손이었으면 모창귀가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휙 휙 퍽-

순식간에 몇 번의 공방이 오갔다. 해수와 모창귀는 서로 가벼운 공격만 허락했다. 역시 상태가 최악이더라도 모창귀의 동체시력과 반응속도는 비범했다. 시간을 끌면 맨 몸으로 망치를 받는 해수가 불리하다.

해수는 가드를 높이 올려 머리를 보호하며 그에게 몸을 밀어붙였다.

“여기가 비었네!”

퍽-!

놈이 망치로 해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해수의 눈은 반짝였다. 그는 이를 악물며 돌격하여 모창귀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넣었다.

콰앙!

이내 엘리베이터 벽 끝까지 몰아세우고, 그제야 그제야 가드를 내리며 말했다.

“잡았다.”

모창귀의 눈이 희번덕 빛났다. ‘그게 뭐?’라고 따지는 눈빛이지만 그는 자기자신의 상태를 과대평가했다.

해수는 팔뚝으로 그의 가슴을 압박하며 주먹으로 그의 턱과 얼굴을 무자비하게 가격하기 시작했다.

퍽 퍽퍽 쾅! 퍼석!

모창귀가 망치를 버리고 두 손으로 해수를 밀치려고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털썩-

모창귀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함몰되어 스르르 내려앉았다.

해수는 그의 손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참에 잘 됐네.”

그는 모창귀를 CCTV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끌고 와서 망치로 그의 양손을 마치 패티처럼 두들겼다.

손이 완전히 짓눌려 쥐포처럼 변했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모창귀는 신음 한 번 내지 못했다.

스윽

그가 피 묻은 망치를 들고 뒤돌아서자, 이제 막 비상계단 문을 부수고 나온 강쇠파 무리들이 보였다.

그들은 해수와 눈을 마주치고는 움찔 어깨를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얌전히 있다가 잡혀가라.”

“예,예! 알겠습니다!”

한 사내가 반사적으로 크게 대답했다. 동시에 그곳으로 강진서 강력 1,2팀 형사들이 도착했다. 간호사들이 난리가 나자마자 신고했던 것이다.

해수는 오강석 형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망치를 내버리고 힘없이 터덜터덜 비상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가서 좀 쉬어야겠다.”

*

모창귀와 강쇠파 조직원들을 검거 후, 강력1팀은 현장 판별을 위해 병원에서 수거한 엘리베이터 CCTV를 시청했다.

죽은 듯이 업혀있던 모창귀가 벌떡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사내들을 도륙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의 움직임이나 살기가 모니터 너머까지 전해오는지 막내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괴물이네, 괴물.”

“진짜 살벌한 놈이네, 저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두 팔이 나간 만신창이인 몸 상태로 흉기를 든 건장한 사내 여덟 명을 압도적으로 짓눌렀으니.

그때 영상에서 해수가 등장했다. 그 모습에 오강석 형사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괴물 잡는 괴물도 있고...”

다른 형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모창귀가 구석에 몰려 해수에게 주먹 세례를 받을 때는 눈까지 질끈 감으며 아찔함을 표했다.

아무튼 결과는, 병실에 있는 환자 덕분에 최악의 살인귀가 사회로 풀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

병실.

신해수는 창문너머 짙은 어둠이 깔린 밤하늘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번 죽을 위기를 겪고 나니 리셋 능력이 사라진 건가?’

분명 엘리베이터에 탄 강쇠파의 조직원 중에 사망자만 둘에 대부분 중상이었다. 리셋하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아무리 리셋을 외쳐도 돌아가지 않았다.

‘잠깐, 조건?’

해수는 차근차근 조건을 다시 체크해보았다.

1. 하루 한 번

2. 죽거나 불구 정도의 치명상을 입은 사람이 있는 현장.

3. 진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진심...?’

마지막 조건이 걸린다. 자신은 조폭들이 엘리베이터에 쓰러져 있을 때 진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는가?

백 퍼센트 진심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리셋으로 구해야 할 대상을 나눈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다. 어쩌면 진짜로 리셋 능력이 사라진 걸수도.

모든 건 업무에 복귀해야 알 수 있다.

*

모창귀는 퇴원 후 가장 담이 높은 효성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해수는 강력1팀 팀원들과 함께 표창장을 받고, 홀로 특진까지 했다.

표창장을 받은 날, 헤어지면서 강력1팀 팀원들이 해수에게 한 마디씩 던졌다.

“신경장님, 아니 이제는 신경사님이지, 전입시즌 되면 꼭 우리쪽으로 지원해요.”

“근무시간도 아닌데 목숨 걸고 검거하는 신경장님은 진짜 참 경찰이야, 참 경찰.”

“아무 걱정 말고 지원하세요. 우리도 목숨 걸고 신경사님 받아낼 겁니다.”

해수는 자신에게 엄지를 연신 추켜올리는 1팀 팀원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수고들 하십시오.”

*

해산 후, 신해수의 집.

해수는 집에 오자마자 구석구석에 널려있는 담배와 라이터를 모두 쓰레기통에 처박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자만했다. 밤마다 모창귀와의 싸움이 계속 떠오른다.

둘 다 멀쩡한 상태에서 싸울 경우, 둘 다 칼을 가지고 싸울 경우를 이미지 트레이닝 해 보았다. 자신이 이길 확률은 3할을 넘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강한 놈들은 많다.’

몇 년간 특출나게 강한 놈들을 만나지 못하여 단련에 해이했다.

해수는 이제 담배도 끊고 몸을 더욱 강인하게 단련하기로 결단했다.

*

펑 퍼벙-

“와우!”

“신경사님 특진 축하드립니다!”

“퇴원 축하드립니다!”

동부지구대, 신해수가 두 달만에 복귀하자 팀장과 팀원들이 폭죽을 터트리며 그를 반겼다.

아침이기에 비교적 한가하지만, 여전히 한쪽에는 주취자들과의 실랑이로 한창 바쁜 모습에 괜히 미안해진다.

그때 임순경이 촛불 하나를 켠 케잌을 들고 왔다.

“신경사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특진, 퇴원,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후-”

해수는 짧은 인사와 동시에 촛불을 끄고 케잌을 빼앗듯이 받았다.

“이제 일합시다.”

해수의 딱딱한 행동에 팀장이 두 손을 휘휘 저었다.

“에이 칼도 맞고 총도 맞은 사람을 벌써 내쫓을 순 없지, 대기만 해 대기만.”

“그럴 거면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임순경.”

“옙!”

해수는 그렇게 바로 임순경을 데리고 지구대 밖으로 나섰다.

순찰차를 타고 순찰을 돌던 중, 아침 일찍부터 주폭 신고가 들어왔다. 가보니 중년 남성이 혼자 난리를 치다가 제 발에 넘어지며 깨진 유리병에 눈이 찔린 것이다.

“아윽, 아아악!”

상황을 제대로 듣지 못하여 아직 구급차는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유리가 박힌 눈을 보니 피와 묽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꽤 깊이 박힌 것이 거의 무조건 실명이라고 생각되었다.

바닥에는 중년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지갑 안에는 중년 남성과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꽂혀 있었다. 부인은 없는 것으로 보아 혼자 아이들을 키운 듯했다.

아이들을 향한 동정심이 밀려온다.

‘실명으로 리셋이 될까...?’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주변 환경이 확 바뀌었다.

*

“퇴원 축하드립니다!”

지구대다. 막 출근했을 때다. 해수는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기뻐했다. 리셋 능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해수는 순찰을 일부러 그 근처에서 하다가, 중년 남성이 난동을 부리자마자 바로 잡아들여 지구대에 넘김으로 실명을 막아냈다.

그렇게 두 달만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퇴근시간인 오후 다섯 시가 다가왔다.

브르르릉-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한 여고 앞에서 30키로를 준수하며 천천히 가는 길이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짓는 여고생들이 하교하는 평화로운 장면.

끼이이익-!

“아악!”

하얀색 세단 한 대가 돌연 학교 쪽으로 돌진하여 여고생 한 명을 치었다.

“꺄아아악!”

치인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 뒤에 벽돌로 이루어진 학교 담, 벽과 차 사이에 여학생이 끼인 것이다.

학교 앞에서 차를 돌리다가 운전미숙으로 들이받은 것으로 보였다.

여학생은 내장이 끊어질 듯한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켁켁댔다.

세단 차량 안에 운전자 중년 여인은 안에서 비명만 지르고 있다.

부아앙

그러더니 차가 헛바퀴를 돌며 더 앞으로 밀어붙인다. 여학생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입에서 피를 토하였다. 새하얀 교복이 피로 물든다.

“이런 씨”

해수는 오토바이를 내팽개치고 바로 달려가 차 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열리지 않는다. 두드려도 해수를 보며 비명만 지를 뿐이다.

해수는 분노에 이를 악물고 팔꿈치로 창문을 깨부수고, 문을 열어 중년 여인의 멱살을 잡아 끌어냈다.

“꺄악! 뭐하는 거야!”

그러고는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고 차를 뒤로 밀었다.

스르르-

차가 뒤로 빠지자 여학생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해수는 다급히 그녀에게 가서 상태를 살폈다.

“학생, 학생 정신 차려.”

눈을 반쯤 뜨고 초점도 흐릿하지만 있다. 숨소리가 옅다.

장기가 눌렸을 경우에는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 크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구급대원이 오기 전에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해수는 여학생을 일으키려는 차량 주인을 뿌리치며 구급대원을 기다렸다.

다행히 차 사고가 나자마자 다른 학생이 신고하여 구급차가 빠르게 도착했다.

“학생, 학생 괜찮아요? 아저씨 보여요?”

들것에 실려 가는 여학생은, 구급대원의 물음에 울먹이며 대답했다.

“다리에, 다리에 느낌이 없어요...”

< #20. 특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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