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찰이 너무 강함-9화 (9/255)

신해수의 말에 사시미를 든 사내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치킨? 하, 이 새끼가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 했네, 배때기에 쑤셔줄까?”

사내가 사시미를 위협적으로 흔들흔들거렸다.

해수는 검은 봉지를 신발장 옆에 살포시 내려놓고 손을 휘둘렀다.

텅-!

손바닥이 사시미칼 옆면을 정확히 때리며 사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방바닥에 꽂혔다.

사내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뇌가 고장난 것처럼 가만히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그때 해수의 커다란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러게, 칼을 그렇게 설렁설렁 쥐고 있으면 쓰나.”

“저 새끼가!”

“조져라!”

동시에 망치와 파이프렌치를 들고 있는 사내가 덤벼들었다.

해수는 사시미 사내를 방패삼으며 길이 좁은 신발장 쪽으로 뒷걸음질쳤다.

“이거, 컥, 이거 아,안 놓나 이 후레, 켁”

말을 하면 할 수록 더 강하게 조여들었다. 사내의 눈이 뒤집어질 때쯤, 해수는 그를 벽에 박았다.

쾅 콰직!

왼쪽 벽에 한 번, 오른쪽 벽에 한 번 박자 사내의 목에서 우지끈 소리가 들려왔다.

해수는 그를 다른 사내들에게 던지고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죽어!”

망치가 해수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해수는 뒤로 살짝 물러나 그것을 피하고 앞으로 반걸음 나서며 주먹을 뻗었다.

퍽-

간결한 잽에 사내가 눈을 질끈 감으며 뒤로 비틀비틀 물러났다. 그의 코는 안쪽으로 움푹 꺼져 있었다.

그 사이 다른 사내가 파이프렌치를 해수의 어깨를 향해 휘둘렀다.

해수는 상체를 살짝 기울이며 팔을 들어 넓쩍한 팔뚝으로 그것을 막고, 허리를 틀며 반대쪽 팔꿈치로 사내의 얼굴을 후려쳤다.

뻑!

팔꿈치가 사내의 턱과 입 사이에 들어갔다. 턱을 맞으며 사내의 눈이 뒤집혀 흰자가 보이고 입이 절로 벌어진다. 입 안에서 하얀색과 붉은 색이 뒤섞인 무언가가 우수수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터덕

치아 네 개다. 사내는 그대로 벽에 한 번 부딪혔다가 스르르 쓰러졌다.

“가,가,가까이 오지 마!”

마지막 남은 망치를 든 사내는 한 손으로 쌍코피가 나는 코를 부여잡은 채 뒷걸음질 쳤다.

좁은 원룸이라 두 걸음만에 양쪽이 막힌 모서리 구석에 몰렸다.

“아까는 오라면서”

“저기, 그, 자,잘못-”

뻑!

해수의 주먹이 그의 코에 다시 한 번 꽂혔다.

사내는 손으로 막고 있어 손가락 뼈까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쓰러졌다.

“아우욱!”

철커덩

해수는 그들의 무기를 거둬 싱크대에 던지고는 다시 현관으로 가서 문을 활짝 열었다. 문 앞에는 또 다른 험악한 인상의 사내 둘이 문을 막고 서 있었다.

사내 중 한 명이 해수너머에 안쪽 상황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이런 씨-”

해수는 둘의 멱살을 잡고 안으로 확 잡아당겼다.

*

해수가 사는 원룸 앞 길가.

불은 꺼져있고 시동은 켜진 회색 봉고차가 서 있다. 안에 운전석에는 한 사내가 창문도 열지 않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와 시발... 이딴 데 사는 새끼가 100억이라니, 인생 진짜 조또 운빨이다 운빨,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러...응?”

선팅이 진한 창문가에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동료인가 싶어 얼굴을 가까이 내밀었을 때.

콰장창!!

창문이 사탕처럼 우수수 깨지면서 팔 하나가 뻗어왔다.

“뭐,뭐야 이 씨팔!”

사내는 해수에게 머리채가 잡힌 채 기어를 바꾸고 액셀을 밟으려고 했다. 그러나 해수는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퍽 퍽! 빠아아아앙

운전대에 얼굴을 두 번 박자 사내의 탈출 의지가 상실했다. 해수는 문을 열고 그 사내마저 끌고 원룸으로 갔다.

“으...”

운전자 사내는 몽롱한 정신으로 끌려가다가 해수의 방 안에 들어가자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안에는 다섯 명 모두 두 팔이 등산용 로프에 묶인 채 머리를 박고 있었다. 목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 도망가려 해도 도망갈 수 없는 상태였다.

해수는 조용히 그의 팔을 뒤로 하여 로프로 묶었다. 그러자 그도 말없이 가장 구석으로 가서 머리를 박았다.

해수는 그들 앞에 양반다리로 앉아 치킨을 뜯어먹으며 물었다.

“여기서 누가 대장이야.”

“저,접니다.”

“사시미?”

“옙!”

사내가 대답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목줄이 당겨져 나머지 사내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어어”

“어억!”

해수는 닭다리를 들어 사시미 사내를 가리키며 휘적휘적거렸다.

“박아.”

“예!”

사내들은 다시 일사불란하게 머리를 박았다.

“니네가 하려던 짓을 천천히 나열해봐.”

“옙, 그러니까...”

사내는 해수가 더 귀찮은 일 없게 줄줄이 계획을 털어놓았다.

발음이 좋지 않아 사시미 사내만 목줄을 풀어주어 해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계좌로 쏘라는 게 계획이었다 이거지?”

“예.”

“얼마?”

“30억...입니다.”

역시 예상대로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정보를 알고 온 것이다. 게다가 금액까지 정확히, 상대가 타협 가능한 금액만 뺏는 것이다.

이전에는 20억 당첨자 기준 5억만 빼앗았다.

신상정보를 줄줄 읊으면서 신고하면 와서 가족에 친척까지 싹 죽인다고 협박하니 단 한 명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밌네.”

해수는 간장치킨을 다 먹어 옆으로 치우고 매운 양념 치킨을 개봉하여 닭날개를 뜯어먹으며 물었다.

“그 은행 직원이지?”

해수의 물음에 사시미 사내가 뜨끔하여 눈을 크게 떴다. 입을 열지 않았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그 반응에 해수는 확신하며 만났던 직원들을 떠올렸다.

“주용팔이구나?”

사내의 눈이 눈 더 크게 떠졌다.

“계좌는 돌리다가 종착지는 외국이겠고, 필리핀이나 중국 쪽으로”

이번에는 사내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 모습에 해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돌연 싸늘한 눈을 하고는 닭날개 뼈로 그를 가리켰다.

“너, 용팔이랑 같이 깜빵 들어갔다 나오면 그 돈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그...”

“당연히 아니지, 결과적으로 니가 다 빼앗았으니까 너만 죄 다 독박쓰고 용팔이는 형량도 적게 나오고 돈도 챙기는 거야, 이미 처음부터 걔가 그런 구조로 만들었어.”

“이런 시발 용팔...”

사내는 작게 욕을 내뱉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십니까? 그냥 공무원...”

따악!

해수는 닭다리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아윽”

“경찰은 공무원 아니냐?”

“아...”

“아무튼, 이제 니네 형량 줄이기에 들어가보자, 먼저 피해자들에게 돈부터 다시 찾아주면...”

“겨,경찰님이 왜요?”

딱!

“억”

“말 끊으면 혓바닥 뽑아버린다.”

“죄송합니다...”

“난 니네보다 뒤에서 혓바닥만 굴리는 그 새끼가 더 재수없거든, 제대로 형 받아야지, 잘 들어, 우선 전화해서...”

해수는 사시미 사내와 계획을 짜고 정보과에도 도움을 요청하여 번호 추적과 계좌 추적을 요청했다.

*

번화가의 한 클럽 주차장, 주용팔은 은행원 월급으로는 구하기 힘든 외제차 안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다.

전화를 기다리는지 옆좌석에는 휴대폰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식 폴더폰이 울렸다.

“왜 이렇게 늦었어?”

-주사장님, 우리가 받을 거, 오늘 꺼 빼고 20억 남아있죠? 그거 받아야겠습니다.

“어? 그건 갑자기 왜? 오늘 건 잘 됐어?”

-50억, 그거 받으면 오늘 꺼 넘깁니다.

“야이 씨 갑자기 왜 그래? 지금까지 나눠먹은 돈이 얼만데? 나 알잖아 확실한 거.”

-이번 건 크잖아요. 솔직히 님은 정보만 던지고 아무것도 안 하잖아, 현장은 우리가 다뛰고.

쾅!

주용팔은 주먹으로 차 내부를 강하게 내리쳤다.

“씨발 진짜 누구땜에 이 짓이 가능한데? 나 없으면 니네는 한 집 털어서 몇 십 몇백밖에 못버는 좀도둑이야!”

-생각 없으면 끊고, 우리가 닭대가리도 아니고 계좌 하나 없는 줄 아냐? 이번꺼 다 먹고 털면 됩니다.

“하... 썅, 그래서 어떻게 하길 원하는데”

-내일까지 현금으로, 그러면 입금합니다.

“내일...썅, 그거 찾아서 세탁 돌리기까지 한 달은 걸려, 말도 안 되는-”

-세탁은 씨발 우리가 알아서 할 거고요, 내일.

“존나 막무가내네 이 새끼, 잠깐, 그래도 턴 거는 확인해야지, 니네가 돈 가지고 있는 거, 그리고 10억은 원래 거기에 보내.”

-당연히 줘야 할 걸로 거래를 하네 주사장...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주용팔은 두 주먹으로 핸들을 몇 번이나 내리쳤다.

쾅 쾅! 빠아앙!!

“아오!! 이 씨빨 이래서 무식한 양아치새끼들 정말 싫어, 하 진짜 썅, 그냥 손절 칠까?”

주용팔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들과 신용을 담보로 너무 많은 것을 공유했다.

‘이번 거까지만 받고, 해외로 뜨고 이 그지 새끼들은 경찰에 넘긴다...!’

결단을 하자마자 마침 10억이 돌리기 전용 통장에 입금되고, 나머지 40억이 그들의 대포통장 잔액으로 있는 사진이 전송되었다.

용팔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이죽거렸다.

“병신새끼들... 어디 개새끼가 주인을 물려고 들어, 오늘 짓거리는 평생 후회할 거다.”

흥이 꺼졌다. 용팔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액셀을 밟았다.

*

다음날.

자동차 극장에 달달거리는 아반떼 한 대가 들어선다. 곧이어 봉고차 한 대가 들어와 그 옆에 바짝 주차했다.

지이이잉

조수석 창문이 열리고, 주용팔은 인상을 확 쓰며 봉고차를 올려다보았다.

“진짜 별 짓을 다 하네... 일단 타.”

사시미 사내가 씨익 웃으며 검은 가방이 놓여있는 뒷차리에 탔다. 그리고 가방 안에 든 현금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한놈 두시기... 스물, 맞네, 역시 주사장님은 정확해.”

“시발 알면서 이런 짓을 해? 빨리 돈이나 입금해.”

“돈? 입금해야죠, 야.”

사내가 봉고차에 대고 소리치자 모자를 깊이 눌러쓴 사람이 내리더니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와 앉았다.

주용팔이 아는 패거리 중에 이런 실루엣은 없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무언가 낯익다.

스윽

그가 모자를 벗고, 주용팔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시,신해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강사장?”

강사장이라 불린 사시미 사내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거긴 뭘 어떻게 돼, 좆된 거지.”

철컥, 철컥

해수는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어 용팔의 손목에 채웠다.

“주용팔씨, 당신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특수강도교사죄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변호사 선임하려면 하고, 할 말 있습니까?”

“하,할 말?”

“하지 마세요.”

용팔은 아직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강사장과 해수를 번갈아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주용팔과 강사장 일당이 복권 당첨자들을 협박하여 뜯어낸 돈은 총 100억원 상당, 해수를 제외하고 18명의 피해자가 있었으나 아직 한 명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었다.

해수가 입금한 10억원으로 정보과에 요청하여 계좌를 추적, 남은 돈이 있는 계좌까지 완벽히 찾아내어 피해 금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고스란히 찾아낼 수 있었다.

주용팔이 혼자 돈을 돌리기도 하고 아직 한 번도 신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술하다는 점이 피해 금액 회수에 큰 몫을 했다.

나머지는 주용팔의 현재 재산을 처분하여 피해액의 90프로 이상을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

해당 건으로 동부지구대는 물론 강진서 강력팀도 난리가 났다.

“신해수? 그때 걔 잡은? 이야 찐이네.”

“다들 분발 해라, 이번달 검거율 1위가 지구대 경찰관님이다. 이게 말이 되냐?”

“아니 저 분이 왜 지구대에 있냐고, 우리쪽으로 데려오죠?”

“그걸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내가 청장이지.”

“근데 10억 시드머니는 어디서 가져왔대? 돈도 많아.”

“복권 당첨됐다는 거 같던데요.”

“와... 부럽네, 못 데려오겠네, 경찰 그만둘테니.”

지구대에서는 얼굴을 보기 힘든 지구대장이 직접 공을 치하하며 포상금을 내렸다.

“자네 덕분에 요즘 내가 서장님 볼 낯이 있어, 고맙네,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게.”

같은 조원 임순경은 순찰 동안 틈날 때마다 해수를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퇴근 후에도 범죄자를 잡으시다니... 정말 참 경찰이십니다.”

해수는 살짝 얼굴을 손을 휘적거렸다.

“아닙니다. 우연히... 그러지 마십시오.”

교대 시간이 다가와 지구대로 복귀했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 임순경이 돌연 해수의 팔을 붙잡았다.

“신경장님, 여자친구 없다고 하셨지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 해수는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예, 없습니다.”

“그럼,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딱히 그런 건 없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한, 세 가지만 말해보세요.”

“세 가지나...”

해수는 검지로 턱을 문지르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윽고 생각이 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검지를 들어올렸다.

“첫째, 방범 의지가 확고한 여자, 둘째, 범죄를 미워하는 여자, 셋째... 바람 피지 않는 여자, 입니다.”

해수의 대답에 임순경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그게 뭐예요. 하, 하하... 흠... 아무튼, 제 친구 중에 그 이상형 조건을 충족할지는 모르겠지만... 예쁘고 능력 있는 애 있는데, 소개팅 하실래요??”

“...소개팅?”

< #9. 하이에나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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