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초월자는 딸바보-85화 (85/150)

85화. 아빠는 혼자 살더라 (3)

지애는 맥주와 치킨을 들고 아혼살 시청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현의 샤워 장면으로 방송이 시작됐다.

의도가 아주 노골적이고 훌륭하다.

“…응?”

노출된 상반신을 자세히 보니 가슴 중앙에 비늘 같은 까만색의 뭔가가 반짝였다.

“저게 뭐지?”

대답을 하듯이 인터뷰하는 이현이 나타났다.

[아… 노코멘트하고 싶은데… 하하, 별건 아니고 문신 같은… 뭐, 그런 겁니다.]

하긴, 은근히 장식처럼 잘 어울린다. 혹시 이현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을까.

[형님! 안녕하세요! 빈이도 안녕!]

[삼촌!]

빈이가 반갑게 손을 흔들자 들어온 남우의 눈이 반달로 휘었다.

‘C급 헌터 백수신선 남우’라는 명칭이 얼굴 아래에 뜬다.

지애는 실시간 댓글을 확인했다.

[뭐임? 누구?]

[?????????????]

[친한 것 같은데 C급……?]

[너무 연출 아님?]

[애가 알아보잖아.]

[애도 알아보는 연기할 수 있지.]

[너는 병원 알아봐라.]

인터뷰를 하는 남우의 얼굴이 나타났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그가 어수룩하게 대답했다.

[아, 예. 형님과는… 제가 D급일 때 인연을 맺었습니다. 죽을 뻔한 저를 구해주셨죠.]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미담 오지네.]

[그 후로도 같이 공략도 하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곧장 이현의 인터뷰가 나타났다.

[배울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S급 헌터께서요?]

[힘만이 배울 점은 아니죠. 정신력이나… 오지랖?]

[오지랖ㅋㅋㅋㅋㅋ]

빈이를 안고 노는 남우가 나타났다. 이현이 남우를 툭툭 쳤다.

[야야, 그거 해줘. 그거.]

[예? 부끄러운데…….]

카메라가 의식되는지 남우가 두리번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이현이 다시 툭툭 쳤다.

[뭐 어때. 맨날 하던걸.]

남우가 빈이를 안은 채 붕 떠오르더니 둥실둥실 움직이며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다.

빈이가 팔을 퍼덕이며 즐거워하고,

그를 흐뭇하게 보는 이현.

댓글창이 폭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임 저거? 스킬임?]

[저것도 스킬임?]

[저런 스킬이 있음?]

[어따 씀?]

[스킬명 : 빈이 귀여움+1]

[ㅋㅋㅋ레전드네]

본의 아니게 남우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화면이 병원으로 전환됐다.

[건강검진이죠.]

이현이 화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우리 빈이가 아인이다 보니 일반적인 인간들과는 생리가 많이 다른데, 그래도 이런 검사 한 번쯤은 받아봐야겠다 싶어서요. ]

무서운 듯 빈이가 이현의 품을 파고들었다. 뭘 느낀 건지 울먹이기 시작한다.

이현이 빈이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아.]

패널들이 안쓰러워하면서도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애가 안 좋은 기운을 느낀 것 같은데요?]

[병원 싫어하는 건 차원 공통인가 봐요.]

[아인이나 인간 아기나 똑같네ㅋㅋ]

[병원이 무섭긴 함. 나도 서른 살인데 아직 무서워서 엄마 손 잡고 병원 감.]

[?]

[???]

[??]

[애새끼맨 등장;;]

정밀검진이 이어지고, 처음 보는 환자의 모습에 의사들은 당황하면서도 침착하게 검사를 진행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건강하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긴장된 음악이 깔리는데…….

[아이의 신진대사가 평범한 아이보다 훨씬 빠릅니다. 혈액형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요. 보시면, 아까 혈액 채취를 하려고 주사를 놓았던 자리가 벌써 다 나았어요.]

정말로 빈이의 팔에는 아무런 자국도 없었다. 방송이라 편집된 부분이 있음을 감안해도 아마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을 텐데.

지애는 빈이의 마력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임을 떠올렸다.

지금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향후 S급 이상… 아니, 어쩌면… 이현만큼 강해질지도 모르는 아이.

[제 견해로는 헌터분들과 가깝네요. 아무래도 아인이다 보니, 정확한 검진을 하기는 힘들고 좀 더 큰 병원에 가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 * *

아혼살의 시청자 게시판이 시끄러워졌다.

[애기 건강하다는데?]

[폰의사 존나 많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애기 건강 앵앵거리던 애들 아닥;;]

[걱정하는 척 맥이는 거 개역겹다 진심.]

[아니, 의사 말 제대로 안 들음? 아인이라 정확한 검진 어렵다잖아.]

[어렵다고 했지 안 된다고는 안 했는디.]

논란을 일으켰던 악플러들을 조롱하는 의견, 자존심이 상해 반박하는 악플러들로 난장판이 됐다.

그러나 악플에 동조하는 의견이 많았던 전에 비하면 악플러들의 화력이 예전 같지 않다.

악플러들이 아무리 시간이 썩어 넘쳐 장판파의 장비처럼 댓글을 달아도 인구수에서 밀리니 이길 수가 없다.

거기에 방송 작가들과 스태프들도 여론을 엎는 데 힘을 보탰고.

구독자 백오십만의 유명 버츄얼 큐튜버 퍼플큐잉…으로 남몰래 활동하는 쉐도우 로드도 긍정적인 여론에 힘을 보탰다.

[큐잉큐잉. 근데 여러분 요새 아혼살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이현님 너무 잘생기고 멋있어요! 딸도 너무 귀엽고… 핥짝.]

[퍼플큐잉! 3D는 취급 안 하는 거 아니었나?]

[뭐임? 최애 바뀜?]

[이현님은 2D처럼 생겼잖아요.]

[ㅇㅈ]

이쯤 되니 악플러들도 감히 키보드에 손을 대기 힘들어…….

논란은 처음 일어났을 때처럼 삽시간에 사그라졌다.

사과위키의 ‘이현 / 사건사고, 논란’ 항목에 한 줄이 추가됐다.

[아혼살 방송 초기에 밥을 많이 먹는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아동학대 논란이 일었으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음이 밝혀지며 억까였음이 밝혀짐.]

* * *

유행, 트렌드란 단어에 가장 민감한 곳이 바로 광고 업계다.

이현의 논란이 불식되자 여러 광고 업계들이 그를 주목했다.

그중에는 유명 남성 화장품 브랜드, 데이올을 운영하는 테일러 정도 있었다.

“이거야… 이 사람이야!”

샤워 가운을 입은 채 아혼살을 보던 테일러가 환성을 질렀다.

반은 파랗게, 반은 빨갛게 염색한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데이올이 원하던 것은 강인하면서도 섹시한 남자.

샤워하는 이현을 보니 머릿속으로 그리던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했다.

마계의 군대를 부리는 강력한 헌터면서… 퇴폐적이며 섹시한 이목구비.

저 남자다… 아니, 저 남자밖에 없다!

“제인! 헌터 협회에 연락해줘요!”

“네, 테일러.”

비서가 즉시 협회에 연락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화장품 광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빈이를 재우고 낮잠을 자던 중 갑자기 걸려 온 지애의 전화.

이현은 뒹굴 몸을 돌려 눕고 전화를 받았다.

“화장품이라고?”

―네. 원래 남성 화장품 광고는 모델이나 배우들에게 주로 제의가 들어오는데요, 식품 광고와 달리 리스크가 적고 지금 이현님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 같아 추천드립니다.

“근데… 원래 협회 이사가 이런 걸 직접 내게 추천하고 그러나?”

―S급 헌터분들께는 제가 직접 연락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군.”

―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화장품이라…….

“내가 피부가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물었다.

―살살이꽃이라도 드릴까요?

“주면 좋지. 비빔밥 만들어 먹어도 효능이 있나?”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도 지애는 이현이 광고를 수락하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S급 헌터들은 광고를 잘 찍지 않는다.

굳이 자신을 노출할 필요 없이, 게이트 공략만으로도 벌이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미지 소비로 인해 헌터로서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크다.

재벌들이 광고를 안 찍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하물며 이현은 돈, 명예…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

“좋아. 찍지.”

―네… 그러시다니 아쉽… 엑! 찍으신다고요?

“응.”

이번 광고는 발판이다.

이 광고를 시작으로 연예계에 인맥을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빈이의 연예계 진출에도 도움이 될 터… 그런 생각에 이현은 긍정했다.

“문제 있나?”

―아… 아뇨. 문제는 없죠.

그때 빈이가 일어나 이현의 입을 척 막았다.

눈빛이 사뭇 근엄한 것이, 낮잠 시간에 시끄럽다는 것 같다.

“아유, 우리 빈이! 아빠가 깨웠죠~ 미안해요~”

이현이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 * *

쿠웅!

강남의 한 빌딩.

옥상의 중앙에 번개가 내리쳤다.

“꺅!”

“뭐야!”

아래를 지나던 사람들은 그냥 기묘한 자연 현상이라고 생각했으나…….

번개로 그을린 옥상에서 한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양쪽에 날개가 달린 황금 투구.

붉은 망토를 걸친 화려한 갑옷.

“오… 위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르군. 구경 좀 해볼까.”

흐흐, 하고 웃는데 갑자기 앞쪽에 반투명한 원형의 창이 열리며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레스 님.]

“뜨아! 뭐냐!”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한눈파시면 안 됩니다! 전령으로 가신 거예요! 다른 성단들과 합의해서 대표로 가신 것이니 그만한 책임감을 지니고 행동하셔야 합니다!]

딴청 피울 생각이었던 걸 어떻게 알았지…….

아레스가 투구 속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두꺼운 팔뚝을 단단히 팔짱 낀 그가 말했다.

“헤르메스. 인간일 적도 그렇고, 성좌로서도 내가 나이가 많은데 그런 잔소리를 들어야겠냐?”

[그러니까 평소에 신뢰가 가도록 행동하셨어야죠. 트로이 전쟁 때…….]

“그놈의 트로이 전쟁! 한 번 실수한 걸로 그러기냐!”

[으음…….]

묘한 침묵이 아레스를 압박했다.

무언의 긍정.

아레스는 버럭 소리쳤다.

“임마! 너, 아버님이 무시한다고 너도 나 무시하냐! 이 형님이 그럴 사람이냐고!”

[기간토마키아 앞두고 헤라클레스랑 싸웠다가 쥐여 터진 분이 계셨는데…….]

“어, 야. 빨리 가봐야겠다. 끊어.”

휙 손을 휘둘러 통화를 끊은 아레스가 옥상 난간으로 향했다.

가장 높은 빌딩이라선지 아래가 한눈에 보이는데…….

“음?!”

얼마 떨어지지 않은 쇼핑몰.

커다란 전광판에 이현의 얼굴이 나타났다.

한 손에 화장품을 들고 치명적인 표정으로 좌중을 훑는데…….

“오호라! 저기가 집이로군!”

보기보다 자기 현시욕이 강한 자다.

하지만 그만큼 강하고 잘생겼으니 좀 자랑하고 싶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

아레스도 정원에 자신을 본뜬 황금상을 세워 놓았다.

신이 신전을 만든다고 누가 뭐라고 할까!

펄쩍 뛴 아레스가 단숨에 쇼핑몰 앞으로 내려섰다.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았으나 아레스는 아랑곳 않고 쇼핑몰로 들어갔다.

“잠시만요.”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이 그를 가로막았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의심 그 자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레스는 혼자 옛날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차림인 것이다.

“응? 뭐지?”

아레스도 경비를 위아래로 살폈다.

전쟁, 전투 외의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보니 아레스는 지구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심히 부족했다.

‘이현의 집 경비인가……?’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경비가 있겠지.

그런 것치고는 마력이 별로 안 느껴지고, 복장도 전투에는 부적합해 보이나 헤라클레스도 자신이 사는 집에 경비를 세워 두지는 않았다.

나보다 강한 경비가 있겠나?

이현도 아마 그런 자신만만한 타입일 터!

이 남자는 응대 담당일 것이다.

아레스는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말했다.

“난 올림푸스에서 온 아레스다. 네 주인에게 손님이 왔다고 전해라!”

경비원에게는 ‘사장 나오라 그래!’라는 진상의 1번 외침으로 번역되어 들렸다.

잠시 후, 경찰들이 피곤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이 사람인가요?”

“예. 아까부터 이상한 말을 하는데요…….”

아레스가 당황해서 주위를 살피는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올림푸스의 아레스다!”

“…….”

눈빛을 교환한 경찰들이 그의 팔을 양옆에서 붙잡았다.

“잠시 서까지 동행 부탁드립니다.”

“서? 거기에 이현이 있나?”

마왕 이현의 이름까지 나왔다. 정신병자가 분명하다고 진단을 내린 경찰들이 끄덕였다.

“예예, 일단 서까지 가시죠!”

분위기가 이상하다…….

‘여기… 이현의 집이 아닌가?’

뒤늦게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아레스가 수치심과 분노에 버럭 소리쳤다.

“이놈들! 이거 놓아라!”

목청이 얼마나 좋은지 공기가 웅웅 울릴 지경.

“으악!”

“억!”

팔을 붕붕 휘두르자 그를 붙잡고 있던 경찰들이 종이 인형처럼 나가떨어졌다.

‘일단 벗어나야겠군!’

펄쩍 뛴 그가 순식간에 건물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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