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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초월자는 딸바보-67화 (67/150)

67화. 사랑의 힘…? (2)

먹필도사는 뒷짐을 지고 도포를 휘날리며 도로를 걸었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야수 같은 남자를 찍던 겁 없는 핸드폰들이 먹필도사를 향했다.

“S급이다!”

“먹필도사야!”

“나 팬인데!”

“사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먹필도사는 훗 웃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부채를 펼치고 외쳤다.

“이보게!”

“응?”

남자가 먹필도사를 위아래로 살피고는 코웃음을 쳤다.

“약한 놈에게는 관심 없다. 꺼져라.”

초승달을 그리고 있던 먹필도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부채질을 하는 손도 산만해졌다.

그러나 먹필도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성미 급한 분이시군. 눈썰미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이래 봬도 이 몸은 가끔 최강이라고 불린다오.”

남자가 굵은 눈썹을 모으고 팔짱을 꼈다.

“네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지.”

“전부 보고 판단한 거다. 이 몸 정도 되면 서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하하! 이것 참…….”

메스컴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런 대우라니… 완전히 굴욕이다.

먹필도사가 부채를 접었다.

“그럼 내 강함을 알려줘야겠군!”

부채가 단숨에 칠성검으로 바뀌었다. 먹필도사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쇳소리가 울렸다.

까앙!

부러진 칠성검의 날이 바닥에 꽂혔다. 남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봐라. 입만 살았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알 수 없었다.

확인한 것은 검이 부러졌다는 결과뿐.

‘말도 안 돼…….’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칼이 부러졌네.”

“먹필도사가 진 건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쉽사리 패배를 인정할 수는 없다. 먹필도사는 여유 있는 척, 훗 웃고는 부러진 검을 다시 휘둘렀다.

“한 수 배워보지!”

검을 휘두르는 먹필도사의 안면에 주먹이 꽂혔다. 단순한 주먹질인데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후웅!

펑!

먹필도사의 머리가 터졌다.

“흥. 하찮은… 음?”

주먹을 턴 남자가 돌아서려는데… 머리가 터진 먹필도사의 몸이 먹으로 무너지고, 수십 명의 먹필도사가 곳곳을 포위하듯이 나타났다.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노는 재주는 있는 놈이로군. 좋아, 잠깐 놀아주마.”

* * *

“우리 빈이도 노는 재주가 있어. 어떻게 저렇게 쉬지 않고 놀 수가 있지?”

열심히 삼식이의 꼬리를 쫓아다니는 빈이를 보며 이현이 우울하게 감탄했다.

힘들다. 사실 살짝 괴롭다.

고통을 분담하는 삼식이가 있지만…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빈이는 잘 놀았다.

걸음마를 하게 된 시점에서 몸에 영구기관 하나가 생성된 것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노는데… 그 활발함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방금 전까지 그림을 그리더니 이번에는 삼식이의 꼬리 쫓기를 시작했다.

“쯔쯔.”

“그아앙.”

결국 견디다 못한 삼식이가 이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살려달라는 뜻이다. 하는 수 없지.

“우리 빈이 아빠랑 놀자~”

“웅.”

이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해서… 간단한 질문은 대강 알아듣고 대답도 할 줄 안다.

‘그래… 우리 빈이, 아빠가 놀아주지 누가 놀아줘!’

이현은 헤벌쭉 웃으며 빈이를 안았다.

그때 일성이 등을 두드리며 방에서 나왔다.

“현 군. 아까 멸망급 게이트가 열렸다는데… 가보지 않아도 되겠어요? 강남이면 코 앞이잖아요.”

“아, 그거 말이죠.”

하긴… 아까는 바빠서 대충 대답했지만… 협회가 뭔가 대응을 잘못해서 그놈이 폭주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멸망급 게이트의 보스라면 전에 본 츠쿠요미와 같은 신.

평범한 S급들이 대응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닐 것이다.

“한번 볼까.”

이현은 TV를 켜서 재난 채널로 돌렸다. 그러자 엉망이 된 강남의 도심이 나타났다.

헬기가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보여주고 있는데… 두 그림자가 아래를 휙휙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소파에 빈이를 안고 앉은 이현은 심드렁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콰앙!

펑!

빌딩의 벽이 깨지고 파편이 아래로 떨어진다. 사람의 그림자가 퍽 소리와 함께 터졌다.

“응? 저건 전에 몇 번 본 녀석이네.”

무슨 도사라고 했던 것 같은데… 행색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다.

그렇다면 상대는…….

“응?”

이현의 눈이 커졌다.

사자갈기 같은 금발. 야수 같은 몸…….

“저놈…….”

이현은 빈이의 엉덩이를 살살 토닥였다.

“빈아, 아빠 잠깐만 나갔다 올게. 할아버지랑 놀자.”

“가보려고요?”

“네, 아무래도 가봐야겠습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내린 이현이 건물의 옥상을 밟고 뛰었다. 황급히 베란다로 달려간 일성이 외쳤다.

“현 군! 문으로 다녀야죠!”

“하버지.”

빈이가 그의 가슴을 톡톡 두드리더니 베란다를 가리켰다.

“나!”

아빠처럼 훨훨 날고 싶은 모양. 날개를 파닥이며 눈을 반짝이는데… 일성은 나중에 이현이 오면 베란다로 다니는 게 교육에 안 좋다는 사실을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름진 손이 빈이의 등을 토닥였다.

“아유, 우리 빈이는 저런 나쁜 행동하면 안 돼요.”

* * *

쿠웅!

아스팔트를 깨며 한 남자의 몸이 곤두박질쳤다. 그 위로 야성미 넘치는 근육질의 몸이 착지했다.

콰직.

“크윽!”

짐승 같은 발톱이 난 발이 먹필도사의 목을 짓밟았다.

“흥, 싱겁군. 요깃거리도 안 되겠다.”

“크…으윽!”

웃기지 마라… 고 외치고 싶은데… 소리를 칠 힘조차 없다.

먹필도사는 생애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에 분노했다. 매스컴이, 세계가 보고 있는 상황에 이런 꼴이라니!

남자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무래도 저놈이 거짓말을 한 것 같군. 이곳에 강자가 있다더니… 순 쭉정이뿐이야.”

호전적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

“일단 여기저기 부수고 다녀볼까…….”

그 순간, 그의 앞에서 아스팔트가 깨지며 뭔가가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콰앙!

남자는 어리둥절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어떤 존재가 등장한 것도 보았고… 그 존재가 자신의 가슴을 때리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마법인가?’

그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옅은 푸른빛깔의 털이 여성적인 굴곡을 덮고 있고… 날카롭게 치켜뜬 눈은 새침하면서 도도하다.

늑대의 얼굴에 내보인 송곳니는 하얗고 가지런한데… 그 사이로 전격이 흘렀다.

그녀의 행동이 남자에게는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갖고 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압!”

웨어울프걸이 기합을 외치며 그의 가슴을 다시 한번 걷어찼다. 짜릿한 전류가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헉!”

남자는 숨을 들이켜며 가슴을 쥐고 비틀비틀 물러났다.

심장이… 심장이 아프다! 그는 다시 한번 웨어울프걸을 주시하려고 했지만…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화끈거리며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이… 이건 대체 뭐지?!’

살기를 끌어올려 보려고 해도… 그녀를 때리는 것이 차원 하나를 부수는 것보다 더한 악행처럼 느껴졌다.

아니… 감히 손끝 하나 대는 것조차 아깝고 겁이 났다.

도대체 이 기분은 뭔가.

평생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어이.”

고개를 돌린 길가메시는,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새카만 머리. 붉은 눈…….

“설마…….”

주먹을 불끈 쥔 길가메시가 남자에게 투우처럼 달려들었다.

예상했다는 듯이 한숨을 쉰 이현이 몸을 뒤로 휙 젖혔다. 동시에 그의 머리가 있던 자리를 주먹이 쑤셨다.

후웅!

퓻.

이현의 볼에 칼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손톱만큼 작게 생겼다. 이현이 감탄했다.

“오, 빠른데?”

“크하하하! 물론이지!”

그야말로 운석과도 같은 파괴력을 지닌 주먹이 연속으로 날아들었다. 가벼운 풋워크로 주먹을 피한 이현이 슬쩍 주변을 살폈다.

“칫.”

곧 그의 몸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발판이라도 있는 것처럼 밟고 뛰어올랐다.

그 뒤를 길가메시의 거대한 몸이 포탄처럼 추격했다.

쌔앵!

검은색과 금색의 궤적이 눈 깜빡할 사이 별자리처럼 하늘을 수놓았다. 지켜보던 먹필도사는 자존심이 완전히 꺾이는 것을 느꼈다.

‘저 바이킹 같은 놈… 내게는 전혀 진심이 아니었나!’

순식간에 빌딩 위까지 솟아오른 두 남자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새하얀 충격파가 구형으로 폭발했다. 충격파가 보인 것보다 약간 늦게 소리가 지상을 때렸다.

꽈앙!

지진이 난 것처럼 빌딩의 창문들이 흔들리고 흙먼지가 떨어졌다.

놀란 사람들이 그제야 대피를 시작했다.

“꺄악!”

“으허억!”

“피해!”

헬기가 날며 그 광경을 찍었다. 마이크를 양손으로 쥔 기자가 급박하게 외쳤다.

“보, 보이십니까, 여러분! 멸망급 게이트에서 나온 남자와… 누군가가 일 대 일로 싸우고 있습니다!”

쿠르르릉!

하늘에 벼락과 불길이 내달리고 유리같은 균열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그럴 때마다 근처의 구름에 구멍이 뚫리고 갈라졌다.

까마득한 상공인데도, 천둥처럼 우렁찬 굉음과 섬광이 또렷이 보였다.

신화와 같은 광경이었다.

쾅!

격렬한 폭음이 터진 후 시커먼 어둠을 뚫고 운석 하나가 떨어졌다.

아니, 운석이 아니라 불꽃에 휩싸인 사람의 형상이었다.

쿠우웅!

도로 한복판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상수도관이 폭발해 솟구친 물줄기가 비처럼 사방을 적셨다.

삐요삐요…….

진동을 감지한 차량 경보장치가 울리는 가운데… 하늘에서 한 남자가 떨어졌다.

타악.

그 높이에서 떨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이 가볍게 착륙한 남자는… 이현이었다.

옷이 여기저기 찢어졌으나, 상처는 전혀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크레이터를 쳐다보는 그를 헬기의 서치라이트가 비췄다.

“여러분! 스… 승자가 결정된 것 같습니다!”

그 순간 크레이터의 중앙에서 돌조각이 비산했다. 마찬가지로 별다른 상처 없이 나타난 길가메시가 빗속에서 포식한 야수처럼 웃었다.

“크하하하! 마왕 형님!”

성큼성큼 다가온 그가 이현을 와락 안았다. 키 차이 때문에 이현의 발이 대롱대롱 들렸다가 떨어졌다.

“오랜만에 대련다운 대련을 하니 좋군. 역시 형님이오. 더 강해졌수?”

“길가메시… 역시 너였군.”

이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길가메시는 욱신거리는 몸을 대충 풀었다.

사나이들의 인사는 주먹 대 주먹!

보자마자 알아보기는 했지만… 진짜 이현임을 확인하려면 역시 몸에 묻는 것이 제일이었다.

이만한 강함, 이만한 기운을 가진 자는 전 차원을 통틀어 이현뿐이니… 그의 유일한 의형제가 확실했다.

“근데 형님이 여기 웬일이요?”

“웬일은… 여기가 내 집이야.”

“오오… 여기가 그 형님이 돌아가고 싶다고 했던 고향이요?”

“그래, 임마. 근데 넌 여기 웬일이야?”

“웬 놈이 여기 강한 놈이 있다기에…….”

말하면서 하늘을 보는데… 어느새 게이트가 닫히고 있었다. 마치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아주 수상쩍다.

이현도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생겼어?”

“똑똑히 기억하지! 여자랑 남자였소. 한 놈은 희고 한 놈은 꺼멓고.”

“넌 앞으로 뭐 기억한다고 하지 마라.”

갑자기 길가메시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큭.”

한 줄기 코피가 코에서 흘러나왔다.

“괜찮냐?”

“괜찮다마다!”

이현이 그의 어깨에 척 손을 올렸다.

먹필도사와 웨어울프걸이 그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터진 상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소리 탓에 목소리가 잘 안 들리다 보니… 그들이 보기에는 길가메시가 이현과의 장렬한 싸움 끝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지켜보던 민간인들의 눈에도 먹필도사를 개패듯 팬 남자를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가 신화와 같은 전투 끝에 제압한 듯 보이니… 경악스러운 노릇이었다.

찰칵찰칵.

하나둘 들린 핸드폰들이 이현과 길가메시를 찍었다. 하늘을 날던 방송국 헬리콥터의 서치라이트도 둘을 비췄다.

헬기 안에서 기자가 덜덜 떨며 웃었다.

“트… 특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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