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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초월자는 딸바보-65화 (65/150)

65화. 헬 파티 (2)

유지애가 이번 파티에 참가한 목적은 이현을 S급에 올리는 것.

괜한 혼란을 빚지 않기 위해 아직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않았으나…….

데이먼 호크니의 예언에 의하면 향후 한 달 내에 강남에 멸망급 게이트가 열릴 것이 확실한 상황.

그전까지 ‘S급’이라는 가시적인 희망의 상징을 추가함으로써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나아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반드시 그를 S급에 올려놓겠어!’

활로는 찾았다.

그의 딸, 이빈.

빈이는 지애를 ‘프린세스 카리나’와 닮았다는 이유로 호감을 가진 상황.

다시 말해… 빈이에게 잘 보이면 이현의 호감도 살 수 있다!

‘지구의 운명이 저 아이에게 달렸어!’

지애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이현에게 다가갔다.

막 하트캔디라는 걸그룹의 공연이 끝난 후다.

쉐도우 로드와 붉은 수녀는 하트캔디와 대화하기에 여념이 없고… 불스아이 병장은 구석에서 혼자 묵묵히 식사하는 중. 지금 이현의 곁에는 대화를 방해할 이가 없었다.

“이현 씨.”

“오, 프린세스 카리나. 빈아, 공주님 왔다~”

‘공주님 왔다’라니… 스물여덟 살에 듣기에는 상당히 민망해지는 말이다…….

냉정한 지애라도 약간은 부끄러워져 볼에 홍조가 떴다.

빈이가 그녀에게 양손을 뻗었다.

“꽁듀니!”

“오늘 드레스가 예뻐서 그런지 진짜 공주님 같군.”

이현으로서는 그냥 솔직한 감상이었지만… 그 잘생긴 얼굴로 하니 괜히 지애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예, 예쁘다고? 그건 내가 이성적으로 보인다는 뜻인가? 아냐, 그냥 립서비스니까 깊은 의미 두지 말자.’

지애는 조심스레 빈이를 안아 들었다.

“그, 그래… 공주님이야~”

말하면서도 민망해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꽁듀니!”

빈이가 행복하게 웃으며 그녀의 가슴에 안겼다. 정말로 공주님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귀엽네.’

앙증맞은 뿔도, 강아지처럼 휙휙 흔들며 감정을 나타내는 꼬리도 귀엽다. 살짝 몸을 흔들어보자 방긋 웃으며 좋아한다. 정말 예쁜 아이다…….

‘아, 이,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지애는 빈이를 둥기둥기하며 이현에게 물었다.

“어… 근데 블랙벤더에 불스아이 병장까지… 걸그룹까지 초청해서 공연하실 만큼 축하할 일이 뭐죠? 생일이셨나요?”

“아아, 그건 아니야.”

이현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빈이에게 시선을 향했다.

“하지만 내 생일보다 기쁜 일이라고만 말해두지.”

‘생일보다 기쁜 일?’

이현은 상당히 딸을 아끼는 팔불출…….

‘설마 빈이 돌인가? 아니, 그렇다면 굳이 서프라이즈 같은 걸 할 이유는 없을 텐데…….’

그녀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는데… 이현이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됐군.”

이현이 빈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무대로 향했다. 유모차를 무대 가운데에 놓고, 마이크를 잡은 그가 입을 뗐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초대받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호텔 직원들도 이 순간만큼은 업무를 잊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과연…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사람들을 모았나.

이제부터 여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국을 정복하겠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인원 구성이다. 분명 평범한 일은 아닐 터!

“우선 갑작스러운 초대에도 이렇게 와준 점에 감사를 전하지. 거두절미하고… 나도 입이 꽤 근질거렸으니, 바로 이 파티의 이유를 알려주지.”

유모차로 다가간 이현이 빈이를 들어 무대 중앙에 앉혔다. 그대로 떨어져 무대 가장자리로 간 이현이 양팔을 벌렸다.

“빈아, 아빠한테 와.”

빈이가 빤히 그를 보더니… 양손으로 땅을 짚고 안정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제 일어서는 것 정도는 지지대가 없이도 할 줄 알았다.

그리고는 한 걸음, 한 걸음 이현에게 걸어와 마침내 폭 안겼다.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였다.

“아뺘아.”

“그래! 우리 빈이 잘했어!”

이현은 빈이의 볼에 뽀뽀를 퍼부은 후 번쩍 안고 일어났다. 뿌듯한 미소가 좌중으로 향했다.

“보다시피… 우리 빈이가 걸음마를 뗐다.”

마이크를 타고 확산된 음성을 믿을 수 없어 지애는 잠시 멍해졌다.

“우리 빈이는 아직 돌도 안 됐고… 날개와 꼬리 때문에 균형 잡기가 훨씬 어려울 텐데도 벌써 이렇게나 걷고 있지. 어때? 대단하지 않나?”

쉐도우 로드 지태가 박수를 쳤다. 뒤를 이어 일성과 남우가 하트캔디의 아이돌 소녀들도 박수를 시작했다.

뒤늦게 지애도 분위기에 휩쓸려 박수를 쳤지만…….

뭔가… 상식이 파괴되는 기분에 당황스럽다.

‘뭐야? 왜 다들 아무렇지 않지? 내가 이상한가? 나만 이상한 거야?’

“이 좋은 일을 나만 즐길 수 없어 파티를 열었다. 다들 실컷 먹고 마시고 즐겨줬으면 좋겠군.”

이현의 손짓에 쉐프들이 음식이 잔뜩 실린 카트를 끌고 들어왔다. 5성급 호텔의 쉐프들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들.

지애도 자주 먹을 수는 없던 음식들이었으나…….

지금은 황당해서 눈길도 안 갔다.

‘이거 맞아?’

어쨌든 먹으라니 수저를 드는데… 이현이 빈이와 함께 다가왔다.

“꽁듀니!”

옆에 척 앉은 빈이가 말똥말똥 커다란 눈에 애정을 가득 담고 쳐다본다.

이렇게 순진무구하고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애정 어린 시선은 생소하지만…….

‘정말 예쁘네.’

딸은 아빠를 닮는다더니, 루비처럼 붉은 이현의 눈을 그대로 빼다 박은 커다란 눈이며… 또렷한 이목구비. 가만히 있으면 인형인 줄 알 것 같다.

지애는 빈이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볼을 살짝 만져보았다.

‘어쩜, 피부도 고와!’

아기다운 고소한 냄새와 따스함도 좋아서… 왠지 계속 안고 있고 싶어진다. 이게 모성애라는 것일까. 지애는 저도 모르게 온화한 미소로 빈이를 안았다.

그러자 빈이가 방긋 웃더니 몸을 뒤척거렸다.

“왜… 왜 그러니?”

살짝 몸을 떼자 빈이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캔디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빠.”

지애가 얼떨결에 내민 손에, 빈이가 캔디를 톡 내려놓고는 배시시 웃었다.

이현이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건!”

“예? 왜 그러시죠?”

격한 반응에 당황해 묻자, 이현이 주먹을 불끈 쥐며 분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못 받아본 건데…….”

“…….”

이 많은 강자를 규합시킬 만큼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내가 보이는 팔불출 면모가 지애에게는 참 생소했다.

당장 여기 모인 S급들도 어딘가 제멋대로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컨트롤하기가 무척 까다로운데…….

이현은 초월적인 강함을 지녔으면서 이토록 인간미 넘치다니…….

역시 그에게는,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반드시 그를 S급으로 올려야 해!’

“이현 님, 그러고 보니 전에 설명을 못 드렸는데, 지금 A급 헌터가 되시면 강남에서 유명한 명성 유치원 입학 특혜가…….”

“크리처들에게 자유를!”

그때, 별안간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손에 든 종을 흔들었다.

[아티팩트 : 악마의 징글벨]

―30미터 범위 내의 모든 인간에게 상태이상 : 마비(레벨 2)를 부여합니다.

―설명 : 악마들이 축제에 사용한다는 종. 끔찍한 소리가 난다.

징징징!

유리창 깨는 소리와 칠판 긁는 소리를 섞어 놓은 것 같은 기괴한 소리가 울렸다.

순간 이현이 벌떡 일어나 지애와 빈이를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지애의 짙은 검은 동공 가득 이현의 얼굴이 담겼다.

“괜찮아?”

저도 모르게 숨이 멈췄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뭐, 뭐야.’

짙은 눈썹, 루비 같은 눈동자. 그렇게 거친 싸움 속을 살아간 남자치고는 피부도 곱다.

원래 잘생긴 줄은 알았지만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다.

거기에 딸에게 다정하고, 가정적인 데다가 인망도 능력도 좋다.

완벽이라는 말은 이 남자를 위한 말이 아닐까…….

‘내, 내가 무슨 생각을?’

지애의 얼굴이 화르륵 불탔다.

“괘… 괜찮아요. 무슨 일이죠?”

보호받지 못한 직원들과 하트캔디 멤버들은 꼼짝없이 마비된 상황. 바닥에 각목처럼 누운 이들 중에는 쓰러지며 잘못 부딪쳤는지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글쎄.”

물어볼 것도 없었다. 들어오며 종을 흔든 안경남이 신원과 목적을 명확히 밝힌 탓이다.

“우리는 크리처 자유 연대! 더 이상 크리처를 학살하지 마라!”

“유지애 이사를 당장 데려와!”

“아, 맙소사…….”

지애는 이마를 짚었다. 골칫거리인 자들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기세등등하게 외친 안경남도 이내 분위기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슥 내부를 살핀 안경남은 쉐도우 로드, 붉은 수녀와 차례로 눈이 마주치고 파랗게 질렸다.

그때 구석에서 불스아이 병장, 명우가 조용히 일어나며 하회탈을 썼다.

씨익 웃는 가면의 눈구멍에서 두 눈이 파랗게 타오르는데… 그 분위기가 꿈에 나올까 무서웠다.

안경남이 조용히 종을 내려놓았다.

“저, 저희 가볼게요.”

그 순간 명우의 손이 흐릿하게 움직였다. 수십 가닥의 인계철선이 단숨에 열 명의 크리처 자유 연대 인원들을 휘감았다.

“으악!”

의심할 것 없는 진짜 불스아이 병장의 공격이다. 살을 파고드는 철선보다 강력한 죽음의 공포가 그들을 휘감았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이현이 일어나며 하는 말에 남자 중 한 명의 청바지가 짙게 물들었다.

“감히 우리 딸 축하 파티를 망쳤으니 각오는 됐겠지?”

지직!

명우의 손짓에 철선이 더 조여들며, 한 남자의 팔에서 피가 튀었다.

“으악!”

이러다 인간 깍두기가 될 판.

“겨, 경찰! 누가 경찰 좀 불러줘!”

또각또각…….

굽 소리를 내며 다가온 지애가 싱긋 웃었다.

“헌터 협회는 필요한 경우 자의적으로 공적 무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경찰의 개입도 배제할 수 있죠.”

너희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렸다. 지애의 말은 간단했다.

겁에 질린 자유 연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자자, 잠깐만! 우리는 시위를 할 생각이었을 뿐입니다!”

“맞아요! 이런 핍박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지애의 옆에 선 이현이 살벌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봤다.

“도의? 너희들은 도의적이라 다짜고짜 광역 공격 터트렸냐?”

마비 계열 공격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내성이 없는 자들은 숨을 못 쉬고 죽거나, 넘어지며 머리를 찧고 뇌진탕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도 실제로 다친 사람들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그때 쉐도우 로드가 옆에 슥 섰다.

“형님, 제가 처리할까요? 도의적으로.”

“어, 그래. 도의적으로.”

블랙벤더의 도의적 처리는 다리에 시멘트를 매달아 바다에 가라앉히는 것을 의미한다.

그 미담을 떠올린 자유 연대 사람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붉은 수녀가 요염하게 웃었다.

“어머, 그럼 제게 맡겨주세요. 새로운 약물을 테스트해야 할 것 같아서요.”

“힉!”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지금까지 헌터 협회가 주도하는 사회 질서를 비판하며 온갖 범법을 저지른 그들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헌터 협회가 만들어낸 질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리처 자유 연대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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