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초월자는 딸바보-43화 (43/150)

43화. 어머니의 날

“이… 이건!”

[S급 ― 니알라토텝의 비약]

―효과 : 1회 사용 가능. 모든 병, 장애, 부상을 회복합니다. 체력을 최대로 회복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를 영구적으로 10 상승시키고 모든 상태 이상에 대한 내성을 높입니다.

또한, ‘니알라토텝의 축복’을 얻습니다.

니알라토텝의 축복 : 외신의 사자들에게 공격받지 않습니다.

S급 아티팩트.

A급 이상의 던전에서만 낮은 확률로 나오기에… S급 헌터들도 세 개를 갖고 있으면 많이 가진 것이라는 희귀한 아티팩트.

가져다 팔면 수십억… 아니, 수백억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넘칠 터.

지금 남우에게는 가장 필요한 아티팩트였다.

‘이게 있으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어!’

그러나…….

―가격 : 티켓 2개

잔인한 함정이었다.

이 놀이공원에서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티켓은 하나.

S급 아티팩트에는 두 개가 필요하니… 두 사람이 합의해야 S급 아티팩트 하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얻어낸 티켓을 동료와 나눌 만한 사람이 많을 리가 없다.

티켓 하나로 얻을 수 있는 A급 아티팩트도 종류에 따라 어마어마한 값에 팔리기도 하니…….

서로의 목숨을 해치더라도 티켓을 빼앗아 S급 아티팩트를 독식하겠다는 생각도 나올 것이다.

남우도 저도 모르게 이현이 손에 쥔 티켓으로 눈이 갔다.

이 얼마나 추잡한 인간인가.

이 게이트를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도 전부 이현 덕이다.

손에 쥔 이 한 장의 티켓조차 결국 이현이 아니었으면 얻을 수 없었던 것…….

그런데 그의 티켓마저 원하는 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다.

하지만…….

―으으… 아파…….

―남우야,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고목처럼 마른 손이…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눈이 떠올랐다.

새집에 이사한 후로도 산책조차 제대로 못 하셨다.

지금 먹는 약으로는 간신히 연명만 할 뿐…….

그때 이현과 눈이 마주쳤다.

“응? 왜? 좋은 거 있나?”

“그… 그게.”

성큼 다가온 이현이 아티팩트를 니알라토텝의 비약을 바라봤다.

남우는 자괴감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만 바라봤다.

이현이 남우의 어깨에 턱, 손을 얹었다.

“오, 이거 살까?”

“예?”

땅만 쳐다보던 눈이 번쩍 들려 이현을 바라봤다.

태연한 얼굴로 이현이 물었다.

“너한테 필요한 거잖아. 이거 있으면 네 어머니도 치료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아니… 하지만.”

어떻게 사달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망설이는데, 이현이 비약을 불쑥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앗, 형님!”

카운터에 비약을 내려놓은 이현이 남우에게 손을 뻗었다.

“티켓 줘. 두 개 필요하잖아.”

“하지만 형님, 저 때문에 고생해서 얻으신 티켓을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난 즐기셨으니 됐어.”

이현이 손을 흔들었다.

“내놔, 임마. 내가 뺏는다?”

덜덜 떨리는 손이 티켓을 건넸다.

‘농담이 아닐까?’

이현이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라면?

아니… 돈 문제가 아니다.

저 비약처럼, 단순히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어치의 물건도 존재한다.

조건이 갖춰지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바리데기의 꽃처럼.

여기 즐비하게 놓인 아티팩트들은 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네, 티켓 두 장 받았습니다. 물건은 포장해드릴까요?”

“아, 부탁하죠.”

남우가 미간에 힘을 주고 고뇌하는 사이 예쁘게 리본으로 포장된 비약이 척 카운터에 올라왔다.

“야, 여기.”

이현이 비약을 남우에게 건넸다. 남우는 떨리는 손으로 비약을 받아들었다.

“형님, 저…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너 바보냐?”

비약을 억지로 남우의 품에 떠넘긴 이현이 말했다.

“이럴 땐 ‘고맙습니다, 형님!’하고 입 싹 닫는 거야.”

“…입 싹 닫으면 안 되지 않나요?”

“넌 지나가다가 애기들한테 사탕 주는 거 일일이 기억해서 걔네가 나중에 빚 갚기를 바라냐?”

사탕이 아니라 아티팩트라면 빚 갚기를 바랄 것 같은데…….

비약을 품에 안은 채 그런 생각을 하는 남우를 버려두고 이현이 가게를 나왔다. 남우는 얼떨결에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게이트를 나온 이현이 말했다.

“난 실컷 놀고 돈까지 받아서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 이거 뭐 목숨을 바쳐서 갚느니 하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왠지…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 같은 말투다.

아니, 왜 없을까.

이현은 강하다. 그리고… 선량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구해준 사람이 몇이나 될지 알 수 없다.

남우의 가슴속에서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이현에 대한 존경심이 꽃을 피우고 금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열매를 맺었다.

“형님, 감사합니다. 이 빚은 언젠가 꼭 갚겠…….”

“갚지 마! 나 빚 싫어해!”

경고하듯 말한 이현이 순간이동을 하듯이 달려서 사라졌다.

맹렬한 바람이 그가 지나간 자리에 태풍처럼 몰아쳤다.

혹시… 부끄러웠나?

* * *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밝게 인사하며 들어온 것이 며칠만일까.

오랜만에 집에 있던 희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응? 뭐야?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응.”

남우는 가방에서 비약을 꺼내 보이려다가… 하마터면 떨어트릴 뻔했다.

“헉!”

“…뭐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남우는 소중하게 비약을 꺼내 보였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은색 병을 든 두 손이 덜덜 떨렸다.

물론 S급 아티팩트가 고작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트린다고 깨지지는 않겠지만…….

신줏단지 모시듯 병을 안고 떠는 모습에 희수는 덜컥 겁이 났다.

“오빠… 괜찮아?”

가장으로서 돈을 번다고 고생하는 오빠다.

병원 신세를 진 게 한두 번이 아니라 항상 걱정이 됐는데… 결국 안 좋은 일에 빠진 것은 아닐까.

저 병 안에 마약이 들어 있고…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팔려는 것이라면?

최근 본 범죄 영화가 떠올랐다.

물론 그 범죄 영화의 주인공은 선량한 인물로 후반부 악역 보스를 붙잡았지만…….

현실은 혹독하다.

그토록 선량한 주인공조차 영화에서 악역 보스가 몇억을 주겠다는 회유에 마음이 흔들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빠라고 안 그럴까.

남우가 병을 들었다.

“이거만 있으면, 희수야. 어머니 병 고칠 수 있어!”

망상을 하고 있던 희수에게는 상당히 중의적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오빠, 그게 뭔데?”

“만병통치약!”

남우가 헤벌쭉 웃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희수는 더욱 불안해졌다.

“만병통치약? 오빠!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무안단물이니 만병통치약이니 하는 말을 믿고 샀다가 사기당하는 인간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희수도 어린 나이에 연예계를 돌며 볼꼴 못 볼 꼴 다 본 몸이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노래, 춤을 잘하게 해주는 약이라며 몰래 마약을 먹이고 강간하려는 인간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남우는 자신감 넘치게 대답했다.

“여기!”

비약의 마개는 어울리지 않게 코르크였다.

퐁.

뚜껑을 따자 맑은 소리가 나며 청량한 향이 흘러나왔다. 향을 맡는 것만으로 힘이 나는 듯하다. 희수가 남우의 팔을 붙잡았다.

“오빠, 진짜 괜찮아? 만병통치약이라는 게 무슨 소리야? 게이트에서 머리 다친 거 아니지?”

그제야 남우는 설명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게이트에서 구한… 이현 형님이 구해주신 아티팩트야. 이거면 엄마 병 치료할 수 있을 거야.”

이현이라는 이름에 신뢰도가 올라갔다. 희수는 입을 가리고 눈을 토끼처럼 떴다.

꿈이라고만 생각한 일.

“진… 진짜?”

“그래!”

비약을 조심스럽게 컵에 따른 남우가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남우… 우리 남우 왔니?”

이제 오십을 막 넘으셨는데… 어머니의 목소리는 일흔이 다 된 노인 같았다.

남우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하루에 두어 번은 일어나 걸으시지만, 그것만으로 운동이 될 리가 없다.

피골이 상접한 몸은 대할 때마다 가슴이 쓰렸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엄마, 잠깐 일어나자.”

종이처럼 가벼운 몸을 남우가 부축해 앉혔다. 퀭한 눈이 그를 향했다.

“그래…? 벌써 산책 시간인가?”

“아니, 엄마 약 가져왔어. 이게 엄마 병 치료하는 약이래.”

“약이라고……?”

남우의 말을 어머니는 믿지 못하고 바라봤다.

죽을 날만 기다리던 몸. 그저 희수가 대학가는 날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겼다.

의사들도 고개를 내젓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또 무슨 실험적인 신약을 가져온 거겠지.

하지만 남우의 고생을 못 본 체할 수도 없어… 어머니는 힘없이 웃으며 약을 받았다.

“고마워.”

약을 마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희수와 남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바라봤다.

스으으…….

“어……?”

컵을 비운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의 입과 코, 귀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동시에, 말라 있던 몸에 빠르게 살이 차올랐다.

쑥 꺼져 있던 안와가 솟아오르고… 피부는 아기 같은 분홍빛 혈색이 맴돌며 매끈하고 부드러워졌다. 빠졌던 머리까지 다시 났다.

순식간에 열 살은 젊어진 느낌.

시커먼 연기가 사라지자 눈을 동그랗게 뜬… 건강해진 어머니만이 남았다.

“남우야…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이거 괜찮니?”

희수가 벌떡 일어났다.

“거울 가져올게!”

바람처럼 나갔다 온 희수가 거울을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다시 들어오는 희수의 얼굴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이제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손으로 거울을 받은 어머니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기적.

그 외에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머니는 더듬더듬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아기처럼 매끈하고 부드러운 피부다. 몸 안쪽에서부터 힘이 솟구치는데… 당장 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숨쉬기도 불편하지 않다.

그녀는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어머? 어머어머? 이게… 이게 무슨 일이래? 남우야, 이게 무슨 일이야? 엄마가 지금 꿈을 꾸나?”

남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가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

“꿈… 아냐, 엄마.”

“엄마아!”

희수가 다시 한번 울음을 터트리며 어머니에게 안겼다. 남우도 어머니와 희수를 함께 안았다.

힘들었다.

몸이 고되고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잃는 두려움… 희수와 외로이 세상에 남는 그 기분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세수도 하기 전에 어머니의 방부터 들렀다.

어머니의 방에서 나는 퀴퀴하고 무거운 약 냄새가 사신의 체취 같아 거부감이 들었지만…….

숨은 제대로 쉬시는지… 혈색은 어제보다 괜찮은지…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는 집을 나설 수가 없었다.

공포에 종속된 나날.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엄마… 엄마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남우는 한참 동안 어머니를 끌어안고 목 놓아 울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