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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초월자는 딸바보-37화 (37/150)

37화. S급 (2)

“캬오오!”

피를 뒤집어쓴 듯 붉은 악마가 괴성을 지르며 뛰어내렸다.

붉은 눈이 앞으로 펼쳐질 살육에 대한 기대와 희열로 번들거렸다.

목표는 폐허를 달리던 판초우의의 남자!

치켜든 악마의 손에서 나이프 같은 손톱이 빛났다.

순간, 남자의 몸에서 은색의 빛이 복잡한 선을 그리며 방사됐다!

휘리릭! 스컹!

뛰어내리던 악마의 몸을 선이 훑고 지나갔다. 산양 같은 발이 땅에 닿은 순간, 악마의 몸이 수십 조각의 큐브가 되어 우르르 흩어졌다.

명우는 헨젤과 그레텔이 흘린 과자 조각처럼 뒤에 시체를 남기며 빠른 속도로 달렸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도 멈출 생각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게이트를 공략해야 희생이 줄어든다. 가증스럽고 사악한 괴물들이 게이트를 이탈해 사람들의 평화를 깨트리고 피로 문명을 더럽히는 꼴을 두고 볼 쏘냐!

앞에 다시 나타난 괴물들을 발견하고 명우는 양손에 권총을 꺼내 들었다.

쌍권총은 영화에나 나오는 사격이고 실전에서는 거의 무의미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S급의 신체 능력과 각성 스킬 ‘마탄의 사수’은 그의 쌍권총을 무시무시한 살상 기술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옆의 벽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끼기긱!

명우는 즉시 몸을 낮추고 슬라이드를 했다. 동시에 삼합회의 간부 중 하나인 ‘야인’ 철휘가 벽을 터트리고 튀어나왔다!

“큭!”

철휘가 내지른 주먹이 복도를 미끄러지는 명우의 위를 스쳤다. 그대로 달렸으면 보디 블로를 맞았을 위치였다.

“크하하하! 복수전이다! 이번엔 안 당한다!”

철휘의 이마에 역오망성의 문양이 선명히 떠오르며, 시커먼 마력이 줄기줄기 뿜어졌다.

그 기운이 어찌나 사악한지… 지금까지 죽인 악마들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철휘의 옆으로 나타난, 광대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

소축 기청융.

그의 이마에도 마찬가지로 역오망성이 선명히 떠올라 있었다. 혈마옥이 위성처럼 그의 주위를 돌았다.

“반갑군, 불스아이 병장. 그럼, 잘 가게.”

* * *

번개를 두른 뇌신과 같은 모습으로 웨어울프걸 지유가 사뿐히 옆에 내려앉았다.

“어때? 계속할래?”

새카맣게 그을린 홍아가 뿌득 이를 갈았다. 붉게 충혈된 눈이 지독하게 지유를 응시했다.

주인님께 받은 힘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너, 어… 이 속국 빵즈년이…….”

피투성이가 된 지유도 홍아를 내려다보았다. 침착한 척하고 있지만, 그녀도 놀랐다.

‘얘, 인간 같은데… 죽이면 안 되겠지?’

하지만 놓아줘도 될까. 지유는 갈등됐다.

홍아는 엄청나게 강했다. 성녀 예슬의 버프가 아니었다면 졌을 것이다.

예슬의 성속성 버프가 홍아의 마속성 스킬에 상성으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쉽게 이겼을 뿐.

놓아줬다가 홍아가 버프를 받지 못한 헌터들을 습격하면….

스릉!

고민하던 그녀의 가슴을 갑자기 튀어나온 귀검, 백혼의 검이 노렸다.

“앗……!”

카앙!

빛의 파편이 깨졌다. 지유는 가슴을 양팔로 가리고 펄쩍 뛰었다.

“어… 어딜 노리는 거야! 변태야!”

말은 못 알아들어도 동작으로 의미가 보였다.

“…어이가 없군. 일심정념.”

백혼이 든 유리 같은 검에서 새하얀 귀기가 피어올랐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귀곡성과 함께 수많은 데스마스크로 이루어진 하얀 검기가 날아가 지유를 벴다.

“아악!”

그야말로 뼛속까지 시린 한기.

땅에 떨어진 지유가 바르르 떨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더 강한 놈이 나타났다.

“콜록! 콜록!”

그녀가 기침하자 몸에서 희끄무레하게 얼굴이 비치는 연기가 튀어나왔다.

백혼이 쓰러진 지유에게 다시 검을 휘두르려던 찰나, 총성이 울렸다.

백혼이 뒤로 홱 검을 휘두르자, 검의 궤적을 따라 솟구친 유령들이 총알을 먹어 치우고 쏜살같이 폐허로 스며들었다.

[각성―귀령검]

―검에 유령을 깃들게 합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유령들이 가까운 생명을 추적합니다. 유령들은 민첩 스테이터스에 비례한 냉기 데미지를 입힙니다. 이 기술로 적을 죽일 때마다 유령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설명 : 검에 베인 악령들은 새로운 희생자를 찾고 있다.

“큭! 빌어먹을…….”

유령에 둘러싸인 명우가 뛰어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실체가 없는 유령들은 말 그대로 귀신처럼 그를 따라붙으며 괴롭혔다.

이것들이 입히는 데미지 자체는 별것 아니었지만… 시야를 가리고 냉기로 몸을 느리게 하는 점이 문제였다.

그렇게 몸이 느려지면 다가와 근접전을 강요한다.

알면서도 대처하기 힘든 능력이다.

“힘들어 보이는군.”

갑자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명우는 놀라 총을 겨눴다. 쪼그려 앉아있던 먹필도사가 양손을 들었다.

“날세.”

먹필도사가 부채를 차양막처럼 이마에 대고 백혼을 보았다.

“흐음, 이상한 놈들이 공격해 와서 혹시나 싶어 와봤는데… 이쪽도 마찬가지였군.”

“해치웠습니까?”

“아직 싸우는 중이네. 이 몸은 분신이야.”

부채로 가슴을 툭툭 친 먹필도사가 백혼에게 걸어갔다.

먹필도사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그를 죽이러 간 두 간부가 당했거나… 그를 놓쳤다는 의미.

분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백혼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백혼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을 제대로 하는 놈이 없군.”

검을 휘두르자 수십 마리의 유령이 먹필도사를 덮쳤다. 파도와 같은 기세에 먹필도사가 파랗게 질리며 몸을 움츠렸고…….

유령들은 그냥 그를 통과해 주위를 맴돌았다.

“아니?”

지유가 박수를 쳤다. 사정을 잘 모르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먹필도사가 모종의 수단을 사용해 백혼의 스킬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령이 안 통한다면 검으로 베면 그만!

백혼이 훌쩍 날아 먹필도사에게 날아들었다.

“흠!”

먹필도사가 부채를 옆으로 뿌리자 먹물이 촥 터지며 부채가 붓으로 변했다.

[각성 : 화룡점정]

―마력을 먹으로 변환합니다. 먹으로 그린 그림은 실체를 가지며, 그림에 실린 염(念)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가집니다.

―설명 : 참말이에유! 제가 봤당게유! 눈동자를 찍으니까 호로록 용이 승천했당게유!

붓이 빠르게 한자를 썼다.

“갈(喝)!”

쿠웅!

한자에서 발산된 빛이 백혼을 덮쳤다. 어마어마한 충격파에 얻어맞은 백혼이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크헉……!”

강하다!

한 방에 내장이 진탕됐다. 먹필도사가 S급 중에서도 손꼽히게 강하다는 소문은 허명이 아니었다.

하지만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충격은 아니다.

백혼은 검을 쥐고 벌떡 일어났다.

타앙!

순간, 날아오는 총알이 보였다.

“큭!”

백혼은 급히 검을 휘둘러 총알을 튕겨냈다.

오오오오!

귀곡성이 일며 유령의 군무가 쏟아졌다. 그것을, 별안간 솟구친 시커먼 호랑이가 삼켰다.

“크허엉!”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희생자들은 창귀라는 원혼이 되어 호랑이에게 속박된다는데… 그 고사를 재현하듯 잡아먹힌 유령들이 먹으로 된 몸통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몸을 웅크린 호랑이가 쩌렁쩌렁 울부짖으며 백혼에게 달려들었다.

백혼이 몸을 날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총탄이 그를 노렸다. 이번에는 백혼도 대처하지 못하고 다리를 꿰뚫렸다.

“크앗!”

“얍!”

벼락과 함께 솟구친 지유가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백혼이 귀령검을 휘둘러 손톱과 맞부딪쳤다. 생물의 손톱과 부딪치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리가 울렸다.

카앙!

유령이 날카로운 이빨로 지유의 몸을 물어뜯었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지유는 손을 오히려 더 강하게 눌렀다. 손톱에서 맴돌던 번개가 검신을 타고 그의 몸을 지졌다.

파지지직!

“크아악!”

“크헝!”

뒤에서 뛰어오른 호랑이가 앞발로 백혼의 몸을 후려쳤다.

콰득!

“컥!”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백혼의 몸이 튀어나온 바위에 맞고 팽글팽글 돌며 떨어졌다.

쿠당!

쓰러진 몸이 꿈틀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역오망성이 떠올라 그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바람에 꺼지는 촛불처럼 픽 사라졌다.

먹필도사가 부채를 살랑살랑 부치며 내려앉았다.

“엉뚱한 놈들 때문에 시간을 잡아먹었소.”

게다가 상당히 강해서… 아마 성녀의 보조 마법이 없었으면 상당히 고전했을 듯했다.

명우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연속된 전투로 잔뜩 피로해진 얼굴이었다.

“이들이 게이트의 괴물일 수도 있습니다.”

“응? 아니, 어떻게 봐도 사람이잖소. 중국어로 뭐라고 막 했고.”

시체를 살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지유가 동의했다.

“맞아요. 복장도 현대적이에요.”

“곧 다른 헌터들이 올 테니, 이들의 시체를 넘겨서 조사해보면…….”

말을 하다 말고, 먹필도사가 굳은 얼굴로 한쪽을 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린 지유와 명우가 흠칫 놀랐다.

언제 온 것일까!

초로의 노인이 홍아의 옆에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한푸를 입고, 백발을 늘어트린 모습은 도가의 신선 같다.

그러나… 그 노인의 이마에도 역오망성이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사악한 기운!

악마보다, 쓰러트린 간부들보다 강력한 기운에 세 헌터가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뉘시오?”

“허허… 아무래도 내가 그대들을 너무 얕본 것 같군.”

노인이 허리를 폈다. 마기가 한층 짙어졌다.

“설마 간부들을 여섯이나 쓰러트릴 줄이야…….”

아직 세 간부가 남았지만… 그들은 게이트 입구에 있는 쉐도우 로드와 붉은 수녀를 노리는 중.

일반 악마들은 아무리 보내봐야 소용없을 테니….

량첸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뚜둑. 뚜두둑.

뼈가 뒤틀리고 살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노구가 걸친 한푸의 밑에서 뭔가가 울룩불룩 솟아올랐다.

화산이 분출되기 직전 같은,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전대물도 아니고 악당의 변신을 기다려줄 이유는 없지.”

두꺼운 광선이 량첸의 심장과 이마를 때렸다.

터엉!

푸르게 변색된 량첸의 몸이 고무공과 같은 탄력으로 총탄을 튕겨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3층 빌딩 정도의 크기로 커졌다.

“거대화는 사망 플래그던데.”

먹필도사가 중얼거리는 말에 지유가 어처구니가 없어 쳐다봤다.

그때 새파랗게 번들거리며 솟아오른 살점이 하나의 형체를 갖췄다.

박쥐와 닮은 피막을 단 한 쌍의 날개. 위로 솟구친 네 개의 뿔.

눈물이 흘러내려 또 다른 눈을 만들어낸 것 같은 형상의 황금색 눈에서는 악의가 넘실거렸다.

고릴라 같은 체형이지만 살은 없고 탄탄하고 위압적인 근육에서는 시커먼 오라가 물처럼 흘러내렸다.

인간이었다는 흔적은 코와 입뿐.

그마저 입을 벌리자 길고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며 사라졌다.

“흐흐흐… 보아라… 선택받은 자의 힘을……!”

“뽀로로한테 선택받았나? 쇄(鎖)!”

어느새 량첸의 머리 위로 뛴 먹필도사가 붓을 휘둘렀다. 먹이 터지며 수많은 쇠사슬로 변해 량첸의 몸을 묶었다.

“흠.”

량첸의 손이 먹필도사를 움켜쥐었다.

“재미있는 재주를 가졌구나.”

뿌득!

“꺄악!”

새카만 먹으로 녹아내리는 먹필도사를 보고 지유가 비명을 질렀다. 명우가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

“분신이니 걱정 마세요! 일단 후퇴합시다!”

“아?! 아, 예!”

분신이라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지유는 먹필도사에 대한 육두문자를 삼키며 명우를 따라 뛰었다.

“현명한 판단이군.”

갑자기 지유의 앞에 파란 벽이 나타났다. 량첸의 거체였다.

놀랍게도, 그 거대한 몸으로 먼저 달린 지유보다 빨리 움직여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말이다.”

손녀를 돌보듯 자애로운 목소리와 다른 흉악한 일격이 지유를 위에서 내리찍었다.

콰앙!

충격이 어찌나 강한지, 지유는 땅에 한 번 처박혔다가 튕겨져 나오며 팽그르르 돌았다.

하나 남았던 빛의 파편이 단숨에 깨졌다. 갈비뼈와 척추, 팔다리에 분쇄 골절이 일어나고, 목욕한 개가 물을 털 때처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쿠당탕!

떨어진 그녀의 몸을 사자의 것과 비슷한 발이 지그시 밟았다.

“아… 아아악!”

“오, 아직 비명을 지를 수 있다니 놀랍구나.”

노란 눈이 가학성으로 빛났다.

“하지만 좀 더 힘을 주면 어떻게 될까?”

타앙!

총성과 함께 량첸의 네 안구 중 하나가 퍽 터지며 녹즙 같은 피를 뿜었다.

“크악! 이놈!”

량첸이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입을 벌렸다. 쩍 벌어진 목구멍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제트기의 추진기에서 나오는 것 같은 푸른 불꽃이 뿜어졌다.

콰르르르!

고열이 가로막는 것은 벽이고 철이고 전부 꿰뚫었다. 불이 스친 곳의 돌이 새빨갛게 녹아내리며 용암이 되어 흘렀다. 산소를 빼앗기며 달아오른 공기가 콧속까지 태우는 듯했다.

한순간에 폐허가 지옥으로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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