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권 23화
523화
한서준의 몸에서 홀러나오는 회 색빛 혼돈, 욕망은 그 어떠한 존재 보다도 훌륭하게 갈무리되어 있는 상태였다.
‘……들었던 것보다 더한 괴물이 군.’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 과했다.
공방이 이어져 갈수록 그 격차가 아득해져 간다.
자연스레 니오그타는 심장 한편 에 섬뜩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태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고대의 존재로서 적지 않은 세월 을 살아오며, 무수히 많은 은하에 파멸을 일으켜왔다.
수많은 싸움을 벌여왔다는 것이 다.
실제로도 몇몇 은하에서는 주신 이라 불리는 존재, 대마도사에 오 른 인물, 무극에 오른 무인들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파멸에 대응했 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깨달음과 날카로운 전 투 감각을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감각이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
그것이 설사 스스로를 파멸로 향 하게 할, 불완전한 힘이라 할지라 도 말이다.
쾅-!
결단을 내린 니오그타의 몸 주변 에 거대한 구체들이 형성된다.
쿠구궁-!
하나의 행성과 같은 구체들은 일
제히 회전을 시작했다.
“인정하마. 한서준, 지금의 나는 너를 이길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저항을 하려는 거야?”
서준의 이죽거림에도 니오그타의 표정에는 동요가 존재치 않았다.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허나 함께 공멸을 맞이할 수는 있지.”
일대의 구체들이 서로 맞부딪히 며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낸다.
온전하게 공허의 힘을 흡수하지 못한 만큼 고대 신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다.
허나 고대 신에 필적할 만한 힘 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기에 니오그타는 감히 자신 할 수 있었다.
‘한서준은 이 힘을 막아낼 수 없 다.’
허세나 오만 따위가 아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압도 적인 힘을 어찌 막아낼 수 있단 말 인가?
고대 신이라고 해서 모두 혼돈을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혼돈을 다룰 수 있긴 하 였지만 주 무기라 할 수 있는 힘이 다른 고대 신들도 존재했다.
그리고 니오그타는 스스로가 그 런 특별한 힘을 얻어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암혹물질.’
수수께끼의 물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불리는 힘이 체내에 머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 다뤄 보는 것이었지만 사용 법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
었다.
이미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수없 이 지켜봐왔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함께 영멸하는 것이 다.”
“충분히 벽을 느꼈을 텐데, 괜한 고생을 하려 하네, 곧장 영멸시켜 줄……”
코웃음을 치고 있던 서준의 표정 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구 체들이 맞부딪히며 파괴된 공간, 그 안에 남아있는 어둠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서준을 바라보고 있던 니오그타가 손을 들 어 올리며 말했다.
“이제 와서 눈치챈다 한들 늦었다.”
암혹뿐인 공간이 준동하며 세계 를 빨아들인다.
자연스레 세계가 뒤틀린다.
형체를 잃고 압축되며, 괴이한 비명을 토해낸다.
그리고 마침내 암혹물질만이 빚 어낼 수 있는 공간, 블랙홀이 우주 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이 나의 욕망.’
니오그타는 부정에서 태어난 고 대의 존재였다.
무언가와 섞이고 화합을 하기보 다는 부정하며 일그러뜨린 삶을 살 아왔다.
그렇기에 니오그타는 암흑물질이 라는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 이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일그러뜨리 는 블랙홀이야말로 모든 것들을 부 정해내고 일그러뜨려버리는 부정의 궁극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쿠구궁-!
세계가 뒤틀려 사라지고, 부정당 하는 모습에 니오그타의 입가로 만 족한 미소가 흐른다.
“이것이 내가 품고 있던 욕망이 자 바라던 궁극의 힘……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을 내뱉 고 있던 니오그타의 두 눈동자가 혼들리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힘이라고는 하나 어떠 한 힘보다도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암혹 물질을 통해 빚어 낸 블랙홀은 일대의 세계를 모두 빨아들이고, 뒤틀어내고 있었다.
심지어 고대 신에 필적하는 자신 의 육신조차 부정당하고 일그러질 정도로 위협적인 힘이었다.
그리고 이 블랙홀의 힘의 대부분 은 한서준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분명 뒤틀리고, 일그러지며 고통 에 찬 신음을 흘리고 있어야 한다.
헌데 한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고개를 두리번거 리며 일그러지고 있는 세계를 바라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다.
“남의 은하에 무슨 개짓거리를 하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니오그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 다.
태평하게 암흑물질의 힘을 받아 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헌데 그것도 모자라서 암흑물질 이 퍼져나가던 세계를 강제적으로 뒤틀어 내며 세계를 바로잡아내고 있었다.
공멸을 자처하며, 마지막 힘을 개방했음에도 압도되고 있었다.
‘괴, 괴물……!’
니오그타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
솔직히 말하자면, 한서준은 그저 운이 좋아서 고대 신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고대 신의 자리에 올라 위 협적인 존재가 된 만큼 한서준이라 는 인간에 대해 조사를 했다.
때문에 그가 100년이라는 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고대 신의 자리에 오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분명 암혹물질이라는 강력한 힘 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거
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제어해낼 수 있 는 거지……
“보고도 모르겠어?”
넋이 반쯤 나간 둣한 니오그타가 흘려낸 혼잣말에 화답한서준이 주 먹을 내뻗는다.
콰직-!
내뻗어진 기파로 인해 공간이 일 그러지며 니오그타의 촉수들이 찢 겨져나간다.
이어진 고통에 니오그타의 두 눈
이 뒤집혔다.
“꾜읍-!”
“너를 만나기 전에 암흑 물질을 다른 놈들을 수없이 상대해봤거든.”
뒤이어, 니오그타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뇌리를 강타하는 거대한 충격이 느껴진다.
콰직-!
단단하고 질긴 피부, 고대의 힘 으로 빚어낸 장막들이 너무나도 손 쉽게 일그러진다.
“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니오그타 의 주변으로 거대한 암흑 물질이 발산된다.
쿠궁-!
굉음과 함께 뒤로 밀려난 서준의 눈동자가 빛을 낸다.
‘나름 고대 신에 근접했다는 건 가……
일어난 상처가 삽시간에 회복되 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난 재생력 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었
다.
‘쉽게 죽지는 않겠네.’
가족들을 건드린 만큼 마음 같아 서는 당장이라도 찢어죽이고 싶었다.
허나 사내와 한 계약이 있는 만 큼 살려서 데려가야만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타격으로는 영 멸을 맞이하지 않을 내구성을 가지 고 있었다.
마음 놓고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서준의 입가에 피어나는 비릿한 미소를 확인한 니오그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대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 냐! 네놈의 정체가 무엇인데 이리 강할 수 있단 말이냐!”
서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니오 그타의 전신에 거대한 암흑의 구체 가 생성된다.
우주를 집어삼킬 만한 거대한 블 랙홀.
이어서 그 블랙홀을 형성한 암혹 물질이 니오그타의 육신과 하나로 연결된다.
어둠뿐인 블랙홀 너머 보이는 것 은 부정으로 가득 찬 니오그타의
“간단해, 그냥 너보다 더 오래 살아왔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존재일 뿐이야.”
서준의 차가운 눈동자가 블랙홀 의 중심에서 있는 니오그타를 응 시한다.
“인간 주제에 말도 안 되는 헛소 리를!”
크게 외친 니오그타가 서준을 향 해 촉수들을 내뻗는다.
“믿기 싫어도 곧 믿게 될 거야.”
서준의 주먹과 니오그타의 블랙 홀이 부딪히며 거대한 충격파가 일
어나고, 퍼져나간다.
이어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은 니오그타의 블랙홀뿐이었다.
결국 서준의 손에 거대한 암흑의 구체가 갈라지는 순간, 숭기는 완 벽히 기울었다.
서걱-!
블랙홀이 갈라지는 절삭음과 함께 니오그타의 두 눈동자가 지진이 라도 난 것마냥 거세게 흔들린다.
제어를 잃고 퍼져나간 암흑 물질 이 마구잡이로 폭주하며 우주로 퍼 져나간다.
분명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
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헌데 서준의 본능은 기이한 이질 감을 느끼고 있었다.
‘뭐지?’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니오그타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진다.
“패배를 인정하마. 허나 내가 품 고 있는 부정의 힘을 얕본 것…… 그것이 네가 영멸보다 끔찍한 고통 을 맞이하게 될 이유다.”
갈라진 블랙홀 너머, 기존보다 더 많은 양의 암흑 물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삽시간에 일그러졌던 블랙홀의 크기는 더 거대해진다.
콰과광-!
세계가 단숨에 휘말려 들어가고 우주가 일그러지는 듯한 풍경이 서준의 눈앞에 펼쳐진다.
‘미친!’
이제야 니오그타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자신, 서준을 노린 공 멸이 아니었다.
‘은하 전체.’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존재라면
도망칠 수 있겠지만 그들은 극소수 에 불과했다.
은하 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 명체들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러면 네놈도 무사할 수 없을 텐데?”
힘의 주체라 할 수 있는 만큼 니 오그타가 이 은하를 떠나게 된다면 블랙홀은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 다.
허나 남아 있게 되면 스스로가 빚어 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영 멸하게 된다.
“어차피 죽을 몸. 그런 것을 두 려워할 이유가 있나?”
이미 실력 차는 확연했다.
패배, 죽음이 확정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니오그타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서준이 스스로가 살아온 삶 의 이유를 부정당하고, 절망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네놈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것 들이 모조리 다 파멸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크하하!”
“그럴 일 없을 거야.”
서준은 니오그타의 비웃음을 가 벼이 부정해낸다.
“파멸을 맞이하는 건 너뿐이야.”
니오그타를 향해 보란 듯이 미소 를 흘린다.
암흑물질, 블랙홀의 힘은 강력했 다.
기억 속 암흑물질의 힘은 분명 절대적인 법칙이라고도 불릴 만큼 부족함이 없는 힘이었다.
하지만 힘의 주체가 니오그타라 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고대 신의 자리에도 오르 지 못한 존재, 불완전한 힘에 불과 해.”
“닥쳐라! 아무리 네놈이 부정하 려고 해봤자 퍼져나가는 암흑물질 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 다!”
니오그타의 반발에서준의 입가 가 호선을 그린다.
“네가 다루는 암흑물질은, 저기 밑바닥에 있는 존재에 비하자면 아 무것도 아니야.”
서준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회색 빛 혼돈기가 강렬하게 회전하기 시
작했다.
우웅-!
일대의 암흑물질을 집어 삼키며 그 영역을 넓혀간다.
“고작 이 정도로…… 퍼져나가 는 암흑물질들을 막을 순 없다.”
블랙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암 흑물질들은 무한(無限)에 도달해 있는 양이었다.
계속해서 혼돈이 먹어치우고 있 음에도, 암흑물질들은 삽시간에 우 주로 퍼져나갈 것이다.
심지어 시간이 갈수록 발산되는 암흑물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고 있었다.
제아무리 발버둥 친다 할지라도, 종국에는 은하 전체가 파멸을 맞이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