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권 22화
522화
카터가 리벨리온 연합의 본부에 도착한 이후 빠르게 위지강과 니오 그타에 대한 소식을 전해내었다.
허나 가장 중요하면서도 전하고 싶었던 서준에게는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갖가지 명령을 내린 후, 곧장 자 리를 떠난 서준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 문이었다.
때문에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게 되었다.
카터의 마음에 자연스레 조급함 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 계신 겁니까……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엄지손 톱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던 카터를 향해 강석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전처럼 아무런 이야기 없이 떠나신 게 아니니 금세 돌아오실 겁니다.”
맞는 말이었다.
서준 또한 서연이 납치된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두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뒤틀릴 수도 있었다.
“만약 조금 늦게 된다면 정말 끔 찍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 다.”
만에 하나라도 가족을 잃게 된 서준이 미쳐버리게 된다면?
평화를 바라는 마음 자체가 사라 지며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허나 당장으로써는 방도가 없다
는 걸 아시지 않습니다.”
“……그저 기도하는 것뿐이겠군 요.”
한숨을 내쉰 카터의 말을 끝으로 강석호와의 대화가 끊겼다.
시선은 하늘 위, 머나먼 우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벌어내지는 못할 거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선발대로 리벨리온 연합군을 출전시켰다.
형식적인 지원군은 아니었다.
의장인 서준과 관련된 일이자 많
은 빚을 지고 있는 서연의 신변과 관련된 일인 만큼 각 종족의 수장, 차원의 신격들과 같은 존재들이 모 두 흔쾌히 지원 의사를 밝히고, 참 전했다.
현 은하 내의 최강이라 할 수 있 는 연합군이라 부를 수 있었다.
허나 그 상대가 좋지 못했다.
‘지금의 니오그타는 괴물이다.’
위대한 마도사라 칭송받는 만큼 마나를 다루는 일, 마법을 발현시 키는 일에 있어서는 손에 꼽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헌데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함정
에 빠졌다.
니오그타가 가진 능력이 카터를 가벼이 압살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말이었다.
‘……부디 소중한 가족들과 동료 들을 잃으시기 전에 빠르게 오셔야 합니다.’
카터가 속으로 간절한 기도를 내 뱉고 있을 때였다.
쿵-!
거대한 기파와 함께 일대의 풍경 이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무슨?!”
놀란 눈을 한 강석호가 곧장 자 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주변을 살핀 다.
적의 침공을 예상했건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외부의 변화만 없었다.
여전히 강력한 기세가 전신을 억 누르듯 펼쳐졌다.
비단 강석호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대체……?”
존재감만으로도 압도된다.
아니, 몸이 저절로 움직이며 무 릎을 꿇으려 한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위대한 마도사라 불리는 인물이 었다.
고대의 존재, 신에 필적하는 니 오그타의 힘을 마주하고도 이런 감 각을 느낀 적이 없었다.
“설마?”
눈을 휘둥그레 뜬 카터의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후웅-!
허공을 날아온 검은 신형이 리벨
리온 연합 본부, 부의장실까지 빠 른 속도로 당도한다.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존재를 마주한 카터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 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토록 기다리고 있던 인물, 서준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서준 의 위용에 카터의 두 눈에 옅은 감 탄이 스쳐 지나갔다.
‘……이 힘을 위해서 자리를 비 우신 것인가.’
일전에도 분명히 강력한 신이었
허나 지금은 격 자체가 달라졌 다.
‘압도적이다.’
같은 고대 신의 자리에 있지만 확연하게 다른 존재, 홉사 태초부 터 존재해왔던 고대 신들을 마주하 고 있는 듯했다.
그저 눈빛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으로도 관통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상황은 옥 황에게서 대충 들었습니다……
서준의 시선이 마른침을 꿀꺽-삼키고 있는 카터에게로 향한다.
“위치만 말해 주세요.”
“예……
카터는 다급하게 고개를 주억이 며 입을 열려 했다.
허나 구태여 입을 열 필요가 없 었다.
“대충 알겠어요. 다행히 멀지 않 은 거리네요.”
관통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로 꿰뚫리고 있었다.
회색빛 눈동자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카터의 머릿속을 헤집
어 놓는다.
이윽고, 무언가 훑어보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늦을 일은 없겠네요.”
“..‘?!”
당황하고 있는 카터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인 서준의 두 눈동자는 한겨울의 얼음장보다 차갑게 변한 다.
“금방 갔다 올게요.”
파앗-!
그렇게, 둘의 앞에서 회색빛 기 운에 휘감긴 서준의 신형이 순식간
에 종적을 감추었다.
그렇게 서준은 카터를 통해 알아 낸 정보를 통해 니오그타가 자리잡 고 있던 차원에 도착했으나 위지강 을 비롯한 리벨리온 연합군의 모습 을 바로 마주하지는 못했다.
이유 또한 짐작이 갔다.
본능적인 위협을 느낀 니오그타
가 자리를 벗어나려 했을 것이고,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리벨리온 연합군이 계속해서 그 뒤를 쫓아가 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실제로도 우주 곳곳에 전투로 인 해 일어난 흔적들이 보이고 있었다.
‘이걸 쫓아가면 금세 도착할 수 있겠네.’
허나 여유를 부릴 생각은 없었다.
니오그타를 감당하기에는 리벨리 온 연합군의 힘이 다소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헌데 회복과 수련올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소모해버렸다.
리벨리온 연합군도 한계에 달해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여유를 부리는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서준은 다급하게 발을 놀리며 수 십, 수백의 행성을 가로질러냈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이동이 빨랐 다.
몸을 온전히 회복해내고,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덕분일까?
그도 아니면 니오그타를 향해 타 오르는 분노의 감정 때문인지는 정 확히 알 수 없다.
허나 확실한 것은 하스터와의 전 투 직전에 비해 몇 배나 더 강력해 졌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허세나 착각 따위가 아니었다.
내면에 자리 잡은 욕망은 스위 치, 리모컨과 같이 자유자재로 억 제가 가능해졌다.
이것만으로도 서준은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내 힘을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 게 되었어.’
따지자면 고대 신에 오른 지 얼 마 되지 않았지만, 태초부터 존재 해왔던 이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
을 정도로 홀륭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에 얻은 것은 이러한 억제력뿐만이 아니었다.
‘과거의 내 기억들.’
어느 정도 머릿속에 정리해냈고, 그로 인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 어내었다.
‘충분히 사냥할 수 있어.’
서준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 가 흐르고 있을 때였다.
‘저건?’
시선의 끝자락, 어둠뿐인 우주에
빛이 번쩍이며 연이은 충돌이 일어 나고 있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기운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서= 저들의 정체를 쉽사리 유추할 수 있었다.
“리벨리온 연합.”
니오그타를 붙들어 매기 위해 갖 은 노력을 하고 있는 그들의 노력 의 결실과 같은 불빛이었다.
안도감이 차오르며 동시에 가슴 한편에서 벅찬 감동이 밀려들어왔 다.
‘다들 고마워.’
모두들 목숨을 내걸고 싸워주고 있었다.
사실상 리벨리온 연합이 시간을 끌어주지 않았다면 니오그타를 지 금까지 붙잡고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빚을 지게 된 것 이다.
생각해보면 혼자였다면 결단코 이 자리에까지 서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도움을 받아왔네.’
항시 응원을 하며 지구의 생활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가족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높게 샀다지
만 끝까지 믿어준 강석호 부의장.
그 뒤로 많은 인연들을 만났다.
수인, 엘프, 드워프, 중원, 파탈라 대륙과 더불어 다소 좋지 않은 관 계로 만났지만 누구보다도 충실한 수하가 되어준 나라연천과 많은 신 들까지.
응원해주고 도움을 준 많은 존재 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이 다시 한번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었다.
그들의 마음, 따뜻한 진심을 느 낀 서준은 다시 한번 결의를 다졌 다.
‘지켜 내야 한다……
도움을 받았다면 이제는 되돌려 줄 차례였다.
강한 부정이 차오르고 있는 세 계, 그 중심지로 몸을 내던진 서준 은 단숨에 대기권을 뚫어내며 검은 구체를 향해 달려든다.
쾅-!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검은 구체 의 형상을 한 니오그타의 신형이 바닥을 나뒹군다.
서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 르게 촉수에 묶여 있던 서연을 구 출해내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몸에 자잘한 상처가 많았지만 목 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정말 다행이야.’
비단 서연뿐만이 아니었다.
‘모두 무사해.’
압도적인 숫자를 이용한 공세를 펼친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영멸을 맞이한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평화와 대의를 위해서라지만 누 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때문에 영멸을 맞이한 이가 없다 는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준 은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니오그타 를 향해 곧장 몸을 날렸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서준의 움직 임에 리벨리온 연합군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의장님……?”
당연하지만, 서준에게로부터 돌 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막대한 양의 부정의 장막을 뚫고 들어간 서준의 손이 괴성을 내지르 는 니오그타의 검은 구체를 꽈악-
말아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니오그타, 나의 소중한 것들을 건드린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되었겠 지?”
쾅-!
일그러져 있던 니오그타의 신형 이 다시 한번 벽면에 처박힌다.
직후 고개를 돌린 서준이 리벨리 온 연합군을 옹시한다.
“다들 피할 수 있을까요?”
서준의 물음에 태양신 라와 하데 스가 고개를 주억이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연합군들을 이동시켜내
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 기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 줘.”
다시금 고개를 돌려 니오그타를 바라보고 있는 서준의 눈매가 가늘 어진다.
“적당하게 싸워서 제압할 만한 놈은 아니거든.”
음성이 끝나기도 전 서준의 신형 이 앞으로 쏘아진다.
다급하게 고개를 주억인 라와 하 데스가 권능을 펼쳐내며 리벨리온 연합군들을 빠르게 이동시킨다.
콰과광-!
그 직후 서준과 니오그타가 충돌 하며, 허공에서는 요란한 굉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처음 갑작스러운 충격이 느껴졌 을 당시, 니오그타는 경악 어린 감 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 무슨......?’
한서준이 고대 신이 되었다는 것
은 익히 알고 있었다.
허나 자신 또한 고대 신에 필적 한 존재가 된 만큼 어느 정도 비등 한 싸움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예 상하고 있었다.
허나 볼품없이 내팽개쳐지는 몸 은 그 생각이 오만에 불과했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콰광-!
전신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니오 그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말도 안 된다.’
비단 육체적인 충격뿐만이 아니 었다.
숨이 막혀올 것 같은 거대한 압 박감은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과 경외심이 절로 들 정도였 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감정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고?’
니오그타는 머릿속에 피어난 생 각을 황급히 지워내기 위해 몸을 일으켜 허공으로 날아올라 서준의 신형을 확인했다.
허나 눈앞에 벌어진 현실은 너무 나도 잔인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