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권 20화
520화
표정을 굳힌 위지강의 얼굴을 응 시하고 있던 니오그타가 코웃음을 치며 손을 들어올린다.
“어리석군, 기어이 죽음을 자처 하려 하다니.”
위지강이 일으킨 힘을 가벼이 압 도해낼 수 있는 부정의 힘이 솟아 오른다.
“네놈이 선택한 죽음이니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격차였 다.
허나 기이하게도 위지강의 입가 에는 호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힘이 줄어들고 있다.’
발밑, 차원을 뒤덮고 있던 부정 의 힘이 확연하게 옅어졌다.
행성 내부에서 벌이고 있던 꿍꿍 이가 뒤틀려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허나 고작 이 정도에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제자에게만 맡겨서는 스승의 체 면이 서지를 않지.’
차가운 눈동자를 한 위지강의 신 형이 빛살이 되어 니오그타에게로 쏘아진다.
“고작 방금 전의 힘이 내 전부라 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이후 주먹을 꽈악- 말아 쥔 후, 일념을 담아서 내뻗는다.
‘천마신권!’
콰과광-!
폭음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내질러진 주먹은 검은 빛살이 되어 니오그타의 가슴팍을 꿰뚫어 내기 위해 직선으로 쏘아지며 단숨에 부 정의 장막을 찢어발긴다.
....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는지 니 오그타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촉수 들을 다급하게 뻗어낸다.
콰과광-!
폭음이 일어나며 허공에 떠있던 니오그타의 신형이 뒤로 밀려난다.
‘ 해냈다.’
단순히 니오그타에게 한 방 먹였 다는 기쁨이 아니었다.
차원을 뒤덮고 있던 니오그타의 부정들이 대다수 우주로 떠올랐다.
덕분에 부정에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차원 내부의 모습이 훤하게 드러났다.
동시에 위지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역시 공허의 힘올 흡수하고 있 던 것이었군.’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 는 서연을 중심으로 부정의 힘이 휘감겨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다.’
어째서 니오그타가 앞선 여유를 부린지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머지않아서 부 정에 완전히 집어삼켜질 것 같은
기세였다.
달리 말하자면, 얼마 가지 않아 서 고대 신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 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우주로 치솟 은 부정의 힘으로 인해 서연의 잠 식 속도가 현저히 늦춰졌다는 것이 었다.
하지만 이미 육신과 정신 모두 부정에 잠식되어 있는 상태였다.
말 그대로 바람 앞에 등불과 같 은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부디 늦지 않았으면 좋겠군.’
위지강이 오랜만에 입안이 바짝
마르는 느낌을 받고 있을 때였다.
등 뒤에서 부정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위대한 신의 재림을 방해한 대 가를 치르거라.”
거대한 부정이 순식간에 위지강 의 신형을 뒤덮는다.
외마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 고 사라져가는 위지강의 신형을 확 인한 니오그타가 비릿한 미소를 홀 린 후 몸을 돌리어 차원으로 되돌 아가려던 순간이었다.
쉬익-!
거대한 검은 빛살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무슨......?!”
전신을 뒤덮고 있던 부정조차 인 지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심지어 파괴적이었다.
때문에 다급하게 부정의 장막을 피워냈음에도 쏘아진 검은 빛살은 단숨에 니오그타의 안면을 가격한 다.
콰직-!
미간이 찌푸려지며 니오그타의 신형이 한 줄기의 빛살이 되어 밀 려나더니, 먼 거리의 소행성과 충 돌한다.
“만마의 종주, 초대 천마인 이 몸이 고작 그 따위 부정에 소멸할 것이라 생각하다니.”
전신에 들러붙어있는 부정을 털 어낸 위지강이 미소를 흘린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싸 움을 해왔다.
그중에는 특이하면서도 기이한 능력들을 수없이 봐왔다.
허나 그럼에도 위지강은 항상 승 리해왔다.
‘어떤 공격이든 그를 받아칠 힘 과 정신력만 있다면 문제 될 게 없 다.’
피어오른 부정이 순식간에 정신 을 좀먹으려 했지만 위지강은 쓰러 지지 않았다.
평생을 단련해온 만큼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가진 만큼 단숨에 뿌리쳤고, 자연스레 육신을 잠식해 가던 부정 또한 자연스레 떨쳐냈다.
물론, 단순히 위지강의 강인한 정신력 덕분만은 아니었다.
‘니오그타가 너무 오만했다.’
삽시간에 강한 힘을 가지게 되어 서인지 여유를 부렸다.
때문에 방금 전 일격에서 위지강 은 손쉽게 벗어날 수 있던 것이었
‘방심은 곧 빈틈을 만들기 마련 이지.’
이를 파고들어 강력한 일격을 먹 일 수 있었지만, 여유를 부려서는 안 되었다.
본래라면 며칠 동안은 정신 차리 지 못할 정도의 일격이었지만, 상 대는 고대 신에 필적해 있는 존재 였다.
금세 회복해내며 달려올 것이었다.
‘우선 서연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낸다.’
허나 이런 위지강의 계획은 얼마 가지 못하여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서연이 있는 행성에 안착하기도 전, 끔찍한 부정을 전신에 휘감은 니오그타의 신형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구궁-!
압도적인 힘에 위지강의 목울대 로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 괴물이군.’
일대에 요동치는 부정의 힘을 보 며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위지강이 다급하게 자세를 다잡는 순간이었
다.
쾅-!
사방에서 촉수들이 쏘아지며 위 지강의 신형을 뒤덮는다.
갑작스럽게 안면을 강타당한 니 오그타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 지고,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내가 당했다고?’
믿을 수 없었지만 명확하게 느껴 지는 감각들이 있는 만큼 현실을 부정을 할 수는 없었다.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일련의 과 정들이 정리되어간다.
고대 신도 아닌 존재에게 공격을 허용해준 것도 부끄러운데, 볼품없 는 모습으로 소행성에 처박혔다.
이윽고, 완전히 상황이 정리되고 나자 니오그타는 이성의 끈이 완전 하게 끊기게 되었다.
“빌어먹을 놈이!”
내면에서 샘솟는 부정을 폭발시 킨 니오그타는 시공간을 몇 번이나 접어내며 이동한다.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소행성들 은 존재 자체가 부정되며 사라져간 다.
그렇게 해서 단숨에 위지강의 앞 에 당도한 니오그타의 눈매는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
“죽여주마!”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인해 니 오그타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 진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위
대한 고대 신이 될 존재인 자신의 안면을 가격한 것도 모자라 공허의 힘을 품은 정복왕의 사도를 데려가 려 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전처럼 여유를 부릴 생각은 없었다.
더 이상 공허의 힘을 온전하게 흡수하기 위해 부정의 힘들을 안배 해놓지 않는다.
전력을 다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빌..목을 잡힌 것이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한서준에게 소식이 닿을 일은 없을 거다.’
위지강과 카터가 지켜보고 있을 때, 니오그타 또한 아무런 대책 없 이 방관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하여 손 을 써둔 상태였다.
‘눈앞의 위지강을 죽인 후에 거 사를 이어간다.’
결단을 내린 니오그타는 자신의 모든 촉수들을 쏘아낸다.
자연스레 일대의 공간이 찢어지 고, 무너지며 우주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위지강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곧 장 공간이동 마법을 펼쳐낸 카터는 눈앞에 벌어진 현상에 대해서 당황 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긴 어디지?’
분명, 평소와 같이 마법을 펼쳤 다.
헌데 이동된 위치는 목표로 했던 지구가 아닌 난생 처음 보는 괴이
한 세계였다.
풍경 전체가 검게 물들어 있었으 며, 뒤틀리고 어긋나 있는 괴수들 이 곳곳에서 달려든다.
개중에는 거대한 대륙과 같은 크 기의 괴수도 존재했다.
본래라면 아무리 많은 괴수들이 달려든다 할지라도 삽시간에 제압 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세계가 끊임없이 뒤틀리고 무너져가고 있는 탓에 마나의 흐름 자체가 기이하게 꼬여 있었다.
생각한 대로 마법이 발현되지 않 는다.
갑작스레 숨을 돌릴 틈조차 없는 전투가 계속되었다.
물론,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 는 아니었다.
카터는 수호자, 혼돈인들과의 전 쟁에서도 살아남은 위대한 마도사 였다.
다소 마나의 흐름이 뒤틀려 있긴 했지만 마법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의도해낸 마법은 아니었지만 어 찌 되었든 간에 마법이 발현이 되 긴 했다.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마법이건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 는 실력을 가진 만큼 카터는 정체 모를 괴수들을 제압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리벨리온 연합에 빠르게 소식을 전해야 하거늘……’
상당히 많은 마법을 발현시켜내 고 있었지만, 공간이동 마법만은 발현되지 않고 있었다.
마치 강제로 막아둔 듯한 느낌이 었다.
아니, 강제로 막은 것이 분명했 다.
‘분명 니오그타 놈이 우리를 눈 치채고 있었을 텐데 가만히 내버려 둔 이유가 이런 함정을 준비해 놔 서였군.’
허나 고작 이 정도로 절망할 생 각은 없었다.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카터는 마 구잡이로 뒤틀린 마나의 흐름을 미 친 듯이 연구해냈다.
‘어렵다.’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마나의 흐 름은 위대한 마도사인 카터의 비상 한 머리로도 쉽사리 계산이 되지 않는다.
자연스레 마음 한편에서 조급함 이 일어났다.
‘위지강 님께서 허망하게 패배하 시지는 않겠지만……
애초부터 니오그타의 목적이 이 렇게 시간을 끄는 것이었을 거다.
그렇기에 공간이동 마법이 발현 되는 순간 괴이한 공간으로 전송되 게끔 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카터가 지구로 돌아가 니오그타 의 소식을 알린다면, 고대 신인 서준이 곧장 당도할 것이다.
때문에 시간을 어느 정도 소모한 이후 지구로 돌아가게끔 유도한 것 이다.
‘더 이상 니오그타 놈의 손바닥 에서 놀아나서는 안 된다.’
놈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계산을 해낸다.
그렇게 12시간가량이 지났을 무
렵.
“계산이 끝났다.”
뒤틀린 마나의 흐름을 완벽하게 계산해낸 카터는 곧장 공간 이동 마법을 펼쳤다.
허나 이동한 공간 또한 예상했던 지구가 아니었다.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는, 용암 이 치솟고 있는 불의 세계였다.
아무리 보아도 지구라 볼 수 없 는 세계에 안착한, 카터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단순히 마나의 흐름만 뒤틀려 있는 게 아니었군.’
좌표 또한 기존과 다르게 뒤틀려 있었다.
짜증이 났지만 평정심은 무너지 지 않는다.
애초부터 마법사는 생각하고 사 고하는 자였다.
‘문제가 있다면 타파해내면 그만 이다.’
뒤틀린 좌표 또한 완벽하게 계산 하에 두면 된다.
그렇게 또다시 12시간이 지난
후.
“크읍.”
너무나 과도한 계산에 눈, 코, 입 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올 무렵 카터는 중국, 베이징으로 공간이동 을 성공해낼 수 있었다.
삐이이익-!
“주석님의 집무실에 침입자가 나 타났다!”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사 방에서 무장한 공안들이 위협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달려들고 있었지만 카터의 입가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했군.’
위대한 고대 신, 한서준 님이 있 는 지구로 돌아왔다.
카터는 얼굴에 묻은 피를 옷소매 로 닦아낸 후,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대한민국, 리벨리온 연합의
본부로 다시 한번 공간이동을 펼쳐 냈다.
처음 니오그타의 안면을 가격했 을 당시에만 해도 위지강은 최소 1 시간 이상의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 했다.
전력을 다해 휘두른 만큼 분명 적지 않은 충격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머지않아서 스스로가 오만 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