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권 12화
512화
우우웅-!
허나 서준의 몸에서 피어난 혼돈 은 이런 상황이 기쁘다는 듯 공명 음을 토해낸다.
서준 역시 입가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이 혼돈은 나 그 자체구 나.’
욕심이 많고, 강자와 싸움을 벌 여가며 무를 나누는 것을 기쁘게
여긴다.
애초에 혼돈을 통해 빚어진 육신 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토록 포악했던 혼돈 이 서준을 주인으로서 인정하고 있 는 것일 수도 있었다.
덕분에 확신이 생겼다.
‘절대 쉽게 밀리지는 않을 거야.’
하스터가 내뿜는 혼돈을 도리어 역으로 압박해낸 서준은 공간을 가 르며 날아간다.
황색의 로브 안에 숨겨둔 검을 꺼낸 하스터는 쇄도해오는 공격을
막아낸다.
쾅-!
정면에서 충돌한 두 개의 혼돈이 힘 싸움을 시작한다.
폭음이 일어나며,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충격파에 거대한 크레이터 가 만들어진다.
쿠구구궁-!
서서히 퍼져나가는 여파에서준 의 동공이 흔들린다.
‘안 돼, 이러면……
지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직 차원의 틈새가 닫힌 것이
아니었다.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폭주한 혼돈이 차원의 틈새를 타고 지구로 향할 수도 있다.
소중한 사람들, 고향 행성이 사 라진다는 것이다.
“계속 날뛰어 봐라! 결국 쓰러지 게 되는 것은 네놈일 테니!”
계속해서 힘 싸움을 벌이며 충돌 하고 있었지만, 혼돈을 뿜어내는 하스터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서준의 혼돈 또한 이 상황 자체 가 즐거운 듯 더욱더 많은 힘을 끌
어내고 있었다.
혼돈이 넘실거리며, 세계 전체를 잠식해간다.
그.리고 그 폭발하는 혼돈에 맞서 는 하스터의 힘 또한 세계를 일그 러뜨리고 있었다.
“네놈만 혼돈으로 재탄생되었다 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스터의 힘 역시 고대 신이라 불릴 만한 거대한 혼돈을 품고 있었다.
쿠구구궁-!
쉬이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정 도로 치열한 힘 싸움이 계속된다.
폭음이 연신 일며 행성 전체에 균열이 일어나고 갈라지기 시작한 다.
계속되는 충돌로 인해 서준은 몇 번이고 스스로의 힘에 대해서 파악 하고, 깨달음을 얻음에 따라 고양 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허나 차오르는 초조함을 억누르 기에는 부족했다.
‘너무 위험해……
차원의 틈새가 열려 있는 만큼, 이런 식의 싸움이 계속된다면 분명 지구에도 피해가 가게 될 것이다.
‘그만.’
서준이 폭발하듯이 치솟는 혼돈 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우웅-!
하나 치솟던 혼돈은 그 말을 들 은 체도 하지 않으며 더욱더 많은 힘을 이끌어내려 한다.
쾅-!
폭음과 함께 균열이 일어나있던 땅이 뒤집어지고, 파편들이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세계가 멸망을 맞이해가는 듯했 다.
불행 중 다행히도 뒤따라온 서연
이 퍼져나가는 혼돈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녀는 공허의 힘을 이끌어내어 거대한 원형의 장막을 펼쳐 둘의 공방으로 차원의 틈새에 연결되어 있는 지구에까지 피해가 가지 않도 록 보호하려 하고 있었다.
당장 서준이 가장 염려하고 있던 점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눈치챈 것 이었다.
하나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 과했다.
역력한 힘의 차가 존재하는 만 큼, 머지않아서 한계가 찾아올 것
‘싸움을 끝내야 해.’
서준의 눈에 다급함이 어렸다.
허나 공방을 연신 주고받고 있는 하스터는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는 다.
여기서 더 강한 공격을 퍼붓게 된다면 분명 서연이 펼쳐놓은 장막 이 부서질 것이다.
지구로 혼돈이 휩쓸려 간다는 것 이다.
‘다른 수가 없나.’
어차피 하스터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 이다.
‘내 혼돈을 회수한다.’
여기서 혼돈을 거두어들인다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알고 있었다.
‘내가 죽더라도……!’
소중한 가족들, 고향별 지구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죽음보다 더한 끔찍한 고 통이었다.
“으아아아-!”
괴성을 내지른 서준은 치솟던 혼 돈을 억누르고, 거두어들였다.
서준과 완벽히 하나로 동화되어 있는 만큼 혼돈은 그 명령을 거스 를 수 없었다.
쾅-!
폭음과 함께 서준의 신형이 실 풀린 연처럼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내지른 검을 휘두른 이후, 하늘 로 떠오른 서준을 보는 하스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 무슨……?”
끝까지 간다면 분명 승리를 쟁취 해낼 자신이 있었다.
같은 고대 신이고 혼돈과 동화해 냈다고는 하나 하스터에게는 아직 더 많은 숨겨진 수들이 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많은 무구와 힘들을 가지고 있었다.
한데 그 숨겨진 수를 사용하기도 전 싸움이 끝나버렸다.
사실상 제대로 된 싸움을 벌였다 고 말할 수도 없었다.
눈앞의 한서준이 갑작스레 혼돈 을 거두어들인 탓이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
하스터의 머릿속에 혼란이 찾아 왔다.
‘분명 한서준은 내 혼돈마저 집 어삼키려 했어.’
그 탐욕이 어린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한서준이 품고 있던 혼돈 역시 제 주인의 성향을 드러내듯 아주 욕심이 많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이 상 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힘을 거두어들인 거지?’
탐욕에 잠식된 존재는 자기 자신 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이성을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때문에 하스터의 상식으로는 서준의 선택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빠-!”
서연이 입에서 피 분수를 토해내 는 서준을 부축해내며 분노 어린 눈빛으로 하스터를 바라본다.
당장이라도 찢어죽일 듯한 살기 에 살갗이 베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릴 거야 -I”
분노 어린 서연의 음성과 함께 대기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쿠구구궁-!
공허의 힘이 마구잡이로 솟구친
그를 바라보는 하스터의 눈이 딱 딱하게 굳었다.
‘위험하군……
이성을 잃은 정복왕의 사도가 한 계치를 넘어서는 공허의 힘을 개방 하려 하고 있었다.
‘세계의 균열이……
척 보아도 눈앞의 정복왕의 사도 는 아직 완벽하게 공허를 제어해내 지 못했다.
이 상태로 폭주해버린다면 공허 의 괴물이 되어버리며, 아주 끔찍 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고대 신들이 바라는 큰 혼란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막아야 해.’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공허를 막 을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정복왕의 사도를 죽여야 한다.’
당장으로써는 어려운 일이 아니 다.
허나 몸이 쉽사리 움직이지를 않 는다.
‘만약 분노 어린 정복왕이 찾아 오게 된다면?’
시간을 돌려내어, 힘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
허나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괴물이라 불릴 만한 존재였다.
결국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큰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하스터를 지켜 보고, 감시하던 고대 신들이 이를 방관할 리가 만무했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혼란이 찾아 온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자리에서 정복왕의 사 도를 죽이게 된다면 고대 신들에게
둘도 없는 기회를 주게 되는 것이 다.
“빌어먹을.”
하스터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순 간, 공허의 힘이 더욱더 박차를 가 하며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저 힘으로 빚어질 괴물은 고대 신이라 불리는 하스터조차 쉬이 감 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방관하고 도망쳐야 한다.’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하스터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하스터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
며 자리를 벗어나려던 때였다.
“그……만. 괜찮아.”
옅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마구잡이로 폭발하려던 공허의 힘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 춘다.
“ 오빠..
“귀 안 나갔으니까, 조용히 말 해.”
“그럼 걱정이나 시키지 말든가.”
“네가 생각한 것처럼 심각한 상 태 아니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마.”
피식- 미소를 지은 서준이 어깨
를 부여잡고 있던 서연의 손을 뿌 리친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하스터의 일격에 아무런 방비 없 이 직격당한 탓인지 겉과 속이 모 두 엉망인 상태였다.
허나 패배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계속해서 싸워 나가겠다 는 일념이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근거 없이 싸움을 이어나가려 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최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 는 상태였지만 어찌!서인지 회복 속 도가 상당히 빨랐다.
단순히 고대 신의 경지에 올라
회복력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손에 차고 있는 수투에서부터 익 숙한 힘이 물결처럼 육신으로 파고 들며 빠르게 육체를 수복해주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변화에서준 은 생각보다 온전한 몸 상태로 되 돌아올 수 있었다.
“ 오빠.?”
놀란 서연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녀 역시 서준의 육신을 수복해 낸 치유력, 그 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기운이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 공허......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롯 이 공허라 볼 수 없었다.
‘ 이건.’
서준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 르는 순간, 수투를 통해 흘러들어 오는 기운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들 려온다.
-쓰러지지 마. 지켜 내.
익숙하면서도 너무나도 그리웠던 정복왕의 목소리가 서준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정복왕, 가이사.’
큰 도움을 준 은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많 은 것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도움을 받았다.
더불어 간절한 목소리를 들었다.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정복왕에게 처음으로 이런 간절한 말을 듣게 되었다.
육체의 수복과 함께 강렬한 의지 가 피어오른다.
‘지금이라면……
혼돈에 이끌리지 않아도 더욱더
완벽한 무(武)를 펼칠 수 있을 것 이다.
확신이 든다.
‘내 근간은 무인이야.’
더 높은 무를 체감하고 터득했다 면 다뤄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혼돈에 이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 는 말이었다.
‘어차피 혼돈을 다루는 것만으로 는 이길 수 없어.’
같은 고대 신에 올라있는 존재라 고는 하나, 하스터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품고 있는 혼돈의 총량에서 패배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간극을 메꿔 내야 한다.’
적지 않은 세월 갈고 닦아온 무 공이란 것으로 말이다.
고개를 주억인 서준은 자세를 다 잡으며 하스터를 마주한다.
“오빠..I”
두 눈이 보름달마냥 휘둥그레진 서연이 서준의 옷깃을 붙잡는다.
정복왕이 개입했고,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걱정과 불안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흔들리는 서연을 바라보며 서준 은 자신 있게 미소 짓는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굳이 싸 워야겠어……?”
고개를 돌리자 보인다.
어째서인지, 하스터는 다소 전의 를 상실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더 이상 싸움을 이어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눈앞의 저 존재는 엄청난 괴물이야.’
고대 신의 자리에 오른 서준을
압도해낼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잖 아.”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연의 모습에도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