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권 5화
505화
“역시 내 제자군……
일대에 혼돈이 격동하는 것을 지 켜보던 위지강의 입가에 미소가 흐 른다.
서준의 흔적으로부터 자그마한 세계의 균열이 일어나더니, 그 안 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 작한다.
이어서 그 거대한 존재감은 균열 의 크기를 계속해서 넓히고, 넓혀
내며 이제는 사람 한 명이 거뜬히 지나올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된 다.
쿠구구궁-!
천지가 큰 떨림을 토해낸다.
아니, 이건 단순히 천지가 뒤흔 들리는 게 아니다.
드넓은 우주가 떨고 있는 것이 다.
새로운 고대 신의 탄생을 축하해 주는 듯, 크게 진동하며 공명하고 있었다.
위지강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흐른다.
“해냈구나, 역시 해낼 줄 알았 다!”
주먹을 꽉 쥔 위지강의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파앗-!
균열 내부에서 세상을 집어삼킬 것같이 강렬한 혼돈이 뿜어져 나왔 고, 그 힘들은 한 점으로 응집되며 한 명의 인간, 서준의 형상을 빚어 냈다.
우주에 새로운 고대 신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고대의 존재, 드넓은 우주를 통 틀어 가장 거대한 세력과 힘을 가 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허나 그 위상이 줄어든 것은 아 니었다.
그저 골고루 나누어가지고 있던 세력과 힘을 몇몇의 존재들이 모두 취해냈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피가 흘 렀고, 과거에 비하자면 세력이 현 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세력, 군세는 아무 런 의미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힘을 취 해내며 압도적인 힘을 가진 고대의 존재들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손짓 한 번으로 행성을 부숴낼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고대의 존재들의 욕심은 끝 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힘을 탐하려는 상 황.
때문에 전쟁, 내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허나 모든 일에는 끝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전쟁, 수많은 피를 홀린 길고 길었던 전쟁도 마 찬가지로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끝난다는 말인 가……”
동족들을 사냥하고, 섭취하며 더 강한 힘을 취하기 위해 출신이나 방식을 따지지 않고 갖은 세력들을 규합하고 힘을 합쳐내며 전쟁을 이
어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훗날, 엄청난 부와 명예 힘을 약속하면서까지 어 렵사리 등용한 신격들도 존재했다.
때문에 외부에서 데려온 신격, 그중에서도 최상위라는 주신들은 사력을 다해 전쟁의 승리를 쟁취해 내기 위해 싸웠다.
큰 부상을 입고 죽는다 할지라 도, 영멸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부 활할 수 있는 만큼 주신들에게 죽 음이란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부활하고, 다시 씨우기를 번복해 왔다.
한데 그런 주신들이 지키고 있던 전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고보게그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황제들도 괴멸했으며, 다른 이들은 감히 넘볼 수 없을 거라 자신했던 자신의 성역마저 모두 파괴당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들은 검은 구체, 전신에 갖가지 부정을 두른 한 존재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니오……그타.”
바닥에 널브러져 피를 전신에 뒤 집어쓰고 있는 고대의 존재가 구체 의 이름을 불렀다.
“소멸한 꿈의 왕, 글라키. 위용
넘치던 네가 이렇게 된 꼴을 보니 참으로 우습군, 불과 얼마 전까지 만 해도 내 위에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니오그타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탐욕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동족의 피와 살을 섭취하며 얻을 수 있는 막대한 힘.
그를 얻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 다.
영멸을 맞을 뻔한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
허나 니오그타는 살아남았다.
동료라 불리는 이들을 배신하고,
형제들의 사이를 이간질하며 전쟁 을 부추겼다.
가장 더럽다고 불리며, 부정을 이용해가며 다른 동족들을 사냥했 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의도했던 대로 이제는 종 의 정점에 설 수 있는 무대가 마련 되었다.
“네놈을 마지막으로 나누어졌던 우리 형제들은 나로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기록조차 되어 있지 않은 아주 먼 과거의 전설.
고대의 존재로 탄생했지만, 형제 들을 사냥하고 섭취함으로써 드높 은 고대 신에 오른 존재들이 있었
다.
니오그타는 그 이야기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한서준이라는 혼돈제가 만들어 준 틈 을 놓치지 않고 동족들의 싸움을 부추겼다.
“혼돈제, 한서준에게 꼭 감사를 표해야겠군.”
피식- 미소를 홀린 니오그타는 촉수를 빠르게 움직여 글라키의 촉 수를 찢어발긴다.
“꾜아악-!”
뜯어낸 글라키의 육신을 섭취하 고 있던 니오그타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이딴 방식으로 고대 신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설마 고대 신들께서 이 상황을 그냥 넘 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죽음이라는 공포가 턱 밑까지 다 가온 상황이었지만, 글라키의 기세 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어차피 고대의 존재들도 결국 만 들어진 존재, 고대 신들의 수하일 뿐이었다.
고작 피조물에 불과한 니오그타 가 자신들의 명령을 거부하고 제멋 대로 날뛰는 것을 달갑게 여길 리 가 만무했다.
어떤 형태로든 손을 쓰려 할 것 이다.
그리고 니오그타가 동족들을 섭 취한 것으로 아무리 강력해졌다 할 지라도 고대 신들의 공세를 받아 낼 수는 없을 터였다.
“……물론, 지금의 나로서는 고 대 신들의 공세를 견뎌낼 수 없겠 지,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고대 신 들이 움직일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홀린 니오 그타의 시선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하늘의 별에서부터 적지 않은 시선, 거대한 존재감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니오그타를 찢어죽일 듯한 기세를 보내고 있었다.
실제로도 세계의 곳곳이 뒤틀리 고, 무너지며 파괴되고 있었으며, 사방에서는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모두 니오그타를 향해 일종의 엄 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셈이었다.
“지금은 계약에 묶여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허수 아비들이지.”
“과거의 계약 때문에 당장이야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결국 네놈 의 죽음은 시간문제다.”
“그 시간이면 충분해, 이 몸은 그 시간 안에 고대 신이 될 거다.”
“푸흐…… 쿨럭! 푸하하!”
니오그타의 당당한 발언에 바닥 에 드러누워 있는 글라키가 피를 토하며 웃었다.
“어리석구나. 형제여, 고대 신의 이름이 그토록 가벼운 것인 줄 아
느냐? 그토록 쉬웠으면 왜 이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명도 탄생하지 못 했을까? 우둔하구나, 우둔해. 크흐 흐..
“글라키, 지금의 나는 많은 형제 들의 힘을 섭취해냈어, 무수히 많 은 전장을 헤치며 어렵사리 얻은 힘이지.”
니오그타가 가지고 있던 부정들 이 생명마저 영멸시키는 절대 부정 이 될 수 있었던 성장의 계기이기 도 했다.
그의 힘은 분명, 글라키가 기억 하던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하나 그렇다고 하여 고대 신에 비하자면 아직도 우스운 수준이었다.
“결국 너는 모든 고대의 힘을 얻 지 못한 상황이지, 그에 비해 서…… 너도 느껴지고 있지 않나?”
글라키의 입가로 쓴웃음이 흐른 다.
“이 우주에 또 다른 고대 신이 탄생했다, 아마도……
머릿속에 고대의 존재들을 사냥 했다던 혼돈제, 한서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혼돈과 동화하며 고대 신의 자리에 도달했 단 말인가?
고대 신의 자리는 처음부터 정해 진 것이라는 말인가?
우주의 무수히 많은 강자들이 오 랜 시간 노려왔던 자리에 혼돈제, 한서준이 먼저 도달해버렸다.
사실상 지금의 상황보다, 그 현 실이 글라키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대체 그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 길래?’
가장 현명한 괴신으로 많은 지식 을 탐내왔다.
그렇기에 직접 만나 보고 싶다.
혼돈제, 한서준이 가진 그 특별 함을 알아내고 탐구해보고 싶다.
허나 눈앞의 니오그타는 그런 탐 구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오랜 시간 봐왔던 동족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너는…… 너는 도달할 수 없다. 니오그타.”
“인정하마, 허나 글라키 너의 지 식이 있다면 충분히 다른 방도를
찾아낼 수 있겠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홀린 니오 그타의 눈이 글라키를 향한다.
“네놈에게 내어줄 지식은 없다, 그저 허망한 최후를 맞이할 준비를 하거라.”
“그리 매몰차게 대하지 말라고, 이야기 정도는 들어서 손해 볼 것 없지 않느냐.”
“네놈에게 내어줄 지식은 없다고 말했을 텐데.”
“굳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난 네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흡수해낼 것이다, 하면 네가 가진
지식과 경험들이 오롯이 내 것이 되겠지.”
M |99
글라키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크하하! 여태껏 내가 단순히 동 족들의 힘만을 홉수해왔다고 생각 한 것이냐?!”
그 반응을 놓치지 않은 니오그타 가 광소를 터트렸다.
“우리 형제들은 나, 니오그타라 는 그릇으로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것이다!”
글라키의 머릿속이 크게 혼들렸 다.
저 방법을 가장 처음으로 연구했 던 존재는 다름 아닌 글라키였다.
처음에는 니오그타처럼 고대 신 의 자리를 노리기 위해 연구한 것 이지만,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연 구를 포기했다.
고대 신들의 감시가 느껴졌고, 선을 넘게 된다면 영멸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압박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곧장 연구 자료들을 폐 기하고 기억 속에서 지워냈다.
한데 니오그타가 어찌 그 연구에 대해서 알고 있단 말인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본인
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을 것 이라 생각했다.
“네놈이 연구 자료를 폐기하며 흘린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 이 몸이 모두 취해냈다.”
“……단순히 부정을 품은 게 아 니었단 말이냐.”
글라키는 더 이상 감정의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그저 부정으로만 탄생한 존재라 생각해왔다.
허나 부정을 먹고 자라나고 있었다.
니오그타는 여태껏 모두를 속여
온 것이다.
“우리 형제들이 품고 있던 부정 적 기억과 경험,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있다, 그렇기에 모두를 담기 에 나보다 적합한 그릇은 없을 것 이다.”
“크흐흐……
글라키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 기지 못했다.
과거에 완성시키지 못했던, 해답 을 찾지 못했던 문제의 답이 보이 기 시작한 터였다.
“어찌, 나와 함께하여 신이 되어 고대 신에 도달해내는 해답올 찾아
내겠느냐?”
가장 현명한 괴신, 지식을 탐구 하는 자로서 우주의 정점에 선 존재가 될 수 있고, 알아볼 수 있다 는 제안은 매력적이기 그지없었다.
때문에 글라키는 니오그타의 제 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먹어라, 나의 모든 것을 먹어치 우고 가져가라!”
글라키가 손을 내뻗으며 자신의 육신을 바친다.
더 이상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이 나 복수심과 같은 불필요한 감정들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눈앞의 부정과 하나가 되어 고대 신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네 눈을 통해 진실과 진 리에 보여 다오!”
터질 듯한 광기가 글라키의 눈동 자에 넘실거리고 있던 순간이었다.
콰직-!
니오그타의 촉수들이 글라키의 뇌리를 파고들며 가진 모든 것들을 흡수해내기 시작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