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권 2화
502화
실제로도 리벨리온 연합은 수많 은 은하들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 는 황제들을 몰아내거나,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승리를 거듭해가던 리벨 리온 연합군은 침략자라 할 수 있 는 광기의 황제, 부로스에게로 향 했다.
그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 는, 차갑게 얼어붙은 행성에 자신 을 따르는 군단과 함께 정착하며
우주를 파멸시키며 영토를 넓혀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나 리벨리온 연합의 거센 저항 과 공격에 처음의 목표와는 달리 부로스는 근래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도 망을 쳐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항전을 하며 버티 느냐?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리벨리온 연합은 사실상 부로스와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알려진 파괴의 황제, 주브마저 영멸시켰다.
물론, 부로스에게 승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당히 높다고 생각했다.
‘정복왕의 사도는 지금 수십에 달하는 황제들과 전투를 치른 상태 다.’
계속된 고된 전투로 지쳐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리벨리온 연합은 주브를 영멸시키자마자 부로스를 향해 검 을 돌렸다.
어쩌면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주브는 황제들 중에서 도 손꼽힐 정도로 강력했다.
정복왕의 사도가 이끄는 리벨리 온 연합이 강력하긴 했으나 결단코 쉬운 사냥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데 그 싸움을 끝내자마자 곧장 다음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휴식을 취한 것은 기껏해야 일 주일.’
큰 싸움을 끝내고 취하는 휴식이 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계속되는 승리에 취해버린 것인가.’
어쩌면 큰 부상을 입은 상태로 되도 않는 객기를 부리는 거일 수 도 있었다.
여러모로 복잡한 생각을 하던 부 로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생각을 해보면, 저 미개한 존재 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리 가 없었다.
‘……애초에 고대의 힘을 다루는 황제들에게 먼저 침공을 해올 생각 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
물론, 자신감의 근원이 어느 정 도 예상된다.
정복왕의 사도뿐만 아니라 리벨 리온 연합에 소속된 몇몇 강력한 신들의 힘을 믿고 있는 것이다.
허나 모두 헛된 자신감이다.
‘고대의 힘을 상대할 수 있는, 결 국 실질적인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정복왕의 사도 하나뿐이 다……
몇몇 유능한 신들이 있다고는 하 지만, 부로스는 그들 대다수를 신 경 쓸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광기의 황제로 칭 송받아 온 그에게 있어서 바깥 은 하의 신들이란 언제나 마음먹으면
소멸시킬 수 있는 미개한 존재들이 었다.
‘내가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 지.’
생각을 정리해보자, 방향이 결정 됐다.
도망가기에는 역시 자존심이 용 납지 않았다.
고대의 힘을 다루는 황제로서 칭 송받던 자신들이 고작 정복왕의 사 도 한 명에게 연전연패하며 도망을 치게 된다면 우주에 어떤 소문이 퍼지게 될지는 뻔했다.
이후로의 일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아마 소문을 들은 몇몇 고대의 존재들이 찾아와 크게 분노하며 심 판을 내릴 것이다.
설사 당장 도망쳐 살아남는다 할 지라도 결국에는 다가올 비참한 최 후를 피할 수 없었다.
‘애초에 선택지는 없었군.’
결단을 내린 부로스가 고개를 주 억이며 입을 열었다.
“군단이여 전투를 준비해라.”
자연스레 그를 따르는 영주들과, 병사들이 굳은 얼굴로 각자의 방식 으로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승리로 놈들이 방심하 고 있는 지금 습격을 가하겠다.”
부로스가 선언하자 파지직- 거리 는 스파크 소리와 함께 세계에 거 대한 균열이 일어났다.
은하에서 은하를 이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은하 내에서 자유로이 이동 하는 통로를 만들어내는 것쯤이야, 황제인 부로스도 충분히 쉽사리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군단의 숫자가 수만, 수십만에 달한다고 한들, 모두 간편하게 이 동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선두에 선 부로스와 그를 따르는 모든 군단이 세계에 일어난 균열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시야 속에 빠르게 행성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걸음을 옮기던 부로스의 시선 이 한 곳에서 멈춘다.
“저곳이군.”
다시 한번 은하의 통로를 열어내 려던 순간이었다.
부로스와 그를 따르던 군단을 향 해 거대한 충격파가 날아온다.
쾅-!
아찔한 고통과 함께 시야가 회전 하듯이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어느덧 부로스와 그를 따르는 군 단은 처음 은하의 통로를 열었던 얼어붙은 행성에 되돌아와 있었다.
‘무슨.…"?!’
난생처음 겪는 일에 당황을 금치 못한 부로스가 의문을 표한다.
‘갑자기 은하의 통로가 닫혔다 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열어두었던 은하의
통로가 닫히는 일은 단 한 번도 일 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뒤따라오고 있던 영주들과 병사 들의 표정에서도 의문이 느껴진다.
애초에 그들 역시 부로스가 은하 의 통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어떤 이유가 있어 통로를 닫아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전에 전투로 인해 입은 상처 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것 같 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 다니.’
부로스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어린다.
고대의 존재들끼리 싸움, 모시고 있는 주군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참전하여 다른 황제들과 싸우게 되 었다.
그리고 부로스는 그로 인해 다른 황제에게 복부가 꿰뚫리는 치명적 인 상처를 입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그때 입었던 상처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 한 부분에서 후유증이 남아있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은하의 통로를 열어낸다.
“ 진군하라.”
이번에는 확실하게 힘을 응집시 키며 통로를 만들어냈다.
평소와 같은 여유를 보이지는 않 으며, 정신을 집중해낸다.
고작 은하의 통로를 열어내는 데 이렇게까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집중이었다.
한데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갑자기 닫히는 것도 아닌, 은하
의 통로가 아예 열리지 않고 있었다.
“대체 어째서……
당황을 금치 못한 부로스가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흘릴 때였다.
끄아아악-!
주둔지의 가장 외곽 쪽, 전투를 준비하고 있던 병사들의 비명 소리 가 들려온다.
계속 이어진 비명 소리는 삽시간 에 부로스가 있는 곳 근방까지 거 리를 좁혀왔다.
자연스레 부로스를 포함한 그를 따르는 영주들의 시선이 소리의 근
원지로 향한다.
그곳에는 칠혹처럼 검게 물든 머 리를 가진 여인이 있었다.
“누구냐?”
부로스를 따르는 영주, 크루킨이 여인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질문을 던졌다.
‘인간? 혼자서 이곳에 왔다고?’
반면 부로스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홀로 고고히 걸어오고 있는 존재 는 보잘것없을 정도로 나약해 보였 다.
느껴지는 신격도 그리 거대하지 않았으며, 딱히 눈에 뜨이는 특별 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병사들이 처음 비명을 내 지를 때도 부로스는 크게 개의치 않아 했던 것이다.
어차피 얼마 가지 않아서 병사들 의 손에 찢겨 죽을 테니 말이다.
분명, 다가오는 여인은 그런 운 명을 맞이했어야 했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일까?
병사들을 찢어발기며, 삽시간에 주둔지의 중심에까지 당도해내었다.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기묘한 상 황에 자연스레 부로스의 눈이 가늘 어진다.
“내 말이 들리지 않았을 리는 없 을 텐데, 답하지 않다니 건방진 것……
미간을 찌푸린 크루킨이 자신의 검을 뽑아들며 앞으로 걸음을 내딛 는 순간이었다.
서걱-!
난데없이 날아온 회백색의 촉수 들에 크루킨의 머리가 꿰뚫리며, 죽음을 맞이한다.
갑작스러운 크루킨의 죽음에 부
로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허의 힘……?’
놀람을 느끼는 시간조차 사치였 다.
여인이 손을 앞으로 내뻗는 순 간, 부로스가 총애하던 황제들이 모두 날아드는 촉수들을 피해내지 못한다.
이런 변방의 은하에서 이런 허무 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상상 하지 못했던 것인지, 황제들은 눈 을 휘둥그레 뜬 채로 서로가 서로 를 바라본 채로 영멸을 맞이했다.
어느덧 여인은 부로스가 앉아 있
는 왕좌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큰 피해를 입었지만, 덕분에 확 실하게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정, 정복왕의 사도!”
긴장감을 느낀 것인지, 부로스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허나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에는 이미 부로스의 상황이 너무 좋지 못했다.
‘공허의 힘은 위험하다……
어째서 정복왕의 사도가 공격을 해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공허의 힘은 강력해지고 방대해 질수록 텅 비어가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눈앞의 정복왕의 사 도가 다루는 공허의 힘의 매우 강 력하고 방대하다는 것이었다.
밀려오는 긴장감에 부로스가 목 울대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 을 때였다.
“늦었어.”
정복왕의 사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부로스가 다급하게 힘을 끌어올 리려 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뜻대로 힘이 움직여지지를 않는 다.
정확히 말하자면, 축적하고 쌓아 올린 거대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텅 비어 버렸다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에 다 시 한번 힘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결과는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는, 무기 력한 상태가 되어버린 부로스의 앞 에 도달한 정복왕의 사도가 무심한 눈동자를 한 채로 손을 내뻗는 순 간이었다.
부로스의 사지가 공허의 촉수에
꿰뚫리며 공허로 빨려 들어간다.
수많은 우주를 지배하고 거느릴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고 있던 광 기의 황제, 부로스는 갑작스럽고 허망한 영멸을 맞이했다.
고대의 존재를 처리한 정복왕의 사도, 서연은 심장에 손을 올리며 깊은 숨을 몰아 내쉬었다.
‘빠르게 강력해지기는 하는데, 점 점 더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지네.’
위지강과 고된 수련을 통해 스스 로의 한계치를 확인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익혀내지 않았다면 진즉 공 허에 잡아먹혀 버렸을 것이다.
공허로 흡수해낸 황제들의 숫자 가 늘어날수록 그 힘이 기하급수적 으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마냥 불편한 점만 있는 것 은 아니었다.
모시는 주군을 잃고, 전쟁에게서 패배하여 도망친 황제들을 사냥하 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느껴질 정 도였다.
‘이런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
한시라도 빨리 다시 공허를 제어 하기 위한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다.
허나 지금 지구에는 고대의 힘을
다루는 황제들을 상대할 만한 이렇 다 할 전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빨리 오빠가 돌아왔으면 좋겠는 데.’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겨 버린 친 오빠, 한서준을 떠올린 서연은 고 개를 내젓는다.
이런 상념조차 사치였다.
아직 처리해야 할 황제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