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권 1화
5()1 화
천 대륙, 그곳에 존재하는 위지 강의 성역의 공간의 일부분이 일그 러지며 사람 한 명이 넘어올 수 있 는 균열이 일어났다.
그 균열의 주변에서는 푸른빛 마 나가 넘실거리고 있었으며, 거대한 존재감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평범한 무인이었다면 마주하는 것만으로 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 로 압도적인 기운이었다.
실제로도 균열을 넘어오고 있는 존재 또한 일반적인 무인들이 감당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성역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위지강마저도 우습게 볼 수 없었으 니 말이다.
“이곳이 강석호 부의장님이 말한 위지강 님이 있다는 곳인가.”
지금 균열을 넘어온 존재는 혼돈 의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 카터였 다.
그는 신기하다는 듯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그리 호의적
인 반응은 아니군.”
혼돈의 세계에서 적지 않은 시간 을 보내고, 어느 정도 마법을 사용 하고 있는 만큼 은연중에 몸에서 혼돈의 힘이 홀러나오고 있었다.
리벨리온 연합을 통해 소식을 접 했다고는 하나, 혹여나 있을지 모 르는 충돌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는 없었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지금 은 이런 사소한 것을 신경 써서는 안 된다.
‘위지강의 도움이 필요하다……
혼돈의 틈새에서 발견한서준의
흔적, 그를 돕기 위해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눈을 흘기어 주변을 훑어보고 있 던 때, 머지않은 거리에서 거대한 어둠이 느껴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군.’
카터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 소가 흐른다.
혼돈의 틈새에 끼어있는 서준에 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적지 않 은 힘이 필요했다.
도움을 주는 위지강의 세력이 강 한 힘을 가지고 있을수록 큰 도움 을 받을 수 있었다.
‘부디 대화가 잘 풀렸으면 좋겠 군.’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카터가 고 개를 돌린 후, 거대한 어둠을 향하여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혼돈의 세계를 지킨다는 수호 자, 아니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마 도사라 불리는 카터를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네, 반가워 나는 수호 룡 위지율이라고 해.”
정돈된 무인과 달리 다소 포악한 포식자와 같은 힘을 가진 여인이 인사를 건네 온다.
“명성이 자자한 수호룡님을 직접
만나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 갑게 인사를 나누고 싶지만 워낙 급한 일인지라 곧장 위지강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카터는 침착하게 인사를 받아내 며 방문 목적을 밝혔다.
“위지강이 워낙 낯을 가리는지라 아무나 만나주지는 않거든, 그냥 나에게 용건을 말해.”
“한서준 님의 신변과 관련된 이 야기입니다.”
“ 뭐?”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던 위 지율의 얼굴에 다급함이 어렸다.
혼돈의 힘이 느껴지고 있는 카터 가 본인의 성역에 방문하는 것을 만류하지 않은 이유는 리벨리온 연 합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허나 그 이상의 호의를 베풀거나 대화를 나눌 의향이 없는 만큼 위 지강이 아닌 위지율이 마중을 나왔 다.
그런데 지금 카터의 입에서는 전 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홀러나오고 있었다.
한서준, 가장 아끼는 제자인 만 큼 혹여나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 어서 근래 위지강이 분주히 우주를
돌아다니며 그 흔적을 찾고 있었다.
“거짓말이면 재미없어질 거야.”
“제 마나를 걸고 맹세하겠습니 다.”
마법사로서의 모든 것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위지율은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으며 다 급하게 걸음을 옮기었다.
“저곳에 있어.”
위지율이 거대한 석문을 가리키 는 순간, 카터의 신형이 푸른빛 마 나에 휘감기며 종적을 감췄다.
카터는 영창도 없이 공간이동 마 법인 텔레포트를 펼쳐낸 것이다.
“들었던 대로 제법이네……
일대에 남겨진 마나의 잔재를 통 해 카터의 공간이동을 인지한, 위 지율은 간절히, 누군가를 향하는지 모를 기도를 올렸다.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단숨에 공간이동 마법을 펼쳐 수 천 킬로를 도약하여 목적지에 도달
한 카터의 시선이 가부좌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위지강의 모습을 향한 다.
‘이게 초대 천마.’
묵색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는 그의 육신에서 고대의 존재들에 필 적하는, 아니 그 이상의 힘이 느껴 지고 있었다.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진 위지강의 모습에 카터가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 후우......
가부좌 자세를 푼 위지강이 감고
있던 두 눈을 들어올렸다.
“내 제자의 신변과 관련된 이야 기를 하러 왔다고 들었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지금 내 제자가 어디 있 는지 알고 있다는 말인가?”
“ 네.”
덤덤한 카터의 대답에 위지강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린다.
“하지만 온전한 상태가 아니십니 다.”
“자세히 이야기해보게.”
“현재 한서준 님은 혼돈에 잡아
먹힌 상태입니다.”
혼돈에 잡아먹히면 흔적조차 남 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자연스레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위지강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지요, 알고 있으신 대로 본래라면 혼돈에 잡아먹히게 될 경우 혼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입니다, 허나 한서준 님은 모든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자격을 충족시키며 혼돈에게 자신 의 존재를 각인시키신 상태입니다.”
존재를 각인시켰다는 것은 영원 히 잊히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완전히 혼돈에 묻혀서 사라지는 일은 없어졌다.
“오히려 혼돈과 동화되어가고 있 다고 볼 수 있지요, 허나 동화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결과 를 초래할지 알 수 없지요.”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만 년.
어쩌면 영원의 세월 동안 정처 없이 혼돈을 떠돌아다녀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이 혼돈에 동화된 존재들의 운명이었다.
“때문에 한서준 님을 구하기 위 해서는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가늘어진 위지강의 눈매가 카터 의 얼굴을 응시한다.
한 치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와 표정이다.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이야기인 만큼 본래라면 받아들이지 않고서 축객령을 내렸을 것이다.
허나 하나뿐인, 가장 아끼는 제 자의 목숨과 관련된 문제였다.
“계속 말해 봐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지금 고하고 있는 말들이 거짓이라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 르게 될 것이다.”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위지강 님만큼이나 저 또한 한서준 님을 아끼고 있습니다.”
“……무슨 관계지?”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준 사이이자…… 현재 저와 평화파, 혼돈인들을 구할 수 있는 신이시 죠.”
“ 신‘?”
“아시다시피 머지않아 우주는 대 격변을 맞이할 겁니다, 고대의 존재들의 내분이 끝나는 순간 그들은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은하를 파멸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혼돈의 세계가 되겠죠.”
당연한 것이지만, 신이 되기 위 해서는 신화를 써내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증명을 해야 한 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중명은 근간 이라 할 수 있는 혼돈의 세계를 지 배하는 것이다.
“대적자라……. 어찌, 내 제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존재가 되어가는 느낌이군.”
“이 또한 운명일 수도 있죠.”
“큭큭, 뭐 상관없지,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것보다는 청출어람으로 성장한 제자를 보는 게 더 좋으 니까 말이야.”
위지강은 크게 웃으며 다시금 카 터의 얼굴을 응시한다.
“그곳을 지켜야하는 수호자인 저, 그리고 저를 따르는 평화파 혼 돈인들은 그 혼돈의 시대에서 결단 코 살아남을 수 없겠죠.”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신화를 써내려는 고대의 존재의 대적자로 서 내 제자를 선택했다, 그렇기에 자네 또한 내 제자를 목숨을 걸고 도우려는 것이군.”
“정확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되는 거 지?”
이채가 어린 위지강의 눈동자를 확인한 카터가 곧장 입을 열었다.
“혼돈의 틈새에 끼어, 동화되고 있는 한서준 님의 흔적을 찾고, 한 자리에 모아서 최대한 빠르게 스스 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
와줘야 합니다.”
“존재를 인식하면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테고 더 빠르게 혼돈과 동 화되고 잃어버렸던 영혼과 육신, 격마저 되찾을 수 있겠지, 아니 정 확히 말하자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육신과 격을 얻겠지, 혼돈으로 빚어진 육신을 얻고, 혼돈에서 태어난 존재가 되 었으니 말이야.”
“맞습니다.”
카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천마, 위지강.’
세계를 잃어버린 뒤 외부 활동을
크게 하지 않고서 조용히 은거하는 중이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고, 무 극에 올라 육감이 트인 만큼 비상 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조차도 껄끄러워 했던 이유가 바로 납득이 갈 정도 였다.
‘심지어 가진 힘마저 생각 이상 이다.’
위지강에게서 은은하게 흐르는 힘은 과거 소문으로 들었던 것보다 도 더욱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은거하고 조용히 살고 있었지만, 개인의 단련을 끝없이 거듭해왔다 는 뜻이다.
스스로의 힘에 취해, 혹은 서로 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신경 쓰느라 의미 없는 세월을 보내온 고대의 존재들과는 분명 달랐다.
‘때를 노리고 웅크리고 있던 건 가.’
위지강의 영리함에 카터의 입가 에 환한 미소가 흐른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그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대화만 나누고 있을 게 아니군, 한시가 급한 일인 만큼 곧장 떠날 준비를 하자고.”
“곧장 자리를 비우셔도 되는 겁 니까?”
“난 천마일세, 내가 곧 하늘이고 법이라는 뜻이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홀린 위지 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러니 걱정 말고, 문을 열게.”
“……알겠습니다.”
3개월이란 시간, 우주적으로 보 자면 절대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 이다.
허나 그 시간 동안 우주는 크고작은 격동을 겪었다.
내분으로 인해 고대의 존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싸움을 이어갔다.
그로 인해 많은 고대의 존재들이
상처 입었고, 영멸했다.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고대의 존재의 죽음으로 예상치 못하게 자유 를 얻은 황제들은 억눌러두었던 욕 망들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무수히 많은 은하가 전란에 휩싸였다.
당연하지만 리벨리온 연합, 지구 라고 해서 이런 불씨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되는 침공, 끊임없는 싸움.
서준의 빈자리를 눈치챈 것인지 많은 생명체들이 있는 지구를 노리 는 황제들이 몇몇씩 나타났다.
불행 중 다행히도 침공을 해오는 황제들은 대다수의 군단을 잃고 도 망쳐 온 패배자들이었다.
허나 상처를 입은 패배자라고 해 도 상대는 황제에 오른 존재였다.
평범한 신들이 감당하기에는 너 무나도 강력한 이들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황제들도 알고 있 는 만큼 그들은 망설임 없이 세력 을 넓혀갔고, 행성들을 집어삼켜갔 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실수였음 을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꾸준히 성장해온 리벨리온 연합 은 빠르게 성장했고, 강해진 상태 였다.
심지어 드넓은 우주에서도 강자 라 알려진 정복왕의 사도 또한 존재했다.
상처입고 도망쳐 온 황제들이 집 어삼킬 만한 은하가 아니라는 것이 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