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92화 (492/517)

- 20권 25화

500화

‘정말로 신이 될 준비를 하고 있 을 수도 있다.’

서준의 성장 속도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카터로서도 혀를 내두를 정 도였다.

심지어 이전의 수련들과 달리 3 개월가량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는 상태였다.

너무나도 중대한 사항인 만큼 리 벨리온 연합에 정보를 요청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부족한 시간을 할애하여 직접 우주를 돌아다녀봤으나 서준에 관련된 이렇다 할 정보를 얻 지는 못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심증을 더욱더 견 고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카터는 이 사태가 어느 일보다도 엄중한 사안이라고 생각 했다.

때문에 균열을 닫는다는 핑계로 혼돈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혹 시나 보일지 모를 서준의 흔적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나름 분주히 움직인 것 같은데 혼적조차 찾을 수 없다니……

근래 수호자의 업무를 행할 때만 큼이나 열정적으로 조사를 했다.

하나 이조차도 이렇다 할 단서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만큼 점점 더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조사할 수 없어.’

그저 무의미한 움직임에 불과했 다.

홉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깜 깜한 어둠에 집어삼켜지고 있는 기

분이었다.

‘아니면 혹시 갑작스러운 고대의 존재들의 기습에 당한 것일까?’

머릿속을 채우는 갖가지 망상에 카터가 기겁하며 황급히 고개를 내 저으며 상념을 털어내고 있던 순간 이었다.

회색빛 평야, 혼돈의 세계에 자 그마한 균열이 일어났다가 사라지 기를 반복한다.

‘ 이건?’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수호자 를 자처해온 카터가 아니었다면 느 끼지 못했을 균열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카터였기에 확실 하게 느꼈다.

“혼돈제, 한서준.”

미세하지만 그의 기척이 방금 일 어났던 혼돈의 균열에서 흘러나왔 었다.

“주군?”

카터의 말에 누구보다 빠르게 반 응한 것은 나라연천이었다.

그의 가늘어진 눈초리는 카터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오랫동안 서준을 찾아다녔던 것 은 비단 카터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충직한 수하라 할 수 있는 만큼 나라연천 또한 적지 않은 노 력과 시간을 투자하며 서준의 흔적 을 찾고 있었다.

“……미약하지만 방금 일어난 균 열에서 분명 느껴졌었네.”

나라연천의 반응을 보며 카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동시에 곧장 지팡이를 들어 올린 카터가 방금 균열이 일어났던 곳을 향하여 마법들을 발산한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세계가 찢어 지며 혼돈의 내부가 드러난다.

세계의 상처가 수복되기 전, 내 부를 확인한 카터의 눈에는 이채가 어려 있었다.

“단서를 찾은 건가?”

나라연천이 다급한 목소리로 카 터에게 물었다.

“……사라졌네.”

분명 존재했었지만 갑자기 자취 를 감추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나가던 카터의 얼굴에 미 소가 피어나던 순간이었다.

“역시,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뛸 듯이 기뻐하는 카터와 달리 나라연천의 두 눈동자는 결의로 가 득 차 있었다.

여차하면 혼돈의 내부로 뛰어들 어서라도 단서를 찾아볼 기세에 카 터가 다급히 손을 내뻗어 나라연천 을 만류했다.

“……일단은 진정하게.”

“가까스로 찾아낸 단서입니다, 이번에 놓치게 되면 언제 다시 기 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 않습 니까.”

허나 귀한 목숨을 함부로 내던지 게는 할 수 없는 법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애초에 목숨을 던져가면서까지 조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이건 단순한 단서가 아닐세, 이 로써 확신이 됐네.”

“확신이요?”

결의에 가득 차 있던 나라연천의 눈빛에 호기심이 가득 차오른다.

생각해보면, 카터는 마치 이런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을 보 여 왔다.

“우리가 도와야 하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

문에 나라연천의 머리가 분주하게 돌아간다.

카터는 여러모로 많은 지식을 가 지고 있었다.

도와야한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 면 주군, 서준에게 큰 위험이 당도 했다는 것이다.

목숨을 바치라면 바칠 준비도 되 어 있었다.

나라연천이 속으로 결의를 다지 고 있던 순간이었다.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 은 것이 있네.”

고개를 주억인 카터가 나라연천

을 바라보며 말한다.

“주군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겠습니다.”

“내가 제법 오랫동안 자리를 비 워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나를 대신해서 혼돈의 세계를 지켜주게.”

나라연천이 대답을 하기도 전, 푸른빛 마나에 휘감긴 카터의 신형 이 한 줄기 빛살이 되어 혼돈의 세 계를 벗어났다.

“저도 따라서……

허망하게 비어버린 대지를 바라 보고 있던, 차마 말을 완성하지 못 한 나라연천은 침음을 흘렸다.

“크흠......

마음먹고 쫓아가려 한다면 쫓아 갈 수 있었지만 이미 부탁을 받아 버린 상황이었다.

바깥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혼돈 의 세계는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할 곳이었다.

때문에 나라연천은 카터의 뒤를 쫓아갈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였지만 불만은 없다.

‘카터 님만의 생각이 있으셨겠 지.’

수호자, 카터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급하고 필요한 일이었기에 이렇 게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웠을 것이 다.

상황을 정리한 나라연천은 미소 를 띤 채로 등을 돌렸다.

“카터 님께서 급한 일이 생기어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됐습니다, 저 희의 기존 목적이었던 균열의 봉쇄 에 관련된 임무는 제가 지휘하도록 할 테니, 너무 걱정하실 거 없습니 다.”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들

고 있었지만, 나라연천은 최대한 여유롭게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카터 님께서 이리도 급히 가실 정도라면 우주의 평화와 밀접한 일 이었을 텐데 사전에 손을 쓸 수 있 게 됐으니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겠군요.”

이미 앞서 함께 동행을 하며 실 력을 보인 탓인지 평화파의 수장들 은 별 불만 없이 나라연천의 말을 따랐다.

겉만 보자면 깔끔하게 넘길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있는 나라연 천의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이었다.

자그마치 주군, 한서준과 관련된 일인 만큼 결코 쉬이 넘어갈 수는 없었다.

‘리벨리온에게 연락을 취해서 적 어도 소식 정도는 교류할 수 있도 록 창구를 만들어 둬야 한다.’

다행히도 리벨리온의 지원군으로 합류한 것은 나라연천 혼자뿐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지?”

“주군, 의장님의 흔적을 발견했

습니다.”

타는 듯한 불꽃이 새겨진 황금빛 옷, 새를 떠올리게 하는 얼굴을 가 진 사내를 향해 나라연천은 곧장 방금 전 상황을 털어놨다.

유일하게 인정을 받고 혼돈의 세 계로 지원을 올 수 있었던 존재, 리벨리온 연합에 소속된 태양신, 라였기 때문이다.

“.…”무슨?!”

“저도 자세한 거는 모릅니다, 우 선 지구로 돌아가셔서……

나라연천이 이야기를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쾅-!

아무것도 없던 회색빛 평야에 갑 작스럽게 균열이 일어나는가 싶더 니, 이내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늘상 있었던 일이었던 만큼 나라 연천이 자연스럽게 땅을 박차고 움 직이며 균열을 닫으려 하던 순간이 었다.

“ 멈추게.”

그런 나라연천을 라가 다급히 막 아섰다.

실로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느덧 나라연천의 주변으로는 라뿐만이 아니라 평화파의 수장이 라 할 수 있는 혼돈인들이 각자의 병장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여태껏 보아왔던 균열과는 다르 다.

우선은 크기부터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나라연천 역시 눈매를 가늘게 뜨고는 폭발이 일어난 균열 을 응시했다.

균열 너머로 강대하면서도 압도 적인 존재감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

껴졌다.

그렇게 느낀 순간, 기운이 삽시 간에 자취를 감췄다.

일어났던 균열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하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찌꺼기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는 내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군.”

회색빛 하늘, 그 위에 떠있는 황 색의 로브를 걸치고 있는 신형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황색의

로브에게로 향했다.

“저, 저자는……

“어찌 황색의 신이......

처음 보였던 전의는 완전히 상실 한 지 오래였다.

상대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 평화파의 수장이라 불리는 혼돈인 들은 모두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 질을 치고 있었다.

“겁먹을 거 없다, 너희 같은 찌 꺼기들을 처리하러 온 것이 아니 니.”

불행 중 다행히도 황색의 신이라 불린 존재는 혼돈인들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수호자, 카터는 어디 있지?”

허공에 뜬 황색의 신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짧은 순간, 시선이 훑고 가는 것 만으로 혼돈인들이 몸을 움츠리며 공포에 떤다.

나름 평화파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눈빛만으로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긴장한 것은 혼돈인 들뿐만이 아니었다.

나라연천과 라도 목울대로 마른 침을 꿀꺽- 삼켜내고 있었다.

“내 질문이 들리지 않은 건가? 카터는 어디 있지?”

황색의 신이 내뱉는 말 안에 담 긴 거대한 살의와 공포가 전신을 옭아맨다.

죽음이 턱 밑까지 다가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 그게……

계속 되는 압박감에 누군가가 견 디지 못하고 음성을 흘린다.

눈웃음을 그린 황색의 신이 혼돈 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 던 때였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용 무로 찾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 까?”

가까스로 압박감을 떨쳐낸, 나라 연천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그토록 아끼는 수호자 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 편히 말해 도 돼.”

목적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순순히 정보를 내어줄 수는 없었다.

허나 강대한 존재인 만큼 쉽사리 거짓을 내뱉을 수는 없다.

나라연천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카터 님은 이곳에 없습니다.”

“그런 것 같군, 다들 불편해하는 만큼 나도 시간을 길게 끌지 않으 마, 혼돈 내부에서 기이한 존재감 이 느껴졌던데 혹시 아는 것 있 나?”

방금 전, 그 일 때문에 카터가 황급히 자리를 비운 만큼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나라연천은 최대한 담담한 표정 을 짓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황색의 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느꼈나 보네. 누구야?”

“제가 모시는 주군, 혼돈제, 한서준 님입니다.”

나라연천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새로운 혼돈제라……. 심지어 과거에 나와 거래를 했던 놈 중 하 나라니 신기하네.”

황색의 신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 했다.

“그러면 한서준은 어디로 갔지?”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 뭐?”

“……잠시 기운을 느꼈을 뿐이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최대한 정보를 은폐하는 것, 나 라연천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낸다.

“이유가 뭐지?”

“저도 모릅니다.”

“찌꺼기들과 어울려 다닐 만한 무능함이군.”

담담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라 연천의 모습에 뒷머리를 긁적인 황 색의 신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대충 정리해보자면, 상황을 보 아하니 혼돈 내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정처

없이 혼돈의 세계를 떠돌아다닐 수 는 없고, 그냥 놈이 거느리고 있는 은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편하겠 네.”

“……?!”

지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황 색의 신의 말에 나라연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는 다른 무식한 것들처럼 마구잡이로 파괴 하는 놈은 아니니까, 오히려 평화 파에 속했다고 볼 수 있는 몸이니 까, 네가 생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황색의 신이 시선이 나라연천과 라를 지나쳐 평화파의 혼돈인들에 게로 향한다.

“너희 찌꺼기들은 지금처럼 잘 숨어 다녀라, 모두 죽으면 내가 상 당히 귀찮아지니까 말이야.”

가볍게 손을 휘저은 황색의 신의 신형이 다시 한번 균열 내부로 뺄 려 들어가며 자취를 감췄다.

실종되었던 서준의 흔적, 갑작스 레 나타난 황색의 신은 혼돈의 세 계에 본격적인 폭풍이 몰아치기 시 작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