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권 22화
497화
압도적이었던 격차를 줄일 수 있 는 방법이 되었고, 서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육신을 짓누르고, 구속하려던 광 채가 물러선다.
동시에 심연과 동화된 광채가 서준의 주변을 휘감았다.
쏘아지던 캄블의 광채를 쳐내고 혼돈기를 휘감은 서준의 손이 거칠 게 휘둘러졌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세계가 뒤흔들린다.
“크읍-!”
신음을 홀린 캄블의 미간이 찌푸 려진다.
광채와 심연, 동화되고 있는 두 힘으로 인해 찾아오고 있는 변화를 그 역시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온전한 내 것이 아니야.’
종국에 도달하게 되면 모든 것을 뺏길 수도 있었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뇌리에 각인된 생존본능을 일깨운 서준은 일대에 퍼져있던 광채를 체내로 빨 아들인다.
당연하지만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한계를 벗어난 힘을 품은 탓에 광채를 흡수하자마자 벼락이라도 맞은 것마냥 전신이 떨려오고, 숨 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무리를 했는데도 아 직 부족하다.
‘시간은 내 편이 아니야.’
전투의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면
올빼미, 지혜의 신이라는 소피아가 바깥에서 무언가 손을 쓸 것이 분 명했다.
캄블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 는지 시간을 끌고 있었다.
쏟아지는 공세들은 모두 적을 쓰 러뜨리기 위함이 아닌 견제를 위한 공격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공격들은 아니었다.
견제를 위한 것이었지만, 공격은 빠르고 강력하다.
“무의미한 발악을 하려 하네 ...
미간을 찌푸린 캄블이 불쾌한 목 소리를 흘리고 있을 때였다.
“무의미하지는 않을 거야.”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던 서준 의 주변으로 혼돈기가 폭사되듯 터 져 나왔다.
계속 다뤄왔던 혼돈기와 비슷하 지만 명백히 달랐다.
자그마치 캄블이 쏘아내던 광채 와 심연이 뒤섞인 혼돈이다.
그 위력은 이루 말하지 못할 정 도였다.
삽시간에 캄블의 광채들이 단숨
에 회색으로 물들었다.
태초의 빛과 어둠으로 빚어진 혼 돈의 세상.
그에 맞춰 캄블 역시 체내에 자 리 잡은 심연을 받아들이고, 육체 에 동화시켜 낸다.
같은 혼돈으로써 맞서 상대하겠 다는 뜻이다.
서준의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피차 목숨을 걸고 있다는 건가.’
압도적인 격차가 느껴질 때보다 는 상황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었지만, 캄블의 여유는 여전했다.
비슷한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 국 캄블은 오랜 세월 살아오며 많 은 경험과 지식을 쌓고, 전투를 치 러온 신이다.
같은 힘을 다룬다면, 전투 능력 자체가 한 수 위일 것이라고 장담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 이번 캄블의 판단은 명백한 실수였다.
서준은 눈동자를 굴리어 회색빛 으로 물든 세계를 홅어본다.
‘완벽한 혼돈의 세계.’
항시 혼돈을 다뤄왔던 서준에게 가장 최적의 무대라 할 수 있었다.
어찌 보자면 혼돈제의 성역을 이 뤄낸 느낌이었다.
미소를 지은 서준은 혼돈기를 끌 어올리며 사방으로 뻗어낸다.
그사이, 캄블도 쉽사리 밀릴 생 각이 없는지 이제는 혼돈이 되어버 린 광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충돌하는 혼돈, 세계가 출렁이며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순간, 캄블의 표정이 석고상처럼 굳기 시작했다.
“……?!”
“네 패착이 뭔지 알겠네.”
서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 른다.
“ 젠장……
뒤늦게 캄블이 흡수했던 심연을 배척하고 광채를 쏘아내려 했으나 이미 뒤늦은 판단이었다.
“똑같이 혼돈기를 다룰 수 있다 해도 너와 나는 근간이 다르잖아.”
빛에서 태어난 캄블, 혼돈을 종 속시키고, 인정받으며 황제에 오른 서준.
혼돈이 누굴 자신의 주인으로 선 택할지 불 보듯 뻔했다.
“혼돈은 내 것이야.”
입가에 미소를 홀린 서준이 호흡 을 크게 들이마신다.
동시에 주변으로 가득 퍼져나간 채 출렁이던 혼돈들이 서준에게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전된다.
혼돈으로 가득 찬 이 공간에 있 어 서준의 존재감은 캄블의 존재감 을 뛰어넘어 버린다.
“안 돼! 돌아와라!”
기겁한 캄블이 다급하게 손을 내 뻗어 서준에게 내어주었던 광채를
회수하려 한다.
“원한다면 돌려주지.”
코웃음을 친 서준이 손을 내뻗는 다.
일대를 휘감고 있던 거대한 힘이 캄블의 손아귀로 되돌아가기 시작 한다.
허나 되돌아가는 거대한 힘은 더 이상 캄블이 다루던 광채가 아니었다.
거대했던 힘은 이미 혼돈으로 완 벽하게 변모했다.
실제로도 캄블이 내뻗은 손으로 되돌아오는 광채는 조금도 존재하
지 않았다.
결국 캄블이 회수한 것은 광채가 아닌 혼돈이었다.
그리고 혼돈에 대한 영향력은 캄 블이 무슨 수를 써도 서준을 넘어 설 수 없었다.
“먹어 치워.”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혼돈들 은 감추고 있던 포악함을 드러낸다.
혼돈을 흡수했던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붕괴가 육신으로 퍼져나간 다.
“그만! 그만!”
절규와 함께 캄블의 몸이 다시금 회색빛으로 변하며 부서지기 시작 했다.
그 속도는 처음에는 다소 느린 듯했으나, 서서히 가속도를 더해내 며 캄블의 육신을 빠르게 붕괴시킨 다.
서준은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생 각했다.
“이렇게 영멸할 수는 없다……
캄블의 절규에 가득 찬 음성이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흩어지 던 광채가 한 점으로 집중되기 시 작한다.
서준은 저 힘의 응축, 폭발 과정 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본인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무공 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다!’
수없이 많은 전장과 고난을 헤쳐 오게끔 해준 본능이 경고를 해온다.
고대의 신이라 불렸던 캄블이 본 인의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응 축시켜낸 힘이다.
위력이 어떨지는 굳이 직접 겪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함께 영멸하는 거다-!”
캄블의 선언이 세계에 울려 퍼지 는 순간, 동시에서준의 사고가 빠 르게 가속하기 시작한다.
‘막을 수는 없어.’
저 힘에 휘말리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피하는 것뿐이다.
허나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피할 곳이 없어.’
저 빛의 폭발은 세계 전체를 휩 쓸고도 남을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면 남은 방법이 없을까?
캄블의 의도대로 폭발에 휘말려 함께 영멸을 맞이하는 것뿐인가?
‘아니야,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떠 올리자.’
목숨을 바쳐 응축시킨 광채인 만 큼, 어지간한 혼돈기로 맞서 싸울 수도 없었다.
오히려 얼마 남지 않은 폭발을 당기는 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연신 머리를 굴려대던 서준은 마 지막 남은 하나의 선택지를 떠올렸 다.
‘흡수한다.’
광채, 캄블이 본인을 희생하여 빚어낸 힘을 집어삼켜낸다.
당연하지만 엄청난 여파가 찾아 올 것이다.
허나 다른 방도는 없었다.
결단을 내린 서준은 몸을 곧장 움직였다.
손을 내뻗어 폭발하기 직전의 광 채를 쥐어 잡는다.
이미 수없이 다른 고대의 힘들을 흡수해왔던 만큼 과정은 그리 어렵 지 않았다.
“무, 무슨?!”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캄블 의 목소리가 떨려오고 있었다.
“……네놈이 내어 준 마지막 광 채, 내가 집어삼켜주마.”
비릿한 미소를 흘린 채, 대답한서준에게로 캄블의 광채가 전부 흡 수되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광채에 노출된 지 얼 마 되지 않아 서준의 얼굴이 새하 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끄어억-!”
육체는 제멋대로 부풀기 시작했 고, 체내의 구멍이란 곳에서는 핏 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심장과 단전에서는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격통 이 찾아온다.
당장에라도 정신을 잃어도 이상 하지 않았지만, 서준은 무너지려는 육신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눈앞의 광채들을 전부 흡수해낸다.
‘할 수 있어, 흡수해낼 수 있어.’
고대의 신이라 칭송받던 캄블이 생을 포기하며 빚어낸 힘이다.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을 흡수 해내는 것인 만큼 애초부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충분히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고, 각오를 하고 벌인 일이었다.
“꾜으으으-!”
흘러나오는 비명을 억지로 눌러 낸 서준은 이내 모든 광채를 흡수 해낸다.
[제정신이 아니었군!]
모든 것을 집어삼켜서일까?
캄블의 음성이 몸속에서 들려왔 다.
육신이 부풀다 못해 터져나가기 시작하며, 핏물을 쏟아내는 끔찍한 흉물의 모습이 되어간다.
찾아오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끝없이 새어나오는 광채는 터져 버린 육신을 녹여낸다.
충분히 각오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에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듯한 끔찍한 고통이 이어졌 다.
“으아아아아-!”
서준의 비명이 세계에 울려 퍼져 간다.
‘굴복해라, 조아려라!’
그 고통 속에서 서준은 끊임없이 명령한다.
체내로 흡수한 캄블의 영혼을 계 속해서 짓누른다.
허나 캄블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 는다.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끊임없 이 충돌한다.
그로 인한 여파는 오롯이 서준이 감내해야 한다.
계속되는 기세 싸움.
쉽게 끝날 줄로만 알았던 상황이
길게 이어지자 캄블은 공포를 느끼 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육신이 붕괴되는 고통 을 감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서준의 안에서 피어오르는 지독할 정도의 집착과 집념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떨려오는 음성 속, 체내로 흡수 된 캄블도 끊임없이 반항하려 한다.
허나 이미 승기는 기울었다.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미 서준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캄블의 의식
이 흐릿해져 간다.
‘……이길 수 있어!’
서준이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 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혼 돈이 서준이 나약해진 틈을 놓칠 리가 만무했다.
무너지는 육신과 정신, 혼돈은 삽시간에서준의 육신을 지배해간 다.
이내 서준의 손끝부터 회색빛 기 운에 집어삼켜지기 시작한다.
허나 뿌리치거나 제어할 수가 없 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 이상 비명 을 내지를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파스슥-!
손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온 혼돈 은 육신 전체를 뒤덮는다.
흩어져가는 의식 속, 서준의 입 가에 헛웃음이 흐른다.
‘이렇게 죽는다고……?’
말도 안 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삶에 대한 욕망이 일어나자 육체 를 빠르게 집어삼켜가던 혼돈이 잠
시 주춤거리며 움직임을 멈춘다.
혼돈이 적지 않은 세월 서준에게 복종해왔기에 일어난 기적이라 볼 수 있었다.
허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멈추었던 혼돈은 더 이상 별다른 저항이 없자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오만했나?’
생각해보면, 고대의 신의 힘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 자체가 미친 행위였다.
하나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달라 지는 것은 없었다.
엎질러진 물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발악 을 보인 것이었다.
‘비록 결과가 최악이긴 하다 만……
몸이 붕괴되는 속도를 최대한으로 늦추기 위해 계속해서 혼돈을 억제해가며, 명령을 내려 본다.
단순히 삶을 위한 발악은 아니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체내에서 아직도 선명하게 들려 오는 음성이 있었다.
[끄아아악-!]
고통에 가득 찬 캄블의 비명이 들려온다.
‘절대로 질 수 없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벌인 도박 이었다.
만약에라도 캄블의 의식이 살아 남게 된다면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지는 건 죽는 것만큼이나 싫거 드 ’
서준과 캄블, 둘의 줄다리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하지만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조금씩 캄블의 비명 소리가 줄어 드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드디어 끝이 보인 다!’
다소 긍정적인 상황에 절로 심장 이 뛰었지만, 서준은 최대한 평정 심을 유지한다.
천천히 지금까지처럼 확실하게 제압해야 한다.
혼돈에 잡아먹히어 삽시간에 사 라질 것만 같던 육체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유지되고 있었다.
찾아온 마음의 평안 덕분일까?
더 손쉽게 캄블을 제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빌..어..먹을..]
캄블의 영혼에 남아 있던 의식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춘다.
육신을 갉아 먹던 혼돈들 역시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 이겼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