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권 20화
495화
어느덧 서준의 머리 위로 이동한 이타콰의 광기에서 촉수들이 끔찍 하고 뒤틀린 모습으로 달려든다.
혼돈기를 두른 손을 휘둘러 그 촉수들을 튕겨내자 이타과의 주먹 이 서준의 머리를 쪼갤 듯 날아온 다.
쾅-!
다급하게 X자로 교차시킨 팔에 충격이 전해졌지만 생각했던 것보
다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광기의 힘이 분배되며 이타콰가 내지르는 주먹의 파괴력이 줄어든 것이다.
허나 지금 상대해야 할 적은 이 타콰뿐만이 아니었다.
‘광기의 촉수들.’
붉은 장막에서 쏟아져 나온 촉수 들이 서준을 향해 다시 한번 쇄도 해온다.
쏟아지는 공격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보법을 밟으려던 찰나, 이타 콰의 입가로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이건......?’
눈을 휘둥그레 뜬 서준의 시선이 발을 내디디려 했던 땅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본래 있어야 할 대지를 대신해 붉은 웅덩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웅덩이 내부에는 기이하고 뒤틀 린 형태의 광기들이 존재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부로 끌려가게 되면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선택권은 없다, 정면에서 쏟아지 는 촉수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
쾅-!
폭음과 함께 서준의 신형이 허공 으로 떠오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광기에 물들어가는 것이지.”
변한 것은 비단 딛고 있는 땅뿐 만이 아니었다.
파지지직-!
요란한 스파크 소리와 함께, 세 계가 뒤틀려가며 일대의 모든 것들 이 광기에 집어삼켜져 가고 있었다.
“애써 반항하지 말거라, 결국에 는 우리와 함께 될 수밖에 없으니.”
“네가 너무 질척여서 도저히 함께하고 싶지가 않은데.”
서준의 단호한 거절에도 이타콰 는 고개를 내저으며 손을 내뻗는다.
이어서 퍼져나가기 시작한 광기 들이 세계를 잠식해나간다.
머지않아 세계 전체가 붉은 광기 에 물들어 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서서히 조여오는 광기의 압박에서준은 생각했다.
‘이게 이타콰의 전력일까?’
그럴 리가 없다.
이타콰의 얼굴에는 아직도 여유
가 묻어나고 있었다.
실제로도 광기에 잠식된 세계 곳 곳에서 균열이 일어나며, 붉은 촉 수들이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정말로 세계가 이타콰의 광기에 물들어버린 듯한 풍경이다
끝없이 퍼져나가는 광기가 세계 를 잠식하더니, 이제는 서준의 마 음까지 잠식하려 하며 머릿속을 어 지럽히려 한다.
‘생각 이상이야.’
폭주하기 시작한 광기의 힘은 생 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특히나 저 붉은 장막에 잠식된
세계와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촉 수들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광기 그 자체라고 불려도 손색 이 없을 정도야.’
어찌 보자면 지금 이 순간, 전투 를 치르는 게 다행일 수도 있었다.
‘제대로 힘을 흡수한 상태였다 면……
승산 자체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이타콰는 강하고, 그가 품고 있는 광기의 힘은 생명의 위 협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온전하게 힘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제어를 하지 못한다면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도 쉬운 게 아니라 는 건데.’
허나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소 위험하긴 했지만 타파할 방 도가 존재했다.
‘태초기공 제4식……’
아직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했지 만 어느 정도 인지하고, 길을 만들 어 둔 상태였다.
문제는 이타콰가 다루는 광기의 힘처럼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분명 사용 도중에 틈이 생길 거 야.’
온전한 상태의 고대의 존재, 이 타콰였다면 그 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처럼 광기에 잠식되어 있는 상태라면 틈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이타콰의 틈을 노려서 펼쳐낸 다.’
틈을 파고들어서 완성되지 못한, 틈이 있는 무공을 펼친다.
역설적이지만 이타콰를 쓰러뜨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어차피 다른 길은 없어.’
결단을 내린 서준은 고개를 주억 이며, 몸에 두르고 있던 혼돈구를 개방해내며, 태초기공의 후반부의 시작이자 4식을 준비한다.
전반부의 무공들처럼 단일로 고 대의 힘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고대의 힘에 혼돈을 더해낸다.
물론,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 하는 성질이 있는 만큼 쉽사리 섞 이지 않는다.
허나 서준은 두 힘을 안정시키 고, 더해낼 수 있는 안정적인 기운 을 품고 있었다.
‘무결기.’
혼돈과 광기, 서로를 향해 이빨 을 들이밀며 싸우고 있던 두 힘의 사이에 무결기가 파고든다.
완벽에 도달할 수 있는 힘, 무엇 과도 섞일 수 있는 기운은 상충하 던 혼돈과 광기를 온전하게 섞어낸 다.
어울릴 수 없는 힘이 하나가 되 기 시작한다.
과정은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연스레 틈 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틈을 보이는 것은 이타콰도 마찬가지였다.
광기를 세계에 퍼뜨리느라 제대 로 된 움직임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서준의 손에서는 혼돈과 광기가 뒤섞여진다.
쿠구구궁-!
그 압도적인 기운에 휘말린 것만 으로 광기에 잠식되어 있던 세계가 부서진다.
서준은 그렇게 뒤엉키고, 하나가 된 혼돈기를 한 손에 잡아챘다.
오롯이 무결기를 다룰 수 있는 서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됐어.’
꽈악-!
붙잡힌 기운을 확인한서준의 시 선은 광기를 발산하고 있는 이타콰 를 향한다.
콰아아-!
이제 해야 할 일은, 손바닥에서 부터 휘몰아치는 그 기운을 그저 바닥에 내다꽂는 것뿐이다.
‘태초기공, 제4식. 광룡혼파장(狂 龍混破掌)
쿠구구궁-!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혼돈기와 체내의 광기가 폭발하며, 광기에 잠식되어 가던 세계를 향해 쇄도한 다.
갑작스레 나타난 회색빛 용은 스 스로의 위용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 세계를 잠식해가던 광기를 한 순간에 먹어치워 버린다.
광기에서 탄생한 촉수들이 반항 하려 했지만 무의미했다.
애초에 광기를 품고 태어난 용이
도리어 용의 권속이 될 뿐이었다.
실제로도 오히려 앞길을 막아서 려던 촉수들은 용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한다.
한순간에 세계를 뒤엎고 있던 광 기들이 휩쓸려나간다.
삽시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 고 사라지고 있는 광기의 모습에 이타과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찌……! 혼돈기에 다른 고대 의 힘을……
저도 모르게 경악성을 터트렸지
만 광기에 사로잡혀 이성적인 생각 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럴 리가 없어, 그저 엄청난 행 운일 뿐이겠지, 아마 본인조차 감 당하지 못하는 힘이겠지.’
주샤콘을 흡수한 만큼 이타콰에 게는 아직 많은 광기가 남아있었다.
그 말은 즉, 이타콰는 아직도 많 은 여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에 비해서 혼돈제는 이제 한 계에 다다른 상태겠지.’
비슷한 힘을 낼 수 있다 할지라 도, 힘의 총량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이어지는 전투 에서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낼 터였 다.
싸움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유 리해진다.
괜히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방금 전처럼 광기를 흩뿌리기만 해도 된다.’
실제로도 이타콰는 방금 소멸한 만큼의 광기를 다시 뿌려낼 자신이 있었다.
‘내가 바로 광기, 그 자체다.’
비릿한 미소를 흘린 이타콰가 다 시 한번 광기의 세계를 펼쳐나가려 던 때였다.
콰직-!
묵직한 주먹이 이타콰의 복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고통은 뒤늦게 찾아온다.
광룡혼파장을 펼친 이후, 망룡질 주를 펼치어 이타콰의 지근거리까 지 접근한서준이 어느덧 일권소멸 을 펼쳐낸 것이다.
“내, 내…… 광기가 사라지고 있 다고?”
이타콰는 망각의 힘으로 인해 흩 어지는 광기들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걱정할 거 없어, 일시적인 것뿐 이야.”
힘의 총량의 차이가 압도적인 만 큼 이타콰의 광기를 묶어내는 것은 길어봐야 1초 남짓이다.
허나 초광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서준에게는 그 1초라는 시간은 너 무나도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서준은 남은 파괴의 힘을 모두 퍼부어내며, 이타콰의 몸 내부에서 부터 그 기운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이타콰의 육 신이 파괴되어 간다.
“끄아아악-!”
이타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더 이상 비명은 들려오지 않는 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표정들로 이타콰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타콰는 지금 벌어진 현실을 부 정하며 연신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서준은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끝났어.”
그 순간 혼돈기로 응축된 구체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이타콰의 육신을 휘감 은 혼돈을 바라보며 서준은 재빠르 게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하늘 높게 솟구치던 혼 돈기가 폭발하며 무방비 상태의 이 타콰를 단숨에 집어삼키어 버린다.
콰과광-!
요란한 굉음이 가신 후, 서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혼돈의 폭발에 휘말려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바닥으로 추락한, 이타 콰의 신형이 눈에 보이고 있기 때 문이었다.
“살아있다고?”
당연히 단숨에 혼돈에 잡아먹히 며, 영멸했을 줄로만 알았다.
혼돈 폭발은 힘은 그만큼이나 과 격하고, 파괴적이었으니 말이다.
한데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의식 역시 남아있는 듯했다.
서준은 힘없이 지면에 널브러져, 고통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는 이타콰의 앞에 섰다.
“커억...... 커억......
입에서는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 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영멸을 맞이 한 것은 아니었다.
“……대단하네.”
서준의 말에, 이타콰가 헛웃음을 흘린다.
“네놈의 힘이 부족했던 거겠지.”
“그럴 리가……
전력을 쏟아부었다.
어렵사리 만들어 낸 틈인 만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기회였다.
“스스로를 속이려 드는군.”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혼돈 의 폭발에 두려움을 느끼며 물러서 지 않았겠…… 쿨럭!”
“어차피 변하는 건 없어.”
코웃음을 친 서준이 다시금 손에 혼돈기를 둘러냈다.
“곧장 죽여주지.”
“……거래를 하자.”
한데 이타콰가 한 가지 제안을 해온다.
“네놈은……. 분명 이레귤러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하다, 허
나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도 짧아.”
“그래서?”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출 시간이 없었지……. 그렇기에 우리들의 의 중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 기만 하고 있잖아, 큭큭, 케엑-!”
조소를 짓고 있던 이타과의 입가 로 웃음과 함께 핏물이 터져 나온 다.
“우리가 모시는 고대의 신과, 기 존에 존재했던 신들이 맺은 계약과 현재 고대의 존재들의 목적까지 모 든 것을 말해주지, 이외로도 원한 다면 모든 정보를 내어주마, 지금
처럼 끌려다니기만 하는 일이 없어 지겠지.”
계속해서 제안을 건네는 이타콰 는 조심스레 눈동자를 굴리어 서준 의 눈치를 살핀다.
“당연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광 기도 모두 내어주지, 그저 목숨만 살려주면 된다.”
“이 정도면 네놈에게도 나쁜 제 안은 아닐 거라 생각하……. 꺼억 -I”
말을 다 끝맺기도 전, 내뻗어진 서준의 혼돈기가 이타과의 심장을
꿰뚫어냈다.
“끄르륵-!”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낸, 이 타콰의 시신이 혼돈에 집어삼켜진 다.
“후회……하게……
그것이 이타콰가 남긴 마지막 단 말마였다.
서준은 죽기 전 이타콰가 남긴 말들을 모두 머릿속에 지워냈다.
애초에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캄블 쪽에 비해서 보상이 너무 안 좋잖아.”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