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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80화 (480/517)

- 20권 13화

488화

어느덧, 보랏빛 칼날이 서준의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금 어렵긴 하겠네.”

당연하지만, 당장 눈앞의 크료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바깥 은하 기준으로 주신과 비슷 한 힘을 가진 영주급에 달한다고는 하나 지금 서준에게는 아무런 위협 도 될 수 없었다.

‘1층부터 영주급의 시험관과의

전투라……

드높던 탑의 높이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남은 충수는 어림잡아도 20 층에 달했다.

적당히 힘을 아낀 채로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여유를 부리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

고대의 존재들의 내전이 언제 끝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곳에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되었다.

“죽어.”

특별한 무공을 펼칠 것도 없었

탁 _

혼돈기를 응축시킨 후, 손가락을 튕겨 쏘아낸 것만으로도 크료의 심 장이라 할 수 있는 코어를 가볍게 관통하고, 부숴 냈다.

크료가 형체를 남기지 못하고 사 라진 뒤, 평평했던 바닥이 솟아오 르는 것으로 다음 층으로 나아가는 계단이 만들어진다.

망설임 없이 발을 뻗은 서준은 곧장 다음 충으로 나아갔다.

*

카터는 혼돈의 세계로 되돌아가 자마자 평화파 소속의 혼돈인들 중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수장들을 불러 모았다.

갑작스러운 소집이었지만 이에 불만을 표하는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곧 찾아올 혼란의 시기에 방비 를 하시려나 보군요.”

“맞습니다, 근래 들어서 고대의

존재들까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까지 하니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 셨던 거겠죠……

각자의 의견을 내고 있던 때, 우 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터 님께서 들어오십니다!”

회의장의 문 밖에서 평화파 혼돈 인들의 총대장의 직책까지 오른 크 로고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혼돈인 들이 곧장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 했다.

카터는 혼돈의 세계의 균형을 지 켜주는 평화파 혼돈인들의 수호자.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음과 동

시에 두터운 인망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절로 예의를 표하게 되는 것 이었다.

고개를 숙인 혼돈인들이 있는 회 의장에 들어선 카터는 온화한 미소 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예의를 표할 거는 없네.”

평화파 소속의 혼돈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자리에 앉았다.

“자네들을 이렇게 불러 모은 것 은, 모두들 알고 있다시피 고대의 존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수장들 모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지만, 어두워진 표정이 사태의 심각함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오랜 세월 지켜온 균형이 무너 질 날이 머지않았네, 고대의 존재 들이 균열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평 화파 혼돈인들을 사냥하기 시작할 테니 말이야.”

예견된 파멸, 절망적인 말이 흘 러나오고 있었지만 아무도 카터의 이야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평화파로서 하나의 파벌을 형성 하고 있었지만 대다수가 온화한 성

격을 가진 만큼 이렇다 할 전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낱 황제들조 차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런데 만약 고대의 존재들과의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결국 우리도 선택을 해야 할 시 기가 온 거네, 그리고 수호자인 나 는 이미 선택을 내리고 왔네.”

카터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 던 수장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평화파 수장으로서 직위와 지식들을 물려

받은 혼돈인들은 지금 카터가 무엇 을 말하는지 쉽사리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반문이 흘러나온 것은 두 귀로 듣 고도 받아들이기가 힘든 이야기였 기 때문이었다.

“선택을 내리셨다고요?”

입장을 밝히는 게 아니었다.

선택을 내리고 왔다는 것은 이미 입장을 밝히고 왔다는 말이다.

항시 보수적인 선택을 내려왔던 카터가 몇 년 사이에 태도를 완전 히 바꾼 것이다.

“직접 고대의 존재들과 싸워본 결과, 현실에 안주하며 전투를 피 하고 몸을 숨기는 것은 더 이상은 힘들 거라고 보네.”

“그 말씀은?”

카터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수 장들을 향하여 단호한 어투로 말을 이어간다.

“결국 우리를 비호해줄 수 있는 평화파만의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 했고, 후보자가 모든 황제의 자리 에 오를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내주었네.”

카터의 폭탄 발언에 수장들의 얼

굴빛이 하얗게 질려간다.

“만, 만약 새로운 신이 이전과 같은 무심하거나 욕망에 휘둘리는 존재가 된다면 상황은 더 최악이 될 겁니다.”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아무리 수호자님이라도 독단적으로 행동을 하신……

카터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흐 른다.

고작 정보를 내어준 것만으로도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고 있었다.

이들이 겁쟁이인 것이 아니었다.

평화파의 수장이라는 직책에 오 르며 과거의 기록과 경험들을 보았 을 것이다.

아주 먼 과거 힘을 얻고 변질되 어버린 존재들의 행보를 보았다는 말이었다.

‘나 또한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감추며,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했었 지.’

실제로 카터 본인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수장들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였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심하게 반 대를 했었다.

그 누구도 고대의 힘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새로운 혼돈의 신의 탄생을 두려워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생각을 달 리 먹었다.

“두렵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어 서는 안 되네.”

실제로도 아주 먼 과거, 평화파 와 파멸자의 혼돈인들의 전투력은 엇비슷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허나 파멸자들은 끊임없이 경쟁 하고 투쟁하며 성장을 해왔고, 덕 분에 현재에 이르러서는 평화파 혼

돈인들을 가벼이 압살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나아가지 못한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네.”

카터가 현실을 일깨워 주려 했지 만, 평화파 혼돈인들은 그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의 잔재들이 주는 공포와 두 려움에 사고가 꽉 막혀 버린 상태 다.

다들 사색이 된 표정으로 마른침 을 삼키며 질문을 던져온다.

“그렇다면 설마 고대의 존재들과 전면전을 벌이실 생각이신 겁니

까‘?”

“필요하다면 싸울 생각이네.”

단호한 카터의 대답에 수장들이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과 전면전을 벌인 다는 것은 비단 평화파 혼돈인들만 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의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우리가 이긴 다면 우주에 평화가 찾아오겠지.”

“정말……. 그 후보자가 모든 황 제의 자리에 오르고, 저희 평화파 들의 신이 되어주실 거라고 생각하 시는 겁니까?”

수장들의 물음에 카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주억인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처음에는 올곧았지만 큰 힘을 얻은 후에는 모두들 변했거나, 결 국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 다. 결국 그도 다르지 않을 겁니 다.”

“어차피 이 상태로 가면 파멸을 피하지 못하네, 뭐라도 발버둥을 쳐봐야 되지 않겠나?”

“대체 후보자가 누구기에 수호자 님께서 이렇게까지 믿음을 주시는 겁니까……?”

“과거 우리를 구해주었던 혼돈 제, 한서준이네.”

“헛된 희망을 버리시고 현실을 보셔야 합니다, 뛰어난 존재이고 저희들의 은인이긴 하나 결국 인간 입니다, 욕망에 쉬이 휘둘리는 종 족입니다, 혼돈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일 겁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대화가 이어지던 중, 카터는 표정을 딱딱 하게 굳히며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만약 혼돈제, 한서준 이 세 개 이상의 황제의 자리에 오 르고 제정신을 유지해낸다면 가능

성과 희망을 품고 있다고 봐도 되 지 않겠나?”

카터가 던진 질문에 수장들은 헛 웃음을 흘린다.

“만약 세 개 이상의 황제의 자리 에 오른다면 수호자님의 의견을 받 들며 혼돈제, 한서준을 후보자로서 받아들이고 규율대로 혼돈제, 한서준 님의 숭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 니다.”

두 개와 세 개, 난도 자체가 다 르다.

단순히 욕망을 억누르는 것뿐만 이 아니었다.

주어지는 시련 자체가 다르다.

살아남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세 개의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면 어떠한 종족, 능 력을 가졌든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다들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 라 믿겠네.”

수장들에게서 원하던 대답을 받 아내는 데 성공했다.

목적을 달성해낸 카터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더 이상의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이만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 소.”

일주일 후.

파괴의 시련은 예상대로 쉽다고 는 말할 수 없는 난도였다.

‘정말 쉴 새 없이 싸움을 해나가 야 하네.’

10층을 넘어선 시점에서 이제는 영주급에 달하는 존재들 수십 명이 등장하고 합공을 가해왔다.

이후, 15층을 넘어서자 혼돈구를 가진 황제들과 그를 따르는 영주급 들의 합공이 이어졌다.

정말 숨 돌릴 틈조차 없이 이어 지는 전투, 아무리 전력에 차이가 난다 해도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정 고난은 19층에 도달 할 때부터였다.

숫자는 전처럼 많은 숫자는 아니 었다.

이전처럼 허울뿐인 황제가 아니

자그마치 혼돈구를 두르고 있는 황제가 나타나며 공격을 가해온다.

그리고 현재, 마지막 20층에서는 일곱 개의 혼돈구에 이른 황제를 중심으로 헤아릴 수 없는 군세가 형성되어 있었다.

당연히 평범한 병사들이 아니었다.

모두들 혼돈인, 그중에서도 황제 의 주변을 호위하고 있는 기사들은 영주급 이상의 강자들로만 구성되 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난도가 많이 이상

한 것 같은데.”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수 많은 황제를 쓰러뜨려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설적인 시 련이다.

쿠구궁……!

심지어 단순히 대련을 하는 것도 아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불만을 표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었다.

애초에 견뎌내지 못할 시련이 아 니었다.

“이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 어.”

수많은 혼돈인들과 싸움을 치러 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고대의 존재들 과 그들이 이끄는 군세들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영주나 황제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힘 과 기이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에 비한다면 오히 려 쉽지.’

고작 이 정도의 시련에 무릎 꿇 을 일은 없다는 말이었다.

‘우선 가장 성가신 황제부터 처 치한다.’

놈은 군세의 중심에서 가늘어진 눈매로 서준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만큼 쉽 사리 제거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분명, 무턱대고 먼저 접근을 하 면 엄청난 군세로 포위망을 구축하 려 할 것이다.

허나 너무 얕은 수다.

가는 길의 군세를 모두 제거해낸 다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이미 위력은 검증됐어.’

자연스레 발끝에 망각의 기운이 응어리진다.

‘망룡질주.’

회색빛 폭풍이 몰아치며 길을 가 로막던 군세가 삽시간에 자취를 감 춘다.

바로 앞 지근거리에는 차가운 눈 을 한 황제가 서 있었다.

이 순간, 황제의 주변을 호위하 고 있던 기사들이 곧장 검을 뽑아 들며 서준의 목을 노리려 하고 있었다.

앞, 위, 오른쪽, 왼쪽, 머리 위, 발아래, 등 뒤를 점하는 움직임까 지.

훌륭한 연계였지만 움직임이 너 무 좋지 못했다.

‘느려.’

차가운 눈을 한서준의 신형이 움직였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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