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권 11화
486화
그래도 불행 중 다행히도 핵심적 인 내용은 모두 들어낼 수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끼리 내전이 일어 났고, 모시는 신의 자리마저 노리 는 반역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허황된 말들은 아닐 것이다.
오랜 세월 숨죽이고 있던 고대의 존재들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 다.
확신에 가까운 근거 없이 움직였 을 리가 없다.
‘전쟁은 확실히 일어났다.’
생각을 이어가던 서준의 머릿속 에 방금 전 들었던 말이 스쳐 지나 간다.
‘고대의 힘을 모두 모아 고대의 신을 살해한다라.’
서준이 여태껏 모은 고대의 힘은 망각, 파괴, 광기, 혼돈으로 총 넷 이다.
다섯 중 넷, 대다수를 모은 입장 이었다.
허나 여기에 공허가 하나 더 해 진다고 큰 변화를 맞이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진 고대의 힘이 부족해서인 가?’
실제로도 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 은 망각과 혼돈뿐이었다.
나머지 광기와 파괴는 고대의 존재들이 다루는 것에 비하자면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고대의 힘을 일정량 이상.으로 모아 내는 것으로 새로운 길이 열리는 거라면?
‘새로운 길이라……
직접 걸어본 적 없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허나 반대로 생각하면 아니라고 확언할 수도 없었다.
예상이 가지 않는다.
“모르겠네.”
여기서 더 골똘히 생각해본다 해 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괜히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뒷머리를 벅벅 긁은 서준은 자리 를 박차고 일어나며 멀지 않은 거
리에 일어나있는 균열, 은하의 통 로를 확인한다.
‘일단은 카터 님의 상태를 확인 해봐야지.’
방금 전 있었던 격렬한 전투로 혼돈기를 거의 다 소모하여, 많이 지치긴 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 는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설사 혼돈의 천사와 마주할지라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몸 상태를 확실하게 파악을 마친 서준 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이며 걸음을
옮겼다.
끝없는 사막이 펼쳐져 있는 황폐 한 세계.
동시에 진한 어둠과 붉은 광기가 넘실거리는 곳, 기이한 형태로 세 가지가 뒤섞여있는 세계에 균열이 일어난다.
균열 너머, 안개의 형태와 같은
모습을 가진 존재가 차가운 목소리 를 홀린다.
“주샤콘.”
황폐한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주샤콘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오물과 같은 놈이 찾아올 곳이 아니다, 썩 꺼져라.”
쿠구구궁-!
세계를 이루고 있는 모래가 하늘 로 치솟으며 균열을 넘어오고 있는 존재들을 집어삼키려 한다.
하지만 치솟은 모래가 균열을 뒤 덮어버리지 못했다.
기이한 형체를 가진 존재에서 흘 러나온 잿빛 기운, 망각의 힘들이 달려드는 모래를 가벼이 홑뜨려 놓 고 있기 때문이었다.
“큰 부상을 입은 상태이면서 되 도 않는 허세를 부리고 있군.”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 해도 이 곳은 나의 영역이다, 네놈 하나쯤 은 충분히 죽여낼 수 있지.”
모래 폭풍에 이어서 붉은빛 기 운, 광기까지 합세하였지만 여전히 망각의 힘들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망각의 힘 의 규모가 더욱더 커져간다.
“무의미한 발악을 하려 하는군, 수마나스가 영멸하여 심연을 다루 지 못하는 네놈의 전력은 보잘것없 다는 걸 알 텐데.”
“니오그타!”
주샤콘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에 안개와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 던 괴물의 모습이 변화한다.
썩은 내를 풍기는 검은 구체와 수백 개의 촉수, 부정의 덩어리라 불리는 존재의 모습에 주샤콘의 미 간이 찌푸려진다.
“더럽고 부정적인 존재 주제에 감히!”
“그렇게 소리 지를 거 없다, 그 렇지 않아도 네놈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공포가 느껴지고 있으니.”
“닥쳐라! 아무리 네놈이 겁을 주 려 해도 이곳은 나의 영역이다.”
니오그타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 음을 친다.
“아무리 이곳이 너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큰 부상을 입은 네놈도 나를 어찌할 수 없겠지.”
“부상을 입은 상태라 할지라도 네놈 혼자서는 나를 어찌할 수 없 다.”
“ 인정하지.”
수마나스의 영멸로 심연을 잃었 다고는 하나, 이곳은 주샤콘이 거 느리고 있는 은하다.
무수히 많은 모래와 광기가 넘실 거리고 있었다.
주샤콘은 2배 이상의 전력을 이 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니오그타가 다루는 망 각과 공포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보자면 높게 쳐줘야 3할이다.
아무리 큰 부상을 입은 상태라 할지라도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싸움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결국 영멸하는 측은 니오그타 쪽이라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오그타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오만한 형제여.”
이곳이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했 기 때문일까?
많은 힘을 다룰 수 있지만, 이렇 다 할 방비를 제대로 해두지 않았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만큼, 더 이상 이 싸움에서 패배를 생각하지
않는다.
“난 네놈과 혼자서 싸운다고 말 한 적이 없다.”
눈을 휘둥그레 뜬 주샤콘이 다급 히 은하를 메우고 있는 힘들을 끌 어오던 찰나, 니오그타의 촉수들이 세계를 관통한다.
콰직-!
세계가 꿰뚫리고 찢어지는 순간, 균열 너머에서 셋이나 되는 신형이 뛰쳐나왔다.
“멍청한 것들! 더러운 것과 손을 잡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벌이려 하
다니!”
주샤콘이 외침과 함께 붉은 모래 폭풍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그보다 더 빠르게 니오그타의 촉 수들이 움직인다.
쉬익-!
수백에 달하는 검은 촉수들이 모 래를 꿰뚫고 주샤콘을 향해 나아간 다.
그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었다.
니오그타가 쏘아 낸 촉수들에는 전부 짙은 망각의 힘이 넘실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얌전히 영멸을 맞이하거라.”
“뜻대로 되지 않을 거다.”
주샤콘이 일으킨 모래폭풍이 계 속해서 쏘아지는 촉수들을 가벼이 튕겨내고 있던 순간이었다.
균열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세 개의 신형이 움직이며, 각자가 가 진 힘을 쏘아낸다.
“제길……
주샤콘의 입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음성이 홀러나온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 방에서 쏘아지는 힘들이 거센 모래
폭풍으로 밀어내기 시작한다.
유리한 이점들을 가지고 있긴 했 지만, 위지강에게 입은 상처 때문 에 힘의 운용이 부드럽지 못했다.
실제로도 싸움을 이어지면 이어 질수록 입은 상처가 벌어져가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주샤콘의 죽음이 가 까워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주샤콘은 계속해서 밀려나는 모 래 폭풍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로 저주를 퍼붓는다.
“정녕 저 더러운 것을 믿고 따르 는 것이냐!”
니오그타가 괜히 더러운 것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그는 모든 부정을 품고 있는 존재였다.
우주를 탄생시킨, 창조주라 불리 는 이가 세상의 밝은 면을 창조하 고 남은 업(業)의 찌끄러기.
어떠한 꿍꿍이, 검은 속내를 가 진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장 지금 이 순간에는 같은 편 처럼 보일지 몰라도, 머지않아 등 에 칼이 꽂히게 될 것이다.
실제로도 니오그타와 엮인 이들 중 행복을 얻거나, 꿈을 쟁취해낸
이들은 단 하나도 존재치 않았다.
결국 끝에 남은 것은 절망과 영 멸뿐일 것이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모래폭풍이 걷힌다.
폭풍 너머, 광기에 물들어 있는 세계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주샤콘 의 모습이 보인다.
“결국 네놈들도 나와 같은 최후 를 맞이하게 될 거다!”
쏟아지는 공격들에 최후의 방어 수단이라 할 수 있는 광기들마저도 허망하게 흩어져 간다.
계속해서 밀려나는 전선에 주샤 콘이 다급하게 소리를 내지른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 든 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 부 정적인 것이 의도한 걸 수도 있다! 모두 정신 차려라!”
어느덧, 주샤콘의 앞에 당도한 니오그타가 비웃음을 흘린다.
“모두 내가 벌인 일임을 인정하 지, 허나 내가 벌이지 않았다 할지 라도 결국 일어날 일이었다고 보는 데?”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고대의 존재들이 서로를 공격하
지 않았던 것은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서였다.
실제로도 상당한 힘의 차이가 난 다고 할지라도 상대의 영역에서는 절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없었다.
무리를 하여 싸움을 벌인다면 이 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에라 도 큰 부상을 입게 된다면?
다른 고대의 존재들의 먹잇감이 되어버릴 것이다.
때문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헌데 둘이나 되는 고대의 존재가 소멸했고, 하나는 큰 부상을 입었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고 대의 존재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희소식은 없었을 것이다.
상황을 이해해 낸 주샤콘의 입가 로 자조 섞인 미소가 흐른다.
부정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가 너무 어리석고 경솔하게 행동했다.
영리하게 숨을 죽인 채로 틈을 보았어야 했다.
이야기에 휘둘리며 놈들이 의도
한 대로 움직여 버렸다.
“그래도 우리와 같은 피를 잇고 있는 형제라고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나 보군.”
모든 구울들의 아비, 그림자의 형태에 가면을 쓰고 있는 모르디기 안의 등 뒤에서 검은 형체들이 하 나둘씩 일어난다.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리 쉽게 죽어 줄 생각은 없다.”
주샤콘이 양손을 펼치자 넘실거 리는 광기가 세계를 휘감아 낸다.
“발버둥 쳐봤자 변하는 것은 없 다.”
뱀들의 아버지, 이그가 혀를 낼 름거린 후, 단숨에 도약하며 주먹 을 내지른다.
쾅-!
주먹과 맞부딪힌 광기가 큰 파공 음을 일으킨다.
“잊지 말아라, 이곳은 나의 영역 이다.”
주샤콘이 가볍게 손을 내저어 거 센 모래 폭풍을 일으킨다.
모두 고대의 힘으로 빚어진 것이 다.
삼켜지면 빠져나올 수 없다.
후웅-!
이그가 다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거리를 벌린다.
허나 주샤콘이 신경 써야 할 적 은 셋이 아니었다.
바람을 걷는 자이자, 붉은 눈동 자를 가진 해골 거인 이타콰가 달 려든다.
그를 따라 쏟아지는 바람들이 주 샤콘의 모래를 단숨에 걷어내버린 다.
“빌어먹을……
짜증을 낸 주샤콘이 다시 한번
모래를 일으키려 할 때였다.
그의 시선을 촉수들이 가득 메운 다.
....
콰과광-!
육신 곳곳이 꿰뚫린 주샤콘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던 순간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재빠르게 접근해온 이그가 검은 회오리에 감겨 있는 주샤콘의 오른 팔을 뜯어버린다.
“끄아악……
주샤콘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
을 나뒹굴고 있을 때였다.
그어어어-!
다시금 일어난 구울들이 주샤콘 의 남은 왼팔을 뜯어발긴다.
“안…… 안 돼!”
창백한 안색이 된 주샤콘이 절망 어린 비명을 내지른다.
“발버둥 쳐봤자 변하는 것은 없 을 거라 해주었을 텐데.”
꿰뚫은 촉수들로 검은 회오리와 같은 주샤콘의 몸을 휘감아 낸 니 오그타가 비릿한 미소를 흘린다.
“니 오그타-!”
주샤콘이 분노에 가득 찬 음성을 토한 순간이었다.
“끝난 것 같군.”
바람을 타고 접근해 온 이타콰가 망설임 없이 검은 회오리를 찢어발 긴 후, 주샤콘의 두 다리를 뽑아낸 다.
“으아아아-!”
각기 다른 주샤콘의 육신을 손에 넣은 고대의 존재들에 눈동자에는 거대한 탐욕이 어려 있었다.
“광기의 힘을 얻게 되면 얼마나 강해질지 궁금하군.”
“네놈이 가진 고대의 힘은 우리 가 잘 사용하도록 하마.”
니오그타가 내뱉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머리와 몸통밖에 남지 않 은 육신을 휘감은 촉수들이 주샤콘 의 몸을 꿰뚫고 난도질하며, 섭취 하기 시작한다.
“끄아아악-!”
죽음의 순간, 주샤콘이 내지른 비명은 고대의 존재들 간의 본격적 인 전쟁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 이 되었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