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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62화 (462/517)

- 19권 20화

470화

그 시각, 서준은 도착한 망각의 시련장의 꼭대기에서 커다란 현기 증을 느끼는 중이었다.

‘미치겠군.’

일전에 받았던 혼돈의 시련 때와 마찬가지로 왜 대다수가 미쳐버리 거나,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예상했던 것 이상이네.’

특히나 서준의 경우는 더 심했

그렇지 않아도 혼돈이 치솟으며 감정을 마구잡이로 혼들고 있었는 데, 망각이 더해지며 뒤흔들기까지 하니 더욱 멀쩡히 버티기 힘들다.

서준은 폭발하려는 힘과 감정을, 스스로를 억눌러가며 최대한 빠르 게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후우……

깊게 숨을 몰아 내쉬는 것으로 마음속에 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 을 밀어낸다.

혼돈의 시련장에서 이미 한 번 해보았던 일이다.

서준은 정신을 집중하여 차오르 는 감정들을 안정시켜낸다.

“위험했어.”

고대의 힘이란 것은 서준의 생각 보다도 몇 배나 복잡하고, 혼탁했 다.

마음의 준비와 경험, 둘 중 하나 라도 없었다면 힘에 집어삼켜질 뻔 했다.

심지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 듯이, 정신을 집중하고 감정을 억 누르는 것이 점점 더 손쉬워져가고 있었다.

‘적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빨라.’

안정이 빠르게 찾아온다.

이 상태로 조금만 더 있으면 혼 돈처럼 특별한 정신 집중 없이 감 정을 완벽히 억제해낼 수 있을 것 이라 서준이 확신할 즈음이었다.

“늦었군, 혼돈이여.”

망각의 시련장, 전체가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잿빛 형체가 허 공에 떠올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반적인 형 체는 아니었다.

거인족을 보는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형상이 허공에서부터 서준 을 응시하고 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형태 또한 일 반적이지 않았다.

눈, 팔, 다리는 어찌나 많은지 그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흉측한 괴물이 갑작스레 나타났 지만 서준은 본능적으로 그 존재의 명칭을 알 수 있었다.

“망각의 시련, 본래가 탑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완전히 잊혔기에 제대로 된 형체를 갖지 못하는 건 가?”

“어차피 기록되지 못할 것인데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든 중요한 게 아니지.”

허공에 떠오른 수백이 넘는 눈동 자가 서준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 보며 입을 열었다.

시선을 마주한 것만으로 다시 한 번 진정시켜두었던 서준의 감정이 폭발하려 한다.

“크읍-!”

뒤를 이어 잿빛 안개가 서준을 휘감으려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네.”

“지금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곧 너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망각의 괴물, 그가 홉족한 웃음

을 지으며 서준을 향해 말했다.

하나 서준은 그의 음성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 더, 머리에 강하게 박힌 이미지가 생긴 탓이다.

‘망각의 힘을 이런 식으로 이용 한다고?’

눈앞의 망각의 괴물은 주어진 시 련, 일종의 환영과 같은 존재다.

즉, 실존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대의 망각을 자극시키 는 것으로 힘을 발산하는 방법은 놀라웠다.

사실상 망각의 시련장을 맴도는 힘을 빌려오는 방식인 탓에, 어지 간한 황제들도 이 공간 내에서라면 저 괴물의 아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오랜 시간 이 순간을 기다려왔 다, 이제 하나가 되는 것이다, 혼돈 이여.”

“……바라던 바야.”

서준은 담담히 대답하며 망각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미약하다지만 망각의 힘을 계속 해서 품고 있었다.

그리고 혼돈이 폭발하려 하는 순

간마다 틈을 놓치지 않고 폭주하려 했었다.

오래전부터 망각의 존재를 인지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길한 수백 개의 눈이 서준의 전신을 홅어낸다.

적의는 없다.

오히려 상당히 호의적인 눈빛이 었다.

하나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 는 종류의 시선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치 맛난 음 식을 눈앞에 둔 미식가의 눈빛과 같다.

‘내 몸과 혼돈을 집어삼키고 주 인이 되려는 건가.’

당연히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 이다.

미식가는 맛있는 음식에게 적의 를 보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마주한 것만으로 절로 전신에 소 름이 돋아날 정도였다.

“굴러온 돌 주제에 넘볼 걸 넘봐 야지, 눈 깔아.”

서준의 거친 말에 놀란 듯, 호의 가 가득했던 시선이 짧은 떨림을 보인다.

하나 곧 침착함을 되찾고는 비릿 한 미소를 흘린다.

“두려워할 거 없다, 혼돈이여, 태 초의 시작점은 하나였으니 그저 순 리대로 되돌아갈 뿐이다, 편하게 망각을 받아들여라.”

강렬해지는 잿빛 기운 속 기괴한 목소리가 울리듯이 서준의 머리를 때려왔다.

당장에라도 정신이 망각에 침식 되어 잊혀지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다.

심지어 서준은 몰아치는 망각을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릴지라도 오히려 망 각을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이해하 기 위해 노력했다.

체내에 머물고 있던 혼돈이 폭발 하듯이 솟구치려는 것이 느껴졌다.

서준을 뒤흔들어 놓으려는 것이 뻔히 보이는 수작이다.

‘너도 저쪽 편이라 이거지?’

혼돈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저 거칠게 자신의 기운을 내뿜 어 감정을 폭발시키려 한다.

“순리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더 이상 억압되지 않고 자

유로운 존재로서 우주에 이름을 남 길 수 있을 것이다.”

망각의 괴물이 끌끌거리며 웃는 다.

그에 맞춰 춤을 추듯 체내의 혼 돈이 더욱 크게 요동친다.

서준의 전신이 조금씩 잿빛 기운 에 휘감기기 시작한다.

망각의 괴물의 눈에 이채가 어린 다.

“하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짧은 시간, 잿빛 기운이 서준을 망각의 괴물에게로 이끈다.

어느덧 수백의 눈과 초근접 거리 가 된 서준의 동공은 비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혼돈마저 집어삼키 는구나.”

수백에 달하는 눈동자가 흥분과 열의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쩌억-!

하늘이 갈라지듯 망각의 괴물의 거대한 머리가 절반으로 갈라진다.

내부는 지독한 망각이 내려앉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세 계다.

그리고 그 세계는, 단숨에서준 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꿀꺽-!

울대가 출렁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백의 눈이 동시에 짙은 웃음 을 그렸다.

“크하하……! 이제 나는, 망각과 혼돈을 지배하는 존재가 된다. 전 우주가 내 발아래 무릎 꿇고, 고대 의 존재들도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이다. 태초의 시작점인 신들에 가까이 다가가 우주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목소리의 외침.

수십, 수백, 수천을 넘어선 수만 의 혼을 지워 낸 망각의 괴물의 몸 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듯한 순간 이었다.

“머리 아프니까, 적당히 떠들어.”

갑작스레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눈을 동그랗게 뜬 망각의 괴물이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는다.

“어떻게……?”

“잘못 들은 것 아니야, 방향이 잘못됐을 뿐이지.”

툭툭.

망각의 괴물은 자신의 육체 어딘 가를 가볍게 두드리는 듯한 충격에 시선을 빠르게 옮겨낸다.

아무것도 없었다.

“가르쳐 줘도 위치를 못 찾고 있 네, 여기잖아, 여기.”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 백의 눈은 결국 뱅글뱅글 돌아 자 기 자신을 향했다.

“이제야 제대로 바라보네.”

수백의 눈 중 어딘가를 툭툭 두 드리는 듯한 충격, 그에 기겁한 망 각의 괴물이 소리쳤다.

“말, 말도 안 된다! 분명 망각에 잊혔을 텐데! 어찌 의지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너는 망각과 하나가 된 것이다! 굴복하고 잊혀 지란 말이다!”

“개소리하지 마, 내가 언제 잊혔 어? 어쨌든 고맙다, 덕분에 좋은 걸 알아냈어.”

서걱-!

수십의 눈동자가 동시에 핏물을 뿌리며 갈라진다.

다시금 망각의 괴물의 동체가 크 게 벌어졌다.

그 내부에서부터 아주 작은 회색

빛이 별과 같이 번쩍인다.

망각의 괴물은 그 별이, 자신이 삼켜냈던 서준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더욱더 경악할 수밖에 없 었다.

“이럴 수는 없다! 어찌 망각에 잊혀지고,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단 말이냐!”

“아직도 왜인지 모르겠어?”

회색빛 별이 허공으로 빠르게 치 솟아 망각의 괴물의 거대한 동체를 갈가리 찢어놓는다.

재빠르게 생성된 잿빛 기운이 그

런 서준을 막아 보려 했지만 너무 나 느리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쏟아지는 잿 빛 기운 속을 빠져나가는 서준이 웃음을 홀렸다.

“간단하잖아, 그냥 내가 너보다 강한 거야.”

어느덧 수혁은 망각의 괴물의 거 대한 동체를 낭자하듯 무수히 많은 상처를 남긴 채였다.

쫓아오는 촉수가 찢어지고 갈라 지며 허망하게 소멸하는 것도 순식 간이었다.

빠르게 재생하는 망각의 괴물의

눈동자에 당황을 넘어선 분노가 어 리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것, 나름대로 최대한 의 자비를 베풀어 고통 없이 잊힐 기회를 줬거늘! 스스로 고통을 자 처하는구나!”

잿빛 기운, 망각의 힘이 폭주하 듯 사방에서 몰아치기 시작한다.

촉수의 형태로 움직이던 힘은 거 센 폭풍이 되어 세계를 찢어놓을 듯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렇기에 가슴속 한편이 크게 박 동하기 시작했다.

시련을 받으며, 눈앞의 괴물이 어떤 식으로 힘을 사용하는지를 직 접 겪은 서준은 이 힘이 얼마나 놀 라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렵 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망각의 힘은 마치 마법과 같은 느낌이다.

자신을 제외한 일반적인 힘의 대 다수를 지워내고 잊히게 만든다.

심지어 같은 고대의 힘마저 잊히 게 만들 수 있었다.

때문인지 그만큼 다루기 까다롭 고 방법도 어려웠다.

서준조차도 그 방법을 제대로 파

악하지 못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서준은 망각의 괴물이 그 힘을 어찌 사용하는지 확실하게 목격했 다.

그리고 익혔다.

“......무슨!”

갑작스레 몰아치던 잿빛 폭풍이 서준이 아닌 망각의 괴물을 향한다.

“어째서?!”

“원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예 기치 못한 일에 놀라기 마련이야. 아, 넌 인간이 아니니 망생이라 해

야 하나? 아니지, 생명이 없는데 생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상하 네.”

“어찌…… 망각으로 태어난 나 조차도 수백 년에 걸쳐 노력하여 얻은 것을, 인간이, 대체 무슨 수 로…… 불공평하다. 불공평하단 말 이다!”

거세게 몰아치던 잿빛 폭풍이 단 숨에 망각의 괴물을 마구잡이로 찢 어놓기 시작한다.

일대의 망각이 마치 서준의 발아 래 굴복한 듯했다.

“여기 있는 망각은 더 이상 네

것이 아니야.”

“아니, 내가 망각이다! 태초부터 망각을 물려받은 유일한 존재란 말 이다!”

서준의 시선과 의지에 따라 움직 이며 칼날의 형태가 되어 망각의 괴물을 향해 쇄도한다.

“크아악-!”

몰아치는 칼날에 짓이겨, 동체가 찢겨진 망각의 괴물이 비명을 내질 렀다.

주변을 배회하던 잿빛 기운은 약 해진 망각의 괴물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후웅-!

갑작스레 몰아치며, 거대한 동체 를 휘감고 지워내기 시작한다.

“말도 안 돼. 이럴 순 없다! 너희 들의 주인은 나다! 떨어져라, 떨어 지란 말이다!”

벌써 온몸이 흐릿해지고,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만큼 망각의 괴물 의 거친 반항은 아무런 소용이 없 었다.

이미 그의 몸을 휘감은 망각은 멈출 줄을 몰랐다.

차가운 시선으로 이 상황을 응시 하고 있던 서준은 잿빛 기운에 휘

감겨 사라져가고 있는 망각의 괴물 의 머리 위에 올라선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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