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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52화 (452/517)

- 19권 10화

460화

쿠궁-!

거대한 암흑의 동체가 부서질 듯 뒤흔들린다.

“과거와 달리 제법 능숙하게 힘 을 다루는군, 무극에도 격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가?”

알 수 없는 말을 흘린 수마나스 의 육체에서 강렬한 섬광이 번뜩이 기 시작했다.

“뭐가 됐든, 이제 와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영멸해라.”

콰앙-!

순간 세상이 어둠에 집어삼켜진 다.

모든 것이 끝장나는 듯한, 그야 말로 파멸이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하나 무엇도 부서지지 않는다.

어느덧 어둠보다 짙은, 칠흑과 같은 기운을 홑뿌린 위지강의 주변 으로는 거대한 방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어서 방벽은 날카로운 창이 되 어 거대한 동체를 꿰뚫기 위해 쏘 아진다.

콰광-!

그 공방의 전환은 너무 빠르고 놀라웠으며, 기운의 흐름조차 읽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파괴적이었다.

“쓸데없는 발악을 하는군.”

낮은 분노의 음성과 함께 일대의 어둠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회오리처럼 몰아친 어둠이 거칠 게 주변을 집어삼킨다.

이제는 세계에 어둠밖에 존재하 지 않게 된 순간이었다.

“어리석은 건 네놈이다.”

위지강이 말했다.

“너무 오래 칭송받았으며 살아왔 어, 고대의 존재. 오만한 파멸자여, 네놈이 상대해야 할 적은 나뿐만이 아니다.”

오..

심연을 만들어 내고 있던 수마나 스의 붉은 눈에 짧은 의문이 떠오 를 때였다.

파지지직-!

세계를 집어삼켰던 심연에 균열 이 일기 시작했다.

놀란 눈의 수마나스가 하늘을 올

려다본다.

“아무리 잘 포장하려 해봤자, 분 신은 분신에 불과하거늘 고작 인형 따위로 우리에게 싸움을 걸다니.”

깨어지는 심연, 거대하던 수마나 스의 육신이 회백색의 빛에 삼켜지 며 분해되어 간다.

그렇게 한 줄기의 빛이 심연을 삼켜내며, 검은 여인이 추락하듯 떨어져 내렸다.

쿠궁-!

거대한 진동과 함께 치솟아 오른 회백색의 섬광이 쏘아져 나가며 균 열이 일기 시작한 동체를 꿰뚫는다.

“ 네놈은......?”

“네가 아무 생각 없이 흩뿌려 준 이 힘들, 좋은 곳에 쓸게.”

서연의 말에 수마나스의 입가로 비릿한 웃음이 걸렸다.

“정복왕도 이번 전쟁에 개입하는 것인가?”

“아니, 내 개인의 뜻이야, 너 같 은 놈 하나 잡자고 정복왕 님까지 나설 필요가 없지.”

“위지강, 그리고 정복왕의 사 도……

수마나스의 붉은 눈이 위지강에

이어 서연을 훑는다.

그 순간 심연이 완성되었다.

“……확실히, 너무 쉽게 생각했 나 보군.”

수마나스가 큰 눈을 끔뻑거린 순 간 사방을 부술 듯한 굉음과 함께 심연이 세계를 집어삼키며 무너뜨 린다.

“고마워, 마지막 가는 길까지 확 실하게 챙겨줘서.”

파앗-!

빛과 함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 며 정면으로 나타난 서연이 손을 뻗어 회백색의 촉수들을 쏘아낸다.

심연의 중심, 핵이라 볼 수 있는 어둠의 근원이 삽시간에 소멸된다.

이어서 쏘아진 촉수들은 형체를 잃고 무너지고 있던 수마나스의 거 대한 동체마저 집어삼켜낸다.

쾅-!

폭음과 함께 주변의 공간이 깨진 유리 조각처럼 무너져 내렸다.

어둠뿐이었던 세계는, 일전에 보 았던 평범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일인 것마 냥 사라진다.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박쥐

를 보았다.

온몸에 상흔이 가득했으며, 가슴 한복판에 커다란 관통상을 입은 박 쥐는 허망하게 지면으로 떨어져내 려 숨을 거두었다.

그를 침착한 눈으로 바라본 위지 강이 잘했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운 다.

“훌륭히 간파했네.”

허나 서연의 입가에는 씁슬한 미 소가 흐르고 있었다.

“……고작 이런 게 실체였나요.”

거짓을 꿰뚫어보라고 했던 말, 위지강의 조언이 없었다면 꿰뚫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거대하고 위용 넘쳐 보였던 고대의 존재의 실체가 고작 박쥐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이 사실을 처음부터 간파했 다면 처음과 같은 위압감에 사로잡 히지 않았을 것이다.

“짙은 어둠은 미지의 공포를 만 들기 마련이지, 그 공포를 이용하여 현신하는 게 수마나스의 능력이 거든, 정말로 본체가 이곳에 왔다 면 손짓 한 번에 심연이 펼쳐졌을 거다.”

위지강은 괜찮다는 듯 서연의 어

깨를 다독이듯 두드렸다.

“정말……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 네요.”

한층 견고해졌다던 정신력마저도 인지하지 못한 환상이 펼쳐진 것이 다.

방금 전, 수련을 끝내고 와서 자 신감이 차올라 있던 만큼 받아들이 기 힘든 현실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상대는 고대의 존재, 이름이 먼 과거 태초의 시작점부터 존재해온 파멸이다.

그들의 능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는, 이미 익히 들어 왔었다.

‘괜찮아, 두려워할 거 없어.’

강하게 마음을 먹으려 했지만 떨 리는 가슴이 멎지를 않는다.

고작 허상 따위였음에도, 그토록 위압적이었다.

새삼스레 고대의 존재들이 어째 서 파멸이라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허상에 비친 붉은 눈동자, 그를 떠올릴 때마다 목이 빳빳하게 굳고 등 뒤가 아직까지도 싸늘하게 식어 온다.

당장 목 아래까지 죽음이 다가온 느낌이다.

“정신 차려라! 공포에 잡아먹힌 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그런 서연을 향해, 미간을 찌푸 린 위지강의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네!”

어느덧, 저도 모르게 목을 쓰다 듬고 있던 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죄송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멍청하게 있었는 지 깨달은 서연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이미 수마나스의 허상은 사라졌 다.

죽음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 였다.

하나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싹트 는 불안감은 또 어쩔 수 없었다.

떨리는 서연의 시선을 보며 이죽 거리는 미소를 보인 위지강이 어깨 를 으쓱였다.

“걱정할 필요 없다. 분신이라고 하여도 꽤나 많은 힘을 실어서 보 냈으니, 수마나스 쪽은 한동안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게다.”

“그런……가요?”

“놈이 부리는 황제들 몇몇 정도 는 나타나겠다만…… 오히려 기회 라고 할 수 있겠지.”

위지강의 말뜻을 이해한 서연의 눈빛이 빛을 발한다.

“좋은 수련 상대들이 제 발로 찾 아온다는 거겠네요.”

“그렇지, 우리는 위지율과 내 사 도들의 흔적을 찾고만 있어도 된다 는 거지.”

“언니……. 괜찮겠죠?”

강한 믿음을 보이고 있었지만 수 마나스가 보였던 위압감은 말 그대 로 압도적이었다.

서연의 입장에서 걱정이 되지 않 을 리가 없었다.

“믿어라, 그리고 정말 그들을 구 하고 싶다면 빠르게 강해지거라. 방금 전, 공허로 끌어들인 수마나 스의 힘까지 확실하게 홉수해낼 수 있다면 본체를 마주한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맥없이 당하지는 않을 거 다.”

“……노력할게요.”

서연의 당찬 대답에 피식 웃은 위지강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만 이동하도록 흐}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천제궁(天帝宮), 천 대륙의 지상 에 이보다 더 화려한 궁은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 고로 궁의 화려함과 위용은 주인의 명성을 대변하는 법이었다.

이는 곧 천제궁의 주인이 황제라 칭송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이 천제궁에는 대륙

에서 내로라하는 술법과 결계들이 펼쳐져 있으며, 개미 한 마리조차 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헌데 이 천제궁에서, 갑작스러운 어둠의 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쿠구구구-!

사방을 떨게 만드는 진공음과 함께 천제궁을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 돌이가 일어났다.

순식간에 일대에 있던 술법과 결 계들이 부서져 내린다.

쿠궁-!

이어서 일대를 둘러싸고 있던 결 계들이 밀려나며 거대한 황궁, 천 제궁이 진체를 드러냈다.

허나 아무도 그 소란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반응을 할 사 람이 없었다.

대륙의 주인이라 칭송받는 존재, 황제와 그를 따르던 충직한 신하들 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 었다.

그저 수천만에 달하는 붉은 군단 이 고귀한 황족의 피를 대기 중에 흩뿌려가며 축제를 벌이고 있을 뿐

이었다.

그렇게 광기에 잠식된 세계를 바 라보고 있던, 그 중심을 지키고 있 는 네 개의 붉은 형체, 광기제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주샤콘과 수마나스 님께서 우리 에게 위지강과 그를 따르고 있는 정복왕의 사도를 제거하라는 명령 을 내리셨다.”

거인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덩 치, 육신만큼이나 거대한 검을 든 광기제가 하늘을 보며 짧은 탄식을 흘렸다.

“심연을 이곳에 끌어오느라 한창

바쁘실 테니 당연한 것이지.”

바로 옆자리, 앞서 보았던 거인 과 상반될 정도로 아주 키가 작은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년이 입을 열 었다.

“그래서 이번 출정은 누군데?”

이어진 소년의 물음에 주변의 공 기가 차갑게 얼어붙으며 광기제들 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 대적인 침공을 벌인 것치고는 제대 로 된 전투를 벌인 적이 없었다.

내재된 광기를 제대로 분출하지 못해 광기제들 모두가 다들 안달이

난 상태였다.

“명단은 없다, 그저 막으라는 명 령을 내리셨을 뿐이다.”

거인의 말에 광기제들이 입술로 혀를 핥는다.

허나 쉽사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몸이 안달나 있긴 했지만 이곳은 천 대륙, 위지강이 비호하고 있는 차원이다.

“……수마나스 님도 당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광기제들이 모시고 있는 고대의 존재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

호적수라 평가받는 위지강의 최 후를 광기제들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았을 터다.

하나 본격적으로 본체를 움직이 기에는 수마나스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함부로 동체를 움직였다가는 본 래의 목표인 심연을 불러들이지 못 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어둠의 일부를 떼어 박쥐 의 모습으로 빚었고, 거기에 자신 의 힘을 담아 편린을 만들어 냈다.

목적이 승리가 아닌, 시간 끌기 정도라면 그 정도로 충분하리라 여

겼기 때문이다.

한데 결국 수마나스는 패배했고, 그에 대한 반동을 받아 이제는 심 연을 불러들이기 전까지 완전히 움 직일 수 없게 됐다.

큰 타격이 아닌 만큼 계획에는 차질이 없겠지만 모인 다섯의 광기 제들의 입장에서는, 고대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패배했다는 사실 자체 를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 탓에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천 제궁에 둘러져 있던 결계의 일부가 무너지며,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 러냈다는 것 역시 불쾌하기 그지없 는 일이었다.

“다들 어떻게 할 거지?”

피처럼 붉은 갑주에 2M에 달하 는 키와, 등 뒤에 두 자루의 도끼 를 매고 있는 광기제가 눈을 빛내 며 물었다.

“무엇을?”

“적은 위지강 하나가 아닌 정복 왕의 사도까지 둘이다, 심지어 분 신체라고는 하나 수마나스 님께서 당하셨지. 홀로 사냥을 나서기에는 위험부담이 클 텐데?”

모든 빛을 빨아들일 것 같은 검 은 갑주, 옆에 선 도끼를 들고 있 는 광기제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는 덩치를 자랑하는 또 다른 전 사가 길게 뻗어있는 자신의 창을 들어 올린다.

“돌려 말하지 마라, 크로투, 캬 주. 너희들이 하고 싶은 말이 뭐 지?”

“키투샤, 카릴. 너희 둘이 괜찮다 면 우리 모두 힘을 합치는 게 어떤 가?”

크로투의 말에 붉은 머리의 소 년, 카릴이 코웃음을 쳤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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