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권 6화
456화
안력을 돋아 그 모습을 정확하게 확인한서준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 했다.
당연하지만 먹구름은 자연 현상 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검은 장포를 휘날리는 노인이 두 발로 선 채로, 위협적인 기세를 뿜 어내며 서준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누구지?’
척 보아도 평범한 무인은 아니었다.
심지어 검은 먹구름에서 스승, 위지강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군이라고 단 정 지을 수는 없었다.
물론, 적으로 단정 지을 수도 없 는 만큼 서준이 잔뜩 경계심을 보 이며 자세를 다잡을 때였다.
“죽여주마.”
서준이 무언가 말을 건네기도 전, 근처로 접근한 노인의 주먹에서 기파가 쏘아진다.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던 만큼 서준은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해냈다.
“내 스승님과 무슨 관계지?”
노인의 날카로운 눈매가 서준을 찌를 듯이 쏘아진다.
“말을 한다고? 고대의 존재가 아 니었나?”
“질문은 내가 먼저 한 것 같은 데.”
미간을 찌푸린 노인은 눈을 가늘 게 뜨고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고대의 존재들과 연관된 적은 아 닌 것 같지만 경계를 풀지는 않았
‘정면으로 맞았으면 다소 위험했 을 거야.’
눈앞의 노인은 방금 전 피해낸 기파만 보자면 웬만한 고대의 힘을 다루는 이들, 그중에서도 황제라 칭송받는 존재들과 견주어도 손색 이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무극에 도달해있는 것은 아 니었지만, 결코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경지나 데이터로 승리를 완벽히 점할 수는 없으니까.’
서준만 하여도 낮은 경지로 더 높은 경지의 강자들을 쓰러뜨린 적 이 있었다.
단순히 경지의 수준이 강함의 모 든 척도는 아니었다.
“질문에 대답해줄 생각이 없나? 이러면 나도 조금 강압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침묵을 지키고 있는 노인에게 눈 을 가늘게 뜬 서준이 차갑게 말했 다.
상대를 우습게 볼 이유도 없지 만, 만만하게 보일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서준의 눈이 노인의
빈틈을 찾아 빠르게 움직인다.
기세를 발산하며 노인의 제공권 을 압박해나간다.
“혹시 스승님의 이름이 위지강이 십니까?”
하지만 갑작스레 노인의 입에서 홀러나온 이름에서준의 기운의 흐 름에 변화가 생겼다.
“스승님을 알고 있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직접 알아 보십시오.”
눈을 가늘게 뜬 노인이 빼앗긴 제공권을 되찾기 위해 기세를 발산 한다.
두 사람의 기세가 얽히고설킨다.
자연스레 차가운 눈을 한서준이 공격의 방향을 빠르게 수정했다.
그러자 그 뒤를 무섭게 쫓아온 노인의 반격이 이어진다.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지만 이미 머릿속으로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서로를 향해 각자의 기운을 쏟아낸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제법이네.’
머릿속에서 수천 번의 공방이 이 어져간다.
이내 그 가상의 싸움이 서로의
목숨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팽팽 한 상황까지 이르렀을 때였다.
입가로 씰룩거리는 미소를 보인 서준의 반응을 확인한 노인의 입가 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드, 드디어!”
감격에 가득 찬 고함을 토한 노 인이 기운을 빠르게 물렸다.
순식간에 기운의 균형이 무너지 며 서준의 발끝이 저도 모르게 움 찔하고 튀어나가 버렸다.
팟-!
뻗어진 주먹은 노인의 지척 거 리, 종이 한 장도 남지 않은 거리
에서 멈췄다.
“뭐야? 갑자기?”
저도 모르게 주고받던 기운의 싸 움에 빈틈이 보이자마자 움직였던 서준이 답답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한서준 님이십니까?”
희망찬 눈동자를 한 노인이 되물 었다.
그 질문에, 오묘한 표정을 한 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였다.
“맞긴 한데……. 날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위지강 님께 이야기를 많이 들
었습니다.”
환한 미소를 지은 노인이 곧장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여왔다.
“저는 위지강 님을 모시는 호법 이자 천살대주, 혁련무강이라 합니 다, 나찰조를 다루는 고대의 존재 들과 연관된 자들인 줄 알고 실례 를 범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서준과 혁련무강 둘 모두 나찰조 를 조종하던 고대의 존재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연결이 끊긴 지점에서 우연치 않 게 조우를 했는데 하필 서준이 고
대의 힘을 품고 있었던 만큼 혁련 무강이 적으로 분류하여 공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고대의 힘을 중점으로 사 용하는 고대의 존재들과 달리 서준 은 무공을 기반으로 하는 기운을 펼쳤기에 눈치챌 수 있었다.
“천 대륙에 당도하시기까지 기다 리고 있었습니다, 부디 위지율 님 을 도와주십시오!”
“한시가 급박한 상황인 만큼 간 결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위지율 님께서 고대의 존재들에게 사로잡
히셨습니다.”
혁련무강이 서준을 향해 다급하 면서도 간절한 눈빛을 보내온다.
“자세한 것들은 가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상태면 위지율 님이……!”
“일단 이동하죠.”
“감사합니다!”
서준의 말에 고개를 주억인 혁련 무강이 곧장 등을 돌렸다.
서준 역시 그 뒤를 바짝 쫓아간 다.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
‘설사 함정이라 해도 상관없어.’
모두 영멸시켜버리면 그만이다.
오히려 그토록 찾고 있던 고대의 존재들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정확한 상황이 어떻게 된 거 죠?”
이동을 하는 와중, 서준은 계속 해서 질문을 건넨다.
“위지강 님이 한서연 님을 데리 고 마지막 수련을 위해 천 대륙을 떠나셨을 무렵, 갑자기 회색빛 균 열이 열리며 고대의 존재 둘과 다 섯의 황제가 습격을 해왔습니다.”
“최악이네요.”
위지율이 강하다는 것은 들었지만 오랜 시간 서연의 수련을 도와 주느라 체력적으로 지쳐있을 수밖 에 없었을 것이다.
온전한 몸 상태로, 1:1의 싸움을 벌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친 몸을 이끌고 고대의 존재 둘, 다섯의 황제와 홀로 싸워 야 한다면?
결과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법이란 것을 통해 당시 성역 에 있던 이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
로 대피시켜주신 덕분에 목숨을 부 지할 수 있었지만 위지율 님은 추 격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이 모두 이 해가 갔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굳이 지금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나머지는 위지율 님을 구출한 후에 듣도록 하죠.”
* *
잠시 후.
“위지강 님과 저희들이 이용하는 지하 통로입니다.”
혁련무강의 안내를 받아 갖가지 결계와 마법들로 인해 숨겨진 비밀 통로를 거쳐 대륙 내의 지하에 당 도하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왕국이 었다.
황금의 벽으로 둘러싼 거대한 왕 국의 중심.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성을 확인한서준의 눈이 가늘어진다.
‘이런 곳에 있었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고대의 존재 들의 흔적을 찾아낸 것이다.
동시에 열심히 대륙을 찾아다녔 지만 고대의 존재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던 것이 납득이 갔다.
애초에 천 대륙 내에 고대의 존재들이 머물고 있지 않았기에 찾을 수 없던 것이다.
‘이렇게 지하에 숨겨져 있으니까 몰랐던 거지.’
심지어 왕궁에서는 붉은 기운, 광기의 힘이 발산되며 일대의 자연 기를 완전히 꼬아내고 미쳐버리게
만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위지강의 거처에 대해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지상에 없는 것을 지상에서 찾으 려 하니 추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헤매었고, 혁련무강의 도움 을 받고 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지만 서준은 찾고 있던 고대의 존재 들과 닿을 수 있었다.
물론, 우선순위를 잊은 것은 아 니다.
최우선의 과제는 위지율을 구출 하는 것이다.
‘다행히 어렵지 않겠네.’
흔적이 남아있긴 했지만 고대의 존재들이 왕궁에 남아있는 것은 아 니었다.
지금 왕궁에 남아있는 전력은 기 껏해야 황제 하나뿐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곧장 위지율을 구출해내고 일대 를 피로 물들여 버린다.
서준이 금빛의 거대한 성벽을 단 숨에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잉-!
거대한 알람과 함께 서준의 머리
가 찌릿하게 울려왔다.
-적 침입! 적 침입!
이어서 왕궁을 뒤흔드는 음성과 함께 성벽의 위에서 있던 혼돈인 들이 모두 서준올 향해 시선을 돌 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 들켰다고?’
워낙 적은 기운, 그러니까 기껏 해야 알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 준의 흐릿한 기운이 뿌려져 있었다.
서준은 성벽을 지나온 그 짧은 순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나 연한 기운이었기에 알 수가 없 었던 일이다.
‘어이가 없군.’
이런 생각지도 못한 마법에 위치 가 발각되었다.
최대한 빠르고 조용히 일을 처리 하겠다고 생각한서준의 입장에서 는 짜증나면서도 당황스러운 일이 었다.
어느덧 머리 위로는 붉은색의 섬 광이 날카롭게 쏘아지고 있었다.
동시에 왕궁의 바닥에 새겨진 문 양이 빛을 발산하며 광기의 힘을 증폭시켜간다.
‘무언가 특별한 게 준비되어 있 나 본데.’
어쩌면 고대의 존재들이 이곳으로 향하는 포탈이 열릴 수도 있었다.
아무런 목적 없는 싸움이었다면 상관없겠지만 이번 전투의 목적은 위지율의 구출이다.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놀란 서준이 바닥의 문양을 부숴 내기 위해 기운을 휘감은 주먹을 내지른다.
파지지직-!
생각보다 강한 억제력이 서준의 공격에 저항하며 버틴다.
문제는 그 짧은 순간 금빛 왕궁 의 하늘 위로 붉은 균열이 일어나 고 있다는 것이다.
조급한 마음의 서준이 혼돈기를 폭발시키려는 순간이었다.
‘혼돈안.’
힘의 흐름을 읽어내고 연결점을 끊어내려던 때였다.
“저 사술은 제가 막아 보겠습니 다! 우선 위지율 님을!”
어느새 하늘을 날아온 혁련무강 이 문양의 힘이 타고 올라가고 있 는 왕궁의 기둥들을 부숴내며 일시 적으로 문양의 힘을 억눌러낸다.
허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부서진 기둥들은 삽시간에 복구 되며 다시 한번 하늘로 치솟기 시 작한다.
“위험할 겁니다.”
계속 기둥을 부숴내야 하는 만 큼, 절대로 문양의 영역을 벗어나 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저는 괜찮으니, 부디 위지율 님 을 구해주십시오.”
갑작스러웠지만 확실하게 의사가 전달되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주억인 서준이 혼돈기를 두르고 도약하며 강한 힘이 느껴지 는 왕궁의 중심을 향해 몸을 날렸 다.
후웅-!
목표는 단 하나다.
‘위지율.’
몇 번이고 이름을 되뇌며 기운을 추적해낸다.
왕궁에 둘러진 광기의 힘이 계속
해서 방해를 하려고 하나 이미 인 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그녀의 기운을 완전히 가려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생각했던 것 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붉은 로브를 휘감은 혼돈인 하나 가 홀로 왕궁을 벗어나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광기에 물든 기운이 물씬 풍기는 그의 오른쪽 팔에는 축 늘어진 위 지율의 모습이 보인다.
‘다행히 아직 살아있어.’
초광속의 속도로 상대에게 접근
한서준이 위지율을 뺏어 들려는 순간이었다.
‘뭐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어떠한 기 운이 서준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 었다.
“허업-!?”
그사이, 놀란 상대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바닥을 구른다.
움직임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광속 정도였다.
하나 어째서인지 서준의 손이 그 에게 닿지 않는다.
자연스레 서준의 미간이 찌푸려 졌다.
“무슨 짓을 한 거지……?”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