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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46화 (446/517)

- 19권 4화

454화

“어?”

성역을 마주한서준의 눈이 휘둥 그레진다.

분명 기억 속의 성역은 황궁보다 도 더 크고 위용이 있었다.

한데 그 성역이 제대로 된 흔적 조차 남기지 못한 채로 부서져 있었다.

심지어 단순히 파괴된 게 아니었다.

전투를 벌인 것인지 곳곳에서 고 대의 힘의 잔재가 느껴지고 있었다.

서준의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였 다.

파앗-!

성역의 내부로 들어서서 주변을 확인한서준의 미간이 찌푸린다.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황무 지.

“공격당한 건가?”

불현듯 혼돈의 천사, 아수투가 남겼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다.

‘내가 선택한 파멸의 길……

우주에서 파멸이라 칭해질 만한 이들은 하나뿐이다.

‘고대의 존재들.’

아마도 그들이 근래에 천 대륙을 방문했고 위지강을 습격했나 보다.

머리를 회전시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나가던 서준의 얼굴에 그늘 이 져간다.

물론, 확정을 지을 수는 없다.

‘확실한 건……. 느낌이 좋지 않 다는 거지.’

단순한 착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의지해온 본능 적인 감각이 위험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빨리 찾아서 도와야 해.’

당장 가진 정보는 없지만 찾아낼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위지강은 천 대륙에서 무신이라 칭송받고 있는 존재다.

고대의 존재와 전투를 벌였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호사가들의 입에 이야기들이 오르내릴 것이다.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서준은 일대에 기운을 흩뿌리며 인기척을 찾아낸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고요한 물살 이 흐르는 강가 근처에 세워진 도 시가 감지되었다.

주변에 흐르는 강을 통해 상업 도시로 발달된 것인지, 규모가 상 당히 큰 듯했다.

‘족히 삼만 명 정도……

시골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면 지나쳤을 터지만, 이 정도 규모라 면 정보를 얻기에 나쁘지 않았다.

목표를 정하고 걸음을 뗀 서준의 모습이 숲길 한복판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상업, 무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중소 도시, 상챤은 본래 전체 인구 천 명도 되지 않는 중규모의 마을 에 불과했다.

그런 상챤이 갑작스레 중소 도시 규모까지 성장하게 된 것은 몇십 년 전쯤, 유례없는 호우와 함께 갑

작스런 거센 물살이 몰아치더니 수 도와 연결된 강이 형성되었기 때문 이었다.

모든 도시들이 그렇듯 강이 생겼 다는 것은 단순한 환경의 변화가 아니었다.

본래 없던, 새로운 길이 개척된 것만으로도 엄청났는데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수도와 연결된 것은 상 업과 무역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강에 사는 고기를 잡아 생활을 하거나, 육로로 옮기기 힘들 정도 로 많은 양의 물건을 배에 잔뜩 실 어서 한 번에 이동을 할 수도 있었

다.

물론, 수룡채라는 위험이 남아 있긴 했지만 갑작스레 생겨났을뿐 더러 수도와 직통으로 연결된 강인 만큼 나라에서 특별히 관리를 하는 구역이었다.

만약 마을이 수도와 거리가 멀었 거나 왕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늦 었다면 이 정도로 큰 성장을 이루 지는 못했을 터였다.

운이 좋아서 뱃일을 익혀 고기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대다수는 마 을을 침략해오는 수룡채에 지배당 했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됐을 것이 다.

하나 상챤의 영주는 계산에 능하 고 행동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갑작스레 강이 형성된 즉시 영주 는 정찰대를 파견하고 왕실에 보고 를 올렸으며, 연결 고리가 있는 문 파들의 도움을 받아 도시의 호위를 요청했다.

이로 인해 상챤은 자그마한 마을 에서 고작 1년도 되지 않아 거대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몇 번 도적 떼의 침공 이 있었지만 영주의 병사들과 각 문파에서 파견 나온 무인들이 활약 해준 덕에 근방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직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영주, 임소병은 갑작스레 생겨난 강의 존재와 실용성에 대해 널리 알리며 각지의 상인들을 불러 모았다.

돈을 벌 수 있는 도시는 상인들 에게 있어 최고의 노른자 땅이었다.

그렇게 아무 특색도 없던 작은 마을 상챤은 단숨에 부흥하며 도시 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예상치 못한 변 수가 생겼다.

“그런데 며칠 전에 갑자기 강에

흐르는 물이 사라지게 됐어요, 그 래서 당장 저희 객점에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거든요, 도시에 계속 머물던 상단들도 다급하게 발 을 빼고 있다니까요.”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객 점 내부, 만두처럼 둥글게 묶은 머 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 가녀 린 몸을 가진 점소이가 씁쓸한 표 정으로 말했다.

“답변 고마워.”

서준은 짤막한 대답과 함께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시기

가……

위지강과 관련이 있었다.

강이 나타나고 사라진 시기가 모 두 연관이 있지 않은가?

‘아마 본인의 편의 생활을 위해 서 만드신 거겠지.’

당장 서준도 원한다면 어렵지 않 게 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유지하는데 그리 큰 힘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서준도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이런 강조차 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네.’

이제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확신에 가까워졌다.

‘분명 패배하지는 않으셨을 거야, 주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잠시 한 발 물러서는 것을 선택했을 텐데 그러면 대체 어디로 가셨을까?’

위치를 추측하기에는 우주가 너 무 드넓었다.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을 이어가 던 서준이 점소이가 가져다준 죽엽 청을 들이켠다.

강의 존재가 위지강과 관련이 있 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어떤 상 황, 충돌이 있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조금 더 확실한 정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생각을 정리한서준은 점소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허무맹랑한 거라도 좋으니까, 근래 돌고 있는 소문 같은 거는 없 을까?”

허나 아쉽게도 점소이가 들은 소 문 중 특별할 것은 없다고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님이 끊겨

버려 소문을 듣지 못했다는 편이 옳았다.

“지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기 껏해야 근방 마을에 관한 이야기들 뿐인데 예상하시는 것보다 더 허무 맹랑한 이야기예요. 예를 들자면 며칠 사이에 갑자기 사람들이 단체 로 미쳐버려서 근방에 보이는 사람 들의 목을 전부 베어버린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든가. 뭐…… 워 낙 손님이 없다 보니 듣기 싫어도 듣게 되는 거지만요……

피식 웃은 점소이가 서준을 바라 보았다.

“이렇게 제가 말하고 나서도 믿

기지 않을 정도로 허무맹랑한 소문 밖에 없었어요. 애초에 손님들이 확연하게 줄어들다 보니 고급 정보 라 불릴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 는 기회가 줄어버렸으니까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이후, 아 공간 주머니에서부터 혹시 몰라서 몇 개 챙겨놓은 금화를 건네주었다.

“큰 도움이 됐어.”

죽어가고 있는 이 도시에서 더 이상 들을 이야기는 없었다.

‘근방에 있다는 수도를 가보는 게 훨씬 좋겠어.’

각지의 이야기가 흘러들어온다면

어느 정도 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서준이 자리를 박 차고 일어나려던 때였다.

“이, 이렇게나 많이 주신다고 요‘?!”

서준이 건넨 동전을 확인한 점소 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천 대륙에서도 금의 가치는 귀했 다.

헌데 소면과 죽엽청 하나, 몇 가 지 질문에 답해주었을 뿐인데 금화 를 받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

었지만 서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금은 대다수의 은하, 차원에서도 높은 가치를 가지며 화폐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화폐로 가장 훌륭한 역할 을 할 수 있는 만큼 굳이 금이 아 닌 화폐를 대신할 다른 물건을 들 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거밖에 없거든……

서준이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 켰다.

이후 객점을 나서려는 그를 향해 목소리가 하나 들려왔다.

“어이, 거기 요상한 놈.”

잠시 걸음을 멈춘, 서준이 주변 을 둘러본다.

객점 내부에는 서준을 제외한 사 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이점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날 부른 건가?”

서준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객점 내부에 특이한 복장을 입은 사람은 지구에서 온 자신뿐이 었으니 말이다.

“잘 알고 있군. 그래, 너.”

객점의 외곽, 죽엽청을 마시고 있던 커다란 덩치의 중년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디 출신이지?”

“그런 게 왜 궁금하지?”

“억양이 기묘하거든, 처음 듣는 형태고 혹시 서방 대륙에서 건너왔 나?”

사실 서준은 처음 이 마을에 도 착했을 때, 조금 당황을 했었다.

익숙한 중원의 언어로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었지만 발성이나 표현

법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드높은 경지에 올라있 는 육신의 뇌가 빠르게 회전하며, 언어를 이해하고 해독해준 덕분에 삽시간에 대화에 무리가 없을 정도 로 습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몸에 밴 습관을 완벽히 지울 수는 없었겠지.’

오랜 세월 살아온 중원 대륙의 습관을 완벽히 지우지는 못한 만큼 천 대륙 사람들의 눈에는 조금 신 기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나 딱 그 정도일 뿐이다.

“충고 하나 하지, 오래 살고 싶

다면 남의 일에 신경 끄고 사는 게 좋을 거야.”

서준이 짧은 조언을 한 후 객점 을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빠 르게 이동한 중년 사내가 서준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신경을 꺼주도록 하지, 대신 정 보료는 받아야겠어.”

이어진 질문에서준의 미간이 깊 게 파였다.

“네가 방금 전에 점소이한테 들 었던 정보들, 그거 내가 했던 이야 기들이거든? 그러니까 나한테도 값

을 지불해줘야지.”

무거워져 가는 객점의 분위기에 점소이가 다급히 말을 내뱉는다.

“남궁도위 님! 여, 여기 저분께 제가 받은 것을 드릴 테니 그만해 주십시오.”

나름 받은 돈값을 하려는 것일 까?

자리에서 도망칠 것 같았던 점소 이가 나서서 남궁도위라 불린 중년 사내와 서준 사이를 가로막았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아무 리 생각해도 값이 많지 않잖아, 내 입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상당히 고

급인데, 고작 금화 한 개라니 너무 부족한 것 같은데……

남궁도위의 눈에 탐심이 가득 차 오른다.

앞서 말했다시피 금은 천 대륙 내에서도 귀한 물건이다.

실제로도 돈이 제법 있다는 상단 주들도 눈이 돌아가며 수집을 하는 보물이다.

‘그런데 이 요상한 놈은 금화 하 나를 점소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줬 지.’

아마 엄청나게 많은 금화를 가지 고 있을 것이다.

이 남자를 협박하여 금화를 갈취 해내는 것으로, 부자가 된다면 그 간 자신을 무시해온 세가 사람들에 게 재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남, 남궁세가 사람들은 정의롭 고 호탕하다고 들었습니다, 값이 부족한 것 같지만 부디 남궁도위 님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셨으 면 합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 지만 가문의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값은 정확하게 치러야지.”

“제, 제발! 한 번만 자비를 베풀 어 주십시오!”

남궁도위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금과 평판에 대한 것을 머릿속으로 저울질하는 것이다.

허나 이미 욕심에 눈이 먼 상태 에서 내릴 결과는 뻔하였다.

“그런데 고작 점소이 주제에 왜 아까부터 이 남궁도위 님의 행동에 토를 달고 있는 거지?”

얼굴을 찌푸린 남궁도위가 허리 춤에 차고 있는 검에 손을 얹으려 는 순간이었다.

그 누구도 이유를 알 수 없이,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남궁도위의 신형이 허공 위에 떠올랐다.

어느새 남궁도위의 가슴팍을 다 리로 짓누른 서준이 차가운 눈을 한 채로 입을 연다.

“분명 내가 남의 일에 신경을 끄 라 했을 텐데.”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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