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권 2화
452화
이제는 거리낄 것은 없다.
리벨리온 의장으로서의 업무, 부 모님들과의 대화를 모두 끝마쳤다.
‘굳이 치자면 카터 님이 들렀다 가 급히 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 다만……
직접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는 만큼 대화를 할 방도가 없 었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다시 돌아
오시겠지.’
지금 해야 하는 일들은 모두 처 리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서준은 곧장 위지강이 있는 행성으로 향하지 않 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갈 필요가 없었다.
서연을 수련시키고 있는 만큼 적 어도 일주일이란 시간이 필요할 것 이다.
괜히 설레발을 치며 먼저 가서 수련을 방해하거나 거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도 준비해야 할 게 남 아 있어.’
마음의 준비를 끝내긴 했지만 아 직 전투 준비를 모두 끝마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힘을 얻었어.’
힘든 싸움이었다.
만약 위지강에게 수련을 받아 성 장을 하지 못했다면 패배했을 것이 다.
하지만 결국 위지강의 도움을 통 해 서준은 우주에서도 열밖에 되지 않는다는 무극의 경지에 도달했다.
‘허나 여기가 끝이 아니야.’
무의 극에 달한 경지에 도달했다 고 이를 완벽히 통달한 것은 아니 었다.
만약 지금 도달한 무극의 경지가 끝이었다면, 서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독감과 허탈감에 시달렸을 지도 모른다.
흔히들 말하는 절대자의 고독이 라고 했던가?
하지만 다행히도 서준은 그런 감 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무극에 도달했지만 이제 막 시작 일 뿐이다.
서준은 막 수련을 끝마친 이후 보았던 위지강의 모습을 떠올렸다.
혹시나 혼돈에 잡아먹혔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지 위지강은 언제든지 주먹을 내뻗을 준비를 하 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섬뜩하고 압 도적이었다.
아직 서준은 무극에 완벽히 도달 하지 못한 상태고, 위지강의 힘은 격이 다를 정도로 강했다.
‘지금 다시 마주한다 해도 다르 지 않겠지.’
애초에 같은 경지라 할지라도 모
두가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힘을 다루는 방식, 숙련도와 같 은 것들로 인해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아직도 위지강과의 차 이가 벌어져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런 위지강조차도 고대의 존재 들에게 패배를 맞이했었다.
과거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당장 마주했었던 고대의 존재들이 위지 강의 아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보크루그가 정말 애송이였어.’
남은 고대의 존재들 중 지금의
서준보다 약한 이는 누구도 없다.
향상심이 없어질 수가 없는 상황 이다.
심지어 이들 중 대다수는 서준에 게 강한 적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현재에 안주 하며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있단 말 인가?
‘멈춰서면 패배한다.’
패배는 곧 죽음을 뜻한다.
절대 멈춰설 수 없었다.
스스로의 몸을 불살라가면서라도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불행 중 다행히도 서준은 보크루 그와 싸울 때 사용했던 혼돈기를 제외하고도 많은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아티팩트와 고대의 힘.’
심지어 이를 더욱더 향상시킬 수 있는 포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신으로서 칭송받으며 얻게 된 힘.
‘무결(無缺)의 힘.’
혼돈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무의 끝이라 일컬어지는 무극에 도달한 만큼 모든 힘을 무공에 담
아낸다.
헛된 자신감이 아니었다.
무극에 도달한 이후로도 서준이 기본적으로 다뤄 온 힘은 혼돈기였 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전 혼돈 제라 불리던 때와 다를 바 없는 능 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준이 가진 무결이라는 힘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발현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방식은 간단했다.
과거 혼돈의 힘으로 심장의 고리
를 형성한 것처럼 무결의 힘으로 고리를 빚어낸다.
‘무결은 완성에 이른 것, 어떠한 힘에도 뒤섞일 수 있는 힘.’
괜히 무결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 었다.
어떠한 상황에도 균형을 맞추며 어우러질 수 있는 완벽한 힘이다.
실제로 효과도 상당했다.
서준은 소멸한 카리아나와 보크 루그에게 회수해낸 파괴와 망각의 힘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 게 됐다.
혼돈기를 개방한서준의 힘은 자
연스럽게 혼돈기 계열로 펼쳐진다.
파괴의 힘을 개방했을 때도 마찬 가지다.
이로 인한 이득이 없는 것은 아 니지만, 그 순간 서준이 가진 가장 강한 무기인 혼돈기는 완전히 봉인 된다.
‘지금처럼 파괴의 힘을 개방한 상태라면……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하는 혼돈 기의 포악한 본성이 드러난다.
혼돈기나 망각의 힘을 사용하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단점이라고 보 기 오묘한 점이 있기도 했다.
‘사실 스위치를 꼈다 켰다 하는 것뿐이니까.’
현재는 파괴의 힘을 다루고 있는 서준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혼돈기나 망각의 힘을 다뤄낼 수 있다.
말 그대로 스위치를 켜고 끄듯 간단한 일.
고리를 회전하고 있는 파괴의 힘 을 봉인하면 혼돈기를 전처럼 편하 고 빠르게 다뤄낼 수 있었다.
게임 캐릭터로 따지자면 버튼 하
나로 조작할 수 있는 모드 변환 같 은 것이다.
‘버튼 하나로 변신을 하던 로봇 들 같네.’
속으로 과거 자신이 즐겼던 만화 속의 주인공들을 떠올린 서준의 입 가에 피식- 미소가 흐른다.
실제로도 혼돈, 파괴, 망각 중 어 느 한쪽의 물꼬를 틀어주기만 하면 힘을 발산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때문에서준은 원한다면 언제든 다루는 힘을 바꾸어 낼 수 있었다.
허나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
니었다.
‘망각의 힘은 실질적으로 사용하 기에 부족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혼돈기와 보 크루그에게서 흡수한 파괴의 힘과 달리 망각의 힘은 망각제, 카리아 나에게 홉수해낸 힘이다.
당연히 혼돈기와 파괴의 힘에 비 해 망각의 힘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서준은 시선을 돌려 초록빛 홀로그램 창을 바라보 았다.
[포스 시스템 Ver.2 스테이터스]
이름: 한서준.
신명: 투쟁, 용기, 구원, 무결 외 (상세 정보 확인 가능)
칭호: 패황, 혼돈제, 신세계에 도 달한자
레벨 : 12
힘: 307(+100) 민첩: 206(+100) 체력: 205(+100) 내공: 180(+100)
역천 1, 혼돈 178(+100), 파괴 153(+100), 망각 107(+100).
보유 신성력 : 131,178
특이 사항.
1. 사용자 ‘한서준’의 스테이터스 들이 ‘정복된 무결의 수투’의 중가 량의 한계치(+100)에 도달했습니 다.
2. 무극에 도달한 사용자 ‘한서준’을 위해 ???님의 선물이 도착했 습니다.
마침내 측정이 끝난 스테이터스 창을 바라보고 담담히 서준은 고개 를 주억인다.
‘ 역시나였네……
언젠가부터 스테이터스의 증가폭 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고 생 각했다.
본래 한 단계 성장하면 5배의 성 장세를 누려야 하는데 성장을 해도 추가적인 성장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어느 정도 눈 치를 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스테이 터스 창으로 직접 맞닥뜨리게 되니 괜스레 입안이 씁쓸해지려 한다.
‘어쩔 수 없지.’
이 정도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훌 륭했다.
심지어 여차하면 신성력을 모아 서 수투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불만 섞인 말 을 하려고 스테이터스 창을 불러오 려고 한 게 아니었다.
신성력을 이용한 성장, 본래 서준의 목적은 이것이었다.
헌데 서준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 이 하나 있었다.
“???의 선물?”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났지만 여 태껏 이런 선물을 해오며 해를 끼 친 적은 없었다.
“어떻게 받는 거지?”
입 밖으로 말을 꺼내기 무섭게 귓전에 요란한 팡파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라빠라빰빠〜 빰! 빰—
띵-!
[우??의 선물을 개봉합니다.]
[제작자 ‘???’가 사용자 ‘한서준’ 이 무극의 경지에 도달한 것을 축 하하는 편지를 전달해옵니다.]
[흥미롭군, 기대하마, 유용하게 쓰도록.]
[보너스 포인트가 50 중가합니 다.]
메시지는 상당히 간결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선물은 절 대로 적지 않았다.
“보너스 포인트 50이라니……
신성력을 사용하려던 본래의 계 획이 자연스레 수정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굳 이 머리 아프게 성장 방식에 대해 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걸로 망각을 증가시킨다.”
혼돈이나 파괴에 보너스 포인트 를 투자하는 것은 속된 말로 미친 행위였다.
강한 힘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욱 더 강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머리를 어지럽히려 할 것이다.
당장에야 강한 육신과 정신으로 써 부정적인 감정들을 밀어내고 있 었지만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않 은 상태로 혼돈을 증가시킨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일반적인 스테이 터스에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웠다.
‘일반적인 스테이터스는 수련을 통해 충분히 올릴 수 있어.’
애초에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한 것도 망각 스텟올 상승시키기 위해 서였다.
때문에서준은 망설임 없이 주어 진 50개의 보너스 포인트로 망각을 상승시켰다.
띠링-!
[망각 스텟이 50 상승합니다.]
[망각 107 -> 157]
혼돈, 파괴, 망각 세 가지의 힘이 어느 정도 밸런스가 갖춰졌다.
‘이 정도라면……
본래 목적에 도달했다.
균형 잡힌 스테이터스를 갖춘 지 금 서준의 목표는 이제 단 하나뿐 이었다.
‘수련에 들어간다.’
지금이라면 고대의 존재들과 견 줄 수 있는 아니,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얻어낼 수 있 을 것이다.
그 중심이 될 것도 이미 확실하게 정해둔 상태였다.
‘무공.’
제일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얻은 힘들로 새로운 무공을 만 든다.’
서준은 마음을 가다듬은 후, 수 련을 위하여 생명체가 없는 정복왕 의 성역으로 향했다.
*
혼돈기와 고대의 힘을 이용한 무 공의 제작에 들어간 서준은 큰 전 율을 느꼈다.
‘계속 성장해가고 있어.’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준은 무극 내의 경지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 하며 태초기공이라 명칭한 무공의 틀을 잡고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틀은 혼천마공을 만들 때와 같 다.
‘전 3식과 후 3식.’
총 6식으로 나뉘어 낸 태초기공
은 파멸이라 불리는 고대의 존재들을 영멸시킬 무공이 될 것이다.
이 무공이 완성될 때에는, 그들 이 섬기는 고대의 신조차도 위협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성취 욕구가 서준을 크게 자극하 였고 자연스레 수면욕과 식욕마저 도 잊은 상태의 수련과 무공 창시 가 계속해서 이어져 나갔다.
그렇게 한 달, 아무도 찾지 않는 세계인 정복왕의 성역에서 의식을 집중한 끝에서준은 1차적으로 목 표하였던 태초기공의 전반부 3식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해냈다!”
폐허가 되어버린 세계의 중심, 서준이 탄성을 터트린다.
후반부 3식은 아직 준비가 부족 했다.
과욕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었다.
첫 단추를 꿰고, 또 몇 개나 되 는 길을 열었다.
앞으로 발을 내디딘 것이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