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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37화 (437/517)

- 18권 20화

445화

‘이건 좀 곤란한데.’

지금 폭주하려는 공허의 힘을 파 괴하는 상황에, 위지율마저 상대하 는 것은 아무리 전력을 다한 보크 루그라고 해도 무리다.

“글라키!”

보크루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고대의 존재들 중, 가장 현명한 괴신.

그 부름에 주샤콘과 전투를 벌이

고 있는 만큼 직접 오지는 못했지 만 손바닥만 한 크기를 한, 글라키 의 분신이 보크루그의 등 뒤로 모 습을 드러냈다.

“너무 욕심을 부리려는 것 같은 데?”

이미 눈치를 챈 것인지, 글라키 의 분신체는 보크루그의 검은 속내 를 모두 알고 있다는 어투로 말한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라키를 불 렀다.

멍청한 심연의 거주자와 달리 글 라키는 어느 정도 계산에 능하고

거래가 가능한 존재였다.

본래의 목적인 정복왕의 사도를 취해내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였 다.

때문에 보크루그는 한숨을 내쉬 며 제안할 수 있었다.

“빚을 지도록 하겠다.”

“같은 고대의 존재에게 빚이라.”

촉수처럼 기다란 눈을 가늘게 뜬 글라키의 분신이 고개를 주억인다.

“말을 믿을 수는 없지, 계약으로 묶도록 하지, 훗날 내가 어떠한 일 을 시킨다 할지라도 순순히 받아들

이는 걸로 말이야, 어떤가?”

“……계약을 맺겠다.”

동의가 떨어지는 순간, 짧은 공 명음이 글라키의 분신체와 보크루 그의 전신을 훑어낸다.

“이제부터는 전력으로 도와주도 록 하지.”

보크루그를 응시하고 있는 황금 의 눈동자에서 섬광을 쏘아내며 시 선을 돌린 글라키가 웃음을 홀린다.

‘이번 싸움에서 얻은 이득이 상 당하군.’

아무런 피해 없이 은하를 연결했 을뿐더러 주샤콘의 주요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케타루를 쓰러트렸다.

더불어 같은 고대의 존재인 보크 루그와 계약을 해냈다.

현재와 미래, 양측에서 엄청난 이득을 취해냈다.

글라키의 입장에서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반면 위지율은 갑작스러운 글라 키의 개입에 더 큰 짜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고대의 존재이기 때문일 까?

아니면, 황금안을 개안해낸 것으로 생긴 뛰어난 통찰 덕분인지도

모른다.

글라키의 이름뿐만 아니라 가지 고 있는 힘과 존재감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가장 현명한 괴신, 글라키.”

고대의 존재들 중에서 고위험군 에 속해있는 글라키가 위지율의 앞 을 가로막고 있었다.

“수호룡, 위지율.”

글라키가 여유롭게 위지율의 이 름을 부르며 숨겨두려 했었던 초마 도를 넘어선 마극(魔極), 끝에 달한 마도를 일으킨다.

여태껏 주샤콘과의 싸움은 단순

히 시간 끌기였던 만큼 초마도만을 사용해왔다.

하나 동시에 둘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이 앞으로는 그 누구도 갈 수 없다.”

신의 허락도 없이, 변방의 은하 에서 전력을 개방한 만큼 우주의 제약과 더불어 후유증들이 찾아오 겠지만 그를 대신할 만한 이득을 얻어낸 상황이다.

달리 말하자면, 실질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만큼 주샤

콘이 전력을 개방할 리는 없었다.

‘시간은 충분히 벌어줄 수 있겠 군.’

계산을 끝마친 글라키의 앞에 궁 극의 마법진들이 그려지기 시작했 다.

공허의 힘이 완전히 폭주해버린 다면, 보크루그의 전력을 쏟아낸다

할지라도 파괴해낼 수 없을 것이다.

‘하나 아직 초기다.’

충분히 파괴할 시간이 있다는 것 이다.

실제로도 보크루그의 파괴에 조 금씩 폭주하려던 공허의 힘이 부서 져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의 문제였 다.

‘결국 넌 나의 종이 될 것이다, 정복왕의 사도여.’

서서히 잠잠해져가는 서연을 바 라보며 보크루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흐른다.

뒤편에서는 세계를 진동시키다 못해 부숴내기 시작한 힘의 충돌이 시작되었지만, 과연 글라키는 가장 현명한 괴신이었다.

‘요령껏 힘을 조절해가며 시간을 벌어주고 있군.’

저런 형태의 싸움이 지속된다면 세계가 붕괴되기 직전에 폭주하는 공허를 모두 파괴해내고, 정복왕의 사도를 종속시킬 수 있다.

폭주하는 공허의 힘이 부서짐에 따라 본래 머리와 눈동자 색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서연의 모습이 보 였다.

보크루그는 파괴의 힘을 줄여내 며 느긋한 발걸음으로 서연에게 다 가간다.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거 라, 더 이상 무의미한 고통을 받을 필요 없지 않느냐.”

뇌리를 파고드는 듯한 목소리에 다소 시선이 탁하게 풀려있는 서연 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였다.

회색빛 섬광이 보랏빛으로 물든 파괴의 세계를 가로지른다.

콰광-!

폭음과 함께 보크루그의 신형이

뒤로 짧게 밀려났다.

다급하게 펼친 방어막은 부서졌 고, X자로 교차시킨 팔에는 상처가 남았다.

“……?!”

의문, 전력을 개방한 육체에 갑 작스러운 기습 공격이라지만 상처 를 남길 만한 존재는 드넓은 우주 에도 몇 되지 않는다.

헌데 눈앞의 사내는 그 몇 되지 않는 존재가 아니었다.

“한서준?”

보크루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 다.

본래 한서준의 강함은 분신체를 능가했지만, 절대 본신을 상대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단 일격에 상처를 입었다.

이것만으로도 당황스러울진대, 갑작스럽게 모습을 나타낸 한서준 이 하는 말은 더 가관이었다.

“내 가족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

크게 분노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 는 서준이 탈진하여 쓰러지는 서연 을 한 손으로 잡아당기며 선언한다.

자연스레 보크루그의 입가에는

헛웃음이 흘렀다.

“가족……? 미천한 생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묶은 유대감 을 말하는 건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나한테는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 리 가벼운 게 아니야.”

“혼돈의 황제의 자리에 올라서까 지 미천한 것들의 생각을 버리지 못했나 보군,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니 더 들을 필요는 없겠군, 그냥 정복왕의 사도만 내놓고 꺼지 도록 하거라.”

“방금 내 말 못 들었어? 내 가족

한테 손대지 말라 했잖아.”

“고대의 존재라 칭송받는 이 몸 이 미천한 것의 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서준은 검지를 들어 보크루그를 가리키며 웃어 보인다.

“듣지 않는다면, 오늘 그 미천한 것의 손에 죽게 될 거야.”

“죽음이라……. 고작 분신체들 몇을 잡았다고 기고만장하고 있다 니, 본신의 전력을 느끼게 해주도 록 하지.”

미간을 찌푸린 보크루그의 눈매 가 가늘어진다.

일대에는 보랏빛 파괴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대단하긴 한데, 생각한 것만큼 은 아니네.”

“말만큼이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길 바라네.”

보크루그의 입가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서준은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살의와 악의를 선명히 느꼈 다.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거니까.”

여유로운 서준의 말에 보크루그 의 기운이 평온한 듯 잔잔하게, 하

지만 거대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보크루그의 시선은 어느덧 전장에 떨어져 내린 묵색의 기운을 향하고 있었다.

“네놈의 허세에 어울려 주고 싶 다만, 저 괴물까지 이 싸움에 개입 하게 된다면 일이 상당히 귀찮아질 것 같아서 자비를 보여줄 수가 없 어, 대신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는 보내주겠네.”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 봐.”

서준이 검지를 까딱- 거린다.

눈빛과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 하다.

“자신감이 과하군.”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지.”

“지금 보이는 여유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걸세.”

서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동조했 다.

“맞는 말이야.”

쾅-!

평온하던 기운이 단숨에 난폭하게 치솟아 오르며 쏘아진 보랏빛 섬광을, 주먹을 내질러 가볍게 상 쇄시킨 서준의 두 눈이 회색빛으로

물들어갔다.

“네놈의 그 여유로운 태도가 그 리 오래가지는 못할 거야.”

모든 것을 통찰해낼 수 있는 황 금안을 개방한 만큼 글라키의 마법 을 파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 았다.

문제는 이성을 부여잡고 있는 것

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이다.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 도였다.

그렇기에 최대한 빠르게 서연을 구출해서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해졌어.’

사실 케탈루가 강하다고 해보아 야, 오랜 시간 위지강과 함께 험한 전투들을 거치며 성장해온 위지율 의 입장에서는 그리 두려운 적은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케탈루를 소멸시 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하다못해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

할지라도 언제든 서연을 데리고 전 장을 이탈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군세들을 불러 냈을 당시에도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서연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문제는 고대의 존재들이 갑작스 레 전장에 참전한 이후부터였다.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모든 계획 이 꼬이고 말았다.

용언을 쏟아내고, 황금안을 개안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벅찬 상대들 이었다.

특히 그중, 가장 현명한 괴신이 라 불리는 글라키.

마극에 달한 그의 마도들은 황금 안을 개안해낸 위지율을 확연히 압 도했다.

때문에 위지율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용의 숨결.’

용족이 가진 최강이자 최후의 수 단이라 할 수 있는 공격을 펼쳐낸 다.

아마 앞을 가로막고 있는 글라키 의 마도조차도 압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용의 숨결이라는 것 자체 가 본능적인 힘, 용족의 힘을 이끌 어내는 것인 만큼 이성을 유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선 아무 의미가 없다.

단순히 전투의 승리가 목적이라 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금 위 지율의 목표는 서연을 구출하는 것 이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저

도 모르게 위지강을 향한 불만이 피어난다.

‘진짜! 아까부터 연락도 제대로 안 받고!’

속이 터지다 못해 원한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며, 이성의 끈이 끊겨갈 때쯤이었다.

허공에서부터 묵색의 섬광이 거 짓말처럼 내려온다.

너무나도 낯익은, 평안한 사내, 위지강의 손길이 눈이 반쯤 돌아간 위지율의 이마를 짚어온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이제 그만 쉬고 있거라.”

“……지금은 참겠는데, 나중에 다시 보자.”

위지율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흐른다.

커다랗던 덩치는 단숨에 손바닥 만 하게 변했으며, 진한 살기를 뿜 어내던 눈동자에는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일단 조금 잘게…… 뒷일을 부 탁……

“걱정 말거라.”

위지강이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 어주자 평온한 얼굴을 한 위지율이 두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든다.

보르쿠그와 계약을 맺어 시간을 끌고 있던 글라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위지강……

모를 수가 없었다.

드넓은 우주에서도 무의 끝에 달 한 존재.

인간으로 태어나 고대의 존재들 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이레귤러.

하나같이 위협적인 명칭이었지만 특히나 글라키의 심기를 건드리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상성이 좋지 못해.’

멀리서 마법을 쏘아내야 하는 글 라키는 초근접전의 전투를 벌이는 위지강과의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 에 없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전투를 치 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이미 거리마저 좁혀진 상 황이다.

“글라키.”

많은 상처를 입은 위지율의 모습 을 확인한 위지강이 고개를 돌린다.

글라키를 응시하고 있는 시선은 차갑다 못해 시릴 정도였다.

살갗이 당장이라도 베어질 것 같 은 진한 살의에 자연스레 글라키의 입가로는 쓴웃음이 홀렀다.

“……이러면 손해가 너무 커지는 데.”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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