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권 16화
441 화
눈앞에 나타난 광전사들에서연 의 눈이 가늘어진다.
‘강해……
앞서 나타난 광전사들도 강하였 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내려오는 일 반적인 광전사들보다 더 강렬한 기 세를 내뿜는 존재에게로 시선이 향 한다.
같은 명칭으로 묶여있었지만, 광 전사들이라고 하여 모두 똑같은 힘
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기세가 앞서 싸운 케탈 루에 못지않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다.’
어째서 황제에 오르지 못한 것인 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눈앞의 다섯 광전사만으로도 골 치가 아플 정도였다.
그런데 주시해야 할 적은 광전사 들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잘린 팔을 회복시킨 케탈 루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귀찮게 됐네……’
일전에 침공해왔던 망각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자연스레 서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적당히 해서는 힘들겠어.’
공허의 힘을 모두 개방해낸다면 케탈루와 광전사들을 동시에 감당 할 수 있을까?
분주히 머리를 회전시키며 계산 을 해가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아직 케탈루는 완전히 전력을 개방 한 것도 아니었다.
“광전사들이여, 황제의 축복을 받거라.”
케탈루가 붉은 창을 들어 올리는 순간 퍼져나가는 기운들에 눈앞의 광전사들의 기세가 증폭되어 간다.
위험하다.
머릿속에 그려 냈던 케탈루의 죽 음이 흩어진다.
하나 서연은 웃었다.
“하......
눈빛에는 날카로운 전의를 일으 켰다.
“어차피 잔챙이들에 불과해!”
서연은 위대한 정복왕의 사도다.
한때 우주의 패자라 불리었던 존재의 힘을 이어받은 존재이자, 수 련을 받은 후예이다.
콰아아아—!
거센 기운이 일어나며 서연의 전 신을 감싼다.
회색빛 기운과 함께 바닥에서 촉 수들이 치솟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세계를 거대한 촉수들 로 덮어내는, 거대한 공허를 불러 낸다.
과거, 혼돈의 세계에서 사용했던
것에 비하자면 수십 배에 달하는 숫자.
전력으로 공허의 힘을 개방해낸 서연은 본인조차도 자신의 힘, 감 각이 적응되지 않았다.
하나 넘쳐 오르는 힘은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서는 절대자 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콰가가가-!
존재감만으로 하늘과 땅이 갈라 지며, 공허에 휩싸인 세계가 절규 를 토해낸다.
기세등등하게 등장한 광전사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케탈루 역시 경악을 토했다.
서연 본인이 그렇듯, 그들 역시 그녀가 이만큼이나 강렬한 힘을 가 졌을지 몰랐다.
“전력을 다한다고 했으니 나도 특별히 그 장단에 어울려주도록 해 줄게.”
세계 곳곳에 솟아난 촉수들이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거세게 움직 이기 시작한다.
공허 폭주, 최악의 힘이 담겨있 는 촉수들이 빠른 속도로 휘둘러지 는 순간이었다.
“거친 전사들이여! 찢어발겨라!”
창을 드높이 올려 세운 케탈루의 목소리가 퍼져나가자 붉은 기운이 회오리처럼 퍼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케탈루의 주변을 호 위하고 있던 광전사들의 육체 전체 에서 밝은 빛이 퍼져 나왔다.
“죽음조차 두려워 않는 광전사, 키레쿠는 결코 패배를 모르니!”
뻗어진 창끝이 가장 후방에서 있던 광전사, 키레쿠를 향했다.
두 눈을 붉게 물들인 키레쿠가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한 촉수들을 향해 괴성을 내지르며 돌진한다.
콰과과광-!
폭음과 함께 세상이 깨질 듯이 뒤흔들렸다.
“크아아아-!”
그 끝에 승리의 포효를 내지른 것은 키레쿠였다.
광전사들 중 가장 위협적이라 생 각했던 그가 수백에 달하던 촉수들을 단신으로 베어낸 것이었다.
자연스레 서연의 눈이 가늘어졌 다.
‘광전사의 힘이 강력하기는 해도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하나 지금의 키레쿠는 자상들조 차 입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전장에서 있었다.
“광전사들이여! 돌격하라-!”
쿵, 쿵, 쿵-!
케탈루의 주변에서있던 광전사 들이 각자의 병기를 뽑아들고 거친 발걸음을 내딛는다.
동시에 세계로 퍼져나가는 광기 에서연은 뿌려놓은 공허의 힘이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 광기......
새삼 공허가 상대하기 가장 까다 로운 고대의 힘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상성도 좋지 못했는데, 케탈루와 그를 따르는 광전사들은 만만히 볼 적수도 아니었다.
두려움이나 망설임을 일절 느끼 지 않고 뛰어드는 광전사들과 그 뒤를 따라 바짝 달려오는 케탈루.
처음으로 전력을 개방해낸 것이 었지만 마음에 문득 두려움이 치밀 어 올랐다.
‘이건 조금 위험하겠는데.’
정복왕의 사도가 된 이후, 처음 으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패배라는 걸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패배로 인한 결과로서 죽음 을 맞이하게 된다면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고, 지킬 수 없게 된단 사실이 두려울 뿐이 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짜증 나는 오빠까지……
그러니 죽기 싫다.
어떻게 해서든 승리를 쟁취해낼
것이다.
불러낸 촉수들이 박동하며 세계 가 준동하기 시작한다.
콰르르릉-!
세계 전체를 뒤덮는 굉음과 함께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 가속을 한 촉수들이 광전사들의 육신을 수천 번 내리친다.
달려들던 광전사들의 육신이 휘 청였으나, 케탈루가 창을 휘저으며 붉은 회오리를 발산하자 거짓말처 럼 회복해내며 다시금 발을 놀린다.
가장 먼저 서연의 지근거리에 도 달한 것은 키레쿠라 불린 광전사였
“정복왕의 사도라 씹어 삼키는 맛이 있겠어!”
거칠게 외친 키레쿠가 양손으로 서연의 팔을 깨물어낸다.
피부를 파고든 날카로운 이빨이 팔을 통째로 뜯어내려 한다.
“멈춰!”
서연이 제어한 시간이 키레쿠의 움직임을 구속해낸다.
느리다 못해, 완전히 멈춰낸 서 연이 키레쿠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다.
아무런 방비 없이 허용한 공격인 만큼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콰직-!
주먹이 닿는 순간 키레쿠의 머리 가 터져나간다.
허나 영멸을 맞이한 것은 아니었다.
“광전사여! 찾아온 죽음마저 광 기에 물들여 버리거라!”
케탈루의 광기.
“크아아아-!”
머리가 반쯤 터져 나가버렸지만, 오히려 더욱더 난폭해진 키레쿠가
괴성을 내지르며 서연의 팔을 잡고 비틀고, 으깨낸다.
“크읍-!”
아찔한 고통에서연의 얼굴이 일 그러진다.
허나 이런 고통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였다.
그 뒤를 따라 다른 광전사들이 뛰어들고 있었다.
광전사들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는 듯 서연의 사방을 휘어 감고 각 자의 힘을 펼쳤다.
가지고 있는 방대한 공허의 힘, 강력한 육체의 힘, 시공간을 제어
하는 능력마저 모두 의미가 없었다.
‘저 빌어먹을 광기.’
케탈루, 서연을 영멸하겠노라고 선언했던 저 광기의 황제를 죽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까스로 공허를 펼쳐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지만 이마저 도 얼마가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도 몸 곳곳에 일어나는 상 처들에 핏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런 고통을 겪은 게 대체 얼마 만이던가?
‘ 빌어먹을.
이를 악문 서연의 눈에 물든 독 기가 더욱 강렬해졌다.
이런 식으로 싸워서는 죽음을 피 할 수 없다.
서연의 시선이 한 발자국 거리를 벌린 채로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 있는 케탈루를 향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
생명체를 가진 존재라면 익히 가 진 본능이다.
목숨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생존 본능이 내면에 스스로
가둬놓은 공허의 힘마저 이끌어낸 다.
“크아아니”
괴성과 함께 갑작스럽게 일어난 회색빛 균열이 거대한 기파를 쏘아 내며 일대를 휩쓸었다.
콰과광-!
하나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있던 것인지 케탈루를 비롯한 광전사들 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려낸다.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먼 곳에서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 는 케탈루의 모습이 서연의 두 눈 에 선명히 들어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케탈루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 없다.
마치 이런 상황이 당연한 결과인 것마냥 아무런 감홍이 느껴지지 않 는다.
그저 차가운 눈동자로 목숨을 취 해내갈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다.
‘농락당하고 있는 것 같네……
지독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 는다.
그를 따르듯 서연의 발밑에서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촉수들
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회색빛보다는 백색에 가까운 듯 한 희미한 촉수가 솟아오르더니 마 치 극강기를 닮은 것 같은 불꽃의 형태를 보이며 흐물흐물거린다.
“진짜 공허를 보여줄게.”
솟아오른 촉수들이 세계를 휘감 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거대한 검은 기운이 재빠르게 전 장에 난입한다.
콰광-!
폭음과 함께 서연을 향해 달려들 려 했던 광전사들과 케탈루가 기의 파장을 견뎌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
난다.
갑작스레 난입한 강력한 힘에서 연 또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지율……?”
묵처럼 검은 비늘을 뒤집어쓴 거 대한 용의 형상.
그녀가 황금의 눈동자를 빛내며 서연을 차갑게 직시한다.
“진정해, 지키려는 은하를 파괴 해버리려는 거야?”
서연의 의문이 끝나기도 전, 케 탈루가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위지율! 웬 계집인가 했더니 초 대 천마의 수호룡이었구나!”
“그걸 이제야 안 것이냐?”
코웃음을 친 위지율이 케탈루와 광전사들을 노려보았다.
“알았으면,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게 어떤가? 나와 내가 어여삐 여기 는 동생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쉽 지 않을 텐데?”
완벽한 용의 형태로 변한 위지율 의 기세가 세계를 뒤덮는다.
서연과 마찬가지였다.
작은 용 형태, 혹은 반인반룡일
때와는 명백히 다르다.
난폭하고, 거칠며, 당장이라도 모 든 것을 부숴버릴 것 같은 용의 힘 이 가진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강해.’
서연은 그 압도적인 힘에 정신이 번쩍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초대천마의 수호룡.
우주협회에서 용족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만든 모든 수 초룡의 시초.
광제, 케탈루 또한 보여 주었듯 이 위지율 역시 그 전설적인 존재 의 힘을 여실히 알게 해줄 정도의
강력함을 갖추고 있었다.
의지할 곳이 있어서일까?
마음속에 찾아온 안정감에 차분 히 전장을 인식하기 시작한 서연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너무 흥분했었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귓전에 선명하게 들려온다.
집어삼켜라.
은하를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허 로 만들어 내는 거다.
우리와 함께 공허가 되어 살아가 게 만드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날뛰는 공 허에 잡아먹혀버린 괴물들의 음성 이 고압적인 악의로 정신을 뒤흔들 고 있었다.
끊임없이 치솟는 부정적인 감정 들이 계속해서 정신을 좀먹으려 한 다.
많은 공허를 개방해서인지 머릿 속을 가득 매운 음성을 떨치기 쉽 지가 않았다.
‘이래서 정복왕 님께서 공허를 조심히 다루시던 거였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토 록 강대한 힘에 단점이 없을 리가
만무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하고 싶 었으나 눈앞에는 아직 처리해야 할 적들이 있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듬직한 수호룡 이 참전을 선언해왔다는 것이다.
머릿속을 가득 매우는 사념들을 몰아내고 있던 찰나, 어느 정도 대 화가 진행된 것일까?
“……명령 때문에라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인가?”
케탈루가 내뱉는 짜증 어린 음성 에 위지율이 코웃음을 보인다.
“위지강이 시켜서 억지로 지키러
온 거긴 하다만, 그런데 대화를 나 눠 보니 마음이 잘 통하더군, 그래 서 짐은 이 아이를 동생으로 삼을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얌전히 물러나는 게 좋을 거다.”
위지율의 비웃음에 케탈루를 비 롯한 광전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 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