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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32화 (432/517)

- 18권 15화

440화

난데없이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에 황급히 창문을 바라본 강석 호의 입에서는 한탄 섞인 한숨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아……. 시작된 건가.”

벌어진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하늘을 제대 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하늘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강 한 두통이 밀려오는 회색빛 균열이

일어나 있었다.

강석호 정도의 각성자들은 저 균 열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된 일 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결계와 가호들이 정신 을 보호하고 있기에 가능한 거겠 지.’

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만큼 방어 에 대한 대책도 착실히 세워나가고 있었다.

은하 각지에서 모여든 마법사들 은 힘을 합쳐 대결계를 세워냈고, 수많은 신들은 가호를 내려 방벽을 세워냈다.

그야말로 철옹성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둘러진 방 벽들을 뚫고 위협을 가해올 수 있 는 강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떻게 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냐 고?

[얌전히 무릎 꿇고 경배하며 멸 망을 맞이하거라…….]

“몇 번째 멸망 선언인지 모르겠 군……

솔직히 말하자면, 지겨울 정도였 다.

물론, 눈앞에 닥친 현실이 우스 운 것은 아니었다.

현재 리벨리온의 전력을 알면서 쳐들어왔다는 것은 나름 그에 따른 준비를 해왔다는 말이다.

자칫하면 고향 행성인 지구가 위 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리벨리온 의 주요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 이었다.

명령을 내렸거나, 대비책이 세워 진 것은 아니었다.

[정복왕의 사도인가? 감히 혼자 서 군단을 상대로 맞서 싸우겠다는

건가?]

다만 하늘을 울리는 목소리가 서 연이 적과 접촉했음을 알려주고 있 을 뿐이었다.

[주샤콘 님의 마지막 자비이다, 발악하지 말고 얌전히 죽음을 맞이 하거라. 그렇다면 크나큰 고통은 없을 것이다.]

오만한 음성에 그녀는 무어라 대 답한 것일까?

[..크하하하!]

커다란 음성이 하늘을 떨치다 못 해 땅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기왕이면 다른 데 가서 대화를

나누면 좋겠는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지구에 여파가 미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업무들에 지쳐가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일거 리가 늘어나는 것은 질색이었다.

이런 강석호의 바람이 닿았음인 가?

[굳이 비참한 현실을 직접 겪어 봐야겠다면 어쩔 수 없지, 네놈이 원하는 전장을 골라 보거라.]

짧은 침묵이 흐르고, 빛이 폭발 하듯 다시 한번 사방을 뒤덮은 이 후 지구는 다시 빠르게 안정을 되

찾아간다.

“ 으음......

신음을 홀린 강석호가 숙이고 있 던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바라 보았다.

“여전히 흐리군.”

힘의 여파가 남아있는 것인지 푸 른색이었던 하늘은 회색빛으로 우 중충하기만 하다.

쿠르릉-!

이어진 천둥소리와 함께 자욱한 비 내음이 코를 파고들어 왔다.

‘……별일이야 없으시겠지.’

서연은 이미 앞서 황제에 올라있 다는 괴물 두 명을 홀로 처치해낸 이력이 있었다.

벌어지지 않은 일에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강석호는 마음 한편에서 치밀어 오른 걱정을 애써 억눌 렀다.

마치 혼돈의 세계와 같은, 회색 빛뿐인 황량한 평야가 늘어진 세계 였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회색빛뿐인 세상, 나무와 수풀들마저 고개를 숙인 채 죽어버려 생명이라고는 조 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멸망해버린 세계의 풍경을 둘러본 서연은 눈앞에 떠오른 균열 을 직시했다.

정확하게는 균열 너머, 두터운 갑주를 입고, 피처럼 붉은 창을 쥐 고 있는 혼돈인이 입을 연다.

“최후를 맞이하기에 적합한 전장

이군.”

“아무것도 남지 않은 멸망한 세 계, 너 같은 놈들이 최후를 맞이하 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긴 하지.”

붉은 기운을 휘감은 사내의 음성 은 더 이상 울려 퍼지지 않는다.

땅을 뒤흔들지도 않았으며, 뇌리 에 울려 퍼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구에 있을 때의 그는 훨씬 더 날카로웠다.

“겁이라도 먹었나 봐? 지구에서 는 겁먹은 강아지처럼 덩치를 부풀 려가며 짖더니, 여기선 꽤나 얌전 하네.”

사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다.

허나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 닌 듯했다.

실제로도 입술을 삐죽였고, 다시 굳게 닫으며 미간을 깊게 찌푸리고 있었다.

“미천한 바깥 은하의 것들을 두 려워할 이유가 없지.”

“어중간한 태도 보이면서, 간 보 지 말고 빨리 싸움이나 시작하지?”

말을 꺼낸 것은 서연의 등 뒤에

서 미간을 찌푸린 채로 불쾌감을 보이고 있는 위지율이었다.

그에 잠시 사내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따 라오다니 실력은 제법인가 보구나.”

“너한테 평가받을 정도는 아닐 걸?”

“상당히 당돌한 계집이로구 나……

거친 언사가 꽤나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은 사내의 시선이 위지율 의 전신을 홅는다.

그 순간 날카롭게 쏘아진 검은

기가 사내의 얼굴을 매섭게 스쳐 지나갔다.

핏-!

상처가 벌어지는가 싶더니, 순식 간에 치유된다.

놀란 사내가 위지율을 새삼스러 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스스로의 감정도 억제하지 못하 는 쓰레기 주제에 함부로 눈깔을 돌리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

“성격부터 생김새까지 오랜만에 이 몸의 마음이 흔들리는구나.”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은가 보구 나?”

“크하하하……

위지율의 서슬 퍼런 경고에 사내 가 손에 쥐고 있던 붉은 창을 앞으로 내지른다.

내뻗어진 붉은 창에서는 거대한 광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창에서 흘러나오는 광기의 힘은 앞서 지구를 침공해왔던 망각제들 보다도 몇 수는 위였다.

“혹여 이 몸의 정체를 알고 있느 냐?”

“……어차피 곧 죽을 놈 정체를 알아서 뭐해.”

서연이 가볍게 고개를 내저으며 기세를 마주 일으켰다.

어느덧 눈동자가 회색빛으로 변 한 그녀의 주변에서는 회색빛 촉수 들이 솟구쳐 나오며 사내의 광기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과연, 한때나마 우주의 패자라 불렸던 정복왕의 사도로다, 그분께 서 영멸을 명하신 이유가 있겠지. 기억하라. 네게 죽음을 선사할 존재를……

음성과 함께 붉은빛이 회색빛 촉 수들에 지지 않겠다는 듯 규모를 키워간다.

콰과과-!

붉은 기운과 회색빛 촉수들의 충 돌이 강렬해진 전장의 한복판.

돌무더기가 튀어 오르며 중력을 역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광기의 황제, 또한 위대하 신 주샤콘 님의 사도…… 케탈루 다!”

뻗어진 창에서 흘러나온 붉은 기 운이 단숨에 회색빛 촉수들을 가르 고 서연의 어깨를 관통해낸다.

콰과광-!

폭음과 함께 대지의 일부가 일그

러지고 갈라지며 무너져간다.

“크읍-!”

어깨의 고통 따위는 문제가 아니 었다.

갑작스레 머릿속을 가득 매우는 잡음들에 미간을 찌푸린 서연이 케 탈루를 바라보며 손을 내뻗었다.

스르륵-!

사방으로 흘러나온 회색빛 촉수 들이 단숨에 케탈루의 전신을 꼬치 처럼 꿰뚫으려 한다.

콰과광-!

하나 무엇도 닿지 않는다.

서연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공허 의 힘으로 빚어진 촉수들이 붉은 기운, 광기에 오히려 역으로 집어 삼켜지며 제멋대로 미쳐 날뛰기 시 작한다.

“무의미한 발악을 하려는구나, 미천한 것이여.”

케탈루가 비웃음을 지으며 창을 크게 휘두른다.

쩡-!

세계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서연 의 전신이 잠시 휘청이며 입가에서 는 다시 한번 피가 쏟아져 나온다.

“생각보다 하찮구나. 정복왕의

사도여.”

광제(狂帝), 케탈루의 입가로 승 리의 미소가 피어날 때였다.

“……멍청이.”

작게 읊조린 서연은 손바닥을 말 아 쥐며, 케탈루가 내뿜는 광기를 휘어잡았다.

새하얀 손이 붉은 광기에 잠식되 어 날뛰려 한다.

하나 그조차도 짧은 시간이었다.

일대를 맴돌고 있던 붉은빛이 순 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덧 광기에 반 이상 잠식된

촉수의 형태가 날카로운 가시의 형 태로 변형되며 케탈루의 육신을 뚫 고 지나간 것 역시 삽시간에 벌어 진 일이었다.

콰직-!

날카로운 피륙음과 함께 핏물이 튀어 올랐다.

“감히…… 광기를 잠시 물렸다고 하여 이 몸과 대등할 수 있을 줄 아느냐?”

인상을 찌푸린 케탈루가 바닥에 쥐고 있던 창을 내려찍는다.

쿠궁-!

지진이 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케탈루가 내리꽂은 창에서부터 다 시 한번 붉은빛이 뻗어져 나온다.

“죽어.”

그 직전, 케탈루를 향해 뻗어진 또 다른 회색빛 촉수들이 순간적으로 가속하며 육신을 베어낸다.

서걱-!

피륙음과 함께 케탈루의 팔이 허 공 높이 치솟아 오른다.

시간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은, 상식을 벗어난 속도.

케탈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졌다.

‘……내가 오만했었군.’

입가로 흐릿한 미소가 흘렀다.

‘역시 주샤콘 님께서 옳으셨다.’

어중간한 마음으로 정복왕의 사 도를 얕잡아 보았다가는 큰코다칠 터였다.

‘과연 정복왕이군.’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시간을 주게 된다면, 정복왕의 세력은 언제든지 우주의 패권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복왕의 세력을

확실히 제거해둬야만 한다.

쿵-!

망설임 없이 내리꽂은 창을 포기 한 케탈루가 잽싸게 발을 놀리며 자리를 벗어난다.

당연하지만, 전투를 포기하고 도 망치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투구 아래로 보이는 눈동 자에는 더욱더 강렬한 투지가 엿보 이고 있었다.

“인정하마. 너는 일반적인 바깥 은하의 것들과는 다르다, 이제부터 는 전력으로 영멸시켜주도록 하지.”

“누가 누굴 영멸시키겠다는 건지

모르겠네.”

서연은 코웃음을 쳤다.

눈앞의 사내, 케탈루는 분명 강 하다.

전력을 다한다면 분명 만만치 않 은 적일 터다.

하나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자리는 케탈루의 무덤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이 세계에 광제라 불렸 던 존재는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가진 힘 자체만으로는 정 복왕의 사도인 너를 뛰어넘을 수

없겠지, 허나 상성상의 우위는 내 게 있지.”

파괴, 광기, 공허, 망각, 모두 같 은 고대의 힘이라 불리고 있었지만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상성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공허는 광 기를 이겨낼 수 없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무 언가를 가지며 빠르게 잠식되기 마 련이었다.

애초에 케탈루 또한 이러한 상성 들을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자신 감을 내비추고 있던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케탈루가 자신감 을 내비춘 것은 이러한 상성 때문 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더불어 난 위대한 황제다, 혼자 가 아닌 군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의 두려움을 모르 지.”

케탈루가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 았다.

“광전사들이여, 오너라! 너희들의 황제를 지켜라!”

케탈루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허공에서부터 내려온 붉은 계단이 길게 이어졌다.

그 모습을 위지율의 눈매가 가늘 어진다.

“은하끼리 연결되어 있다고?”

불행 중 다행일까?

생각보다 붉은 계단에서부터 내 려온 기척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확하게 다섯뿐이다.

허나 문제는 그들 모두가 황제라 불릴 만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점 이었다.

“네놈이 망각제들을 영멸시켰다 는 정복왕의 사도로구나.”

“비록 사이가 좋지는 못했다만

같은 종이었던 만큼, 그들을 대신 하여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을 찢 어 죽여주도록 하마.”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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