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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30화 (430/517)

- 18권 13화

438화

무미건조한 세상, 회색빛뿐인 하 늘과 시선의 끝자락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땅이다.

스스로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로 특징이 없 는 세상의 중심.

어떠한 생명체나 색상도 없던 행 성에 다섯 개의 빛줄기가 동시다발 적으로 쏟아져 내린다.

찰나의 순간, 서로가 서로를 바

라보는 눈동자에는 진한 경계심이 어려 있었다.

“크하하! 역시 오래 살고 볼 일 이야, 우리가 모두 모이다니, 대체 얼마 만의 일이지? 만 년? 아니 더 됐나?”

뱀과 같은 가는 는동자를 한 사 내가 양팔의 촉수를 일렁거리며 입 을 열었다.

뒤이어, 반인반수(半人半獸), 얼굴은 거북이를 닮았고 육신은 인간 과 같은 괴물이 꼬리 대신 솟아난 기다란 촉수들을 분주히 움직이는 것으로 주변을 확인한 이후 사내를 향해 짧게 혀를 찼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네놈 은 여전히 시끄럽구나.”

“음흉한 네놈의 촉수들도 여전히 분주히 움직이고 있잖아.”

이어진 도발에 기다란 촉수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사내를 웅 시한다.

진득한 살의가 퍼져 나오는 듯했 으나, 다행히도 그 기운들이 폭발 하는 일은 없었다.

“네놈 같은 약골이랑 싸워봤자, 내 체면만 떨어질 뿐이지.”

대신하여 날카로운 말이 쏘아졌 고, 그 음성에 건장한 덩치의 사내

의 손 대신 자리 잡은 촉수가 크게 팽창한다.

“이 개자식이…… 진짜 죽고 싶 어 환장을 했나 보구나?”

보랏빛 광선이 쏘아지며 회색빛 세상을 갈라낸다.

콰르릉-!

뒤를 이어 폭발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며 지진이 일어난다.

무미건조했던 세계가 무너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세계가 붕괴될 수 있 는 위급한 상황.

허나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이 상황을 개의치 않 아 했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일말의 감정 은커녕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는 듯했다.

그저 시선을 허공에 둔 채로 무 언가 중얼거리며, 제 할 일에 집중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허공에서부터 거대한 육 신이 떨어져 내렸다.

“네놈들은 여전히 사이가 안 좋 군.”

“글라키! 드디어 회복을 끝마쳤

나 보구나.”

그의 등장에 잠시 고개를 돌린 뱀의 눈을 한 사내가 기세를 거두 며 입가에 호선을 그린다.

“저 이름도 가지지 못한 빌어먹 을 놈을 죽여 버리려던 차인데, 함께하겠나?”

“정말로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진즉에 싸움을 벌였겠지,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려 하지 말고 현 명하게 행동하도록 해라.”

“진심이라면?”

사내의 물음에 글라키의 눈동자 가 길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쿠구궁-!

등짝에 자리 잡은 가시들에서 그 려지는 육망성의 마법진 모습에 뱀 의 눈을 한 사내뿐만 아니라 아무 런 관심도 보이지 않던 나머지 존재들까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만약 싸우려 든다면, 무대를 바 꿔야겠지. 이 세계는 내 연구 대상 중 하나다, 만약 이곳에 피해를 입 히며 싸우려 한다면 나도 진심이 될 수밖에 없거든.”

글라키의 은은한 협박에 혀로 입 술을 핥고 있던 뱀 눈의 사내가 이 내 웃음을 터뜨렸다.

“위대한 마법들을 볼 수 있다면 영광이긴 하겠다만…… 그래서는 내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거든, 크 하하!”

“지레 겁을 먹었구나, 역시 가장 약골이라 불릴 만하군.”

기다렸다는 듯 거북이의 얼굴이 낄낄거리는 비웃음을 다시 한번 토 한다.

“저 거북이 놈을!”

뱀의 눈을 한 사내가 다시 한번 분노를 쏟아내려 할 때였다.

“심연의 거주자여, 자네도 내 마 법을 목도하고 싶은 건가?”

한숨을 푹 내쉰 글라키가 묻는 다.

“……죽음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 을 얻었다고 듣긴 했다만, 너무 기 고만장한 것 아니야?”

심연의 거주자라 불린 이의 꼬리 에 달려있던 촉수들이 크게 출렁이 며 반발을 토했다.

“기고만장한 것인지, 실력인지는 직접 겪어보면 알겠지.”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군.”

“크하하, 거북이 자식, 쫄았네. 쫄았어.”

뱀의 눈을 한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검지로 거북이를 가리키며 비웃 음을 크게 토한다.

“현명하지 못한 대화는 그만하도 록 하지.”

지쳤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 글 라키가 고개를 내젓는다.

“애초에 이런 이야기를 하려 모 인 게 아니지 않나? 자네들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주샤콘 녀 석이 움직였다. 아마 문을 열려고 하겠지.”

심연의 거주자는 의외라는 듯 어 깨를 으쓱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렸군.”

고대의 존재들은 만족을 모르는 존재였다.

애초에 혼돈에 그 누구보다도 많 이 잠식이 된 존재인 만큼 부정적 인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채워지지 않 는 갈증을 느끼며 욕심을 낼 수밖 에 없었다.

가까스로 억눌러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주의 강제성, 그저 상황 이 여의치 않아서 움츠리고 있을 뿐이었다.

허나 기회를 인지하고 나면 움직

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크루그, 이브의 존재들에게서 올라온 보고는 없었나?”

“우리가 예상한 대로 망각제들을 제물로 삼아내며 균열을 강제로 벌 려내고 있더군, 끅끅.”

“둘도 없는 기회가 왔군.”

자리에 모여 있는 고대의 존재들 의 두 눈동자에 탐욕이 차오른다.

새로운 것을 취하고 부숴낼 수 있다는 욕심.

이들 또한 고대의 존재인 만큼 이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낼 수 없 다.

마찬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서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허나 이제는 억누를 필요가 없어 졌다.

“시기는 언제쯤이지?”

“벌써 의식을 시작은 했으니 시 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욕망을 이겨내는 게 힘들다 는 건 알지만 멍청한 주샤콘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글라키의 말에 자리에 모여 있는 고대의 존재들이 콧김을 내뿜었다.

눈매는 크게 찌푸려져 감출 수

없는 불쾌감을 보이고 있었다.

“무슨 뜻이지?”

“실수하면 소멸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거다.”

고대의 존재들은 끊임없는 칭송 을 받으며, 형용할 수 없는 공포이 자 파멸이라 불리어왔다.

헌데 글라키의 입에서 패배를 염 두에 두는 말이 홀러나오고 있었다.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차가운 분노.

고대의 존재들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들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글라

키는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정복왕, 가이사.”

납득할 수 없는 말로 인해 쏟아 지던 분노들은 여전해 보였다.

하나 글라키는 잠깐이지만 고대 의 존재들의 눈매가 흔들리는 것을 목도했다.

때문에 글라키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녀의 사도가 지키고 있다.”

“……확실히 귀찮아질 수 있겠 군.”

우주의 패자라 불렸던 정복왕의 사도.

심지어 근래 많은 힘을 회복했다 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고대의 존재들의 입장에서도 쉽 게 여길 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어차피 고대의 신들께서 눈독을 들이게 된다면, 쉽게 정복할 수 있 을 텐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 는 없지.”

“완전히 빠지는 건 아쉬우니, 우 선 주샤콘으로 확인을 하고 넘어가 자고.”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 모두

들 부정을 표하고 있었지만 글라키 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이 상황을 예견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입을 열고 있었다.

“자네들의 뜻을 존중하지, 하지 만 내가 알기로 그 사도와 정복왕 의 연결 고리가 약해지고 있는 것 같더군.”

허나 이어진 글라키의 말에 고대 의 존재들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 린다.

이번만큼은 변화를 감추지 못했 다.

“더 큰 고대의 힘을 부여하고,

욕망을 충족시킨다면 정복왕의 사 도를 우리가 취해낼 수도 있다는 거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글라키 의 시선이 주변을 홅어본다.

입술을 핥거나 눈매를 가늘게 뜨 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욕심을 분출하고 있었다.

“정복왕의 사도라.”

“탐이 나는 물건이군.”

혼돈에 종속된 힘인 만큼 고대의 힘을 품은 존재는 기본적으로 끊임 없는 욕망을 품고 있다.

끝없이 욕심을 품고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과거에야 정복왕이 억누르고 있 었다지만 연결 고리가 약해진 지금 이라면 그 본능을 점점 더 억누르 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하니 그 욕구를 채워내고 복종을 받아낼 수 있다면, 고대의 존재들 의 목적이자 삶의 이유인 은하의 멸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패자라 불린 정복왕의 힘 을 받은 사도, 다른 고대의 힘이 더해진다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할 필요

가 있겠군.”

“기왕이면 순서를 확실히 정해두 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야기를 꺼낸 거네.”

글라키는 자신의 속내를 모두 고 백했다.

다행히도 자리에 모여 있는 여섯 고대의 존재들이 모두 고개를 주억 인다.

“정복왕의 것을 취해낼 수 있다 니 이토록 매력적인 것을 놓쳐서는 안 되지……

심연의 거주자는 참전을 선언했 다.

“아주 흥미로워, 정복왕의 사도 라니.”

보크루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면 나까지 포함해서 셋이군. 나머지 셋은……?”

글라키의 질문에 대한 아무런 답 없이, 이번 일에 아무런 의견을 보 이지 않은 고대의 존재들이 흐릿한 안개처럼 자취를 감춘다.

포기를 택한 것이다.

‘셋이면 충분하지.’

글라키는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

덕였다.

욕심을 부릴 것 없었다.

공포이자 파멸이라 불리는 고대 의 존재들이 자그마치 셋이다.

정복왕과 같은 무극에 오른 괴물 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닌 이상 변수는 존재치 않을 것이다.

*

위지강의 배려를 통해 편지를 전 달해낸 서준은 조금 더 마음 편히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예상보다 수련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기에 지 구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상당히 신 경 쓰일 수밖에 없던 탓이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이라면, 글재 주가 없다는 점이었다.

잘 지내고 있으며, 기연을 얻어 수련에 들어갔다.

최대한 빠르게 목적을 이루고 돌 아가겠다.

다소 걱정을 덜어낼 수 있게끔,

유한 말들을 적고 싶었지만 방도를 알지 못하여 있는 그대로 적어버렸 다.

처음에는 이러한 것들이 계속 마 음에 걸렸지만 계속되는 위지강과 의 대련에 머릿속이 비워져갔다.

정확하게는 머릿속 전체에 무 (武)에 대한 의문이 대신 자리 잡 고 있었다.

‘왜 같은 초광속의 영역인데 내 가 밀리는 거지?’

앞서 들었던 폭발적인 힘의 문제 일까?

그게 아니라면 무의 이해 자체가

낮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 보았지만, 위지강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대련을 이어나갈 뿐 이다.

‘심, 기, 체.’

이제 와서는 어디에도 흐트러짐 이 없다.

위지강에게 품었던 의문, 미래에 대한 걱정,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같은 심마는 떨쳐낸 지 오래였다.

한데도 넘어서지 못한다.

느꼈던 무극의 벽이 이리도 높았

단 말인가?

이어지는 절망과 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투쟁 속 서준의 의식이 더 욱더 깊은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쾅-!

처음으로 내뻗은 주먹이 위지강 에게 닿는다.

“어떻게……?”

대체 어떤 방식, 어떤 형태였기 에 위지강에게 닿을 수 있었단 말 인가?

당황하고 있는 서준의 시야 속, 위지강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진

내뻗어진 일권, 머릿속에 의문을 피워낸 채로 위지강의 공격을 피할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콰직-!

복부에 주먹을 강타당한서준은 휘청거리는 두 다리를 부여잡은 채 로 의문을 이어간다.

“대체 어떻게……?”

계속되는 서준의 의문에 위지강 이 입을 열었다.

“답을 찾아놓고 헤매고 있구나,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어.”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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