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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429화 (429/517)

- 18권 12화

437화

한 번쯤 이야기는 들어봤다.

우주의 탄생 이후 유일하게 고대 의 신들과 대립했다고 알려져 있는 정체 모를 존재가 있었다.

물론,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이야 기인 만큼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생 각하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이야기가 아 니었습니까?”

실제로도 기록된 것이라고는 고

작 몇 가지의 이야기, 그마저도 갑 작스레 자취를 감추어 사라졌다는 역사가 포함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실존했던 존재가 아닌 고대의 신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 상의 존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현 재 정론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면 너는 지금 내가 하는 말 이 거짓이라는 것이냐?”

의심과 반역은 곧 죽음이다.

가늘어진 주샤콘의 붉은 눈매에 카탈루가 다급히 말을 내뱉는다.

“아, 아닙니다.”

“그리 겁먹을 거 없다, 네놈이

믿든 안 믿든 상관없으니 말이다.”

비릿한 미소를 홀린 주샤콘의 시 선이 신전의 중앙에 위치한 자신의 동상으로 향한다.

“더 이상 너희 같은 쓰레기들에 게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출전할 것이니 말이다.”

길이 열렸다고는 하나 고대의 존재, 주샤콘의 본체가 은하를 넘어 가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는 적지 않다.

적어도 망각제에 오른 이들을 제 물로 바쳐야 했다.

헌데 지금 이 은하에 남아있는

망각제는 한 명, 카탈루뿐이었다.

“그…… 말씀은?”

지진이라도 난 것마냥 거세게 흔 들리는 카탈루의 눈동자를 응시한 주샤콘의 눈매가 붉게 빛났다.

“얌전히 지구로 향하는 길을 열 어 내는 양분이 되거라.”

“제, 제발.”

간절한 카탈루의 말과 함께 그의 몸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온다.

“끄아악—!”

뒤이어, 고통에 찬 카탈루의 비 명 소리가 신전 내부에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서준을 찾아야 한다.

정복왕의 신탁을 받고, 침공을 해온 망각제들을 처리한 서연은 최 대한 신속하게 움직임을 보였다.

허나 애석하게도 결과 자체는 그 리 좋다고 볼 수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서준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던 망 각의 은하에 도착했음에도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짜증이 났다.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계속해서 일을 벌이는 서준의 행 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 또한 명확했다.

‘걱정 좀 적당히 끼치지.’

같은 핏줄, 가족이라는 형태로 묶여 있어서일까?

제 일마냥 불안감이 들며 초조해

진다.

출정을 허락했었지만 이런 무식 한 싸움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심지어 혼자서 출정을 했는 데……

일전에 침공을 해온 군세의 위용 을 생각한다면, 어떤 변수가 생기 어 위기에 닥쳤을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사람 걱정하는 거 뻔히 알 텐데, 연락이라도 좀 하지.’

괜스레 짜증이 치솟는다.

허나 불쾌한 감정은 이뿐만이 아

니었다.

서준이 엄청나게 걱정이 되긴 했 지만, 역설적이게도 한편으로는 이 런 걱정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너 무나도 싫었다.

때문에 더욱더 짜증이 났고, 감 정에 휘둘리게 되어가고 있었다.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었지만 서연이 바라는 바는 단 하 나였다.

‘몸은 무사해야 할 텐데.’

어떻게든 두 눈으로 몸 상태를 확인한 후에, 이번 일에 대한 추궁 도 하고 싶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로 이루 지 못했다.

망각의 은하에 가득 찬 잿빛 기 운 때문에서준을 추적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 고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을 이용해 가까스로 망각의 은하 곳곳을 돌아 보았지만 서준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서준의 사도인 나라연천을 데리 고 망각의 은하까지 갔다 왔지만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고 했 다.

이후로는 길잡이였던 카터가 급 한 일이 생겼다며 갑작스레 헤어지 게 되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도 없었다.

가슴 한편이 답답해질 정도의 상 황에 숨이 꽉 막힐 때였다.

눈앞에 칠흑과 같은 어둠이 넘실 거리며 검은 신형이 모습을 드러낸 다.

“천마님께서 부탁하신 편지다.”

중원 대륙의 무인들과 같은 복장 을 걸친 손바닥만 한 용이 자그마 한 편지를 건네 온다.

눈을 가늘게 뜬 서연이 당황한

표정으로 용을 바라보았다.

“너 누구야?”

“적이었다면 진작 공격을 했을 테니, 그.리 날 세울 것 없다.”

용의 반박에서연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반박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노리고 접근해온 적이었 다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순간, 공 격을 가해왔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대놓고 모 습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서연 맞지? 오빠인 한서준이 네게 전해 주란 거다.”

이어진 말에는 서연의 눈이 휘둥 그레진다.

어느새 손은 용이 입에 물고 있 던 편지를 낚아채어 밀봉을 뜯고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서연의 눈에 습기 가 차오르려 한다.

w 진짜.

“설마 우는 건가?”

용인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찰나, 서연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

물더니 미간을 찌푸린다.

“진짜 걱정이란 걱정은 다 시켜 놓고…… 이번에 돌아오면 진짜 죽 여 버릴 거야……

거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다소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억누르는 듯, 콱 막혀 있었다.

이런 서연의 모습에 용인의 표정 이 담담하게 굳어졌다.

직후, 손바닥만 했던 용은 검은 기운에 휩싸이더니 인간의 형태를 취한다.

다소 요염한 눈빛에, 긴 흑발 머

리, 용을 상징하는 꼬리와 날개를 가진 용인(龍人)의 형태가 된다.

“하아…… 분명 천마의 핏줄이라 들었는데.”

이후 그녀는 말없이 서연을 안아 주었다.

서연은 그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편안함.

등을 토닥여주는 용인의 눈빛에 는 오랜 회한이 묻어났다.

“네 마음 안다고 말하지 못할 거 다, 하지만……. 원래 천마라는 것 들은 제멋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니

까……

이상할 정도로 동질감이 느껴지 는 게 분명 큰 위로가 되었다.

“지 멋대로 행동하면서 다른 사 람은 생각도 안 하고, 진짜 완전 짜증나.”

용인의 품에서 서연이 참아왔던 걱정과 함께 분노를 터뜨린다.

말없이 그런 서연의 머리를 감싼 용인은 고개를 주억이며 동조를 표 하고 있었다.

“천마라는 것들 전부 다, 정 말…… 나쁜 놈들이야.”

한참이나 억눌린 감정들을 쏟아 내며 서준에 대한 뒷담화를 내뱉던 서연은 정신을 차린 이후 뒷머리를 긁적이며 용인의 품에서 빠르게 벗 어났다.

이후 아무런 말 없이, 시선은 허 공 혹은 땅만을 번갈아가며 바라보 고 있었다.

“의외로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인가 보구나.”

“아니거든요.”

곧장 대답을 하긴 했지만, 여전 히 서연의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초면인 상 대에게 감정을 쏟아낸 것이 너무나 도 무안했기 때문이었다.

“푸히히…… 귀엽구나, 천마의 핏줄들은 다 싸가지 없는 줄 알았 는데.”

용인은 환한 미소를 띤 채로 그 런 서연을 가리키며 커다란 웃음을 토한다.

“뭐라고요?”

“반말하지 말거라, 내가 너보다 살아온 세월은 헤아릴 수 없을 정 도니.”

“나이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 각하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무안함이 남아있 는지, 여전히 서연의 시선은 허공 을 바라본다.

“큭큭, 단순히 편지나 전달해주 러 왔다가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 겠군, 설마 이 몸이 이런 어린애나 달래주게 될 줄이야.”

“그냥 달래줬다고 보기에는…….

한참 동안 저랑 같이 욕하셨잖아 요.”

“……그랬었지.”

서연의 말에 움찔 몸을 떤 용인 이 헛웃음을 흘렸다.

오랜 세월, 최대한 감정을 억눌 러두었는데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동질자를 만나서 폭발해버린 듯했다.

다행히도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용인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마음이 통하는 사람 은 처음이었어요, 저는 한서연이라 고 해요.”

“나는 초대 천마의 수호룡, 인간 들이 부르는 이름으로는 위지율.”

“초대 천마요? 그 마로 세상을 물들였다는……?”

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맞아, 그 무시무시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따르는 주인이자 동 료인 위지강이야, 하지만 이쪽 은 하와는 다소 연관이 없다고 봐도 돼……

위지율은 이해하기 쉬운 말을 찾 고 있는 것인지 미간을 찌푸린 채 로,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마냥 위지강의 짓이라 볼 수도 없어. 다른 은하에서 벌어진 대륙 의 이야기니까.”

“확실히…… 비슷한 역사를 가진 존재가, 또 다른 은하에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방금 전 무안함을 모두 잊은 듯 서연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정복왕에게 수련을 받음으로써 이 우주란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방대한 형태로 이루어져있다는 것 을 깨달았기에 단박에 납득과 이해 가 간다.

“대신 근본은 다들 비슷하지, 기

본적으로 거대한 신화의 시작점이 라 할 수 있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시작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초대 천마는 그 많은 천마들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분 이라는 거죠?”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서연은 헛웃음을 홀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드높은 존재에 가까워져가며, 엮여가고 있었다.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져가네.’

초대 천마가 존재한다는 것은 시 작점이라 할 수 있는 신화를 가진 역사적인 존재들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선한 존재도 있었지만 분명 악한 존재도 있었다.

그런 존재들을 상대로 맞서 싸울 수 있을까?

머릿속에 이어지는 고민이 꼬리 에 꼬리를 물어가고 있을 때였다.

“심마(心魔)가 깊어 보이네.”

갑작스러운 위지율의 말에서연 은 긍정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네, 조금 걱정되네요.”

“조금이라고 보기에는 얼굴이 상 당히 어두운데?”

“……어쩔 수 없잖아요.”

“뭐, 나도 처음 진실을 알았을 때는 너 같은 걱정을 했던 적이 있 지.”

피식 웃은 위지율이 턱을 쓰다듬 었다.

“어찌할까나, 이 가엾고 상처 입 은 아이를 두고 그냥 가기에는 신 경이 너무 쓰이는데......

“괜찮아요, 그냥 지금처럼 오빠 의 편지를 전달해주시기만 해도 수 장들과의 회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어머, 너는 나를 무슨 전서구 따위로 여기는 거니?”

“……죄송합니다.”

“역시 천마의 핏줄은 속이지 못 하는구나.”

고개를 내저은 위지율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나도 참 이상하지, 대체 왜 이런 성격한테 끌리는 건지.”

“ 네?”

“좋아, 선심 썼다. 특별히 내가 곁에 있어주도록 하마.”

“……저는 정말로 편지만 전달해

주셔도 괜찮아요.”

“편지 받고 또 억눌린 화랑 걱정 만 잔뜩 쏟아내려고?”

“이제 그럴 일 없어요!”

당황하여 격해진 감정에 일대의 지축이 크게 뒤흔들렸다.

가벼운 손짓으로 그 대기를 빠르 게 진정시킨 위지율이 코웃음을 흘 렸다.

“지금도 자기 감정을 조절 못 하 고 있네, 당황해서 소리나 내지르 고 말이야.”

스스로가 보인 부끄러운 모습에서연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정곡을 찔려서 괜히 소리를 내지 르는 것,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다행히 이쪽 세상 문물이 좋은 게 많은 것 같네, 이런 행성이 구 경 다니면서 놀러 다니기에는 최고 란 말이지.”

“이곳에 혼자 머무르실 생각이신 가요?”

“혼자라니? 네가 있잖아.”

“저는…… 위지율 님처럼 한가로 이 놀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그거야 본인이 마음먹기 나름인 법이지.”

싱긋 웃은 위지율의 팔이 단숨에서연의 어깨에 둘러진다.

깜짝 놀란 서연이 팔을 떨쳐내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쉽게 밀려 나지 않았다.

“어림없지, 내가 초대 천마와 함께 얼마나 많은 전투를 해왔는지 알아?”

위지율이 싱긋 웃음을 보이는 순 간, 장소가 뒤바뀌었다.

서울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 다보이는 상공 위.

“생각보다 더 발전한 행성이네, 즐길 거리가 엄청나게 많겠어, 기 대가 되네.”

놀란 듯 주변을 둘러보는 위지율 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반짝인다.

서연 또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로 위지율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동……?’

시공간과 관련된 능력을 가진 서 연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빠른 이동이다.

심지어 아무런 수식언조차 없었다.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는 서연을 향해, 시선을 돌린 위지율이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돈은 많지?”

당장의 기분만 보자면 어딘가로 놀러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허나 서연은 말도 안 되는 공간 이동 능력을 보인 위지율에게 묻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다.

“부족하지는 않을 거예요.”

“고마워. 덕분에 즐겁게 놀 수 있겠네.”

흔쾌한 서연의 대답에 위지율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귀환한 천마는 만렙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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